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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벳과 여신

  1. 초월적 남자, 영적 여자: 뇌와 골반, 섹스와 출산 그리고 철분
  2. 살기 위해 모인 10명의 여자들: 부족과 여신의 탄생
  3. 어머니 살해와 희생양: 기독교 신화의 기원
  4. 이집트의 여신 전성시대 (ft. 남신 아몬과 유일신 아톤의 등장)
  5. 페니키아와 알파벳 그리고 카드모스 신화
  6. 구약, 여신을 지우고 야훼만을 남기다 
  7. 그리스 문명의 이면: 여성혐오, 강간, 동성애
  8. 인더스 문명과 불교: 신 없는 종교의 탄생
  9. 노자의 후예들, 노자를 죽이고 도교만 살리다
  10. 솔로몬 성전의 파괴와 복구와 파괴: 메시아 사상의 탄생  과정
  11. 산 예수 vs. 죽은 예수 (혹은 영지주의 vs. 바올로)
  12. 배제된 여신의 부활: 바울로의 삼위일체 vs. 민중의 마리아
  13. 고대 유럽문명의 종말(ft. 히파티아 살해)과 이슬람의 확산
  14. 교황은 왜 사제 결혼을 금지하였나 (ft. 교회 여성 혐오의 기원)
  15. 기독교가 낳은 서자들: 교황들의 타락과 로마 대약탈
  16. 루터와 칼뱅: 누구를 위한 종교혁명이었나
  17. 가톨릭의 혁신 vs. 개신교의 보수화 (ft. 농민전쟁과 재세례파 학살)
  18. 종교재판의 고문 기술자들과 아메리카에 도착한 백인 악마들
  19. 잉글랜드, 종교적 살육의 연대기: 헨리 8세~찰스 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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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으로 기록된 최초의 문서는 바로 구약이다. ‘구약’ (Old Testament)이라는 말은 ‘옛 계약’, 즉 새로운 계약이 나오면서 폐기된 과거의 약속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이 말은 예수 출현 이후 기독교 경전이 만들어진 다음에 붙여진 말이다. 그렇다면 신약을 믿지 않는 유대교에서는 이 경전을 무엇이라고 부를까? ‘타나크’라고 부른다.

  • Torah (תורה) 토라: 율법
  • Neviim (נביאים) 네비임: 예언
  • Kethuvim (כתובים) 케투빔: 성스러운 글 

이 세 가지 문서를 모아놓은 책이라고 해서 앞글자 T(ㅌ)N(ㄴ)K(ㅋ)에 모음을 붙여 타나크라고 부르는 것이다. 참고로, 고대 히브리어 알파벳은 자음만 표기한다. 모음은 읽는 사람이 알아서 붙여 읽어야 한다.

페니키아인(유대인) 자신이 발명한 알파벳으로 고대부터 기록해온 여러 문헌들을 하나로 묶은 책이 바로 타나크(구약)이다. 페니키아의 본거지 비블로스(Byblos)에서 가져온 파피루스로 묶은 책이라는 뜻에서 바이블(bibl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모세오경(‘토라’)와 탈무드 

이 ‘책’에서 가장 근간을 이루는 문헌은 역시 ‘토라’다. 토라는 흔히 ‘모세오경’이라고 불리는데, 이것이 유대 신화의 핵심이자 모든 ‘율법’의 근원이 된다. 지금도 유대인은 13살이 되면 사람들 앞에서 토라를 암송하는 것으로 성인식을 치른다.

유대인의 성인식 ‘바르 미츠바'(Bar Mitzvah; ‘율법의 아들’) 유대인들에게 결혼식, 장례식 못지않게 중요한 의식이다. (출처: Israel photo gallery, BY ND)

모세가 지었다고 여겨지는 5경은 사실 모세가 지은 것이 아니라, 1,000년에 가까운 시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기록하고 편집하고 수정한 글이다. 가장 오래된 기록물은 기원전 1,000년에서 9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결국, 구약이라는 문헌집은 몇 백년에 걸쳐 쓰여지고 개정되어 편집된 것이다. 따라서 시대마다 상황마다 많은 이들이 이 문헌에 자신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반영하고자 했다. 물론 ‘정전’ (正典)으로 확정하기 전 마지막에 문헌을 수정한 사람의 관점이 가장 크게 반영되었으리라.

지금까지 무수한 학자들이 토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이 이 문헌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첨가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분명하게 눈에 띄는 네 가지 관점이 이 문헌 속에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들은 다음과 같다.

