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경영상 해고(= 정리해고)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쌍용차’ 판결에서 보듯, 여전히 경영상 해고의 칼바람에 노동자의 고용은 위태롭기만 합니다.
대통령도 약속한 경영상 해고 요건 강화와 고용 안정, 어떤 개정안이 가장 좋은 안일까요? 독자의 선택이 궁금합니다. 아래는 슬로우뉴스 편집팀의 한 줄 평가입니다.
- 권성동(새누리) 안: 해고회피 노력만으로 정리해고 문제 해결이 가능할까?
- 김성태(새누리) 안: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노선.
- 홍영표(새정치) 안: 정리해고의 행정적인 절차를 강화한 안.
- 심상성(정의당) 안: 현재의 정리해고는 이 개정안에선 불가능. 끝판왕.[/box]
사실, 공약에 있었다.
박근혜 공약인 ‘정리해고 요건 강화’
박근혜 대통령 공약을 보면, ‘정리해고 전 업무 재조정, 무급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해고회피노력 의무 강화’ 라고 명시되어 있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는 약간 다른 맥락이니 생략하겠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해고회피노력을 골자로 하는 경영상 해고 요건 강화를 말했다.
해고회피노력이 무엇이냐면, 2013년에 [무한도전]에서 경영상 해고를 다룬 적이 있다. 유재석 부장이 팀에 경영상 해고를 통보하자, 정준하 과장은 해고하지 말고, 팀원들의 임금을 서로 조금씩 양보하자고 말한다. 이것이 해고(를) 회피(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임금의 총량이 같다면, 인력을 유지하고, 각자의 임금을 줄이는 것도 해고를 피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단, 어쩔 수 없이 경영상 해고를 해야 한다면 말이다.
경영상 해고 요건 강화 = 근로기준법 개정 필수
위 공약에서 보이듯이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일단 근로기준법의 개정이다. 모두 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라고 외치고 있지만,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경영상 해고의 요건은 4가지가 있고, 그중에 어떤 요건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란 관전포인트가 있다.
-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사용자의 노력
-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과 그에 따른 해고 대상자 선정
-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대한 노동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 등
1. 권성동 새누리당의원 개정안
지난 가을, 우리 사회에 ‘휴일수당’의 존재와 가치를 크게 일깨워준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의안번호 11962)에는 경영상 해고와 관련한 개정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권성동 의원의 개정안은 근로기준법 24조1항 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관련한 조항은 현행을 유지하고, 사용자가 경영상 해고를 피하기 위해 근로시간의 단축, 업무의 조정, 전환배치, 순환휴직, 일시휴직, 전직지원·훈련, 여유(餘裕) 자산의 매각 등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통보하고, 협의해야 할 내용을 구체화하기도 하고 했다.
안타깝게도 현행 근로기준법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뿐만 아니라 경영상 해고를 피하기 위해 사용자가 이행해야 하는 노력(이하 해고회피노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고회피노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만약 경영상 해고 요건 강화를 이야기한다면, 그 핵심은 24조 1항 즉, 전가의 보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개정에 있다.
대통령 공약에 명시된 ‘기업 경영 악화 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회생을 할 수 있도록 하되,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정리해고 최소화 필요’를 곱씹어 보면, 결국, 이 문장에서 경영상 해고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일단 경영상 해고를 인정하되 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번 해고되면 재취업이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해고는 노동자와 가족, 그 지역까지 피해와 영향이 어마 무지하다. 따라서 경영상 해고는 일단 인정하고 그다음 문제는 그다음에 해결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또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한 관대한(?) 해석이다. 미래에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 악화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인정되고 있는 가운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줄이는 것이 경영상 해고 요건 강화에 시작이다.
백번 양보하여 기업의 도산을 피하려고 어쩔 수 없이 경영상 해고를 선택했다고 치자. 기업의 도산을 피하고자 경영상 해고가 첫 번째로 고려된다면 그것도 문제다.
2. 김성태 새누리당의원 개정안
다시 돌아와서, 같은 당의 다른 의원, 김성태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의안번호 4362)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앞에 ‘경영 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이란 조건을 추가했다. 그리고 해고회피노력을 구체화하고, 이를 근거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내용을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지금처럼 관대하게 해석하기는 지금보다는 어려울 것이고, 사용자가 경영상 해고를 24조1항에 근거해서 남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권성동 의원의 개정안과 김성태 의원의 개정안은 사용자로 하여금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 해고의 시기, 해고 예정 인원 등을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경영상 해고를 ‘노동자가 혹은 행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란 질문과 답변이다.
