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생태관광 1번지 창원 주남저수지의 모든 것(연재) 두 번째 글. (⏳4분)

일러두기

경남 창원에는 주남저수지가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일찍이 철새 도래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사람들이 일부러 만든 저수지이지만 자연경관이 인공저수지답지 않게 빼어납니다. 왜 그럴까요? 주변에는 드넓은 평야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120년 전만 해도 흔적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크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창원 주남저수지와 일대 평야가 어떻게 해서 들어서고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한 번 알아보았습니다. 모르고 보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반면 조금이라도 알고 보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한 번 더 돌아보고 살펴보는 보람과 즐거움이 더해집니다.

2021년 12월 발행한 창원시의 비매품 책자 ‘주남저수지 이야기-주남저수지의 역사와 생태’에 담았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비매품은 제대로 유통이 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 맞추어 일부 내용을 보완해서 열두 차례에 걸쳐 연재해 보려고 합니다.

찾는 사람이 제일 많은 주남저수지

산남·주남·동판은 크기도 모양도 성격도 제각각이어서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주남저수지가 단연 으뜸입니다. 도로가 잘 나 있는데다 세 저수지 중에 한가운데 넓게 자리 잡은 덕분입니다.

주남저수지 걷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주남저수지 수문(대산면 가술리 550-156)을 기점으로 삼아 오른쪽과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됩니다. 왼쪽 길은 왕복 3km 남짓이고 오른쪽 길은 왕복 4km에 조금 못 미칩니다. 둘 다 산책하기에 적당한 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수지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걸으면 호쾌한 눈맛을 느낄 수 있고 오른쪽 길에서는 좀더 아기자기한 모습을 즐길 수 있습니다. 둑방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눈앞으로 펼쳐지는 주남의 풍경이 시시각각 달라집니다.

계절에 따라 다르고 방향에 따라 다르고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새 옷으로 한껏 치장한 봄날의 주남저수지가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면 웃자란 물억새가 어깨를 부딪치는 가을은 달뜨는 봄날에 비해 한껏 차분해집니다.

새벽안개 자욱한 길이 몽환적이라면 노을을 삼키는 저녁 무렵의 들판은 온통 찬란합니다. 어떤 사람은 봄을 보고 어떤 사람은 가을을 보고 주남저수지를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은 새벽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저녁을 느낍니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해야 주남저수지를 오롯이 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주남저수지 하면 철새를 빼놓고는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새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무논과 그 새들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탐조대를 마련해 놓은 배려가 돋보입니다. 철새들더러 놀이터와 먹이터로 쓰라고 비워 놓은 벌판에서 겅중겅중 거니는 황새들을 가만 보노라면 ‘이야!’ 하는 낮은 감탄이 절로 터집니다.

주남저수지에 내여앉은 철새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새들은 저들의 언어로 대화를 하고 그들만의 몸짓으로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새들의 수런거림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압도하는 곳 이 바로 주남저수지입니다. 가을·겨울이면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삼삼오오 찾아와 새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멋진 자태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새들의 움직임을 쫓아가는 사람들의 무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아담한 산남저수지

산남저수지는 주남을 이루는 셋 가운데 크기가 작습니다. 크기가 작아서인지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언제나 한가롭고 조용한 편입니다. 가로와 세로가 비슷한 주남·동판에 비해 세로로 가느스름한 산남은 한눈에 담기는 느낌이 좀 더 인상적입니다.

걷는 길은 주남과 마찬가지로 두 갈래입니다. 주남저수지와 이어지는 지점(동읍 죽동리 524-2)에 적당하게 차를 세우면 됩니다. 왼쪽은 주남과 산남을 갈라주는 제방인데 거닌다기보다는 짧게 오가면서 산남을 한눈에 담아보는 정도입니다.

군데군데 물풀이 깔려 있는 산남저수지

오른쪽으로 향하면 지금은 자취조차 가뭇없는 옛사람들의 생활유적인 합산패총(동읍 산남리 315-1 일대)까지 가 볼 수 있습니다. 왕복 1km가량 정도지만 그 뒤로도 길이 나 있기 때문에 마음이 내키면 더 걸어도 됩니다.

개구리밥이나 마름 같은 작은 물풀이 마치 초록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저수지에는 철이 되면 잊지 않고 연꽃이 피고 집니다. 깊이가 얕아서 여름이든 겨울이든 작은 철새가 날아들어 지친 날개를 쉬어가는 쉼터이기도 합니다.

살짝 돌아앉은 동판저수지

동판저수지는 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숨은 듯이 살짝 돌아앉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그윽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다른 저수지에 비해 한층 더합니다.

걷는 길은 산자락길과 제방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왕복 1.8km 남짓인 산자락길은 판신마을에서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동읍 월잠리 95-2 도롯가에 차를 세우고 마을로 들어가면 얼마 가지 않아 마을길 좁다란 네거리(동읍 주남로184번길 26)가 나옵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숲그늘 그윽한 산자락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왕복 3km 정도 되는 제방길은 무점마을에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무점마을회관(동읍 무점길88번길 21-12)에서 마을을 빠져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나옵니다. 판신마을에서도 들어갈 수 있는데 좁다란 마을길 네거리에서 바로 직진하면 됩니다.

동판저수지를 끼고 도는 두 길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산자락길은 호수와 나란히 하며 마치 보석 같은 풍경을 풀어놓습니다. 물속에 어리는 나무 그림자가 대칭을 이루며 자아내는 환상적인 모습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굵어진 가지가 물 끝에 닿을 듯 부지런히 몸집을 키우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길이 산마루로 올라가는 끝까지 걷기보다는 적당한 지점에서 돌아 나오는 편이 좋습니다.

그윽한 느낌이 나는 동판저수지의 봄.
연둣빛으로 물든 봄날의 동판저수지.

제방길은 산자락길과는 다르게 마을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집니다. 제방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걷는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제방길을 따라 무점마을 코스모스축제가 열립니다. 동판저수지와 어우러진 코스모스 무성한 길 위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즐거움을 누리고 추억을 남깁니다.

물속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이 넘실넘실 자라는 이곳에선 어릴 적 그림책에서 본 우리가 백조로 알았던 고니와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덩치 큰 철새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멀리 저수지를 배경 삼아 들어서 있는 아파트도 잘 어울리는 풍경이 됩니다.

새벽녘과 해 질 무렵은 더욱 아름다운

주남을 이루는 세 저수지는 저마다 색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확 트인 호수가 시원한 눈맛을 선사한다면 좁은 물길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만들어내는 모습들은 한결 살갑게 다가옵니다. 인적이 드문 곳은 한적해서 좋고 사람이 붐비는 곳은 정겨워서 좋습니다.

주남을 이루는 세 저수지는 다른 듯 서로 닮아 있습니다. 겨울 새벽 찬 기운을 털고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힘찬 날갯짓의 멋진 광경은 어디에서든 펼쳐집니다. 새벽별을 밀어내고 분주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물안개 자욱한 저수지 풍경도 닮았습니다.

해 질 무렵 저수지도 무척 그럴듯합니다. 백월산과 구룡산을 서쪽으로 끼고 있는 저수지에 해넘이가 시작되면 들판이며 제방길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듭니다. 그러다 제풀에 겨워 해는 떨어지고 사방천지에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두런두런 새소리 사람소리가 한층 선명해집니다. (계속)

동판저수지의 새벽.
🏞️ 생태관광 1번지 창원 주남저수지의 모든 것(연재)
  1. 더 깊고 넓어진 여행, 창원 주남저수지를 아십니까?
  2. 세 군데 저수지의 저마다 다른 멋과 맛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