  1. 지호비스트(Jehovist): 신을 야훼(Jehovah; Yahweh)라고 부르는 사람들. 여기서 ‘야훼’는 단수명사(!)다.
  2. 엘로히스트(Elohist): 신을 엘로힘(Elohim)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여기서 ‘엘로힘’은 복수명사(!)다.
  3. 프리스트(Priest): 신을 전문적으로 섬기는 사제 계급.
  4. 리댁터(Redactor): 이 세 목소리가 어긋나보이지 않도록 전면적으로 개정한 편집자. 기원전 4세기 예언자 에즈라(Ezra)로 추정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세계관을 문헌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예수가 탄생할 때쯤(0년) 로마의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유대인이 여러 곳에 흩어져 살게되자, 유대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유대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랍비들은 더 이상 토라를 수정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린다.

아무리 정교하게 율법을 만든다고 해도 몇 백년이 지나면 그것을 그대로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 그럴 때마다 유대인들은 토라를 개정해왔는데, 토라를 개정하는 것이 금지되자, 율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갈수록 벌어졌다. 결국 이러한 괴리를 메우기 위해 이후 랍비들은 구약을 현실에 맞게 해석하는 ‘주석서’를 쓰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탈무드’(Talmud)다.

탈무드는 모세에게 구전된 ‘미쉬나'(Mishnah)와 거기에 주석을 단 ‘그마라'(Gemara)를 합쳐 20권의 책으로 만든 것으로 ‘학문’ 또는 ‘위대한 연구’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탈무드 읽는 사람들’, 아돌프 베르만(Adolf Behrman, 1876 – 1942) 작.

바빌론 유수와 키루스 대왕 그리고 ‘바리새인’

그렇다면 유대인은 왜 구약이라는 문서를 작성했을까? 이들에게 구약이라는 문헌을 작성하고 정리해야 할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 사건은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수’다. 바빌로니아 제국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느부갓네살)가 유대 왕국을 멸망시킨 뒤 일부 유대인들을 바빌론으로 끌고가 노예로 부린 사건이다.

바빌로니아의 느브갓네살은 유대 왕국을 멸망시키고, 일부 유대인을 바빌론에 끌고가 노예로 삼았다. 그 유명한 ‘바빌론 유수'(유수; 잡아 가둠) (그림 출처: “유대인의 대이동”, 제임스 티소, 1896년-1902년 경)

그런데 여기서 고대 세계에서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매우 기이한 사건이 발생한다. 유대인들이 바빌로니아로 끌려가 노예 생활을 시작한 지 70년이 지났을 때,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2세(‘키루스 대왕’)가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키고 난 뒤, 바빌론에 끌려와 노예 생활을 하던 이방인들을 모두 고향으로 돌려보내준 것이다.

바빌론에서 노예 생활을 하고 있던 유대인들을 해방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준 키루스 대왕(Cyrus the Great)은 오늘날 이란의 ‘건국 시조’로 받들여지고, 유대인들에게 ‘메시아(그리스도)’라는 칭호를 받은 유일한 이방인으로, 한국어 성경에는 ‘고레스왕’이라고 표기된다.

포로로 잡혀온 유대인을 해방하는 키루스 대왕을 묘사한 그림(왼쪽), 효수당한 키루스의 목을 받고 있는 토미리스 여왕(오른쪽)

멸망할 것이 뻔했던 상황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는 기적을 경험한 유대인들은 더욱 자신들의 부족 신앙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부족의 결속을 강화할 목적으로 기존 문헌들을 수집하는 한편, 구전으로 내려오던 부족의 역사를 문자로 기록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이후 이들은 유대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권력계급으로 자리잡는데, 유대인들은 이들을 ‘파르시(페르시아)에서 돌아온 사람들(Pharisees)’이라고 불렀다. 한국어 성경에는 ‘바리새인’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만들어진 신화

부족의 역사를 기록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을 때 당신은 무엇부터 쓰기 시작하겠는가? 당연히 자신의 부족이 다른 부족과 구분되기 시작한 결정적인 사건부터 이야기할 것이다. 유대인의 경우 이러한 결정적인 사건은 ‘10계명’이라는 율법에 순응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당연히 율법이 성립되는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꾸미고, 또한 율법에 기반하여 자신들의 문화적 독자성이 어떻게 구축되어왔는지 좀더 과장하여 서술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역사를 진술하다보면 자신의 역사를 좀 더 빛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창세 신화’다. 자신의 부족이 주인공이 되는 창세 신화를 꾸며내는 것이다. 결국 세상의 모든 창세 신화는 역사적인 기록이 어느 정도 완성된 다음에 만들어져 맨 앞에 끼워넣어진다. 실제로 토라 맨 앞에 등장하는 창세기는 바빌론 유수 시절 또는 그 이후 사제 계급이 만들어서 끼워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천장 벽화 중 ‘아담의 탄생’ (1511)

그렇다면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고 아담과 이브를 만든 이야기는 순수한 창작물일까? 그렇지 않다. 바리새인들이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 당시 세계 문화의 중심이었던 바빌론에서 경험한 선진적인 종교의 신화들을 가져다가 자신의 문화에 맞게 각색한 것이다.

