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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 심판 중재 반칙 판정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발표한 2021년 11월 17일부터 2022년 1월 2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도 중 문제 보도를 내용별로 분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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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만 대변하는 보도들 

첫 번째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 입장을 대변한 보도를 정리했습니다.

힘겹게 통과된 중대재해법, 7개 방송사 두 달간 고작 36건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김용균 씨가 혼자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던 중 숨졌습니다.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작업장 안전과 원청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이 마련됐고 같은 해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노동자 사망사고가 계속되면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도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따라서 산업재해와 중대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1994년생 김용균은 2018년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 기계에 끼여 그 삶을 마감해야 했다. 김용균이 계약직으로 몸담은 한국발전기술은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였다. 김용균의 죽음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의 계기가 됐다.
1994년생 김용균은 2018년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 기계에 끼여 그 삶을 마감해야 했다. 김용균이 계약직으로 몸담은 한국발전기술은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였다. 김용균의 죽음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의 계기가 됐다.

거듭된 제정 촉구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은 3년간 국회에서 계류됐습니다. 결국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를 비롯한 산재사망 피해 유가족이 천막단식 농성을 벌인 끝에 2021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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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힘겹게 통과된 법안이지만, 신문 지면에 비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보도 건수가 현저히 적었습니다. 저녁종합뉴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소식을 전한 보도는 7개 방송사를 합해도 36건에 불과했습니다. 2개월 넘는 기간 보도량이라고 하기엔 적은 수준입니다.

전체 보도 건수는 적었지만, KBS, MBC는 각각 9건과 10건씩 보도하며 비교적 많이 중대재해처벌법 소식을 전했습니다. KBS, MBC에 비해 SBS와 종편4사 보도 건수는 적었습니다. 채널A는 법안 시행 3일 전인 1월 24일에 전한 2건이 전부입습니다. 하지만 보도 건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내용일 텐데요. 신문·방송 보도 내용은 어떠했을까요?

보수언론 ‘기업인 위축’, 경영계 입장 그대로 전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꼭 한 달 남은 2021년 12월 27일 신문 지면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형사 처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와 매일경제·한국경제는 닷새 전인 12월 23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출입기자단 송년 인터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견해를 밝힌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인터뷰 기사를 실었습니다. 법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려면 “형사적 접근보다 경제적 접근으로 해결하는 게 좋다”는 최 회장 발언이 담겼습니다. 경영계 입장으로 경제적 페널티를 대신 받겠다는 내용은 다소 생소하지만, 형사처벌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습니다.

기업 입장을 부각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부정적으로 쓴 곳은 동아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였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내년도 버티는 게 목표”라는 기업에 짐 더 떠안기는 여·야·정] (2021년 12월 27일)에서 내년도 국내 기업 경영 상황을 우려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을 촉구하곤 “그런데도 정부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사업장에서 발생해도 최고경영자(CEO)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을 강행하면서 기업인들의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다”고 썼습니다. 매일경제도 [사설/중대재해법 시행 한달 앞으로, 기업인 걱정은 끝내 외면하나] (2021년 12월 27일)에서 “경영책임자의 실질적 범위와 권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시행을 코앞에 두고서 과잉 처벌 가능성에 대한 기업인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경영계 우려를 전하는 한편 법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날인 12월 28일에도 동아일보 [사설/준비 안 된 중대재해법, 억울하게 감옥 갈 CEO 쏟아낼 것], 조선일보 [사설/5년간 “정부가 고용주” 고집, 이제 와 “일자리는 기업 몫”이라니], 매일경제 [사설/문대통령 기업총수 회동, 고용 늘리려면 반시장규제부터 풀어야], 한국경제 [사설/5년 집권하고도 어떻게 일자리 생기는지 모르나]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강력 비판했습니다.

1ccf TV조선·채널A와 MBC, ‘건설사 작업 중단’ 시각차

TV조선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도를 5건이나 내며 종편4사 중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지만, 내용은 기업 입장 대변에 치우쳤습니다. 심지어 [시행 D-7…‘처벌 1호’ 피하려고 ‘안간힘’] (1월 20일 박상현 기자)에서는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와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포항제철소 용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 등 노동자들이 중대재해로 희생된 사례를 언급하면서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처벌을 걱정했습니다. 제목부터 “‘처벌 1호’ 피하려고 ‘안간힘’”이라며 ‘노동자’가 아닌 ‘기업’ 입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해당 기사 인터넷 제목[“사고나면 CEO는 교도소·”…시행 앞둔 중대재해처벌법 논란]이었습니다.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다시 산업 근로자가 희생된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라며 중대재해로 노동자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은 짚었지만,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로) 기업 회장(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결국 물러났다”며 “앞으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기업 입장에서만 바라본 겁니다.

