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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201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움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고, 숫자가 바뀐다고 생겨나지 않습니다. 고통스럽지만 지난 과거를 응시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성찰과 돌아봄의 연속선 위에서만 새로운 출발은 가능합니다.

슬로우뉴스가 바라본 2014년을 ‘미디어, 정치, 사회, 테크(IT), 경제/노동, 문화, 사람’으로 나눠 돌아봅니다. 각 영역을 상징하는 키워드와 편집팀이 선정한 10대 뉴스를 정리하는 ‘돌아봄’으로 2015년 새해를 맞이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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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역시 많은 소식이 있었다. 모바일 환경이 점점 확대되고, 다양한 사물인터넷 서비스들이 상용화됐다. 자동화한 알고리즘과 함께 각종 로봇이 등장했다. 작년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프라이버시 문제가 계속해서 커졌다. 공유경제, 핀테크 등 기존 경제 서비스를 위협하는 서비스들이 몸집을 불렸다.

IT 영역에서 2014년 한해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충돌’이다. 기술과 제도가 충돌하고, 다국적 기업과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충돌했다.

Cubmundo, Collision, CC BY https://flic.kr/p/dec9dR
Cubmundo, “Collision”, CC BY

햄버거 제조 같은 물리적인 작업이 아닌 기사 작성과 같은 지적 분야에서도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는 시도들이 성공을 거두었다. 개인화한 사물인터넷 기기라 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는 시장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기존 시계 시장에도 영향을 주기 직전이다. 정부는 국민의 정보를 감시하려 하고, 서비스 업체는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보안 기술을 더욱 고도화했다.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계속해서 그 한계를 시험받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구사하는 정책은 각 나라에서 충돌을 빚었다. 구글과 같은 관록의 IT 업체부터 우버, 에어비앤비처럼 신생 업체들까지 벌금을 맞을 위기에 처했거나 안티 팬을 늘려갔다. 한국의 금융 서비스 벤처들은 한국의 규제에 막혀 해외 서비스 진출은 고사하고 국내 서비스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와 국외의 소식에는 편차가 좀 있긴 하지만 별도로 구분하기보다는 하나의 리스트로 모아 보았다. 슬로우뉴스 편집팀이 뽑은 2014년 10대 IT 이슈는 다음과 같다. (번호는 순위와 무관)

1. 프라이버시 이슈 증폭

작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전방위 도감청 사건을 폭로 이후로 계속해서 전 세계 IT 서비스에서 프라이버시 이슈가 이어졌다. FBI는 미국 IT 기업의 암호화 기술에 대한 불만을 공개석상에서 표하기도 했다. 국내는 다음카카오의 사이버 검열 이슈가 폭발했고, 텔레그램 메신저로의 사이버 망명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프라이버시
Boring Lovechild, Privacy: the game by Zabou (CC BY-NC-SA)

2. 스마트워치/밴드 기대감 고조

기존 스마트워치/밴드 시장에 애플이 애플워치로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은 한 해였다. 삼성전자도 올해에만 기어2 시리즈, 기어 s 등 여러 라인업을 쏟아냈다. 스마트폰처럼 대중화하기에는 여전히 뭔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기업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내년엔 어떤 제품들이 쏟아져나올까.

파리의 고급 패션점 '콜레트'에 전시된 애플 워치 (사진: 콜레트) http://www.colette.fr/content/apple-watch-chez-colette/
파리의 고급 패션점 ‘콜레트’에 전시된 애플 워치 (사진: 콜레트)

3. 인터넷상 잊혀질 권리 대두

2010년 곤잘레스 vs. 구글 사건으로 시작해서 2014년 5월 유럽사법재판소 판결로 전 세계 화두로 떠올랐다. 인터넷 검색업체는 부적절하거나 시효가 지난 검색 결과물에 대해 해당 정보 주체의 요청에 따라 링크를 제거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여러 나라에서 막대한 벌금이 걸린 재판을 진행 중이다.

구글은 삭제하지 않겠다고 버티는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좀 반대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채 임시조치(블라인드 등)가 ‘남용된다’고 할 정도로 당사자가 요청하면 정보가 너무 쉽게 내려간다.

구글 잊혀질 권리
출처: The Online Privacy Blog

4. 공유경제와 유사 공유경제 서비스

한때 공유경제 서비스의 대명사로 불리던 우버가 사실은 마케팅 용어로써 공유경제를 미는 것일 뿐, 사실은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해 우버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급성장했다. 기업 가치가 182억 달러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동시에 끊임없는 논란이 붉어졌다. 우버 CEO의 여러 발언은 미디어를 수놓았고, 우버는 노이즈를 발판삼아 성장했다.

