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딱 한 번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리에 나와 켠 단 한 번의 촛불
2005년 12월 겨울이었다. 개방형 이사제와 공익 감사제를 골자로 하는 사학법 개정안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직권상정해 통과(소위 ‘날치기’)시키자 당시 한나라당 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사학법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그리고 거리에 나와 장외투쟁을 주도했다.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투쟁의 수위가 높아지고, 민생법안 처리 지연에 관한 비판적 국민 여론이 높아지자, 여야는 2007년 7월 로스쿨법을 건네주고, 사학법 재개정을 받는 ‘빅 딜’에 합의한다. 그렇게 사학법 개혁은 수포로 돌아갔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탄생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로스쿨을 얻었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사학(의 경영권)을 ‘수호’했다.
‘종전이사’ 개념을 발명해 비리재단 복귀에 길 터준 대법원
이보다 조금 앞선 2007년 5월, 대법원은 ‘종전이사’라는 법률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발명’하여 비리로 퇴출당한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가 다시 사학에 돌아올 길을 터줬다. 정(식)이사도 아니고, 임시이사도 아니며, 설립자도 아닌 ‘종전이사’라는 개념은 2007년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이다. 이로써 과거 비리로 쫓겨난 재단 관계자가 사학 운영과 관련해 재판할 수 있는 자격(재판 적격)을 인정했고, 그렇게 쫓겨났던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들은 ‘법’에 의해, 대법원에 의해 다시 부활한다.
[box type=”info” head=”종전이사란? “]”학교법인의 경우 구 사립학교법상의 임시이사가 선임되기 전에 적법하게 선임되었다가 퇴임한 최후의 정식이사”(대법원 판결문)를 말한다. 즉, 쉽게 말해 비리로 퇴출당한 이사들도 종전이사에 해당할 수 있다. 상지대 경우에 김문기 씨가 대표적이다. 종전이사라는 개념은 대법원이 2007년 상지대에 관한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처음 창안한 것으로 비리로 퇴출당한 이사들이 사학에 다시 복귀하는 길을 터줬다. [/box]
대법원 판결과 한나라당의 결사 항전을 방불케 한 장외투쟁, 사학과도 불가분인 보수언론의 집중 지원 사격과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무능력이 결합했다. 그렇게 죽지 않는 좀비, 비리재단 컴백쇼가 시작했다. 단 한 번도 개혁되지 않은 ‘성역’인 사학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은 이토록 완강한 것이었고, 그 결과는 입시 부정과 공금 유용 등 사학이 저지를 수 있는 온갖 비리의 ‘백화점’이었던 비리재단의 복귀였다.
‘사학비리 백화점’ 김문기의 화려한 복귀
그리고 2014년 사학 비리재단의 컴백쇼는 그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특히 ‘사학비리 백화점’으로 불렸던 김문기 씨는 임시이사 체제에서 민주 사학의 모범으로 성장해왔던 상지대에 비리재단의 죽지 않는 망령이 되어 다시 돌아왔고, 급기야 총장으로 복귀한다.
그리고 김문기의 사람들로 장악된 이사회는 지난 6~7년 동안 상지대 교수협의회에서 비리재단 복귀 투쟁을 주도했던 정대화 교수(정치학)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 속전속결로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바로 그저께 일이다.
상지대 문제를 비롯한 사학비리 투쟁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정대화 교수에게 다시 현안으로 떠오른 상지대 사태와 더불어 사학 비리재단 문제의 원인과 그 해법을 물었다.
정대화 교수 인터뷰
– 김문기 측에게 두 번씩 고소당했던 처지라서 남 일 같지 않다. (명예훼손, 무혐의)
민노씨, 어떻게 지내나? 오랜만이다.
– 비리재단 백화점으로 불렸던 김문기 씨가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했는데.
그렇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참고 기사: 한겨레, 황우여의 ‘비정상’ 김문기 컴백 방치)
– 더불어 김문기 씨가 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했단 소식도 얼마 전에 들었다.
국회 국정감사 동안 잠시 피해 있었던 거다. 지금은 돌아와서 이사진을 장악한 상태다.
– 비리재단 복귀에 따른 사학 분쟁. 간단히 지난 경과를 정리해 달라.
사분위가 2010년에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들에게 과반수 이사를 준 뒤에 교육부 추천, 내부 구성원 추천 이사들을 단계적으로 이사회에서 축출했다. 즉, 정부가 사학 비리재단의 복귀를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과거 비리재단 복귀는 정부 정책의 결과물이다. 이를 수행한 건 사분위고, 사학을 관리 감독해야 할 교육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지난 5~6년 동안 사분위와 교육부의 교육 정책은 그야말로 파산 상태다. 그리고 그 상징이 상지대다.
