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리포트] 망국적 ‘아파트 양극화’가 노동 의욕마저 사라지게 한다. 부동산을 잡아야 개혁 동력이 생긴다. 하지만 ‘(서울) 표심’은 더 어려운 과제다! (⌚6분)
민주당 의원 진성준과 비영리 연구단체 ‘토지+자유연구소’가 부동산 시장 안정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조세·공급 정책을 제안했다.
1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줄이는 쪽으로 세제를 개편하고, 법인의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확대를 통해 주택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이재명 정부는 금융 규제를 통해 부동산 수요를 억누르려 하지만 서울 주택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다. 주택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상승세가 일시 꺾였다 다시 상승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 민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값·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부문 개혁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 진성준 의원실이 의뢰해 토지+자유연구소가 지난 26일 발표한 정책연구보고서를 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임금보다 3.2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아파트 평균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 자치구와 가장 낮은 자치구 사이 격차는 2015년 3.5배에서 2025년 4.9배로 확대됐다.(아래 그래프.)
- 진성준 의원실 정책연구보고서 ‘부동산 불평등 완화와 생산적 경제로의 전환’은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만든 ‘서울 아파트 불평등 지도’도 공개됐다.

부동산 세제 개혁: 토지 보유세 강화, 건물 보유세 완화.
- 보고서는 세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 첫째는 세제 개혁이다. 보유세 강화 없이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수반한 서울 주택 가격 상승 및 폭등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서울 집값을 잡지 못하면 부동산이 초래한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도 어렵다.
- ‘보유세’는 토지 보유세와 건물 보유세로 분리하라. 토지 보유세는 모든 토지를 합산해 누진 과세하되 점진적으로 강화하라. 건물 보유세는 *비례세*로 하고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라. 한정된 토지의 과다 보유를 억제하면서도 건물의 생산적 공급은 촉진하기 위함이다.
- ‘양도소득세’와 관련,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축소하라. 현재 1주택자는 보유·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소득세가 크게 줄거나 비과세 처리된다. 대표적으로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최대 80% 공제’에서 비주택과 동일하게 ‘15년 최대 30% 공제’로 전환하라.
- ‘취득세’는 부동산 가격과 거래 안정 후 인하를 검토하라. 취득세는 세율 자체가 높진 않다. 부동산 가격 자체가 비싸고 거래 빈도가 높기 때문에 GDP 대비 취득세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이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개혁하면 취득세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취득세율 인하는 그 이후 검토하라.
📌 비례세.
소득, 재산 등 과세표준 규모와 무관하게 일정한 세율을 적용하는 세금 구조. 세액이 과세 대상에 정확히 비례해 증가한다. 세율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계산이 단순하고 예측이 가능하다. 반면, 누진세는 소득이 증가하면 세율이 커지며, 부의 재분배 효과가 있다.
📌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현재 비과세 요건에 해당하면 1가구 1주택자는 양도가액 12억 원 이하로는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12억 원을 넘는 고가주택의 경우도 초과분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낸다. 그때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통해 최대 80%까지 양도 차익 공제를 받는다.

