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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칼럼] 방송3법 개정 이후 언론개혁 과제는 무엇인가?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자. (박석운/한국진보연대 대표) (⌚6분)

방송법 개정안이 8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8월 26일 공포됐다. 뒤이어 방송문화진흥회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우리 사회 민주화의 중요한 토대인 방송개혁, 언론개혁의 첫 번째 결실이 시작된 것이다.

역사적 방송3법 개정

이번 방송3법 개정의 의미는 먼저 공영방송이 정치권으로부터 해방되는, 이른바 ‘정치적 후견주의’가 극복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회(정치권) 추천 이사가 전체 공영방송 이사 수의 약 40% 선으로 축소되고, 대신 시청자위원회, 방송사 구성원, 학계, 법조계 등 추천 이사가 나머지 60% 선을 채우게 돼 정치적 중립 지대가 형성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가 낙하산 방식으로 투하되면서 이른바 ‘방송장악” 논란이 여야 모두 되풀이되곤 했는데, 이런 논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또한 공영방송의 경우 무작위 추첨된 100명 이상의 국민으로 구성되는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설치하게 됐다. 연합뉴스TV와 YTN 등 보도전문채널도 교섭대표노조와 합의를 거쳐 사장추천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MBC 해직기자였던 고 이용마 기자가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자”며 제안한 국민사장추천제가 최초로 법제화된 것이다. 실로 중요한 변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공영방송 사장과 보도전문채널 사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주권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는 길을 연 의미도 크다.

이용마 기자. 1969-2019. 향년 50세. 2012년 MBC 파업 당시 노조 홍보국장으로 파업을 적극 주도했다. 김재철이 첫 번째로 해고한 언론인.

그리고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방송·종편방송·보도전문채널 등 방송사에 노사동수로 구성된 편성위원회 설치를 통해 방송사 취재·보도·제작·편성에서의 내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법제화되었다. 더불어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의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도 법제화되었다. 이로써 방송사 이사와 사장 선임뿐 아니라 방송사 내적 자율성을 보장해 향후 제대로 된 방송개혁을 실현할 핵심적 제도가 법제화된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원포인트 정상화 시급

방송3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금 언론개혁과 관련하여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상화, 윤석열 언론장악의 진상규명이다.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국가미디어기구 개편 논의는 2단계로 접근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다.

1단계는 방송3법 공포,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원포인트 정상화, 그리고 KBS 정상화를 시행하는 과제다. 정권교체 이후 석 달이 가까워지는 상황인데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교체의 효능감 확보 문제나 방송3법 개정안대로 3개월 내 새로운 이사와 사장 등을 선임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방통위의 시급한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정책 등 관련 사무와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사무를 통합하여 새로운 합의제 행정기구를 출범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심의위의 원포인트 정상화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2단계로는 숙의토론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국가미디어기구 개편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미디어 소비구조가 다변화되면서 플랫폼 중심의 미디어유통 구조가 고도화되고 있고, OTT의 급속한 성장, 인공지능 기반 미디어콘텐츠 발전 등 변화된 미디어환경에 걸맞게 국가미디어기구 개편방안이 종합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 경우 자칫 미디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려는 시장주의적 접근방식을 극복하고, 미디어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기본권 보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정보통신산업 전반에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미디어거버넌스 논의가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윤석열표 언론장악 진상규명 필요

한편 윤석열표 언론장악 진상규명도 병행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언론장악진상규명특별조사위법’을 제정하는 일이다. 국정조사는 여야간 정쟁 양상으로 진행되기 쉽고, 진상규명 과제는 물타기 방식으로 흘러갈 위험이 농후하다. 특별조사위 방식으로 추진하되 특조위 방식으로는 강제 조사권이 미비하게 될 것이므로 만약 강제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상설특검과 연계해서 운영하면 효율적으로 진상조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복합적으로 추진하며 YTN 사유화를 저지하고 공적 소유구조를 복원시키는 과제가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TBS 폐국과 민영화 추진을 저지하며 공영방송으로 재정립하는 과제도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언론장악 실상이 규명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상화 길이 활짝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교체된 KBS 뉴스9 이소정 앵커의 뒤를 이어 KBS 메인 뉴스 앵커가 된 박장범(오른쪽). “파우치, 외국회사 그 조그마한 백”으로 남은 지난 윤석열(당시 대통령)과의 2월 4일 KBS 신년 대담 모습.

