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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벳과 여신

  1. 초월적 남자, 영적 여자: 뇌와 골반, 섹스와 출산 그리고 철분
  2. 살기 위해 모인 10명의 여자들: 부족과 여신의 탄생
  3. 어머니 살해와 희생양: 기독교 신화의 기원
  4. 이집트의 여신 전성시대 (ft. 남신 아몬과 유일신 아톤의 등장)
  5. 페니키아와 알파벳 그리고 카드모스 신화
  6. 구약, 여신을 지우고 야훼만을 남기다
  7. 그리스 문명의 이면: 여성혐오, 강간, 동성애
  8. 인더스 문명과 불교: 신 없는 종교의 탄생
  9. 노자의 후예들, 노자를 죽이고 도교만 살리다
  10. 솔로몬 성전의 파괴와 복구와 파괴: 메시아 사상의 탄생  과정
  11. 산 예수 vs. 죽은 예수 (혹은 영지주의 vs. 바올로)
  12. 배제된 여신의 부활: 바울로의 삼위일체 vs. 민중의 마리아 
  13. 고대 유럽문명의 종말(ft. 히파티아 살해)과 이슬람의 확산
  14. 교황은 왜 사제 결혼을 금지하였나 (ft. 교회 여성 혐오의 기원)
  15. 기독교가 낳은 서자들: 교황들의 타락과 로마 대약탈
  16. 루터와 칼뱅: 누구를 위한 종교혁명이었나
  17. 가톨릭의 혁신 vs. 개신교의 보수화 (ft. 농민전쟁과 재세례파 학살)
  18. 종교재판의 고문 기술자들과 아메리카에 도착한 백인 악마들
  19. 잉글랜드, 종교적 살육의 연대기: 헨리 8세~찰스 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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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는 유일한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제외한 모든 인류의 아종(종의 바로 아래)는 멸종했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만이 언어를 사용하는 생득적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다른 종도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1983년 이스라엘의 케바라동굴(Kebara Cave)에서 현대인의 것과 거의 같은 네안데르탈인의 설골(hyoid bone)이 발견되면서 네안데르탈인도 언어를 가졌을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설골은 혀의 근육조직과 후두를 연결해 주는 부분으로써 이 뼈의 존재는 네안데르탈인의 언어 사용이 해부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편집자)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는 유일한 현생 인류로, 이를 제외한 모든 인류의 아종(종의 바로 아래)는 멸종했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만이 언어를 사용하는 생득적 능력을 가지고, 어떠한 다른 종도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여겨진다. 다만, 1983년 이스라엘의 케바라 동굴에서 현대인의 것과 거의 같은 네안데르탈인(위 왼쪽 그림, 네안데르탈인 복원 스케치, 헤르만 샤프하우젠, 1888년작)의 ‘설골’이 발견되어 네안데르탈인도 언어를 가졌을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설골은 혀의 근육 조직과 후두를 연결해 주는 부분으로써 이 뼈의 존재는 네안데르탈인의 언어 사용이 해부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참조, 위키백과, ‘네안데르탈인’ 중 발췌, 편집자)

[dropcap font=”arial” fontsize=”33″]언어[/dropcap]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몸짓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행위라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리키는 행동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손가락, 시냅스, 말(言)의 탄생  

길게 팔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는 행동은 우선, 주변 사람들에게 팔을 따라가 손가락 끝을 바라보도록 한다. 하지만 손가락 끝에는 볼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런 동작은 사람들에게 시각적 ‘믿음의 도약’을 하도록 요구한다. 집게손가락 끝을 따라 허공으로 뻗어나가는 가상의 선을 따라 시선을 돌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는 사람은 보상을 받는데 그 보상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람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가리키는 사람의 손가락 끝과 그가 가리키고자 한 물체 사이의 공간은 축삭 말단과 수상돌기 사이에 전극이 오가는 시냅스와 비슷하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천지창조 벽화 중 하나인 '아담의 창조'(1511)을 보면, 신이 뻗은 손가락과 아담이 뻗은 손가락이 맞닿지 않고 살짝 떨어져있다. 하지만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들 손가락 사이의 작은 틈을 가로질러 이동한다. 이는 원초적인 인지에서 추상적 사고로, 거대한 진화의 간극을 뛰어넘는 순간을 상징한다. 이 순간부터 인간은 언어라는 상징 체계를 활용하여 전혀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아래는 축삭(신경세포에서 길게 뻗어나온 가지로 활동전위를 전달한다) 말단과 수상돌기(신경세포에서 뻣어나온 나뭇가지 모양의 짧은 돌기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천지창조 벽화 중 하나인 ‘아담의 창조'(1511)을 보면, 신이 뻗은 손가락과 아담이 뻗은 손가락이 맞닿지 않고 살짝 떨어져있다. 하지만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들 손가락 사이의 작은 틈을 가로질러 이동한다. 이는 원초적인 인지에서 추상적 사고로, 거대한 진화의 간극을 뛰어넘는 순간을 상징한다. 이 순간부터 인간은 언어라는 상징 체계를 활용하여 전혀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아래는 축삭(신경세포에서 길게 뻗어나온 가지로 활동전위를 전달한다) 말단과 수상돌기(신경세포에서 뻣어나온 나뭇가지 모양의 짧은 돌기

