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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생태관광 1번지 창원 주남저수지의 모든 것‘(연재) 첫 번째 글. (⏳3분)

일러두기

경남 창원에는 주남저수지가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일찍이 철새 도래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사람들이 일부러 만든 저수지이지만 자연경관이 인공저수지답지 않게 빼어납니다. 왜 그럴까요? 주변에는 드넓은 평야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120년 전만 해도 흔적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크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창원 주남저수지와 일대 평야가 어떻게 해서 들어서고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한 번 알아보았습니다. 모르고 보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반면 조금이라도 알고 보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한 번 더 돌아보고 살펴보는 보람과 즐거움이 더해집니다.

2021년 12월 발행한 창원시의 비매품 책자 ‘주남저수지 이야기-주남저수지의 역사와 생태’에 담았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비매품은 제대로 유통이 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 맞추어 일부 내용을 보완해서 열두 차례에 걸쳐 연재해 보려고 합니다.

산남·주남·동판저수지를 아우르는 명칭 주남

최근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는 것이 생태관광입니다. 사람과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형태로 기존 관광보다 좀 더 넓어지고 깊어진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맞습니다. 다양한 누릴 거리로 여행객들의 만족감은 높아지고 지역주민들에게는 보탬이 되며 나아가 자연을 보호하는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주남저수지의 가을 새벽.

창원 주남저수지는 2018년 경상남도 대표 생태관광지로 선정된 이후 3년 동안 준비를 거쳐 2021년 한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100만 창원 시민들의 휴식처로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창원을 찾아오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명소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주남저수지는 사철 팔색조 같은 매력을 발산합니다. 봄날 온통 연둣빛으로 물드는 습지는 여름으로 건너가면 한층 푸르름이 짙어집니다. 굵어진 억새들이 가을바람에 속살거리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분주해집니다. 겨우내 창공을 가르며 펼쳐지는 철새들의 멋진 군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주남저수지 하면 그냥 주남저수지 하나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람사르문화관과 주남저수지생태학습관이 있는 일대를 주남저수지의 전부로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남저수지는 여기 말고도 두 곳이 더 있습니다.

가운데의 주남저수지를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산남저수지가 있고 남동쪽 도로 건너편에는 동판저수지라는 또 다른 저수지가 있습니다. 이 셋을 묶어서 주남저수지라고 하는데 세 곳 모두를 돌아봐야 주남저수지를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코스모스 핀 동판저수지 제방을 달리는 자전거.

주남저수지·동판저수지·산남저수지는 형성된 배경이 하나같이 동일합니다. 먼저 오랜 옛날부터 산기슭 바로 아래에 자연스럽게 물이 고이는 저습지였습니다. 110년 전만 해도 일대에는 모두 5개의 소택지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대산평야가 황무지에서 농토로 개간되면서 차례대로 조성된 저수지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은 북쪽의 산남저수지입니다. 지금의 산남저수지보다 더 넓은 자연 상태의 산남지(池)가 있었는데 3분의2 정도의 지점에다 제방을 쌓고 물을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주남저수지가 있는 일대에는 산남저수지에 포함되고 남은 3분의1가량의 산남지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자연 상태 소택지도 그 남쪽으로 3개가 더 있었습니다.

동판저수지 일대에도 자연 상태의 소택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숫자는 하나지만 규모는 상당히 넓은 편이었습니다. 주남이나 동판은 제방 안쪽 소택지 둘레에 이전부터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그 이후 어느 시기에 농지에까지 물을 가두고 저수지를 만들었습니다.

저수지는 지금도 시골 마을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여느 저수지와는 다르게 주남저수지는 경관이 특별히 아름답습니다. 그것은 이처럼 자연 상태의 저습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유명한 주남의 겨울철새 탐조

겨울이면 여러 종류의 철새들이 한반도를 찾아옵니다. 낙동강과 한강 유역은 물론이고 서해안과 남해안 곳곳에 머물면서 겨울을 납니다. 철새 도래지는 여러 곳에 있지만 주남만큼 철새를 가까이서 잘 볼 수 있는 데는 드물다고 합니다. 주남저수지만의 매력이 확실하게 있는 셈입니다.

주남저수지의 새벽을 여는 철새들의 날개짓.

주남저수지에서 철새들을 잘 볼 수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규모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저수지로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낙동강 하구나 사천만 갯벌은 주남저수지보다 철새가 많이 찾아오지만 너무 넓다 보니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에 비해 주남을 이루는 세 저수지는 철새를 한눈에 담기에 규모가 안성맞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수지 옆에 펼쳐진 널따란 대산평야가 크게 한몫하고 있습니다. 겨울철새들이 시베리아나 몽골 초원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따뜻한 한반도 남쪽 낙동강 어귀까지 그 먼 거리를 날아오는 이유는 바로 먹고살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이 거두고 남은 곡식 낱알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대산평야는 철새들에게는 풍부한 탄수화물 공급원이 되어 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새들을 위한 창원시의 노력이 크게 일조를 했습니다. 주민 협약을 통해 들판을 비워 자연 농법을 추진하고, 철새들을 위한 무논·먹이터·쉼터 조성까지 했으니 철새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낙원이 따로 없을 듯합니다. (계속)

해 질 무렵의 주남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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