– 2007년 대법원 판결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 아주 중대한 판결이다. 대법원 판결은 기존 임시이사와 정이사 체제를 무너뜨리고, 법에도 없는 ‘종전이사’라는 새로운 개념을 발명함으로써 비리재단 복귀의 길을 터줬다. 그 배경은 이렇다. 쫓겨난 비리재단(관계자)는 해당 사학의 운영과 관련해 소송할 권리가 없었는데, 대법원은 종전이사라는 개념을 창안해 소송할 권리를 인정했다.
또한 이 대법원 판결은 과거 비리재단과 협의하지 않고서는 임시이사와 정이사가 될 수 없도록 했다. 종전이사라는 개념은 기존 법률의 허점을 악용해서 설립자도 아니고, 정이사도 아니고, 임시이사도 아닌 새로운 이사를 만들어서 과거 비리재단이 복귀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길’을 마련한 셈이다.
– 현재 상황은 어떻게 진단하나.
야당은 제역할 못하고, 여당은 침묵으로 동조하며, 정부는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 상지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시 분쟁에 휘말린 사학들이 많은데.
그렇다. 상지대뿐 아니다. 과거 비리재단으로 몸살을 앓던 사학들, 교육부의 임시이사 파견으로 정상화 과정을 밟아오던 사학들이 지난 5~6년 사이에 다시 비리재단 복귀로 다시 극심한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사학 분쟁을 조정하는 곳이라는 사분위는 오히려 이런 분쟁을 부추겼고, 교육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 비리재단 복귀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학교들은 어디 어디인가.
경기대, 세종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조선대, 영남대, 서일대 등이다. 대구대에는 다행스럽게도 교육부에서 임시이사를 다시 파견했다. 사분위 체제에서 임명된 정이사를 교육부가 전원 해임했다. 대구대 케이스가 사학 문제 해법의 단초다. 우리(상지대)도 대구대처럼 임시이사 파견을 교육부에 수년째 요청하고 있다. 대구대는 수용됐고, 상지대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도 학교 사정(비리재단의 복귀가 문제라는 점)은 뻔히 알고 있다.
– 상지대를 비롯한 비리재단 복귀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일단 상지대 경우에는 김문기가 총장을 사퇴하고, 교육부가 현 이사진을 해임해 임시이사를 파견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현행 법제상 총장 사퇴에 교육부가 관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김문기 씨가 사퇴하면 좋겠다고 의견만 제시한 상태다. 단, 이사진은 교육부가 해임할 수 있다. 학내 분규를 야기하고, 그것을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이사진 해임이 가능하다.
– 교육부의 정책 의지 문제라는 의민가.
그렇다. 교육부의 정책 의지 문제다. 교육부가 칼을 빼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 상식적으로도 어떻게 과거에 온갖 비리를 저질렀던 자들이 다시 학교에 복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만은 교육 부패를 저질렀던 자는 다시 학교로 복귀가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유럽은 사학 자체가 별로 없고, 아주 뚜렷한 목적으로 특성화한 교육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학은 어떤가? 가족이 참여하는 “가족경영형” 가족기업이라고 보는 게 맞다. 가족과 그 측근들이 이사진을 장악해 주요 보직들을 나눠 먹는다.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벌어진다.
– 김문기 씨가 장악한 이사회에 의해 직위해제 당했는데.
징계 수위는 파면, 해임, 정직, 감봉, 견책 순으로 세다. 직위해제는 징계 과정에서 징계대상자를 일단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교육부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파면이나 해임에 관해서는 절차적으로 구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교원소청심사위에서 구제되더라도 비리재단들이 복직을 안 시키면 그만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한 제재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말이다.
– 파면이나 해임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나.
당연히 그렇지 않겠나.
– 상지대 내부 상황은 어떤가.
교수협의회 중심 교수들 대부분은 김문기 퇴출에 뜻을 모은 상황이다. 현재 대학 보직을 담당한 교수들은 김문기 쪽으로 붙거나 눈치 보기 하는 교수들인데, 다행히도 절대다수 교수가 김문기와 비리재단 퇴출에 뜻을 모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뜻을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교수들이 많지는 않다. 상지대 전체 교수의 수가 260여 명 정도인데, 행동에 뜻을 함께하는 분은 40~50명 정도다.
– 상지대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
“말도 안 된다.”, “아, 짜증 나” 이런 분위기다.
– 단식농성 중이라고 안다.
상지대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3일째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다. 총학생회장을 포함해 학생 6명과 함께 비리재단 복귀 반대의 뜻을 단식농성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box type=”note”]비리재단으로 인한 사학 분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몰상식과 비합리를 묵인하는 사이에 퇴출당했던 비리재단이 어느새 학교를 ‘재접수’하고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사학 사정 1호로 지목되어 퇴출당한 김문기 씨의 상지대 ‘복귀’가 대표적입니다.
슬로우뉴스는 ‘상지대’ 사태를 비롯한 과거 비리재단의 사학 복귀 문제를 최선을 다해 독자들께 전해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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