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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 슬로우뉴스가 본 2014년 (미디어 부문)

2015년 새해가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새로움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고, 숫자가 바뀐다고 생겨나지 않습니다. 고통스럽지만 지난 과거를 응시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성찰과 돌아봄의 연속선 위에서만 새로운 출발은 가능합니다.

슬로우뉴스가 바라본 2014년을 ‘미디어, 정치, 사회, 테크(IT), 경제/노동, 문화, 사람’으로 나눠 돌아봅니다. 각 영역을 상징하는 키워드와 편집팀이 선정한 10대 뉴스를 정리하는 ‘돌아봄’으로 2015년 새해를 맞이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미디어 영역에서 2014년 한 해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몰락’(沒落)이다.

SnaPsi Сталкер, Collapsed, CC BY NC SA https://flic.kr/p/5k5bcs

SnaPsi Сталкер, “Collapsed”, CC BY NC SA

전체적 흐름은 유지되었지만, 문제를 노출한 영역에서 몰락은 가속화했다. 지난 수년간 흐름을 기술, 정치, 문화로 분류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기술적 흐름: 온라인 매체 압도, 종이 매체 사업성 감퇴, 모바일 환경
  • 정치적 흐름: 공영매체 경영에 친정권 성향 노골화, 극우 종편 정책적 우대
  • 문화적 흐름: 소셜망 결집 경향, 동류집단 유통 정보 가속화, 스낵컬쳐

MBC 교양국 해체라는 인사 전횡을 필두로 공영방송 뉴스와 교양의 공적 보도 기능이 심각하게 무력화됐다. 이 경향은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보도에서 앙상한 실체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상파의 몰락과 정체를 틈타 케이블 방송국은 적극적인 콘텐츠 실험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며 여러 작품을 히트시켰다.

한편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판에서는,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에 너도나도 자신들의 매체를 적응시키기에 바빴다. 빠른 적응만큼이나 부작용 역시 빠르게 나타났다. ‘큐레이션’을 내세워 빠르게 인지도를 높인 일부 매체들이 개인 콘텐츠를 무단 강탈하거나 확인도 없이 정보를 복사하기(소위 “우라까이”) 바쁜 모습을 보였다.

국제적으로는 온라인 소셜망의 힘을 테러 참가자 모집에 성공적으로 악용한 ISIS의 매체 전략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사주의 전횡을 극복하고 새롭게 시작한 한국일보가 ‘반칙 없는 뉴스’를 기치로 걸고 디지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새 사이트를 내밀었으며, 포털서비스 다음은 ‘뉴스펀딩’ 사업을 개시하는 등 긍정적 모습 역시 적지 않았다.

2015년은 산업적 현실과 뉴스의 공적 기능의 (부)조화와 (불)일치가 더욱 가혹하게 시험받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슬로우뉴스 편집팀이 뽑은 2014년 한해 가장 주목할만한 미디어 부문 10대 뉴스는 다음과 같다. (득표순)

1. 지상파 공영방송의 보도/교양 품질 급락

세월호 국면에서 보도 통제 논란에 휩싸였던 KBS, 아예 교양국을 해체한 MBC 등 지상파 공영방송의 보도/교양에 대한 적신호로 볼 만한 사건들이 이어졌다. 이런 추락은 실제로 언론 신뢰도 설문조사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났다.

2. 매체의 개인콘텐츠 무단 도용 기승

매체가 개별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저작자의 의향을 반영하지 않거나 아예 콘텐츠의 출처까지 흐리는 것은 큐레이션이 아니라 단순한 도둑질이다. 페이스북에서의 바이럴 히트를 목표로 물량공세를 하는 서비스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며, P매체, S매체 등이 그런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적당한 바 있다. 장물 전시회에 대한 독자들의 거부가 필요한 시기다.

다음 스토리볼 안에서의 피키캐스트 저작권 표시 예

다음 스토리볼 안에서의 피키캐스트 저작권 표시 예 (참고로 “소중한 저작권을 보호해주세요”는 ‘다음 스토리볼’에서 지원하는 기능이다.)

3. ISIS 미디어 전략의 비극적 성공

급부상한 중동의 테러집단 ISIS가 세련된 미디어 전략, 특히 소셜미디어 활용으로 세계적으로 인력을 모집해내서 화제가 되었다. 대상층을 세분화하고, 정보성과 유대감을 적절히 배합하며, 나아가 온 세계의 취약한 잠재적 지지자를 공략하여 이뤄낸 문제적 성공이다.

IS 관련 용어들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우월성을 가볍게 나타내는 트윗 예시.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우월성을 가볍게 나타내는 트윗 예시.

4. 세월호 보도의 반저널리즘적 행태 기승

세월호 사건의 초기 국면에서 다양한 주류 및 비주류 매체들이 저널리즘 규범과 거리가 먼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오류로 얼룩진 과열 경쟁과 재난보도의 기본적 규범 무시, 복합적 진단보다 진영 복무를 우선시하는 방어성 보도 등이 넘친 바 있다.

반면 일부 언론의 장기적 탐사, 설명 저널리즘 포맷 실험 등 희망적 단초도 존재했다.

