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스트] 정부 재정 지원 명시한 ‘난방비 폭탄 방지법’ 나온다… 보편적 에너지 기본권 차원에서 ‘미수금’ 떠안아야. (⏳3분)

허성무(민주당 의원)는 27일 ‘난방비 폭탄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생 안정 등 공익적 이유로 도시가스 요금을 억제할 경우 그 책임은 공기업이 아닌 국가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요금 인상 억제에 따른 가스공사의 경영 부담이 중대할 경우 정부가 재정을 지원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공사에는 재정 지원 요구권을 보장했고, 정부에는 재정 지원 의무를 부과했다.

허성무는 “도시가스 가격을 결정한 것은 정부인데 그로 인한 공사의 적자는 ‘미수금’으로 포장돼 있다”며 “보편적 에너지 기본권 문제인 만큼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성무(왼쪽에서 두 번째)는 2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난방비폭탄방지법 입법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도연.

이들의 주장: 미수금=적자는 정부 재정 지원으로 풀어야.

  • 미수금은 공사가 천연가스(LNG)를 수입한 금액 중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공사가 미래에 받을 비용인 ‘비금융자산’으로 회계 처리를 하는 것이다.
  • 이렇게 쌓인 미수금이 지난해 기준으로 무려 14조 원이다. 가스공사는 정부 지원 없이 자체 수익을 창출하여 운영하는 시장형 공기업인데, 정작 가스 요금 결정권은 정부에 있다. 자율은 없고 책임만 지는 꼴이다.
  • 정부는 1998년부터 국제 유가와 환율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이 자동적으로 연동되는 ‘원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상승할 우려가 있고 산업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하면 일시적으로 유보할 수 있다.
  • 문제는 비상 시에만 유보할 수 있는 원료비 연동제를 민생·물가 안정이란 이유로 상시적으로 멈추는 데 있다.
  • 요금 인상 억제 덕에 2022년 에너지 대란 때 독일, 영국 등은 가스 요금을 200~300% 인상했지만 우리는 인상률이 43%에 그쳤다. 그러나 원가와 요금의 괴리는 수조 원의 미수금으로 돌아왔다.

미수금 14조 원, 국가 책임도 크다.

  •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에너지노동사회 네트워크 기획실장 구준모는 “미수금 중 가정용 사용에서 발생하는 부분을 ‘사회적 적자’로 규정하고 그 상당 부분을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하고 민수(民需·민간에서 필요한 것)용 가스 요금 인상 압력을 낮춰야 한다는 뜻이다.
  •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정세은은 “적자 발생을 방치하도록 요금은 통제하면서 시장형 공기업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정책 실패”라며 “물가 관리 정책의 책임은 최종적으로 국가가 져야 한다”고 했다.
  • 변호사 황규수(법무법인 여는)는 이번 법안에 관해 “‘재정 지원’에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정부는 미수금이 쌓이는 걸 마냥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에 재정 지원 의무가 생기면 정산 단가를 요금에 반영해 과도한 미수금을 해소하는 과정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론: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

  • 무엇보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강원대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 김형건은 “정부가 재정을 부담하면 세금 부과 대상과 가스 소비자가 불일치하는 등 수익자 부담 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고 했다. 가스 요금 인상은 소비자의 선택이 가능하지만, 조세 지원의 경우 난방 서비스와 무관한 납세자도 결과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 김형건은 “가스 가격 상승분을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는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전망: 가격 결정권에 따르는 책임, 폭탄 돌리기를 끝내야 한다.

  • 정부 지원이든, 공사의 미수금 제도든 가격이 오를 때 수요가 감소하지 않으면 에너지 절약 유인은 떨어진다.
  • 법 제정에 앞서 시급한 것은 원료비 연동제와 미수금 제도를 원칙에 따라 운용하는 일이다. 정부는 세계적 에너지 대란기와 같이 불가피한 위기 상황 때만 원료비 연동제를 유보해야 한다. 정권 지지율을 의식하거나 정치적 압력에 휘둘려 미수금을 과도하게 쌓는 ‘폭탄 돌리기’ 행정을 지양해야 한다.
  • 국회입법조사처는 “원료비 연동제에서 원료비 반영 비율을 확대하여 최대한 이른 기간에 요금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건은 “최대한 원료비 연동제 유보 빈도를 낮추고 소득 계층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것이 효율성과 형평성 측면 모두에 유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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