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인터뷰] 최경호 탄탄주택협동조합 감사, 월세 전환 기금 마련해 반전세로 전환, 1년에 9000만 원씩 회수… 핵심은 장기 저리 공급자 금융. (⏰12분)
탄탄주택협동조합은 경기 화성 동탄 오피스텔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피해를 회복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2023년 5월 동탄 오피스텔 중심으로 170억 원대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이 터졌다. 사회주택 활동가 7명과 동탄 전세 사기 피해자 21명이 모여 국내 최초로 전세 사기 피해 복구를 위한 협동조합을 출범시켰고, 2년 만에 피해 보증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피해 조합원 21명의 총 피해액은 29억 3000만 원. 조합은 전세 보증금 및 조합 출자금 반환을 완료해 93.57% 수준의 피해 복구율을 달성했다.
📌 동탄 오피스텔 전세 사기 사건:
A씨 부부는 2020년 7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동탄 신도시 소재의 오피스텔 268채를 매입하면서 145명으로부터 약 170억 원의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사기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7년을, 남편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슬로우뉴스는 26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조합 출범 당시 경기도 정책개발자문관으로 민·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탄탄주택협동조합 설계자’ 최경호(탄탄주택협동조합 감사·LH개혁위원)를 만났다.

탄탄주택협동조합 운영 원리.
- 협동조합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계약한 오피스텔들을 임대인(전세 사기 가해자)으로부터 인수했다. 보증금 채무를 떠안는 대신 임대인에게 소유권을 넘겨 받았다.
- 조합은 인수 주택을 10년 장기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임대주택 사업자가 됐다. 그 다음 조합은 조합원들과 주변 전세 시세 90% 이하로 전세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나머지 10%는 협동조합 출자금 약정을 한 것으로 간주했다.
- 피해자들도 일부 손해를 감수했다. ‘깡통 전세’인 탓에 원 보증금과 주변 시세에 맞춘 재계약 금액 차이 만큼 손실이 발생했다. 피해액 가운데 복구 못한 ‘6.43%P’(100-93.57)가 여기에 해당한다. 보증금이 1억이면 약 640만 원을 손해본 것이다. 대신 새로 체결한 전세 보증금 만큼은 확실히 보장된다.
- 질서 있는 ‘월세화’를 추진한다. 주택 소유권을 이전 받은 조합은 기존 전세를 ‘반(半)전세(전세+월세)’로 전환한 뒤 여기서 발생하는 월세 수익으로 피해를 복구했다.

📌 깡통 전세:
집 주인의 주택 담보 대출금과 세입자의 전세금 합계가 집값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경우. 집값이 하락하거나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큰 주택을 뜻한다.
“피해자보다 공공의 불신이 더 힘들었다.”
— 지난 2년이 순탄한 길은 아니었을 것 같다. 난관은 없었나?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2023년 5월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가 오픈 채팅방을 통해 사업을 소개하자 피해자들은 ‘협동조합에 집 반값에 넘기고 같이 월세 수익 올리자는 거냐. 이걸 빌미로 또 돈 벌려 하는 거냐’며 불신했다. 사업에 관한 여러 문의가 와도 초기 경기도청은 도 지원 사업이라는 말을 하기 어려웠다.
갑자기 공공이 나선다고 하면 소유권 이전에 응하겠다던 임대인이 딴 마음을 먹을까 우려했고, 도 지원을 공식화한 후 너도나도 조합을 설립한다며 무리하게 지원을 요구하면 감당할 수 있을까 염려했다. 이후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현 민주당 의원)가 사업 설명회에 나서며 불신이 상당히 잠재워졌다. 피해자 불신은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다. 더 힘들었던 건 사업에 대한 공공의 불신이었다.”
— 2023년 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거절하기도 했다.
“초기 어려움 중 하나다. 조합이 피해 조합원들과 시세 90% 이하로 전세 계약을 새로 체결한 것도 공사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인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 90%’에 맞춘 결과였다. 공사는 ‘임대인하고 임차인이 같다’, ‘협동조합으로 보증보험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조합(법인)과 조합원(개인)은 법적으로 다른 주체’라는 우리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도 주거복지기금 등 도 차원의 정책 자금 지원도 정부 심사와 도의회 승인이 필요해 기대하기 어려웠다. 초기 자금이 부족해 피해 조합원을 21명만 받았다. 오피스텔을 인수하면 취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21호를 인수하면서 취득세 1억 4000만 원을 내고 나니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당초 경기도 자금 지원으로 목돈이 들어오면 전세를 동시에 반전세로 전환키로 했으나 자금 부족으로 제동이 걸렸다.”

“보조금 헌터”라는 음해, 참기 힘들었지만.
