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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지난 2월 3일 미국 애플 계정을 가진 아이폰 이용자에게 제한하여 페이퍼(Paper)라는 새로운 앱을 공개하였다. 페이퍼는 뉴스 및 블로그를 신선하게 중개할 뿐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주요 기능을 새롭게 재조직화하고 있다. 10주년을 맞이하는 페이스북이 바야흐로 모바일 세대를 위한 본격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모바일 세대 위한 모바일 앱 신호탄 

페이퍼에 대한 간략한 평가 및 함의를 분석하기에 앞서 명확하게 하고 싶은 총평은 다음과 같다.

  • 페이퍼는 순수한 뉴스 앱 또는 (RSS) 뉴스리더가 아니다. PC 브라우저에 적합한, 다시 말해 모바일에서 불편한 몇 가지 기능이 포함된 것을 제외한다면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모바일 UX/UI가 이후 나아가야 할 혁신적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 페이퍼는 모바일 세대를 위한 모바일 앱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 뉴스 생산자에게는 방문자 중심의 편집 및 제작이 낳은 결과인 뉴스 선정성을 벗어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페이퍼가 제공하고 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공유되지 못하는 뉴스는 뉴스로서 생명력을 잃어갈 가능성이 크다.
  • 모바일 광고시장의 중심이 페이스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페이퍼와 함께 증가했다. 네이버 및 다음 등 포털서비스에 광고 쏠림 현상이 뚜렷한 한국시장에서 강력한 모바일 광고매체의 등장은 뉴스생산자에게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 페이퍼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네이버 뉴스 및 다음 뉴스 서비스가 모바일 영역에서 절대 간단치 않은 경쟁자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페이퍼는 페이스북 앱과 같이 뉴스피드 – 페이퍼에서는 “Facebook”으로 명칭 – 뿐 아니라 친구요청, 메시지, 알림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첫 화면에서 아래로 밀기(swipe) 이후 나타나는 프로필, 업데이트/포스트 만들기, 설정, 뉴스 섹션(sections) 선택, 그리고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등장하는 검색, 그룹, 구독하는 페이지를 포함한다면 사실상 전통 페이스북 앱의 모든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을 깊은 곳에 숨겨둔 것은 전통 뉴스피드와 새롭게 추가되는 뉴스 섹션 소비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퍼
페이스북 페이퍼

이용자 참여 알고리즘 기초한 뉴스 섹션 편집

개별 이용자별 뉴스피드에 추가된 것은 해드라인, 테크, 귀요미(cute), 지구(planet), 생활문화(well lived), 가족(family matters) 등의 뉴스섹션이 추가되었다. 개별 뉴스섹션의 뉴스중개방식은 1) 섹션별 페이스북 공유(좋아요와 공유)가 많은 개별 뉴스 및 블로그, 2) 섹션별 페이스북 공유율이 높은 뉴스서비스 및 블로그 등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에 의한 편집 방식인 네이버 뉴스 및 다음 뉴스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장사를 위한 ‘충격과 헉!’ 중심의 뉴스 편집 방식,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날몸으로 이용자 관심을 사로잡으려는 시도 등이 최소한 페이스북 페이퍼에서는 사라질 수 있다. 또한 눈에 띄는 뉴스 섹션은 양성평등(Equalize)과 동성애(Pride: 이른바 LGBT 커뮤니티 뉴스)다. 페이스북이 대단해서 이런 뉴스 섹션이 추가된 것이 아니다. 전통 미디어와 연예 뉴스 사업자가 감을 잡지 못해서 그렇지, 결코 적지 않은 뉴스가 생산되고 사랑받는 영역이 양성평등과 동성애다.

성평등과 동성애는 뉴스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영역을 차지한다
성평등과 동성애는 뉴스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영역을 차지한다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소비를 이번 페이퍼 기능의 중심에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13년 10월에 발표된 퓨리서치(PewResearch) 결과를 보면, 미국 성인 중 64%가 페이스북 이용하고 있으며, 미국 성인 중 무려 30%가 뉴스소비의 중심 매체로 페이스북을 선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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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인 64%가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30%는 뉴스 소비 매체로 페이스북을 선호 (출처: 퓨리서치, 2013년 10월)

다시 말해 페이스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네이버 앱 및 다음 앱이다.