구약 속 하나님

1. 지호비스트(Jehovist)의 하나님

구약의 기록에 따르면 이집트 왕자로 자란 모세는 체격도 좋고 힘이 셌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말을 더듬는 것과 성격이 다소 폭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세는 야훼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주여, 죄송합니다. 저는 도무지 말재간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제도 그제도 그러했고 당신께서 종에게 말씀하신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워낙 입이 둔하고 혀가 굳은 사람입니다.” (출애굽기 4:10)

이집트의 이 젊은 왕자는 한 감독관이 히브리 노예를 때리는 것을 보고 멈추라고 명령했는데, 감독관이 이에 반발하자 싸움이 벌어졌다. 모세는 싸우다가 감독을 죽였고, 이에 문책을 당할 것이 무서워 멀리 미디안 땅으로 도망친다.

미디안 마을에 들어간 모세는 물을 마시러 우물에 갔다가 몇몇 남자들이 물을 긷는 여자들에게 치근덕 대는 장면을 목격한다. 싸움판이 벌어졌고, 모세는 청년들을 ‘묵사발’ 냈다. 이 소식은 곧 이 마을의 고위 성직자 이쓰로에게까지 알려졌고, 그는 이 이방인의 용기를 높이 사 자신의 딸 치포라와 결혼시킨다.

이집트에서 미디안까지의 거리는 약 400km 정도다(왼쪽). 모세는 미디안 마을에서 치포라(진한 파란색 옷을 입은 여자)와 결혼한다(오른쪽 그림, “모세와 이쓰로의 딸 치포라”, Théophile Hamel, 1850).

모세는 이곳에서 양떼를 치고 농사를 지으며 장인을 도우며 살았는데, 장인의 일이란 마을 사람들이 섬기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미디안 사람들이 섬기는 신은 바로 난폭한 화산신 ‘야베’(Yahveh)였다.

그렇게 40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모세는 어느날 초자연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산비탈 위의 관목에 불이 붙었는데, 불꽃만 일어날 뿐 나무는 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불꽃에서 “이집트로 돌아가 동족을 해방시키라”는 천둥같은 목소리를 듣는데, 그것은 바로 ‘야베’의 목소리였다.

대량 살상을 즐기는 화산신이자 전쟁신 야베를 묘사한 현대의 작품(왼쪽). 출애굽기의 불꽃이 이는데도 타지 않는 가시덤불(Burning Bush)과 야베의 계시를 받는 모세를 묘사한 17세기 그림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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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YHWH, Yahweh), 야베(Yahveh), 여호와(Jehovah)

  • 고대 히브리어 알파벳은 자음만 표기하기 때문에 모음은 추정해서 읽어야 한다.
  • 야훼 역시 고대 문헌에는 ‘YHWH’라고만 표기 되어 있다. W는 V로 발음하기도 하여, 야베와 야훼는 같은 신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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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신 야베는 실제로 이 당시 유대 지역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는 신이었다. 기원전 10세기 이스라엘 왕국의 세 번째 왕 솔로몬이 ‘예루살렘 신전’을 지은 것도 야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한 것이었다.

야훼는 구약에서 자신을 어떠한 형상으로도 만들지 말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유대인들은 야훼를 다양하게 형상화했다. 가령, 기원전 4세기 페르시아 제국이 통치하던 시기에 유대 지역에서 만들어진 동전에는 ‘태양의 왕좌’를 상징하는 날개와 바퀴가 달린 의자, 손 위의 까마귀 등이 보이는데, 동전 뒷 배경으로 보이는 화산는 야훼를 형상화한 것이다.