- 새 도전에 대한 ‘늘공’(늘상 공무원의 줄임말로, 정규직 공무원을 의미)의 만류와 반대를 헤쳐나가는 것도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로, 특별 채용된 별정직·정무직·계약직 공무원을 의미) 최경호의 몫이었다. 당초 조합원 ‘50명’과 ‘200명’으로 현금 흐름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지속가능성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예상과 달리 ‘21명’만 가입하자 내부에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원하면 안 된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 일부 자금 마련으로 숨통이 트이고 월세로 현금 흐름이 가능해진 뒤에는 “현상 유지만 해도 되지 않느냐. 보증보험만 가입하면 반전세 전환 안 해도 되지 않느냐”며 굳이 추가 자금이 필요하느냐는 피드백이 다수였다.
- 피해 조합원 전원이 반전세로 전환하며 목표 달성은 임박했지만 운영비 지원이 필요했던 시기엔 “자생적으로 굴러갈 수 있으니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셔터를 닫으려 했다. 탄탄주택협동조합 출범 첫 해인 2023년에는 ‘지원 불가능한 사업’이었고, 숨통이 튼 2024년에는 ‘지원 불필요한 사업’이었다.
-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김수동도 언론 기고를 통해 “공공의 일부 인사는 협회 활동가를 ‘보조금 헌터’라고 음해하기도 했으며, 일부 조합원은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의 상담사로부터 ‘탄탄은 못 믿을 조직이니 빨리 탈퇴하라’는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경호는 “도의원 한 분은 탄탄을 ‘인건비 따먹으러 들어온 외부 세력’으로 취급했다”고도 술회했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곱지 않았다.
- 경기도 행정특보 이성은 지난 27일 “당초 도청에서 탄탄주택협동조합을 지원하려 했으나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실제 이뤄지지는 못했다”며 “관련 조례나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제2의 탄탄주택협동조합’이 나왔을 때 적극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탄탄주택협동조합은 상당히 많은 가능성을 열어줬다. 예컨대 전세 사기 발생 이후에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도 예방적 차원의 활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핵심은 ‘장기 저리 공급자 금융’이다.
— 인상적인 것은 한국사회주택협회,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화성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성남 주민신협, 화성 한마음신협, 다수 일반 시민 등이 자금을 조성해 18억 원 규모(연 3.5% 금리)의 ‘월세전환기금’을 모았다는 점이다.
“조합 발기인들이 모은 몇 천만 원으로는 취득세 내는 것도 힘겨웠다. 모금을 시작했다. 익명의 기업도 후원을 하는 등 연대가 이어졌다. 덕분에 지난해 여름 피해 조합원 전원이 전세금을 4800만 원으로 낮추고 차액을 돌려받았다. ‘전세의 질서 있는 축소’가 이뤄졌다. 4800만 원은 화성시가 보증하는 최우선 변제금 규모로 떼일 걱정이 없다. 전세금을 그 이하로 전환하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임대사업자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과태료 등 행정 제재가 뒤따른다. 보증금을 낮춘 만큼 월세 전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 ‘탄탄 모델’은 피해자들을 선순위로 치유하면서 남은 대출금을 서서히 갚아 나가고 있다.
- 지난 1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탄탄주택협동조합 성과 공유회 자료집을 보면, 지난달 조합의 월세 수익 총액은 약 754만 원이다. 1년에 9000만 원을 월세로 버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18억 5000만 원 규모의 월세전환기금 연이자는 대략 4900만 원이다. 잔액 4100만 원(9000만 원–4900만 원)은 세금, 유지 보수 관리비, 원금 상환에 쓰였다. 아직 수입보다 지출이 더 크다. 다만 사회주택협회가 후원을 하고 있고, 향후 새 세입자가 입주할 때 임대료를 기준 내에서 소폭 인상하면 해결될 것으로 관측된다. 동탄 지역 특성상 임차 수요가 상존한다는 건 장점이다.
- 탄탄 모델이 가능했던 핵심 요건은 ‘월세전환기금’이다. 기금은 협동조합(공급자)에 장기 저리로 돈을 빌려줬고, 덕분에 조합은 세입자에게 저렴한 월세로 집을 제공할 수 있었다. ‘장기 저리 공급자 금융’ 역할을 한 것이다. 금융의 사회적 역할이 어때야 하는지 일깨운 사례다.
— 월세전환기금이 마중물 역할을 했다. 전세의 질서 있는 월세화를 위한 필요 조건은 사회적 금융인 것 같다.
