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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밀도와 출산율은 통상 반비례 관계에 있다.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출산율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한국 상황은 조금은 다르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를 보면, 2015년 서울시 합계출산율(편집자 주 : 여성 1명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1.001이었지만 2021년 합계출산율은 0.626으로 떨어졌다.

비수도권은 2015년 당시 1.3 이상의 상대적으로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했지만 2021년에는 한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 미만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했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구밀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전국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인구밀도와 출산율 관계가 일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박사과정 이기훈(제1저자)과 교수 마강래(교신저자)의 논문 ‘인구밀도가 지역의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 주택가격과 일자리의 영향력을 중심으로’는 인구밀도와 출산율 관계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인구밀도와 출산율 관계가 지역에 따라 다르다면, 출산 정책은 개인 차원의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함께 논의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 저자들은 실증 분석을 위해 241개 시군구 지역의 합계출산율 자료를 활용했다. 분석 기간은 합계출산율의 급격한 감소와 수도권 전입 인구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2015년부터 2021년까지다.

인구밀도와 출산율은 반비례한다.

  • 논문은 먼저 전국을 대상으로 인구밀도를 비롯한 지역 변수들이 합계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 인구밀도는 대체로 지역의 합계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다. 지역의 인구밀도가 1% 증가할 때 합계출산율은 약 0.3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경제 변수인 ‘주택 가격’, ‘여성 종사자 비율’ 등도 합계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 ‘주택 가격’은 청년의 비용 부담을 높여 지역의 합계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여성 종사자 비율’, 즉 여성의 경제 활동 비율도 합계출산율과 부(-)의 관계에 있었다. 여성의 노동 소득 증가는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 증가와 자녀의 질(Quality) 중시로 이어져 출산율을 감소시킨다.
  • 저자들은 “인구밀도가 높고 주택 가격이 비싸며, 여성의 경제 활동 비율이 높은 수도권에서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고 밝혔다.
  • 경제 변수 중 ‘재정자립도’도 합계출산율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소득이 증가할수록 자녀 교육비와 자녀 양육으로 인한 직장 소득의 기회비용이 증가한다. 자녀 양육의 효용은 감소하고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출산율이 감소한다.

‘교육의 질’ 높을수록 출산율 낮은 이유는.

  • 전국 대상 분석에서 인구 변수를 보면, ‘20·30대 인구 중 여성 비율’, ‘가임기 여성 수’,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변수가 지역의 출산율에 유의미한 양(+)의 영향을 미쳤다. 지역의 인구밀도가 통제된 상황에서 청년 여성 인구가 증가하고, 혼인 건수가 늘어나면 출산율이 증가하는 것이다.
  • 또 다른 변수로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지역의 출산율에 유의미한 양(+)의 영향을 미쳤고, ‘유아 1000명당 보육시설 수’는 지역의 출산율에 유의미한 음(-)의 영향을 미쳤다.
  • ‘교원 1인당 학생 수’ 증가는 교육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걸 의미하지만 출산율에는 양(+)의 영향력을 미쳤다. 반대로 ‘유아 1000명당 보육시설 수’ 증가는 교육의 질을 높이지만 출산율과는 음(-)의 관계에 있었다.
  • 저자들은 “기존의 교육 환경과 자녀 출산을 다룬 연구들은 교육의 질이 높은 지역일수록 자녀의 질(Quality)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고 전했다.
  • ‘사설학원 수’는 출산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의 교육 수준이 통제된 상황에서 사교육 시장 여건이 좋은 지역에서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수도권 + 높은 인구밀도 + 일자리 = 출산율↑

  • 저자들은 ‘수도권 모델’과 ‘비수도권 모델’을 구분하여 주택 가격과 일자리가 인구밀도를 통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상호작용 항을 추가한 분석을 진행했는데, 이는 인구밀도의 영향력이 어떤 요인과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 관찰한 것이다.
  • 수도권 모델 결과를 보면 ‘인구밀도’와 ‘주택 가격’ 모두 합계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데, 특기할 점은 서울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지역의 주택 가격이 비싼 지역에서 합계출산율이 더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수도권의 경우 ‘인구밀도’ 변수와 ‘주택 가격’ 변수가 시너지를 내어 합계출산율을 더 떨어뜨리는 것이다.
  • 수도권 모델에서 ‘사업체당 종사자 수’ 등 일부 경제 변수들을 제외하면, ‘인구밀도’ 변수와 시너지를 내는 일자리 변수는 없었다. 수도권에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일자리가 조성돼 있고 경제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 일자리보다는 높은 주택 가격이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비수도권 모델 결과를 보면, 수도권 모델과 달리 ‘주택 가격’ 변수는 ‘인구밀도’ 변수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사업체당 종사자 수’, ‘대기업 비율’ 등 일자리 변수는 ‘인구밀도’ 변수와 시너지를 일으켜 합계출산율이 더 상승했다.
  • 정리하면 수도권에서 높은 인구밀도는 주택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출산율을 낮추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의 양질의 일자리와 풍부한 고용 기회가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 비수도권에서 ‘인구밀도’ 변수와 ‘일자리’ 변수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이 중요하다. 비수도권 중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좋은 일자리를 다수 공급하면, 합계출산율이 크게 상승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저출산, 비수도권은 저출생.

