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이 글은 전 편인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를 알았다’에서 이어집니다.)

인생의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버킷리스트
인생의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버킷리스트

휴직 기간 동안 버킷리스트 워크숍 활동 외에 캐나다 여행을 70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다. 아이 엄마는 일 때문에 함께 할 수 없었고, 오로지 아빠와 아이들만 함께 하는 여행이었다. 코로나가 유행인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다행히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이라 문제 없이 떠날 수 있었다. 엄마 없이 하는 여행이라 아이들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얻는 것도 많았다. 아이들은 여행 내내 아빠인 내가 잘 모르고 있던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었다.

아이들과의 캐나다 여행 

여행의 매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밴프(Banff) 국립 공원에서의 캠핑이었다. 열 시간 넘게 운전해서 꽤 힘들게 간 곳이지만, 자연의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아이들과 빙하도 만져보고, 지나가는 곰과 만나는 호사(?)도 누릴 수 있었다(물론 그 상황이 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한참 뒤에서야 알았지만). 밴프 야영장에서는 캠핑을 하며 음식도 만들어 먹고 ‘불멍’도 했다. 캐나다 대자연 속에서 하는 캠핑이라 더욱 특별했다.

밴프 국립공원
밴프 국립공원

아이들과 나는 밴프에서의 경험이 너무 좋아 또 다른 국립 공원에서 하룻밤을 더 머무는 계획을 세웠다. 지도를 보니 다음 행선지 중간쯤에 있어 일정을 살짝 비틀어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캐나다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운전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실감하고 말았다. 분명 지도상으론 가는 길목처럼 보였는데, 꽤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차도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을 홀로 운전하는데 ‘멘붕’의 감정이 수시로 올라왔다. 아이들 앞이라 티를 내진 못했지만 낯선 길을 운전하는 게 무척 두려웠다. 특히 주유소를 찾느라 헤맬 때는 기름이 바닥나 이러다 차가 멈추는 건 아닌가 싶어, 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제대로 가는 건 맞는지, 비포장도로를 가다 차가 멈춰버리는 건 아닌지,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긴장하며 운전했지만 결국에는 주유도 하고, 차도 잘 버텨주어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머릿속으로 걱정했던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힘들었던 여정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우리는 그곳에서 셀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별을 보았고, 또다시 환상적인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운전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온다. 그만큼 힘들고 두려운 순간이었다.

캐나다 여행은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내비게이션이다. 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그래서 가는 길을 안내받을 수 없었다면, 우리의 여행은 안전했을까? 아마도 우리는 미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내비게이션 덕분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버킷리스트’라는 삶의 내비게이션 

아무리 까마득하더라도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은 결국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버킷리스트 얘기를 하다가 캐나다 여행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바로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버킷리스트가 하기 때문이다.

워크숍에서 20대 대학생 한 분을 알게 되었는데, 90년대 생인 그녀는 또래들과는 조금 달랐다. 요즘 대학생들이 즉흥적이고 욜로(YOLO) 라이프를 즐길 거라는 내 생각과 달리 그녀는 계획 세우기를 좋아했고,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었다. 본인도 스스로 자신을 자신을 특이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2년 동안 워크숍에 참석했던 그녀와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녀는 버킷 100개가 자신에게 내비게이션 같은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내비게이션 하나를 장만한 기분이 들었어요.”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네비게이션 혹은 버킷리스트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네비게이션 혹은 버킷리스트

그녀는 2년 동안 썼던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내비게이션에 비유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 진짜로 가야 할 길이 어딘지 몰라 막막했던 그녀는 칠흑 같은 바다에서 저기 멀리 등대 불빛은 보이는데, 어떻게 배를 몰아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서부터는 100개의 버킷을 보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게 됐고, 단계별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목록화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영어 점수도 새로 따고, 자기소개서도 업데이트하고, 지도 교수와 면담도 하는 등 체계적으로 자신의 길을 정리해갔다. 그러면서 평생 숙제 같은 다이어트도 같은 방식으로 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독에 가까웠던 탄산을 끊는 일, 조금씩 운동의 양을 늘려가는 일 등, 이 모두가 100개의 버킷을 쓰면서부터 가능했다고 전해주었다.