가리키는 행위에서 출발한 손과 손가락을 활용한 정보 전달은 더 다양하고 복잡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하지만 손짓 언어는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어둠 속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또한, 손짓으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시각을 독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손짓을 하는 동안에는 하던 일을 멈춰야만 했다. 몸짓에 의존한 언어는 너무나 많은 희생을 요구했다.

손짓을 대체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을 탐색하는 동안 진화는 를 커뮤니케이션도구로 사용하면 경제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인체의 거의 모든 근육들 중에서 혀는 밥을 먹거나 침을 삼킬 때 도움을 주는 것 외에는 그저 입 안에서 가만히 놀고 있었다. 우리 뇌는 혀에게 곡예에 가까운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기껏 숨소리만 낼 줄 알던 혀가 구별되는 소리를 빚어내기 시작했다.

‘말’이 생겨나면서 손과 눈은 해방되었다. 이제 어둠 속에서도 마음대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나무’라는 소리가 나무 이미지를 상징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지자, 이제 주변에 나무가 없는 상황에서도 나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능력처럼 보이지만, 이는 너무나 극적인 도약이었다. 다른 동물과 인간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거대한 골짜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개미나 벌은 먹이가 어디 있는지 신호로 알려주고, 원숭이는 무리에게 위험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원초적인 수준을 넘어, 복잡한 질문을 하고, 더 나아가 거기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말의 탄생, 이것은 거대한 도약이었다.
말의 탄생, 이것은 거대한 도약이었다.

 죽이는 자와 살리는 자: 사냥과 육아 

수렵생활을 하는 원시인류에게 언어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예컨대 사냥감이 지나간 발자국을 발견했을 때 발자국에 관해 매우 세심한 부분까지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동물이 이곳을 지나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몸집은 어느 정도 될까? 얼마나 멀리 갔을까? 동물을 뒤쫓는 데 얼마나 많은 인원이 필요할까? 어떤 전략을 짤 것인가? 이렇게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비교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가진 포식자는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원시인 대화

말은 또한 양육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어미는 단순히 젖만 먹이는 것이 아니라, 아기에게 문화적 지식을 나눠주고, 사랑, 명예, 존경, 용기, 충성, 정직, 호기심, 쾌활함, 자기존중 등 기본적인 자질을 아기의 마음에 심어주는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어미와 아기 사이의 소통은 태아가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되어, 출생과 동시에 극적으로 증가한다. 어미와 아기는 탯줄이 잘리면서 분리되지만, 속삭이거나 노래하거나 혼잣말을 하거나 구슬리는 등 말과 몸짓으로 된 언어의 그물망을 통해 여전히 연결되어 있었다.

남자아이가 어른이 된다고 하더라도 어릴적 어머니에게서 배운 ‘사랑과 양심’이라는 개념은 사라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어머니에게서 배운 정서적 교감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자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자들이 사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었다. 아이를 오랫동안 홀로 남겨둘 수 없고, 우는 아기를 사냥에 데리고 갈 수도 없다. 늑대, 사자, 범고래 등 무리지어 사냥하는 포식자들은 사냥하고 살육하는 과정에 암컷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인간은 결국 집단사냥을 하는 동물 중에서, 사냥과 관련한 모든 임무를 수컷에게 일임한 최초의 동물이 된다.

인간은 아주 오랫동안 보살핌이 필요한 미숙아를 낳고, 그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필수적이다. 여성의 양육 시간에 반비례하게 여성의 사냥 시간은 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아주 오랫동안 보살핌이 필요한 미숙아를 낳는다. 그 아이를 잉태하는 그 오랜 시간 이후로도 아이 양육을 위해서는 엄마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여성의 양육 시간에 반비례하게 여성의 사냥 시간은 줄 수밖에 없었고, 결국 남성에게 사냥에 관한 모든 임무를 일임한다.

남자들이 살육 기술을 연마하는 동안, 여자들은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문화적인 기여를 했다. 동물의 가죽을 따뜻한 옷으로 바꾸어 놓거나 옷감을 짜거나 도기를 빗는 법은, 투석기나 창을 개발하는 일만큼 부족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채집을 하기 위해서는 식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했으며, 따라서 풀의 영양학적·의학적 비밀에 대해서도 여자들이 훨씬 많이 알았다.

