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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 글은 12월 11일에 쓰여진 글입니다. (편집자)[/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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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자가격리대상이 됐다.

주 초 월요일부터 아버지는 심란해하고 계셨다. 지난주 수요일(2020년 12월 2일) 참여하셨던 모임으로부터 계속 카카오톡 단체방 메시지로 자신들의 모임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며 연거푸 불안한 내용을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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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일: 저희 수요일 모임에서 확진자가 나왔어요. 둘이에요. 모두 보건소에 연락하셔서 미리 검진좀 받아주세요. 운영자인 저희 책임인 것 같아 죄송하고… (이하 생략)
  • 화요일: 저희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모임에서 또 확진자가 나왔어요. 셋이에요. 모두 보건소에 가셔서 미리…(이하 생략)
  • 수요일: 저희 모임에서 이제 확진자가 여섯 명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수요일 모임은 아닌 것 같아요… 모두 보건소에 가셔서 미리…(이하 생략)
  • 목요일: 방역당국에서 역학조사 한다며 금요일 동선부터 알려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수요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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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되지 않은 중구난방 메시지 덕분에 아버지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정리되지 않은 중구난방 메시지 덕분에 아버지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관련 운영자들이 여러 모임을 운영했던 모양이고, 처음 내용부터 ‘어디서, 언제, 누구’라는 내용이 하나도 나와있지 않은 중구난방 메시지 때문에 아버지는 불안해하셨고 내 의견을 물으셨다. 난 아버지께 우선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시고 상호 격리 및 공용구간 및 집기 손소독부터 해야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같이 메시지들을 살펴보며 날짜와 모임의 현황과 해당 확진자분들의 추이를 살펴본 즉,

  • 그 운영자들이 말하는 확진 대상은 토요일과 일요일(12월 4일-5일) 주말 동안에 감염자를 밀접 접촉했고, 증상이 나타나자 월요일 당일부터 검사를 받아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 그러나 그 운영자들은 합리적인 추리나 파악이 어려웠는지 수요일(12월 2일)에 만났던 아버지와 다른 회원들에게도 정확한 날짜와 구체적인 대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다량의 문자만 보내고 있었다.
  • 게다가 그 운영자들의 그런 방침을 다른 회원들이 따른다면 오히려 역학조사상 동선이 꼬이고 그러잖아도 의료 방역 인력들이 과로상태인데 더욱 힘들게 할 우려가 짙어보였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껜 죄송하지만, 역학 조사상 연락이 올 때까지 외출 없이 집에서 자중해주시고, 미리 검진을 받는 등의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부탁드렸다.

드러난 전모, ‘설상가상 3종 세트’ 

금요일(12월 11일)인 오늘이 되어서야 일의 전모가 드러났다. 해당 모임은 ‘OOO 노래교실’이며 강남구 논현동의 그런 모임들이 여러 개 주최되는 예술공연 공간에서 운영되어왔다.

첫 번째 문제는 2020년 11월 30일 당시 방역당국이 권고가 아니라 꼭 준수해야할 방역지침으로 ’12월 1일부터 노래교실 음악교실등의 운영 및 모임을 금지’했는데 해당 운영자들은 그걸 알고도 까짓 벌금만 물면 되지자신들의 공간은 항상 소독하며 다들 마스크를 쓰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모임을 12월 2일에도, 3일에도 , 4일에도, 5일에도, 6일에도! 열어온 것이었다. (아버지 같은 일반 회원은 모를 수 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무려 해당 건물주 및 교습소 운영자였고, 공문을 여러 차례 받은 상태였다.)

두 번째 문제는 12월 5일에서 6일 사이 타지역 감염자 밀접 접촉으로 인해 12월 7일 부터 확진 판정을 받게 된 사람들이 자신들이 뭘 잘못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11월에 만났던 사람들에게까지 ‘다들 큰일났다’, ‘빨리 미리 보건소에 가서 검진을 받으라’고 문자들을 혼란스럽게 발송한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그런 혼란스러운 문자를 받고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보건소에 달려가 검진을 받는 등 소동을 일으키자 방역 당국에서도 해당 모임과 정황을 알게 됐지만, 제대로 파악하는 데는 결국 동선과 조사가 얽혀 걸리지 않아도 될 며칠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코로나 설상가상 3종 세트, 1. 방역 수칙 어기기 2. 패닉 문자 난사하기 3. 보건소에 떼지어 출몰하기
코로나 설상가상 3종 세트, 1. 방역 지침 어기기 2. 패닉 문자 난사하기 3. 보건소에 떼 지어 출몰하기

