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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 편인 ‘버킷리스트는 인생의 내비게이션’에서 이어집니다.)

 

버킷리스트

안드레스 에릭슨은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우리가 어떤 일에 무조건 1만 시간을 투여한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노력과 훈련이 수반되어야 전문가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투적인 연습만 하는 1만 시간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이는 비단 전문가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꼭 1만 시간이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의 의식적인 노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글쓰기도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주구장창 글을 쓴다고 매일 꾸준히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실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체계적인 훈련과 목표가 구체적이고 충실할 때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100개를 쓰는 것에도 충실한 연습과 훈련이 가미되면 좀 더 훌륭한 버킷리스트가 완성된다. 그렇다고 1만 시간을 들여서 버킷리스트 쓰는 연습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몇 개의 글을 통해서는 버킷리스트를 잘 쓰기 위해 어떤 것에 주의하고 평소에 어떤 연습을 해두면 좋은지 설명해 보겠다.

1. 의식적인 연습 

버킷 쓰기를 잘하는 첫 번째 방법은 앞서 설명한 대로 조금은 의식적인 연습부터 해보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할까? 이렇게 의문을 가지는 분도 있겠지만 막상 버킷 100개를 처음 써보는 분들의 경우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는 것 자체를 굉장히 어려워한다.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버킷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를 어색해한다. 특히 1년이라는 제한 사항은 큰 장벽처럼 느낀다. 평생 하고 싶은 일 100개를 채우는 것도 버거운데 1년 동안에 하고 싶은 일을 100가지나 쓰라니, 엄청난 높이의 산이 눈앞에 딱 나타난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연습이다.

버킷 쓰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연습이라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있다. 아시다시피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난 한 해였다. 코로나로 모든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웠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줌(Zoom)이나 오픈채팅방 등 비대면 미팅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던 중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30일 프로젝트》라는 비대면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30일 프로젝트는 10명의 리더들이 미션을 정해 소그룹을 만들고, 30일 동안 온라인을 통해 약속된 미션을 ‘꾸준히’ 수행하는 모임이었다.

'30일 프로젝트' (출처: 서울문화재단) 사진은 2019년 결과공유회 카드뉴스 중 하나. 필자가 참여한 건 2020년. (편집자)
’30일 프로젝트’ (출처: 서울문화재단) 사진은 2019년 결과공유회 카드뉴스 중 하나. 필자가 참여한 건 2020년. (편집자)

프로젝트에서 내가 만든 미션은 ‘연말까지 하고 싶은 일을 매일 기록하기’였다. 한 해의 절반 이상이 흘렀지만, 30일 프로젝트라는 기회를 이용해 9월부터 12월까지 남은 넉 달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다시 한번 적어보고 실행에 옮겨보자는 취지였다. 총 서른 명이 모였고, 이들과 같이 남은 연말까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매일 하나씩 찾아보기로 했다. 5분 정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그것을 짧게 글로 남기는 것이었다.

리더이기도 했지만, 나 역시 잊지 않고 하나씩 하고 싶은 일을 매일 적었다. 그렇게 30일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참여자들은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다들 만족해했다. 적기만 했는데도 기분이 좋아졌다는 분도 있었고, 적었던 것을 직접 실행에 옮기면서 ‘성취감’까지 맛본 분도 있었다. 덕분에 나도, 참여자분들도 코로나로 엉망진창이 된 한 해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다.

참여자들의 후기를 보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참여자 대부분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막연한 생각은 갖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상이 언제나 틀에 박힌 듯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볼 여유도,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었다. ‘퇴사를 하고 싶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 ‘여행하며 살고 싶다’처럼 어떤 바람만 있을 뿐이었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기회는 없었다.

그러다 프로젝트를 통해 매일 5분 동안 했던 고민이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좋은 연습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서른 번의 연습이 끝난 뒤에는 모두가 이전보다 훨씬 더 자신에 대한 믿음과 강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아마 이들에게 버킷 100개 쓰기를 제안했다면 그들은 쉽게 버킷 쓰기를 해냈을 것이다. 일종의 의식적 연습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생각과 계획은 전혀 다른 것이다.
막연한 생각과 구체적 계획은 전혀 다른 것이다.

2. 종이에 기록하기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종이에 기록해 보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생각만 해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각만으로는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 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기록을 하게 되면 조금은 다른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이는 나의 바람을 실체가 있는 유형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나아가 뇌가 기억하도록 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나만의 버킷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마음을 열어 주는 101가지 이야기』의 잭 캔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은 내 바람을 정리할 때 기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꿈과 목표를 종이 위에 기록하는 것, 그것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즉, 생각하는 연습과 기록하는 연습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생각은 기록을 통해서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게 되고, 기록은 생각을 확장시켜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생각과 기록’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연습하는 하나의 세트라 할 수 있다.

연습 방법은 간단하다. 하루 5분 시간을 내서 내가 일년 동안 하고 싶은 100가지가 무엇인지 하나씩 종이 위에 직접 써보기.
연습 방법은 간단하다. 하루 5분 시간을 내서 내가 일년 동안 하고 싶은 100가지가 무엇인지 하나씩 종이 위에 직접 써보기.

하루 5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연습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일을 쉽게 하도록 만들어준다.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은 퇴화한다’는 뜻을 지닌 용불용설(用不用說)이라는 말처럼,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쪽의 촉수가 더 예민해진다. 그러니 처음부터 무턱대고 100개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것보다는 내가 뭘 원하는지 고민하고, 그것을 하나씩 기록하는 연습이 버킷 100개 쓰기를 성공적으로 하는 방법이 된다.

이시형 박사님은 『어른답게 삽시다』에서 이런 말씀을 한 적 있다.

인생의 즐거움은 애써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삶을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어떤 선택이라도 할 수 있을 게 아닌가. 그러려면 멈춰 서야 한다. 열심히 하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그 자리에 멈춰서라. 그래야 새로운 것을 볼 여유가 생긴다.” (이시형)

인생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잠시 멈춰 서라는 박사님의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다. 바쁘게 사는 게 미덕인 세상에서 잠시 멈춘다는 것이 힘든 일인 줄 알지만 그게 얼마나 필요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잠시 멈춰 서는 시간을 활용해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진실된 나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인생의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은 덤이나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쓴다는 것은 꽤 힘이 드는 작업이다. 더군다나 한 해 동안 해야 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이 있다. 100개라는 숫자에 압도돼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에 다 써 보려고 애쓰지 말고, 시간을 두고 매일 조금씩 칸을 채워 보면 좋겠다. 천천히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기록하는 연습을 해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하나둘 확장되는 게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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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쓴 책 [결국엔, 자기 발견: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하고 싶은 일 100가지 버킷리스트 쓰기] (2021. 12. 좋은습관연구소) 중 일부를 저자 및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총 6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2022년 새해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편집자)

#. 결국엔, 자기발견 

  1. 하고 싶은 일 100가지 쓰기, 버킷리스트를 만나다
  2.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를 알았다
  3. 버킷리스트는 인생의 내비게이션
  4. 버킷리스트 쓰기 연습: 하루 5분 종이 위에 써보기
  5. 3년 뒤 멋진 내 모습을 상상해보자
  6.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에 집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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