하지만 추운 지역에서는, 사냥 기술이 채집 기술보다 훨씬 중요했다. 몇 달간 지속되는 겨울이 오면 과일과 곡식이 일시에 사라지기 때문에 더 크고 위험한 동물을 사냥해야만 했고, 이로써 사냥꾼들은 더 용감해져야만 했다. 구석기시대 북유럽의 동굴벽화나 유물을 보면 고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다.

프랑스 라스코 동굴에 그려진 벽화. 동물(고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방증하는 자료다.
프랑스 라스코 동굴에 그려진 벽화. 동물(고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방증하는 자료다.

그럼에도 여자의 양육 기술은 부족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를 이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면 부족 자체가 소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분화된 남녀의 생존 기술은 더욱 강력하게 상호의존적으로 발전하며 서로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뛰어난 사냥꾼이 되기 위해서는 거칠고 잔인한 ‘냉혈한’이 되어야 하는 반면,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정하고 따듯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목표에 몰입해야 하고(터널 비전), 채집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인식해야 한다(멀티테스킹). 먹을거리를 찾을 때 남자는 한 눈을 파는 순간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반면, 여자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끊임없이 곁눈질로 살피지 못하면 자식이 심각한 부상이나 죽음을 당할 수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에 걸친 진화로 남자와 여자는 역할을 분담하였고, 똑같은 자극에 대해서도 서로 다르게 정서적으로 반응했다. 결국, 남자와 여자는 주위를 관찰하는 시선, 생존전략, 헌신하는 방식, 궁극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까지도 달라진다. 남자는 사냥·도살자, 여자는 채집·양육자에 가장 적합하게 발전했다. 이러한 분화에 부응하기 위해 인간의 신경계도 다시 설계되었다.

뇌의 진화

좌우 뇌를 연결해주는 뇌들보(Corpus callosum; 뇌량; 죄우 대뇌 사이에 위치해 이들을 연결하는 신경세포 집합)를 조사한 결과, 여성은 뇌들보 앞쪽 신경섬유가 남자보다 적게는 10%, 많게는 33%까지 많은 것으로 관찰됐다. 연결 뉴런이 많다는 것은, 좌우 뇌 사이의 소통이 훨씬 잘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결 뉴런이 많을수록 정서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높아진다.

여성은 뇌들보(뇌량,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 앞쪽 신경세포가 남성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관찰된다.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여성은 뇌들보(뇌량,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 앞쪽 신경섬유가 남성보다 적게는 10%, 많게는 33% 많은 것으로 관찰됐다. 우뇌는 감정, 이미지, 분위기 등 동시적 정보를 용이하게 처리하는 반면 죄뇌는 언어, 수학, 논리 등 순차적 정보를 용이하게 처리한다.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그로 인해 여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인식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데 능하다. 아기의 감정 상태를 훨씬 잘 이해하며, 남의 감정도 더 깊이 파악하고 교감한다. 상황을 포괄적·전반적으로 파악하며,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데 뛰어나다.

반대로 여자에 비해 연결 뉴런이 적은 남자들은 사고 과정에 느낌과 감정이 개입하는 것을 쉽게 차단한다. 감정의 동요없이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능력은 사냥꾼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자질이다. 세상을 주체와 객체를 분리하여 바라보는 이원론적 세계관도 큰 도움이 된다. 동물을 거침없이 죽이기 위해서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끈끈한 사랑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정한 이원론적 사고가 필요하다.

물론 우리 뇌는 상황에 따라 비교적 쉽게 재구조화되기 때문에 이러한 해부학적 특성이 결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아기를 돌볼 필요가 없는 여자들 중에는 일말의 감정적인 동요 없이 사냥감을 죽이는 이들도 있고, 반대로 남자 중에는 훌륭한 채집 솜씨를 뽐내고 사랑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남자는 수렵과 도살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대다수 여자는 채집과 양육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다.

부족의 탄생

인류의 진화 결과, 출산과 육아는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상당히 위험한 사건이 되었다. 갓 낳은 새끼를 먹이고, 안아서 옮기고, 체온을 유지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미 자신이 분만 후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이처럼 출산이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사건이 된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출산과 양육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헤쳐나가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출산기에 다다른 여자들은 함께 모여살기 시작한다. 그들은 서로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며 위험에 빠진 동료를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었다. 이때부터 ‘음식을 나누는 습성’은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특징으로 자리잡는다. 음식을 나누는 여자들의 행동은 다정함, 관대함, 협력, 이타주의라는 인류의 고귀한 정신의 근원이 된다.