[무한상사]는 정준하 과장에게 해고를 편지 한 장으로 통보했다. 그냥 일방 통보했다. 그래서 이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3.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개정안
다음은 노동자와의 협의, 경영상 해고에 대한 행정적 통제 등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의안번호: 38)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홍영표 의원): 아래는 신설된 내용
-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의 요건 및 협의 절차 등을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으로 정할 수 있음
- 사용자는 노동자 대표에게 정리해고의 제안이유, 해고자의 수와 종류, 해고자 선정의 방법, 해고시행방법 등의 정보에 관한 문서를 제공해야 함
- 사용자는 노동자대표와 경영상 해고와 관련하여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해야 함.
- 사용자는 해고회피 계획, 전직을 위한 직업훈련의 계획, 전직 직업훈련기간 동안 임금의 지원, 우선 재고용계획 등의 내용을 포함한 재취업지원계획을 작성·제출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함.
현행 근로기준법에 없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경영상 해고와 관련하여 노동자나 노동조합과 합의 아니고 협의하도록 하고 있는데, 홍영표 의원의 개정안은 경영상 해고의 요건과 협의 절차를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영상 해고와 관련한 정보 공개와 사용자가 노동자와 협의해야 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협의가 이루어야 하는 결론의 수준을 명시하고 있다.
사법부는 경영상 해고를 교섭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지 않다. 경영상 해고를 위한 파업은 불법파업이다. 정부도 그렇다. 올해 3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보면, “기업 내부 유연성 확보 및 합리적 교섭 관행 정착” 이란 제목으로 효율적인 인력운용을 가로막는 노조 동의권 남용 등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여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높인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표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정부는 경영권에 대한 노동조합의 참여를 막아서고 있다. 사법부도, 정부도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참 싫어한다.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가 자신의 질병이 자신이 수행한 업무 때문에 발병했다는 인과관계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듯이, 경영상 해고가 왜 부당한지 해고당한 노동자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산재에서도 그렇듯이, 사용자는 ‘영업비밀, 경영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경영정보를 감춘다. 법률용어로 귀책사유가 없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경영권이란 미명하에 박탈하는 것이 경영상 해고이기 때문에 경영상 해고는 반드시 사회적으로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현실은 속절없다.
이 때문에 경영상 해고와 관련해 중요한 것이 노동자의 경영 참여와 경영정보의 공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엄격하게 제한되더라도,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해 정말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경영상 해고가 진행되더라도, 경영과 관련된 자료들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그래야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그 경영상 해고의 규모나 절차, 시기 등에 대해 적절하게 통제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이후에라도 해당 경영상 해고의 정당성에 대해서 검증할 수 있다. 정보공개는 경영상 해고에 대한 사회적 통제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4. 심상정 정의당 의원 개정안
마지막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자체를 강화하는 법안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의안번호: 465)은 24조1항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다른 내용도 많지만, 일단,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아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앞에 다른 조건을 추가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제한하는 법안은 몇 개 더 있다. 심상정 의원의 개정안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했다. 이렇게 되면 미래의 경영 악화로 인한 경영상 해고는 없다.
또한, 일정한 규모의 경영상 해고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개정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승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경영상 해고의 각 요건을 사용자가 잘 이행했는지 관리·감독하도록 했고, 앞서 설명한 개정안의 내용은 모두 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그보다 더 많다. 자세한 설명은 지면의 한계로 생략한다.
경영상 해고의 사회적 기준 어떻게 세울 것인가
여기까지 경영상 해고와 관련한 근로기준법의 주요 쟁점이다.
쌍용차 경영상 해고에 대한 재판(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한 바로 그 재판)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우리는 25명의 목숨을 잃은 비극을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 경영상 해고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기준의 핵심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한 제한과 경영상 해고에 대한 행정적, 사회적 통제이어야 한다. 잊지 말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경영상 해고의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
이것은 긴박한 사회적 필요이다. 누군가를 경영상 해고를 경영권과 노동3권의 충돌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경영상 이유로 인해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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