조선일보: 세월호 보험, 학생들은 동부화재보험, 여객선은 메리츠 선박보험 가입

조선일보: 세월호 보험, 학생들은 동부화재보험, 여객선은 메리츠 선박보험 가입

5. 언론, 페이스북에 자리 잡고자 노력하다

오늘날 페이스북은 이미 하나의 작은 인터넷과 비슷한 위상이 되었다. 따라서 페이스북 특유의 사용자 문화에 적응하며 뉴스 유통과 대화의 기반으로 삼는 것은 언론사에 있어서 필수 과제다. 올 한해는 그런 방향의 실험이 ‘카드 뉴스’부터 ‘운영자의 개드립 성향’까지 다양하게 이어졌다.

6. 큐레이션과 우라까이의 경계 논란

온라인에 공개된 여러 콘텐츠를 전문적인 기준으로 수집 분류하고 배포하는 큐레이션과 그저 무차별적으로 베끼는 ‘우라까이’의 경계가 부쩍 논란이 되었다. 전문적 명사들이 참여하는 진단 기사를 생산하며 시작한 ‘인사이트’가, 잡다한 화제성 정보들을 무차별적으로 복사 배포하는 매체로 변모한 것이 상징적 사례다.

2014년 11월 11일 현재 인사이트 홈페이지의 최신 뉴스들. 1.정자 뉴스, 2.성관계 뉴스, 3. 동물 뉴스, 4. 파티 피격 뉴스, 5. 게임 영상 뉴스, 6. 맥도날드 헤프닝 영상 뉴스이다. 이 소식들이 당신이 원하던 그 소식들이 과연 맞는가? (출처 : 인사이트)

2014년 11월 11일 현재 인사이트 홈페이지의 최신 뉴스들. 1.정자 뉴스, 2.성관계 뉴스, 3. 동물 뉴스, 4. 파티 피격 뉴스, 5. 게임 영상 뉴스, 6. 맥도날드 헤프닝 영상 뉴스이다. 이 소식들이 당신이 원하던 그 소식들이 과연 맞는가? (출처 : 인사이트)

7. 한국일보 사태와 새출발

사주의 경영 전횡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위해 대립했던 한국일보 사태가 일단락된 후, 올 한해 한국일보는 여러 측면에서 새 시작을 시도했다. 새 사주를 찾아 경영 안정을 이루는 것 외에도, 낚시성 기사와 부적절한 광고 등을 배제한 “반칙 없는 뉴스”를 기치로 걸고 온전히 새로 설계한 온라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2014년 5월 19일 한국일보닷컴 오픈을 기념해 편집국에서 열린 케이크 커팅 행사. 케이크를 자르고 있는 사람은 이계성(왼쪽) 편집국장, 김영환 총괄 팀장. 뒷줄은 디지털뉴스부 멤버들. 한국일보 제공

2014년 5월 19일 한국일보닷컴 오픈을 기념해 편집국에서 열린 케이크 커팅 행사. 케이크를 자르고 있는 사람은 이계성(왼쪽) 편집국장, 김영환 총괄팀장. 뒷줄은 디지털뉴스부 멤버들. 한국일보 제공

8. MBC의 인사 전횡 파문

MBC는 경영진이 2012년 파업투쟁을 눌러버린 이후 지속해서 친정권적 행보 및 보도 기능의 현장 자율성 약화를 보였는데, 올해는 결국 교양국 해체, 그리고 보도/교양 전문 PD들에 대한 대규모 보복인사가 이뤄졌다. 황우석 사태를 밝혔던 한학수 피디가 전문성과 아무 관계 없는 스케이트장 관리 역할로 배치된 것이 특히 화제를 모았다.

민감하지 않은 소식을 골라서 전해주는 뉴스데스크

민감하지 않은 소식을 골라서 전해주는 뉴스데스크

9. 다음 ‘뉴스펀딩’ 시작

취재하고자 하는 특집 보도 기획을 제안하면 일반 사용자들이 십시일반 제작비를 모아주는 ‘뉴스펀딩’ 프로젝트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개시되었다. 프로젝트 단위의 취재 기획과 심층성이라는 가능성을 열었고, 성공적 모금 사례가 대중적 감성 자극 프로젝트에 국한되기 쉽다는 한계점을 숙제로 남겼다.

뉴스펀딩

10. 관찰 예능 인기

‘아빠 어디가’ 를 위시하여, 인위적 규칙과 대본 설정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출연자의 행동을 관찰하는 방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트렌드가 도드라졌다.

관찰예능 TV

 

+ 미스핏츠의 성공적인 출범 

덧붙여, 슬로우뉴스와 관련된 내부적 소식으로는 ’20대 언론 ‘미스핏츠’의 성공적 출범’이 꼽혔다.

미스핏츠

미스핏츠는 20대가 직접 20대를 이야기하는 공간을 모토로 삼아, 대학신문 기자 출신 창간 멤버가  뜻을 모아 출범한 온라인 매체로, 정치적 관심을 논하는 내용을 상황극처럼 풀어낸 ‘한 여대생의 고백’ 등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슬로우뉴스와는 출범 과정부터 제휴 및 기사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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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미디어를 공부하고, 만화를 읽고, 야매척결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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