출산은 인간에게 가장
출산은 인간,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사건이었다. 섹스가 출산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원시 남성들은 알지 못했다. 결국 여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공동체를 구성했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여자들이 함께 모여살기에 가장 적절한 수는 10명 정도라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남자도 10명 정도가 이들과 함께 살게 되었고, 이들 역시 무리지어 사냥에 나섰다. 실제로 이 정도 규모가 한 팀으로 나설 때 사냥 성과가 가장 좋았는데, 이러한 원초적인 경험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팀은 대개 10명 내외로 조직된다. 참고로

  • 분대(스쿼드; squad; 군대의 최소 병력 단위): 9-13명
  • 축구: 11명
  • 야구: 9명
  • 대법관: 9명(미국), 14명(한국)
  • 기업 이사회 구성원(평균): 9명(소기업)-12명(대기업)

여자 10명이 모였을 때, 이들이 낳아 키우는 아이의 수는 30-40명 정도 된다. 여기에 청소년기 아이들과 노인들까지 포함하면 80-100명 정도가 된다. 결국 100명 정도의 인원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수렵채집부족을 이룬다.

  • 여자 10명 + 남자 10명 + 아이 40명 + 청소년·노인 40명 = 부족 100명

부족원들끼리는 서로 친숙하여 상대방의 기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낯선 이들과의 접촉은 비교적 드물었다. 물론 사회적 관습에 따라 다른 부족과 배우자를 주고받는 경우도 있었지만(족외혼; 族外婚), 그럼에도 부족은 끈끈한 단합을 유지했다. 양육자(채집)와 도살자(사냥)가 모여사는 ‘부족’이라는 집단 형태는 인간이 생존하는 데 매우 성공적인 전형이 되었고, 299만년을 거쳐 내려오는 동안 부족이라는 생활 단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부족의 탄생, 출산이라는 생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들은 10명 정도 모여서 서로를 도왔다.
부족의 탄생, 출산이라는 생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들은 10명 정도 모여서 서로를 도왔다.

그러던 중 1만년 전, 누군가 먹고 남긴 열매의 씨앗이 떨어진 곳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속해서 곡식이 자란다는 것을 발견한다. 또한 몇몇 동물은 울타리를 쳐서 사육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한다. 인간이 먹다 남긴 음식을 찾아 인간 주변을 배회하는 개, 고양이 같은 동물을 길들일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한다.

농경의 시작, 어머니 대지의 탄생 

농경은 인류의 삶을 바꾼 놀라운 혁신이었다. 299만년 동안 이어오던 수렵채집문화는 1만년 전 새롭게 등장한 농경문화와 접촉하면서 대부분 사라진다. 100명 정도 단위로 떠돌던 부족집단도 해체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농사를 짓는 대규모 사회가 출현한다.

를 뿌리고 결실을 기다리는 일, 가축의 번식을 장려하는 일은 사냥하고 도살하는 일보다는 수태하고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에 가까웠다. 여성적 원리가 사회의 기본 원리가 된 것이다. 또한, 모든 작물을 내어주는 땅은 자연스럽게 생명을 출산하는 어머니에 비유되었다.

수메르의 어머니 대지 여신 에레슈키갈(Ereshkigal). 바빌로니아의 조각.
수메르의 어머니 대지 여신 에레슈키갈(Ereshkigal). 바빌로니아의 조각.

농경과 축산의 규모가 커지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닥친다. 그것은 바로 홍수, 가뭄, 해충, 전염병과 같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였다. 이 때문에 어머니 대지 여신을 달래는 것은 초기 농경민들의 주요 관심사가 된다. 여신을 섬기는 것은 남녀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한편, 농경사회로 바뀌면서 사냥의 중요성이 추락하자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줄어들었다. 고작 곡식을 뜯어먹거나 가축을 잡아먹기 위해 달려드는 야생 동물을 쫓아버리는 일이 사냥과 비슷한 일의 전부였다. 농사는 사냥만큼 아드레날린을 펌프질하는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일이 아니었다.

299만년 동안 사냥을 하면서 마음껏 발휘하던 사냥·도살의 본성을 남자은 농경사회에서 충족시킬 수 없었다. 유희를 위한 사냥, 담력 테스트, 희생 제의 등 몇몇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신선한 고기와 골수에 굶주린 사냥꾼의 본성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분출되지 못한 남자들의 아드레날린은 독처럼 쌓여갔다.

결국, 남자들은 내면에 쌓인 독인 공격성, 호전성, 폭력성을 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것은 바로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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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와의 협의 하에 [알파벳과 여신: 여성혐오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는가?] (레너드 쉴레인)에서 발췌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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