TV조선은 “사고로 오너도 처벌받을 수 있게 되자 산업계는 비상”이라며 “중소기업들은 이번 처벌법 시행으로 CEO 구인난에 빠졌다고 토로”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근거는 “중소기업에 CEO하면 언제 감옥 들어갈지도 모르고 언제 경찰에 만날 불려 다니는데 누가 그걸 하겠냐”는 익명의 중소기업 대표 인터뷰가 전부입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인터뷰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 경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며 또 다시 기업 걱정을 전했습니다.

채널A 역시 [건설 현장은 “27일부터 설까지 쉽니다”] (1월 24일 김정근 기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1호’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1월 27일부터 설 연휴까지 작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법 시행을 앞두고 당혹해하는 기업 입장을 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반면 MBC는 건설사 작업 중단에 대한 시각이 달랐습니다. [“굳기도 전에 치워버린다”‥곳곳에 또 다른 아이파크] (1월 25일 김건휘 기자)에서 “(기한에 쫓겨 원칙을 지키지 않고 공사를 강행해온)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처벌 1호가 되는 것을 피하려고, 이유 없이 열흘 넘게 공사를 멈추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건설현장 노동자 주장을 전한 겁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건설사 작업 중단을 ‘꼼수’로 판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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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빌미로 기업 편들기 ‘꼼수’

TV조선·채널A·MBN 종편3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입법 보완을 요구하는 중소기업 목소리를 보도했습니다. 채널A와 MBN은 각각 [건설 현장은 “27일부터 설까지 쉽니다”] (1월 24일 김정근 기자)와 [“중대재해 면책조항 신설해 달라”] (1월 24일 박은채 기자)에서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 면책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소기업을 비롯한 산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를 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완화를 주장하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조선일보 [“중소의 99%는 오너가 대표…재해 처벌땐 문닫아야”] (2021년 12월 1일 조재희·이기우 기자)는 조선일보·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 정책포럼 소식을 전하며 “사고예방보다는 처벌에 무게를 둔 법”이라며 “기업 규모별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매일경제는 [중대재해법 앞두고 국내 건설사 초비상] (2021년 12월 27일 김희래·김동은 기자)에서 건설업계 구조적 문제와 안전에 대한 시민의식 부재 등 위험 요인을 들어 “법 시행 초기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취재원 입을 빌려 “법 시행 이후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습니다.

TV조선은 [“사고 나면 범법자?”…떨고 있는 중소기업] (1월 24일 김충령 기자)에서 “사업주가 의무를 다해도 근로자가 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표들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사업주에게 직접적인 잘못이 없어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인력과 자금이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대비하긴 역부족”이라서 “처벌 강화보단 중소기업들이 안전 시스템을 갖추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TV조선 “선진국 비해 과도한 처벌”…영국 살인죄 준하는 처벌

TV조선은 이튿날 보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1호는 피하자”…산업 현장 ‘전전긍긍’] (1월 25일 박상현 기자)에서 “(중대재해) 사고 방지라는 법 취지를 위해선 처벌보단 명확한 정부 지침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처벌 완화를 주장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징역이나 벌금형이 높다”는 게 근거입니다.

세계법제정보센터 [산업재해에 관한 국가별 처벌규정] (2021년 6월 17일)에 따르면 영국은 2007년 “사망이 발생한 사고에 대해 법인에 살인죄에 준하는 죄를 묻는다”는 취지로 「2007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제정하고 “기업과실치사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면 상한 없는 벌금, 구제명령, 위반사실의 공표명령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선진국과 비교해 과도한 처벌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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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보단 명확한 정부지침 마련’부터 주문한 TV조선 주장과 달리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이미 명확한 지침을 제시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할 때 고려해야 할 7가지 핵심요소와 실행방법을 설명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 (2021년 8월 29일)을 발표한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마냥 부정적인 것만도 아닙니다. 채널A [건설 현장은 “27일부터 설까지 쉽니다”] (1월 24일 김정근 기자)에서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원청업체가 무리하게 공기 단축을 요구하거나 위험을 떠넘기는 관행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매일경제, 빈약한 근거로 “중대재해법 지뢰밭”

매일경제는 빈약한 근거를 제시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기한 압박·민원에 야간공사 하는데…사고땐 사업주 ‘독박 책임’] (2021년 12월 27일 김희래 기자)에서 중대재해 사례로 ‘2021년 5월 새벽 2시께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 도로에서 콘크리트 방음벽 철거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를 들었는데요. “음주 차량이 공사 현장을 들이받았지만, 어두운 작업환경” 때문에 노동자가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해당 사고는 만취한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던 30대가 신호수 역할을 하던 건설노동자를 치어 숨지게 한 것으로 당시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

매일경제는 “심야시간 작업이 잦은 건설현장”에서는 “안전 통제에 현실적 제약”이 많아 중대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위험 사각지대까지 사업주 책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염려했습니다. “중대재해법 곳곳 지뢰밭”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말입니다.