허위·조작정보와 혐오·차별 표현 대응 방안

최근 가짜뉴스 근절,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과 같은 논의가 다시금 언론개혁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21년 이런 내용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로 입법이 중단된 바 있다. 우선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라는 말 대신 “허위·조작 정보”나 “혐오·차별 표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신 “배액배상제”로 부르는 것이 올바른 용어법이다.

2021년 당시 국회 문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일정 기준 이상 정치인, 공직자, 대기업 등 권력자가 배액배상제를 활용해 언론의 정당한 비판보도를 위축시키지 못하도록 그들이 언론의 고의·중과실을 입증하도록 해야 하는” 대신 일반 시민의 경우는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입증하면 언론사가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보도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배액배상을 하도록 하는 이른바 ‘입증책임의 전환’을 법제화하자는 민언련의 주장이 합리적 방안이고, 이런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당시 법안 제30조의3 ‘고의·중과실의 추정’ 요건 역시 전면적으로 수정되거나 삭제되어야 하고, 법안 제30조의4 ‘구상권 청구’ 요건도 전면적으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수정·보완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반 시민들의 언론피해 구제의 효율성과 적합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일반 시민들이 ‘신속하고 간편하면서 적절한 수준의 언론피해 구제 방안’을 실행하려면 추가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언론중재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긴급조정’ 제도 도입과 직권조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현행법상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중재부에서 신청인(피해자)의 주장이 이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신청 후 21일 이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긴급조정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하는 당사자가 이의를 신청할 때 그 결정은 효력이 상실되고 자동적으로 법원에 소송이 제기돼 결국 ‘길고도 지리한’ 사법절차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일반 시민으로서는 이렇게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길고도 지리한 사법절차로 돌입하는 상황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언론 피해자가 신속하고 간편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중재부의 직권조정결정이 내려지는 경우 언론사 이의신청에 의해 효력이 상실되는 현행 법규정을 개정해 사법부의 재판과 같은 법적 효력까진 미치지 못하더라도 간접적으로라도 피해구제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직권조정결정이 있는 경우 언론사가 이의신청하여 법원의 재판절차로 가게 되더라도,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해당 언론사(포털 포함) 기사에 직권조정결정 내용이 눈에 잘 띄는 방식으로 표시되도록 강제하고, 직권조정결정이 있었음에도 직권조정결정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에는 배액배상 대상이 되게 하는 등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한 “21일 이내”라는 기간도 단축시켜야 할 긴박한 사정이 있을 경우 언론 피해자가 ‘긴급조정’을 신청하고 그 사유가 인정될 경우 긴급조정 담당 중재부가 긴급조정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그 효력은 직권조정결정 정도의 효력을 인정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될 경우 언론 피해자의 과도한 소송비용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국가의 소송비용 지원이 가능한 제도인 기존 ‘소송구조’ 제도에 특칙을 둔다던지, 확정판결 후 부담하는 소송비용 산정시 특칙을 두는 방식도 적극 모색될 필요가 있다. 다수의 피해자가 있을 경우 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미 매우 심각한 상태에 도달해 있는 허위·조작 정보나 혐오·차별 표현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결국 해결 방안은 “온라인플랫폼 등 사업주체들에게 유형에 따라 불법 콘텐츠 대응 및 투명성 확립의무를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인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의 접근방식을 원용하면서 더 나아가 EU DSA 한계를 넘어서는 ‘한국형 DSA’를 만들자는 접근법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윤석열 정권에 의한 내란 범죄는 123일에 걸친 ‘빛의광장’ 시민항쟁과 국회 협업으로 윤석열 파면에 이어 조기 대선을 통한 새로운 국민주권정부 출범으로 일단락되었다. ‘빛의광장’ 시민들은 윤석열 즉각퇴진, 내란청산, 사회대개혁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웠고, 사회대개혁 주요 내용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이었다. 언론개혁의 핵심은 방송 등 미디어의 공공성·독립성·내적 민주성을 확립하는 과제로 볼 수 있다. 방송3법 개정에 이어 후속 언론개혁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광장시민들과 국회, 국민주권정부의 허심탄회한 협업이 진정성 있게 추진되기를 희망한다.

📔 민언련 칼럼

민언련 칼럼은 시민사회·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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