  • ‘수도권 모델’과 ‘비수도권 모델’을 비교했을 때, ‘20·30대 여성 비율’·‘사설학원 수’ 등 변수가 합계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었다.
  • 최근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함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에 출산할 수 있는 여성이 부족해졌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수가 지역의 출산율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저자들은 선행 연구를 인용하며 “임보영 외(2018)의 연구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수도권에서는 저출산, 비수도권에서는 저출생’이라는 주장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밀도 높은 수도권에서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고 밀도가 낮은 비수도권에서는 아이를 낳을 여성이 없는 것이다.
  • 논문에 따르면 ‘사설학원의 수’는 수도권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사교육 환경이 열악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지역의 출산율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 (아래 그래프에서 원의 크기가 인구 밀도다.)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가.

  • 인구밀도와 출산율 관계가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점에서 지역 맞춤형 출산 정책이 필요하다.
  • 수도권은 인구 과밀로 발생하는 주택 가격 상승 등 집적 불경제(agglomeration diseconomies, 여러 산업이나 인구가 한 곳에 과도하게 집중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사회적 불이익)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주택 공급 확대와 일자리 창출 정책이 필요하다.
  • 비수도권의 경우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조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자리 환경 개선을 통해 인구 유입을 촉진하는 지역 맞춤형 정책이 시급하다.
  • 논문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조혼인율은 합계출산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여성 종사자 비율은 합계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가임기 여성이 많고 결혼을 많이 할수록 출산율은 상승하지만, 여성의 경제 활동 비율이 늘어날수록 출산율은 낮아진다는 의미다. 여성이 경제 활동과 육아를 병행할 여건이 부족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저자들은 “선행 연구는 근무시간 등 직장 여건이 여성의 출산 선택에 영향을 미치며, 높은 근무시간이 출산율을 낮출 수 있음을 주장한다”면서 “청년들이 결혼할 수 있고 여성이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이 전국적으로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사진=김도연.

해법과 전망 : “밀도는 중요하다.”

  • 논문의 교신저자 마강래는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비수도권 메가시티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학자다. 마강래는 30일 통화에서 “논문의 핵심은 적정 밀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청년들이 불안해서다. 불안하면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 밀도가 너무 높으면 경쟁이 심해지고 경제적 압박도 커져 불안감이 증폭된다. 밀도가 낮으면 일자리 질이 떨어지고 수도 부족해 불안감이 커진다. 적정 밀도가 중요한 이유다.”
  • “논문에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지방은 밀도를 높여야 한다. 메가시티가 그런 개념이다.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뭉치기 전략’이다. 뭉친 곳을 연결해야 한다. 큰 거점인 대도시 중심지, 중간 거점인 중소도시 중심지, 작은 거점인 농어촌 중심지를 연계해야 한다. 뭉치고 연결된 덩어리가 하나의 도시로 기능하는데 그것이 메가시티다. 메가시티는 밀도를 지키거나 높이는 전략이다.”
  • 수도권이 인구·산업·경제·사회 등 모든 것을 독식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지방은 뭉쳐야 한다. 쇠퇴하는 지방 도시를 모두 살릴 수 없다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도시 거점에 인구를 집중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 마침 6·3 대선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이재명과 국민의힘 후보 김문수 모두 ‘메가시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명은 5극 초광역권(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별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 및 3개 특별자치도(제주, 강원, 전북) 자치 권한 강화를 내세웠다. 김문수는 행정수도 이전과 세종·충청권 메가시티 건설을 공약으로 내놨다. 차기 대통령이 약속대로 ‘뭉치기 전략’을 이행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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