매일경제가 사례로 든 사건의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했는지 살펴봐야겠지만, 단순 음주운전 사고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례로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정의)에서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사업재해 중 하나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업무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밖의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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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과 정부 비판에 집중 (특히 한국경제)   

두 번째로 중대재해법으로 인한 고용시장 악화를 우려하거나 경영계 입장을 바탕으로 중대재해법 모호성을 부각하고 정부 비판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중대재해법으로 고용시장 악화 우려?

한국경제 “채용시장 후폭풍”, 고용노동부 “사실 아냐”

한국경제는 [취재수첩/채용문화까지 바꾸는 중대재해법] (2021년 12월 1일 곽용희 기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채용 불이익이나 고용시장 악화를 우려했습니다. “자칫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을 뽑았다가 재해로 이어질 경우 CEO가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서 채용 문턱을 높인다는 겁니다. 엿새 뒤에도 취재수첩 내용을 반복하고 확대했습니다.

12월 7일 1면 [“건강검진 재검만 나와도 채용 안한다”] (백승현·곽용희 기자)에서 “기업들이 건강검진을 대폭 강화”하고 “재직자 병력을 찾아내 전환배치” 하는 등 “채용시장이 중대재해법으로 후폭풍”을 맞았다고 전했습니다. “중대재해법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채용시장 문턱을 더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형사처벌 등 과도한 규제 탓에 기업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는 김경연 한국의학연구소 직업환경의학본부장 인터뷰도 덧붙였습니다.

3면은 ‘중대재해법 후폭풍’이라 이름 붙인 뒤 [“심혈관계 질환 의심 땐 안뽑아”…채용 문턱 더 높이는 중대재해법] (곽용희·백승현 기자), [기저질환 직원은 야간근무서 배제…재직자 관리도 ‘비상’] (곽용희 기자), [“법 시행 후 헌재·대법 판단 대상될 것” 현직판사도 문제 있다는 중대재해법] (백승현 기자)을 나란히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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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한국경제 보도 당일 반박자료를 내고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경영책임자 고의가 없어도 중대재해 발생만으로 형사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여야 하며, 산업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업무로 인한 것이 명백”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또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종사자 개인의 고혈압이나 당뇨,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바, 질병의 원인이 업무로 인한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종사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경제의 보도 내용을 반박한 중대산업재해감독과 https://www.moel.go.kr/news/enews/explain/enewsView.do;jsessionid=BcJ8KDaGnj1PolX72w3TA0xcY5bEPH43CHeZfsFyXz0bQ9rXpSMKRLRhqgLtGysF.moel_was_outside_servlet_www1?news_seq=13009
한국경제의 보도 내용을 반박한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MBC도 한국경제 보도 반박, 우려보다 제도 안착 중요

한국경제 보도 이후 고용노동부가 반박자료를 냈지만, 한국경제와 비슷한 보도는 이어졌습니다. 채널A가 [“60 넘으면 다칠까봐 안 써” 인력시장 불똥] (1월 24일 구자준 기자)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감이 뚝 떨어졌다”며 “더욱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법 시행을 앞둔 시점,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 걱정이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고 전했습니다. 채널A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려만 부각할 뿐 법안 미비로 인한 노동자들의 희생이나 법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MBC는 팩트체크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왜곡된 보도를 바로잡았는데요. [알고보니/중대재해법 때문에 몸 아프면 안 뽑는다?] (2021년 12월 8일 전준홍 기자)에서는 “(채용대상자가) 기저질환이나 가족력이 있을 경우 법 적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건강검진을 무조건 채용 기준으로 삼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전한 겁니다. MBC는 “더 이상 중대재해법을 기업에 대한 발목잡기라며 우려만 하기보다 더 이상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 제도를 안착시키는 게 더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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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우려’ 근거로 중대재해법 해설서 비판

고용노동부 해설서 배포에도 ‘모호하다’ 입장 반복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 이해를 도울 목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2021년 11월 17일)를 배포했습니다.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계는 계속해서 규정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반발해왔는데요. 고용노동부가 해설서를 통해 법에 명시된 중대산업재해와 경영책임자 등 정의를 명확히 하고 경영책임자에게 부여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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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서 배포 이튿날인 11월 18일, 한국경제를 포함한 일부 신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호하다’는 기업 입장을 싣기 바빴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당시 노동계에서 지적한 ‘5인 미만 사업장 법 미적용’이 해설서에서도 구체적으로 명시됐으나 이 같은 우려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와 달리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워진 점을 외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경영계 입장만 받아쓴 것입니다.