“장기적 공급 자금이 뒷받침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자금을 무상으로 달라는 것도 아니다. 빌려 달라는 것이다. 공공기금인 주택도시기금이 공급하는 버팀목 전세 자금 대출, 전세 임대(든든주택) 등은 이미 세입자를 통해 임대인에게 들어가는 돈이다. 그런데도 세입자가 이자를 내고 반환 책임도 지고 있다. 이 같은 수요자 대출 규모가 13조 원 수준이다. 이럴 바엔 임대인에게 직접 빌려주고 전세를 월세화한다면 전세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일례로 장기 공급 자금이 임대인에게 2%로 대출해주고, 임대인이 전월세전환율을 3%로 제한한다고 해보자. 시중 전월세전환율이 5%일 경우 시중 월세 대비 60%(5분의 3)인 월세도 가능해진다.”
📌 전월세전환율:
전세를 월세로 환산하거나, 월세를 전세로 환원할 때 적용되는 비율. 전월세전환율을 이자율이라고 보는 시각과 수익률이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자율이라고 보는 쪽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금이나 보증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일종의 사채 이자율과 같은 것이라고 본다. 수익률이라고 보는 쪽에서는 전월세전환율을 임대인이 요구하는 투자 수익률이라고 간주한다.
—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나 배격보다 그들의 임대 수요를 인정하되, 전세의 질서 있는 월세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집은 소유해야 한다’거나 ‘다주택보다 1가구 1주택이 낫다’는 패러다임 위에서 임대인을 바라보면 집을 팔라는 이야기만 하게 된다. ‘임대인을 악마화하지 말자’는 차원도 있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한 오늘날 임대주택은 매우 필요하다. 공공이 임대주택 공급을 다하지 못하면 민간도 공급할 수 있다. 임대하지 말고 팔라고만 하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청년은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전세든, 월세든, 자가든 어느 쪽이 지나치게 유리하지 않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주의’가 아니라 ‘주거 중립성’이 필요하다. ‘내 집 마련, 세입자 탈피’만이 정답이 아니다. 세입자 주거권 그 자체를 보장하는 정책 방향이 요구된다. 주거 중립성이 지켜지면 동전의 양면처럼 주거 선택권도 보장된다. 세입자는 계속 거주하거나 생애주기상 필요에 따라 이사할 수 있다.”

“차분한 전세 탈출을 시작해야 한다.”
— 다른 지역에서나, 또 다른 전세 피해자들도 ‘탄탄 모델’로 피해를 복구할 수 있을까? 탄탄 모델을 보편적 해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지만 가능하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이 인수한 오피스텔의 경우 선순위 채권이 없었다. 연식이 10년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임대 사업을 계속할 여건이 됐다. 3주택 이상을 소유한 법인은 종부세율 5%가 적용되지만 당시 경기도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돼 과세를 피할 수 있었다. 건물 상황이 탄탄이 인수한 동탄 오피스텔보다 좋지 못하다면 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선순위 채권이 있다면 초기 공공의 마중물 자금이 더 많이 들어와 좀 더 늦게 빠져주면 가능하다. 선순위 채권자가 은행일 경우 공동 책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출자로 전환하거나 후순위로 이전하면 모델 적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은행 입장에서 배임이 걱정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 결정이 배임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와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 은행에 기부하라는 게 아니다. 천천히 빠져나가라는 것이다.”
📌 선순위 채권:
채무자가 파산하거나 재산을 처분할 때 다른 채권자들보다 먼저 변제(돈을 돌려받을 권리) 받을 수 있는 채권. 돈 받을 순서에서 가장 우선권을 가진 채권.
— 국내 첫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로 알려진 ‘위스테이 별내’는 협동조합형 공공 지원 민간 임대주택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사회주택의 성공 사례’로 꼽기도 했는데?
“리츠(REITs, 주식회사) 위에 협동조합이 들어온 복층 구조다. 리츠는 대규모 투자자를 모집하기 용이한 수단이지만 ‘1주 1표’이기 때문에 투자금이 많을수록 발언권도 세진다. 반면 협동조합은 ‘1인 1표’이기 때문에 피해 조합원(세입자) 입장에서는 더 안심할 수 있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의 경우 발기인 조합원 7명이 처음에 만들었어도 피해 조합원 21명이 절대 다수라는 점도 피해자에게 신뢰 요인이 됐다.
타 지역에 탄탄 모델을 적용한다고 했을 때 리츠를 통해 공공 마중물 자금, 출자 전환한 은행 자금 등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협동조합이 법인 주주로 들어가 덩어리를 키운다면 개개인으로 참여할 때보다 발언권을 확보하고 지속성도 가져갈 수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뜻이다.
