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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포인트] 김부겸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김부겸 캠프 ‘왕 보좌관’ 이진수의 회한에 찬 송가. (⏳3분)

“여기까지가 김부겸의 한계인 것 같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대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진짜 포기할 건가. 아니면 계속 두드릴 건가. 이 문제가 남았다.”

이진수(김부겸 캠프 기획실장)

김부겸 캠프 기획실장이자 김부겸 사단의 ‘왕 보좌관’ 이진수가 9일 오후 국회 토론회에서 작심하고 민주당에 꺼낸 질문이다.

김부겸은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45.05% 득표로 낙선했다. “진짜 표 안 주는 동네 대구에서 모든 걸 다 쏟아부었어도 40%에서 5%P 올린 데 그쳤으니 더는 못할 것 같다”는 게 이진수의 솔직한 심정이다.

김부겸이 2014년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받은 득표율이 40.33%다. 12년 전과 비교해 5%P 상승했다.

김부겸은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45.05% 득표로 낙선했다. 사진=김부겸 페이스북.

이게 왜 중요한가.

  • 김부겸과 함께 다섯 번 대구 선거를 치른 동지가 말하는 선거 후기다. 이진수가 “보좌관으로서 더는 그(김부겸)에게 한 번 더 도전하라고 권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 지난 대선 이재명(대통령)의 대구 득표율은 23.22%였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전 대통령)은 21.76%를 받았다. 김부겸은 2배를 더 얻었지만 패배했다.
  • 민주당은 ‘정당 투표’와 ‘실리·이익 투표’ 가운데 어느 것을 지향할 것인가. 이진수가 던지는 물음이다.

서울 갔다 내려온 오빠.

  • 이진수의 비유가 흥미롭다. 보수적 대구 유권자들에게 김부겸은 마치 ‘서울 갔다가 내려온 오빠’와 같다. 김부겸이 대구를 위해 중앙 정부에서 따낸 선물(예산) 보따리가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 했다. 지역 언론도 선거 초기 “김부겸은 어떤 ‘선물 보따리’ 풀까”라며 지역 민심을 전했다.
  • 그만큼 대구 경제는 위태롭다. 대구 달성군 현풍읍에 있는 현풍시장에서 60대 남성 유권자는 김부겸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이렇게 물었다. “만약 낙선해도 약속을 지킬 것이냐.”
  • 이진수는 “1988년부터 선거를 했고 대구에서만 5번 선거를 치렀는데, 처음 들어본 얘기”라며 “맨 처음에는 뭐 이런 황당한 질문을 할까 했는데 그 심정을 이해하겠더라. 대구가 너무 힘든 거다. 대구엔 8차선 달구벌대로가 있는데, 1층은 그래도 가게가 장사하고 있지만 2층만 돼도 두 집 건너 한 집엔 ‘임대’가 붙어 있고,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전부 공실”이라고 했다.
  • 대구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3,137만 원으로 32년째 꼴찌다. 시 예산은 11.7조 원이지만 시장 재량 예산이 2,000억 원에 불과하다. 중앙 정부의 국비 지원이 없으면 어떠한 새 사업도 불가하다. 민주당을 정말 싫어하는 대구의 4050세대가 김부겸을 선택한 이유다.

중앙에서 폭탄 두 개가 떨어졌다.

  • 훈풍을 타던 선거가 4월 말 두 개의 사건으로 반전됐다.
  • 하나는 ‘공소 취소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6·3 선거 직전 이재명이 연루된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특검에 부여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보수 진영을 결집시킨 동력이 됐다.
  • 이진수는 “우리에게는 엄청난 타격이었다”며 “이로 인해 몇 퍼센트가 빠졌는지 알 수 없지만 분위기가 확 식는 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김부겸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민주당 전·현직 의원 62명이 출동하며 지역 발전 기대감을 고취시켰으나 “특검법이 나오자 분위기가 확 꺾였다”는 것이다.
  • 또 다른 하나는 정부 여당이 주도했던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었다. 이진수 표현을 빌리면, 대구 유권자는 “삐칠 준비를 다하고 맞선에 나온 파트너”와 같다. 스타벅스 사태로 “역시 민주당은 광주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반(反)민주당 심리가 빠르게 재확산했다.
김부겸 캠프 기획실장이자 김부겸 사단의 ‘왕 보좌관’ 이진수가 9일 오후 국회 토론회에서 6·3 지방선거에 대해 술회하고 있다. 사진=메디치미디어 유튜브 화면 갈무리.

그래도 원망하지 않는다.

  • 중앙당 이슈로 지역 표심이 흔들리는 게 처음은 아니다. 2012년 한명숙 대표 시절 민주당은 4·11 총선을 앞두고 제주 해군 기지 공사를 중단시킬 것을 약속했는데, 중도 표심에 역행하는 오판이었다.
  • 이진수는 “중앙당을 원망하지 않는다. 대구 선거를 하면서 역결집 빌미를 주는 중앙당 이슈가 없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어떻게 막겠나. 중앙당은 꼼짝 하지 마라, 숨도 쉬지 마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일은 벌어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정당 투표 vs 이익 투표’ 무얼 택할 건가.

  • 이번 선거에서 김부겸은 ‘내란’의 ‘내’자도 꺼내지 않았다. 단지 김부겸을 뽑으면 대구가 어떻게 좋아지는지에만 집중했다.
  • 이진수는 “정당 투표, 이념 투표로 흐르지 않게끔 이를 악물고 참았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당, 그러니까 좋은 당,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 “정당 투표와 실리 투표 사이에 어떤 것을 지향할 것인가. 대구의 4050세대 표심 변화는 비단 대구라는 극단적 정치 구도 속에서 일어난 일시적 변형은 아닐 것이다. 유권자들은 보편적으로 ‘어떤 선택이 나한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고민한다. 민주당이 앞으로 치를 선거에 이 점을 깊이 있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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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경북 출신 출향민으로 국회에서 십 수년 간 일하고 있습니다. 대구보다 더 열악한 경북 출신으로 대구의 김부겸, 경북의 임미애를 보면서 늘 탄복하고 감탄합니다. 입만 나불거리지, 고향에 돌아가서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자문해보면 자신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님과 캠프에 아쉬운 점이 하나 있어서 글을 남깁니다.

    저는 김부겸 총리님과 그 주변 분들이 참 아쉬운 것이 끝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성역화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얕보기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과연 대구 유권자들 사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김부겸 캠프 방문과 영상축사가 득표에 도움이 되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적어도 문재인 마케팅보다는 이재명 마케팅이 먹혔을 겁니다.

    또 하나, 당선 이후를 생각하는듯 한 ‘머뭇거림’입니다. 집권여당의 대구시장 후보면 시원시원하게 “이재명 대통령도 안동 사람인데 대구 발전에 관심 없겠습니까. 안되면 제가 대통령 설득겠습니다.”처럼 얘기해도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스타일은 싫어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런데 끝내 그런 말씀은 안 하셨죠.

    왜? 본인은 이재명과 다르니까. 이재명의 덕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이재명 정부 이후 대구시장 이후를 생각했으니까.

    저는 이런 이유 때문에 초반의 기세가 중반 이후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고 봅니다. 조작기소 특검이나 스타벅스 불매 같은 일종의 ‘빌미’를 줬다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잘 한 번 돌이켜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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