한국경제 3개면에서 기업 입장 대변

한국경제는 11월 18일 1면 머리기사로 [고용부 “중대재해 최종 책임은 결국 CEO”] (백승현·도병욱 기자), 3면 머리기사 [해설서까지 나왔지만…중대재해 처벌기준·책임 소재 여전히 ‘안갯속’] (곽용희·백승현 기자)와 아래 3단 기사 [안전 전담조직은 본사에…2명 이상 둬야] (곽용희 기자), 35면(오피니언) [사설/해설서도 ‘알아서 지키라’…중대재해법 연기가 답이다] (11월 18일) 등을 싣고 대대적으로 경영계 입장을 부각하는 데 나섰습니다.

경영계 우려만 전한 것은 다른 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일보 [“안전 담당하는 임원 있어도 중대재해 땐 대표도 처벌”] (곽래건 기자), 동아일보 [“중대재해처벌법 정비하고 스마트 안전기술 확대해야”] (최동수 기자), 매일경제 [안전담당 임원 권한 없으면 CEO가 중대재해법 책임] (김희래 기자)은 고용노동부 해설서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과잉 입법이란 입장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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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해설서까지 나왔지만…중대재해 처벌기준·책임 소재 여전히 ‘안갯속’] (곽용희·백승현 기자)은 “(해설서에서) 경영책임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경영책임자’와 관련한 고용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경제 [중대재해 땐 오너까지 법정행…‘안전관리’ 기준은 기업에 떠넘겨] (양종곤 기자)는 “고용부의 해설서를 보면 경영계의 ‘갈증’이 완전하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나같이 중대재해법 해설서가 모호하다고 비판하면서도 ‘경영계 입장’만 강조할 뿐, 노동계 입장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SBS는 [“중대재해 최종 책임은 대표이사가 져야”] (11월 17일 전형우 기자)에서 “(해설서에서 처벌대상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즉 기업은 대표이사, 행정기관은 기관장’으로 못 박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핵심 내용 중 불분명했던 경영책임자 의미를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안전책임자 개념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경영계 우려를 전하며,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근로와 휴게시간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이 포함되지 않아 과로사의 중대재해 입증이 어렵다”노동계 우려도 함께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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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희생 잇따르는 현실, 중대재해법 취지·보완 우선 보도해야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특수고용 비정규 노동자 희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세기업·건설·여성·이주노동자들도 안전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코앞에 앞두고도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로 인한 노동자 실종과 죽음, 포항제철소 용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 등 노동자 희생 사고는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전체 산업재해 80%가량이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만, 그마저도 적용이 유예돼 법 실효성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배포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서는 플랫폼노동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현장실습생 등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종사자가 5인 이상이어도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이라면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를 상시근로자로 보지 않은 해설서 내용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만 대변하는 언론은 경영책임자 처벌만 우려할 뿐 노동자 희생과 죽음에 대해선 눈 감고 있으면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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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안전 시민넷은 1월 25일 오전 ‘대선캠프 초청 국민 생명안전 대토론회’를 열고 노동자 생명안전을 위한 각종 대책과 법 제정을 요구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대선 후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하거나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선 후보들도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1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 적용범위를 모든 사업장으로 넓히고 법 적용 유예기간을 삭제했으며, 중대재해 범위를 넓히고 처벌 대상자를 더 명확히 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법 적용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 지가 논의되고 있다”며 “개정안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지향해야 할 바를 분명히 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권영국 변호사가 말한 대로,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법 적용을 피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처벌 1호가 되지 않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앞날을 걱정하는 건 기업만이 아닙니다.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외면한 채 기업 입장을 충실히 전하는 언론 보도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동자 희생이 잇따르는 현실에서 기업 걱정보다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와 보완할 내용을 먼저 짚고,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아주는 게 언론의 제대로 된 역할일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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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 2021년 11월 17일~2022년 1월 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평일)/[뉴스7] (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1년 11월 17일~2022년 1월 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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