굿바이 스크롤! 헬로 밀기! 

전통 페이스북 앱의 소비 방식은 아래위 스크롤이다. 그러나 페이퍼는 상하좌우 밀기(swipe) 방식을 적용했다. 서로 다른 뉴스 섹션을 오갈 때, 뉴스피드 및 개별 뉴스 섹션에서 포스트 및 뉴스 하나 하나를 넘길 때는 이제 한 번만 밀면 된다.

물론 좌우 밀기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10억 명이 넘는 이용자가 이용하는 서비스에 새로운 네이게이션 방법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상상해보자. 네이버 및 다음 앱이 PC와 유사한 백화점 나열방식에서 마침내 해방되어 모바일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평가받는 좌우 밀기를 과연 도입할 수 있을까?

또한, 지금까지 이미지, 로고, 발문 등으로 서로 다르게 표현되었던 외부 링크가 상자 안으로 깔끔하게 들어갔다. 상자가 펼쳐지듯 추천받은 외부 링크가 열린다. 짧고 간결한 그리고 멋진 애니메이션 효과다. 외부 글을 읽다가 아래로 밀면 페이퍼로 돌아갈 수 있고, 다시 한 번 같은 방향으로 밀면 아래 그림처럼 첫 화면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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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트위터의 리트윗(Retweet)과 같은 기능을 가진 재공유(Reshare)를 새롭게 도입했다. 재공유(Reshare)를 클릭할 경우, 댓글없이 바로 공유할 수 있다. 물론 전통적인 공유(Share)와 좋아요(Like) 기능도 사라지지는 않았다.

재공유(reshare)를 도입한 페이스북 페이퍼

개인적으로 매우 반가운 소식은 포켓(Pocket), 인스타페이퍼(Instapaper) 등 외부 북마킹 서비스와 통합되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넘기다 보면 발견하는 좋은 글, 멋진 동영상을 바로 바로 소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후 여유를 가지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돕는 대표적인 도구들이 포켓과 인스타페이퍼다. 모든 것을 자신의 울타리 안에 가두려는 의지를 실현한 것인 전통 페이스북 앱이라고 한다면, 10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거느린 시장의 거인이 외부에 문호를 (아주 조금!) 개방한 것이다.

모바일 동영상 광고 실험

이번 페이퍼 앱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흥미로운 것은 무엇보다 자동으로 시작되는 동영상 광고(auto-play video ads)가 실험되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가 노출될 때 영상이 소리가 없는 상태에서 자동으로 시작하고, 이용자가 해당 영상을 터치할 경우 소리가 나는 형식이다.

동영상을 터치할 때 비로소 소리가 나는 광고 방식을 모바일에 도입한 페이스북 페이퍼 (캡처: 페이스북)

모바일 동영상 광고는, 페이스북 북부 유럽 책임자 마틴 오트(Martin Ott)가 최근 밝힌 것처럼, 2014년 방송사의 프라임타임(prime time) 광고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손에 든 스마트폰을 통해 다소 몽롱한 상태의 이용자를 찾아가는 페이스북 동영상 광고는 방송사의 프라임타임보다 효과가 높다는 것이 페이스북의 예측이다.

세 마리 토끼 잡으려는 페이스북의 야심 

종합적으로, 페이스북은 페이퍼 앱을 통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새로운 모바일 사용자 체험(UX/UI)을 실험하고,
둘째, 다채로운 뉴스 섹션, 재공유(Reshare), 애니메이션 효과, 외부 북마킹 서비스 통합 등 페이스북을 매개로 뉴스 소비를 더욱더 강화할 수 있는 실험을 진행하며,
끝으로, 모바일 광고시장에 대한 확장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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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1. 핑백: akaiving, seoul
  2. 포스팅 잘 봤습니다. 너무 좋은 자료 같아서 실례가 안된다면 디자인/트렌드를 다루는 비영리 뉴스레터에 내용 변경 없이 출처 포함 업어갈 수 있을까요? ^^
    -feit.bl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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