“법인의 부동산 투기, AI 경제 전환의 장애물.”
- 둘째는 법인의 부동산 투기 방지다. 법인에 제공한 양도소득세·보유세의 과도한 혜택은 축소 내지 폐지해야 한다. 법인의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분리과세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 현재 법인은 양도소득을 법인소득에 합산해 법인세로 부담한다. 개인에게는 분리과세를 적용해 중과세하고, 법인에는 법인세에 합산해 상대적으로 낮게 과세한다.
- 보고서는 “현재 법인 양도소득 과세 방식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인 양도 차익을 노력 소득, 즉 생산 소득처럼 취급하면서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라며 “이는 기업의 토지 보유·매입을 과도하게 유리한 선택으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기업의 토지 투기를 유인한다”고 지적했다.
- 보고서는 한국 기업(법인)의 *총고정자본형성 대비 토지 순취득 비율*이 OECD 평균의 약 9배에 달한다며 “기업의 토지 투기 관행이 50년간 지속되면서 기업 자금이 생산적 기술 혁신이 아닌 지대 추구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한 후 “AI 중심의 차세대 기술 경제 전환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 총고정자본형성 대비 토지 순취득 비율.
기계, 건물, 생산 설비 같은 기업의 고정자산 투자 총액 가운데 토지만 새로 매입한 규모를 비율로 나타낸 지표. 이 비율이 높으면 생산성 투자보다 투기성 자산 축적이 많음을 의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이 답이다.”
- 셋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을 확대하라.
-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공공이 토지를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 형태다. 제대로 설계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서울과 수도권에 꾸준히 공급하면 자가 보유율과 주거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개발 이익을 꾸준히 환수해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
- 종래의 주택 공급은 개발 이익을 사유화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대규모 부채를 유발하는 정책이었다. 이와 달리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 임대료를 시장 토지 임대료의 70~80%로 유지하고, 재건축 시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충분한 사용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기할 만한 ‘아파트 양극화’ 기록.
- 보고서가 밝힌 ‘아파트 양극화’ 수치 중 일부다.
- 지난 10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4.9억 원에서 10.8억 원으로 122% 증가. 같은 기간 임금 노동자 평균 임금은 230만 원에서 321만 원으로 38%(경제활동인구조사) 증가. 임금 증가 속도보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속도가 3배 이상 빨랐음.
- 서초·강남·용산구는 10년간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액이 10억 원을 초과. 상승액이 가장 큰 서초구는 평균 가격이 14.9억 원 상승. 서초구 아파트 보유자는 연평균 1.5억 원의 자본이득 발생.
- 서초구 아파트 1채의 연평균 자본이득 1.5억 원은 같은 기간 평균 임금의 4.3배에 해당.
- 보고서는 “서울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같은 기간 평균 임금의 4배 이상의 불로소득을 누리는 것은 노동 가치의 심각한 평가절하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

- 10년간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구는 성동구(178%). 이 수치는 같은 기간 임금 상승률의 4.7배. 가장 낮았던 구는 도봉구(72%).
- 10년간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상승 가격은 14억 원이었지만 이 가운데서도 압구정동은 무려 37억 원이 상승. 연평균 3억 7000만 원이 상승한 것으로 같은 기간 평균 임금의 10배 이상 자본이득이 발생.
- 압구정동·한남동·잠원동·반포동 등 기존에 이미 최고가였던 지역이 상승률 또한 높았음. 이들 지역의 상승률은 200% 내외로 10년간 가격이 3배 또는 그 이상이 됐음.
- 강남 3구 아파트 시가총액을 합하면 762조 원. 이는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 1957조 원의 39% 규모. 여기에 용산구를 더하면 42.9%로 증가.
-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이 높은 곳의 점유율은 더 오르고 낮은 곳의 점유율은 더 낮아지는 양극화 현상이 강화돼 왔다.” 실제 도봉·노원·강북구 등은 시가총액 점유율이 감소, 성동·마포·용산·강남 등지의 점유율은 크게 상승.

표심과 연동된 세제 개혁, 가능한가.
- 진성준은 “부동산 불평등을 방치하고는 생산적 경제로의 전환이 어렵다”며 “보고서가 제안한 조세 및 공급 정책 대안이 국회와 정부 부처에서 논의돼 부동산 불로소득을 줄이고, 주거 안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은 ‘서울 표심’과 연동돼 있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성준의 진보적 정책 제안이 얼만큼 수용될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진보 진영에서 활발하게 논평하는 최병천(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진보·민주 진영은 종부세를 통해 보유세도 걷고, 부자 과세도 하고, 자산 불평등도 해소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과 다주택자 투기도 막고 싶어 한다”며 “종부세를 거시경제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고 비판한다. [관련 기사: 최병천의 경고, “정권 다시 잃고 싶은가, 종부세를 올려라.”]
-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역시 그동안 토지 임대료 부담, 시세 차익 미실현, 대출 어려움 등이 구조적 문제로 꼽혀 왔다. 시장 현실을 반영한 정교한 유인 설계, 조세 저항을 설득할 정권의 용기, 부동산 정책 신뢰 회복 등이 뒷받침할 때 ‘옳음’에도 힘이 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