기원전 1~2세기 아뮬렛(왕의 목걸이, 왕의 성물)에는 사람 몸에 뱀으로 된 두 다리와 닭 머리를 가진 무기와 방패를 들고 있는 야훼가 형상화되어 있는데, 이는 야훼가 전쟁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형상은 이후 영지주의(1세기 후반 시작된 종교 사상 체계로 개인적인 영적 지식 강조) 기독교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야훼 성전에서 제사를 지내는 솔로몬(그림: 제임스 티소, 1896–1902년)와 기원전 4세기 유대 지역의 동전(오른쪽 위)과 기원1~2세기의 아뮬렛 문양(오른쪽 아래)

구약에서 야훼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 뒤,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명령한다. 그래서 히브리인들은 야훼를 ‘아도나이'(Adonai)라고 부른다. 아도나이는 ‘주인’을 뜻하는 ‘아돈'(Adon; Lord)과 ‘나의’를 뜻하는 ‘아이(ai; my)’가 결합한 단어로 ‘우리 주’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돈(Adon)은 당시 이집트에서 매우 유명한 신, 바로 이집트 신왕국 18대 왕조의 ‘기괴한 파라오’ 아크나톤(아멘호테프 4세)이 형상 없는 유일신이라고 선언한 아톤(Aton)이다(지난 글 참조).

인류 역사상 최초의 유일신이자 형상이 없는 신 아톤(Aton). 동그란 태양(오른쪽 위)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아크나톤이 죽고난 뒤 그의 종교개혁은 실패로 끝났고 이집트는 곧바로 다신체제로 돌아간다. 모세가 히브리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여 십계를 받고 가나안으로 돌아오는 엑소더스 신화는 어쩌면 이집트에서 쫓겨난 유일신 아톤신앙이 유대지역으로 전파된 사건을 신화적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2. 엘로이스트(Elohist)의 하나님

엘로이스트는 지호비스트보다 최단 100년, 최장 500년 이후 구약을 집필하고 수정하는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말을 썼을 뿐만 아니라, 문화도 공유했던 페니키아인들이 주로 섬기던 신 ‘엘’을 주신으로 삼하고자 하였다.

엘(El)과 그의 부인 아슈라(Asherah; 또는 ‘아시라’). 구약에서 엘(El)은 엘로힘(Elohim)으로도 표기되는데, 엘로힘은 영어로 ‘신'(God), 한국어로는 ‘하느님/하나님’으로 번역된다.

엘로이스트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사람들 머릿속에 박혀 있는 그의 아내 아슈라의 존재였다. 인류의 자연스러운 관념에 따르면 세상에는 다양한 신이 존재하며, 신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남신과 여신이 짝을 이룬다. 그리고 대부분 남신보다 여신의 힘이 훨씬 강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엘을 유일신으로 가져오면서 아슈라의 존재를 지워버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한국어 성경에서는 ‘아세라’라고 표기된다)

그들의 제단을 허물고 석상들을 부수고 아세라 목상을 찍어버리고 우상들을 불살라라. (신명기 7:5)

너희가 쌓은 하느님 야훼의 제단 옆에 무슨 나무로든 아세라 목상을 만들어 세우면 안 된다. (신명기 16:21)

그는 야훼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살기로 단단히 결심하고 서낭당과 아세라 목상들을 유대에서 쓸어 없애버렸다. (역대기하 17:6)

아합은 아세라 목상도 만들었다. 그는 선대의 어느 이스라엘 왕보다도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의 속을 썩였다. (열왕기상 16:33)

그들은 하느님 야훼의 성전을 찾지 아니하고 아세라 목상과 돌 우상을 섬겼다. 이 죄 때문에 하느님의 진노가 유대와 예루살렘에 내리게 되었다. (역대기하 34:18)

하지만 다신계에서 가져온 신을 단일한 유일신으로 만드는 작업은 그다지 치밀하지 못하여 성경 곳곳에서 기이한 흔적을 남기고 만다. 몇 가지 흔적을 살펴보자.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는 모든 걸 삼키는 불길이요, 질투하는 신이시다. (신명기 4:24)

이 대목에서는 우선 야훼가 화산신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야훼 스스로 누군가를 질투한다고 말한다. 유일신이라면 과연 누구를 질투할까? 또한, 아담과 이브가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은 것을 깨닫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제 이 사람이 우리들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되었나니.” (창세기 3:22)
“Behold, the man is become as one of us, to know good and evil.”

자신을 가리키면서 ‘나’라고 하지 않고 ‘우리’라고 부른다. 누가 곁에 있었을까? 그것은 다름아닌 그의 아내이자 위대한 어머니 여신 ‘아세라’일 것이다. 구약은 인류의 보편적인 신앙 형태라 할 수 있는 ‘다신’ 체제를 깨고, 유일신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각색하고 꾸며낸 결과물이다. 그 작업의 핵심 목표는 고대의 강력한 여신들의 권위를 꺾고 절대적인 아버지 남신의 세상을 창조해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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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와의 협의 하에 [알파벳과 여신: 여성혐오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는가?] (레너드 쉴레인)에서 발췌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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