디지털 신자유주의와 공유경제의 사이가 불분명한 한 해였다. 2013년부터 공유경제를 밀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우버를 제재하겠다고 밝혔고. 미국에서는 3백만 달러 규모의 에어비앤비 반대 캠페인이 시작됐다.

우버 코리아 - 서울 지역

5. 한국을 제외한 핀테크 열풍

핀테크 열풍도 ‘잊혀질 권리’ 마냥 한국과 다른 나라의 온도 차가 있다. 애플 페이는 올해 서비스를 시작하자 마자 미국 전자결제 금액의 1%를 차지했다. (2011년에 출시한 구글월렛은 4%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국의 모바일 송금 서비스는 한국의 불편한 결제/송금 환경과는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다.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들은 정부와 은행들이 하는 거짓말을 10년 넘게 들으며 희망고문을 당할 뿐이다. 대통령이 지시해도 나아지는 건 전혀 없다. 2015년에는 희망이 있을까? 매우 부정적이다.

이미지 출처: 벤처 스캐너 인사이트
이미지 출처: 벤처 스캐너 인사이트

6. 시나브로 다가오는 로봇 시대

알고리즘으로 기사를 생산하는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알고리즘에 의해 작성한 기사가 사람이 쓴 기사보다 더 설명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는 논문도 있다. 소프트웨어 로봇뿐만이 아니다.

의료 로봇이나 무인차량 로봇에서부터 로봇벌, 히치하이킹 로봇, 컴패니온 로봇, 드론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점점 더 로봇이 들어오고 있다. 올 한 해 무인기인 드론은 한국에서도 판매가 활발하며 북한 관련 뉴스로 이슈화되기도 했다.

k rupp, CC BY https://flic.kr/p/8dLzmM
k rupp, the future soon (CC BY)

7. 삼성전자의 위기론 대두

삼성전자의 2014년 3분기 매출이 3년 만에 최저치를 찍어 삼성전자의 미래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에 급속도로 밀리며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과 이재용의 상속이라는 사회적인 문제까지 겹쳤다. 과연 삼성의 해법은 무엇일까. 2015년에 삼성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두 얼굴의 삼성

8. 표현의 자유 한계선

올해도 역시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대두했다. IS가 미국 기자를 참수하는 영상과 사진이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올라왔고, 해당 서비스는 이를 즉각 삭제했다. IS는 인터넷에서 뛰어난 미디어 전략을 구사하며 사이버 영토를 확장했고, 한국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운 극우 커뮤니티가 오프라인까지 나아간 한 해이다. 인터넷에서 유통 가능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일까.

Alex Pepperhill, CC BY ND https://flic.kr/p/cUuknb
Alex Pepperhill, Gargoyle on fountain in Albert Square, Manchester, UK (CC BY-ND)

9. 소비자 vs. 다국적기업

아이폰5 소비자인 오원국 씨는 애플코리아의 기묘한 정책에 항의하며 소송을 했고, 1심에서 승소를 했다. 애플코리아의 그간 행보도 다국적 기업이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며 돈만 벌어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 사건도 그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이 소송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유익한 선례를 남길 수 있을까.

ⓒ KBS 소비자리포트에 출연한 오원국 씨
ⓒ KBS 소비자리포트에 출연한 오원국 씨

10. 한국 정부의 규제

인디뮤지션의 정보와 공연소식을 서비스하는 인디스트릿을 정부가 베끼려 한 시도가 있었다. 정부는 몇몇 민간 업체에게 주민등록번호 관리를 맡기는 방식의 아이핀에 이어 마이핀 제도를 시행했다. 인터넷 금융/결제 환경에서 액티브엑스 등 플러그인을 걷어내자는 이용자의 목소리에 이제부터는 .exe를 설치하라고 한다.

게임 셧다운제 역시 건재하다. (옵트아웃 방식으로 변경된 걸 사실상 폐지로 보도한 매체가 많지만.) 금융서비스를 시작하려는 스타트업은 기술과 싸우는 게 아니라 한국의 규제와 싸우고 있다. 이용자는 규제 때문에 점점 불편하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상태다. 2015년에는 조금이라도 달라지길 기대한다.

Duncan Hull, CC BY https://flic.kr/p/7YkGur
Duncan Hull,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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