자발적 격리 

말 많고 잡생각 많은 둘째 아들(‘나’)과 동거인이었던 까닭에 아버지는 평소에도 마스크와 손소독을 철저히 하는 사람이며 해당 감염자분들과 동선상 겹치는 대상이 아니었지만, 아들의 권유로 12월 7일 월요일부터 12월 11일인 오늘까지 바깥에 나가지 못하시는 것은 물론 집에서 마스크를 끼신채 앉는 주변 자리와 책상 탁자 그릇 집기들을 계속 소독하시며 나와 집에서도 거리를 두고, 웬만한 대화는 카카오톡으로 하는 등 고생 중이다.

그러던 중 앞서 방역당국과 해당 구역 보건소를 혼란스럽게 한 해당 모임 분들 덕에 역학조사반은 아버지에게 오늘부터 자가격리를 해달라는 뒷북 같은 그러나 알고보면 유연하게 ’12월 2일에 그 사람들을 접촉하셨으니 16일까지 증상이 있는지를 살피시고 집에 계셔달라’는 연락을 해주셨고 아버지는 오히려 마음을 쓸어내리셨다.
(저 지긋지긋한 둘째 놈의 집안 마스크 감금형에서 16일이면 벗어날 수 있다!)

이제는 오히려 내가 아버지에게 위와 같은 이러 저러한 이유로 아버지는 애초에 감염됐던 분들과 밀접 접촉 대상 범위에 안 들어가계셨을 가능성이 컸고, 평소에 집에 들어오실 때 문손잡이를 다시 한 번 알콜로 닦으실 정도로 신중하셨으니 괜찮다고 안심시켜드리고 있다.

물론 바깥에 나가지는 못하시고 집에서 마스크를 끼신채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라고 역시 같이 마스크를 방에서까지 끼고 있는 나에게 항의를 하시는 상태지만 말이다.

불안을 다스리는 첫 걸음은 '자발적 격리' 후에 방역 당국의 조치를 기다리는 일이다.
불안을 다스리는 첫 걸음은 ‘자발적 격리’ 후에 방역 당국의 조치를 기다리는 일이다.

몸소 겪은 ‘설상가상’ 시나리오 

이런 일을 겪고나니, 최근 확진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얼마나 사람들이 명확하고 간단한 지침마저 대놓고 어기고 있으며, 또 확진되는 와중에도 잘못된 대처로 더욱 안좋은 상황을 만들고 있는지 실감하게 됐다.

  1. 해당 모임은 열려서는 안되는 기간에 열렸고,
  2. 모임 구성원 중 확진자가 나왔을 때 어느 날짜에 어떤 접촉으로 이뤄졌을지 구체적이면서도 명확한 내용 공유가 없었으며,
  3. 역학 조사에 협조해야할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음성 판정을 빨리 받고 싶은 마음에 보건소를 흔들어서 더욱 당국자들을 힘들게 하고 동선조사는 꼬이게 만드는 사례를 가까운데서 본 것이다.

그 덕분에 아들에게 감금당하고 또 ‘이왕 이렇게 된 것 상식적으로 저희끼리 방역을 잘 실천해보자’는 강요에 안전한 것 알면서도 집에서 16일까지 마스크 및 상호 격리를 실천하게 된 아버지는 작은 피해자지만 운이 좋은 대상인 셈이다. 아마 잘 모르지만, 멀지 않은 주변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꽤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

그럴수록 제발! 

  • 방역 당국의 방역 지침과 제안을 준수하고(모이지 말라면 좀 모이지 맙시다),
  • 관련 모임이나 주변에서 확진 사례가 나오면 구체적이면서 명확한 날짜와 지역과 시간을 공유해주시고 (오늘 확진된 누구를 작년에 만난 적 있으니 나도 위험하다 식의 불안감 좀 퍼뜨리지 마시고)
  • 역학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시되, 제발 미리 검진 받는다면서 더 외부 활동 곁들여 당국자들 곤란하게 하지 마시고(증상이 뚜렷하면 선별진료소에 연락해서 도보로 이동하시고, 없으면 스스로 2주동안 외부활동 멈춰주시면 되고, 그 외 역학조사에 협조해서 행동 하시라),
  • 가족 접촉 확진 사례에 일조하지 마시고 집에서도 마스크 끼고 서로 거리 두고 손 닿는 곳 손 소독 하셨으면 좋겠다.
"진정하고 손이나 씻읍시다"
“진정하고 손이나 씻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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