버킷에 담은 ‘도전’ 그리고 ‘글쓰기’와 ‘운동’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도 휴직을 막 시작하고 썼던 버킷리스트가 생각났다. 맨 처음 버킷리스트를 썼을 때는 내가 ‘성장’을 바란다는 것을 깨닫고 휴직을 선택했지만, 휴직을 하고 나서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 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를 재차 써보면서 그런 마음을 떨쳐낼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지인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바로 그 시간이었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을 썼고, 몸과 마음의 체력을 기르기 위한 글쓰기와 운동을 버킷으로 썼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누구고, 그들과 함께하면 좋을 일도 포함시켰다. 그렇게 쓴 버킷리스트는 휴직 기간 나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버킷리스트에 써놓은 크고 작은 일들을 하나씩 옮기다 보니 첫 번째 책도 낼 수 있었고,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꿈에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 모두가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쓴 버킷리스트가 내비게이션 역할이 되어 준 덕분이었다.

‘성공의 표준 공식을 깨는 비범한 승자들의 원칙’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다크호스』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길을 떠나는 이들을 ‘다크호스’라 명명한다. 다크호스는 사회가 정한 룰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충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만족감이 큰 편이다. 그래서 요즘처럼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중요시하는 세상에서는 다크호스형 인간으로 살아가는 게 꼭 필요해 보인다. ‘다크호스’의 작가는 충족감을 느끼면서 그것이 사회적으로도 우수하게 평가받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당장의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목표들을 수행하면서 자기 이해를 하게 되면, 자신의 진정한 개개인성에 더 잘 맞는 새로운 차원의 선택들이 눈 앞에 펼쳐질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

지금 당장의 목표에 집중할 것!
지금 당장의 목표에 집중할 것!

어딘지도 모르는 막연한 목적지를 향해 애쓰기보다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목표를 두고 하나씩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 버킷들을 하나씩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당장 할 수 있는 목표를 수행하는 일이다. 도장 깨듯 하나씩 시도하는 것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계기가 되고 내가 원하는 삶으로 나를 인도한다. 책 속의 다크호스형 인간들이 그랬듯이 따라오는 충족감은 당연한 귀결이 된다.

나를 목표로 이끄는 ‘버킷 쓰기’ 

2021년 현재, 나는 버킷 쓰기를 습관으로 만들어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지도로 만들어가고 있다. 2018년부터 써왔으니 올해로 4년째 버킷리스트를 쓰고 있다. 해가 거듭되면 될수록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해지는 것 같다. 마치 내비게이션이 업데이트되면서 좀더 정확하게 내가 가야할 길을 안내받는 기분이 든다.

여전히 ‘내가 원하는 삶’이라는 큰 주제가 버겁기는 하다. 그렇지만 새로운 도전으로 나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설레는 기분이다. 회사 가는 게 죽기보다도 싫다는 감정이 사라진 지는 오래 전이고, 삶에서도 일에서도 내가 존재해야 할 이유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 모두를 다 찾았다고 할 수 있다. 나에게 좋은 길을 안내해 준 그리고 앞으로도 안내할 버킷리스트가 고맙다. 그 끝이 어떤 곳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곳일 거라는 믿음이 있다.

다음 글부터는 버킷 100개 쓰기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앞에서도 밝힌 것처럼 100개의 버킷 쓰기를 한 번에 완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4년째 버킷 쓰기를 하면서 그리고 워크숍이라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하면 버킷 쓰기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하려고 한다.

 

(계속) 

 

[divide style=”2″]

[box type=”note”]

이 글은 필자가 쓴 책 [결국엔, 자기 발견: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하고 싶은 일 100가지 버킷리스트 쓰기] (2021. 12. 좋은습관연구소) 중 일부를 저자 및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총 6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2022년 새해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편집자)

#. 결국엔, 자기발견 

  1. 하고 싶은 일 100가지 쓰기, 버킷리스트를 만나다
  2.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를 알았다
  3. 버킷리스트는 인생의 내비게이션
  4. 버킷리스트 쓰기 연습: 하루 5분 종이 위에 써보기
  5. 3년 뒤 멋진 내 모습을 상상해보자
  6.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에 집중하기

[/box]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