위스테이 별내 구조가 이와 유사하지만, 그곳은 전세 사기 피해를 보고 시작한 게 아니다. 입주자 모집을 하고 주민 참여 설계도 하면서 집을 지은 사례다. 전세 피해 치유·예방을 위해 복층 구조를 적용하는 게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을 것이고, 각자 이해관계도 다르고, 법률 규칙과 상충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탄탄 모델이 확대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 리츠: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약자.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관련 자산에 투자하고, 임대료 및 매각 차익 등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부동산 투자 회사 또는 간접 투자 기구를 의미한다.
— 전세 제도는 임대인이 그 다음 임차인에게 지금보다 전세보증금을 더 많이 받으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 지금은 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세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의 역할이 끝났다는 건 최근 전세 사기 사태를 통해 증명됐다. 차분한 전세 탈출이 필요하다. 다만 집에 들어가는 단계가 아닌 집에서 나오는 단계, 즉 주택을 현금 유동화하는 과정에서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인들은 집을 팔기 불안하니까 자신의 집을 전세로 주고, 전세금을 받아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등 점차 집을 줄여나간다. 이 때문에 급격하게 전세 제도를 퇴출하는 것보다 차츰 축소하는 식으로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 전세 시장도 전세금을 올리기보다, 전세금 2억짜리 집이면 2억 2000만 원으로 올리는 대신, 2000만 원에 대해 ‘매달 10만 원씩 달라’는 식으로 반전세화할 전망이다.
전월세 장점만 있는 반전세라면 좋지만, 목돈 부담과 위험성은 그대로인데 매달 월세까지 나가는 쪽으로 악화하지 않을지 살펴야 한다. 월세화로 인해 세입자의 임대주택 진입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 전세는 목돈만 있으면 입주에 어려움이 없다. 월세는 임대인 입장에서 ‘미납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임차인의 소득 수준이나 신용을 깐깐하게 살피기 마련이다. 실제 외국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연대보증인을 요구하고, 임차인 월급이 월세의 3~4배가 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한다. 우리도 점점 그렇게 될 것이라 대책이 필요하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머니 무브’, 그 이상이 필요하다.
— 최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서울 도심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드는 등 해외 기관 및 업체들이 한국 임대주택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해외 자본이 임대주택 시장에 투입돼 경쟁을 촉진하고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하이 엔드(High-End, 최고급 상품) 주택 시장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규모가 어떻든, 국적이 어떻든, 새로운 시도와 진입은 나쁘지 않다. 각자 역할이 있다고 본다. 대규모 해외 자본은 고급 시장에서 역할이 있을 것이다. 한국에 와 있는 외국 주재원은 고급 주택에 살고 싶지, 굳이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 참여하진 않는다. 공공주택, 사회주택, 동네 생계형 임대사업자 등이 담당해야 할 역할은 분명하다. 여기에 장기 저리 공급자 금융을 투입해야 질서 있는 월세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달라지지 않는다.”
— 이재명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의 사업 구조를 뜯어고칠 생각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LH의 ‘땅 장사’를 저격하기도 했다. LH가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직접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역시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에 쏠린 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자는 것(Money move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이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택 금융 성격을 바꿔야 한다. 장기 저리 공급자 금융으로 성격을 바꿔야 한다. 이전 정부가 신혼부부 전세대출로 주택도시기금의 여유 자금 20조 원을 써버려서 현재 7조 원 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남은 돈 7조를 다 쓰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부를 장기 저리 공급자 금융으로 활용하고 버팀목 대출 등 정책 자금을 공급자 금융으로 돌리면 우리 주택 체질을 개선할 발판은 될 수 있다. 이런 정책은 신도시를 개발해 수십만 호를 짓겠다는 정책에 비하면 당장 빛은 안 날 것이다. 그러나 토지·건설비를 40~50년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상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장기 저리 공급자 금융은 공공주택 재무 구조의 핵심 요소다.”
— 국민연금이 임대주택 등 공공투자에 나서는 것에 여전히 갑론을박이 있다.
“국민연금이야말로 상환 받지 않고 배당만 받아도 되는, 장기 투자가 가능한 인내 자본(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나중에 나오는 자본)이다. 전세금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환해야 하는 목돈이라 ‘시세 차익’이 나야 작동하지만 인내 자본은 ‘운영 수익’으로 갚아 나가면 된다.
다만 수익률은 문제될 수 있다. 일례로 연금의 요구 수익률이 5%고, 임대주택의 요구 수익률이 3%라고 하자. 2%P 차이를 국가가 메워주면 어떨까. 국가가 200억 원(2%P)을 들여 수익률을 보전해주면, 그 50배인 연금 1조 원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주택도시기금에서 1조 원을 가져와 2%P 이자 차액을 보전해주면 50조 원의 연금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그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점에서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꼴이다. 연기금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짓자는 건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한국노총의 과거 연구(2012)도 있고, 캐나다·스위스·스웨덴 등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