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광장에 나온 판결. 286화] 공익제보 판결비평①: 공익신고자 책임감면, 이제는 재량을 넘어 실질적 보장이 필요한 때. (양성우/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 (⏳4분)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는 공익신고 등과 관련하여 공익신고자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 이에 대해 형의 감경이나 면제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임감면 조항은 공익제보자 보호의 핵심 장치이지만, 이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어 판결에 이르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에 대한 법원의 해석과 그 경향, 그리고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해 앞으로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양성우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이 비평했습니다.

들어가며

공익신고자는 사회의 투명성과 정의 실현을 위한 핵심적 행위자이다. 공익신고자의 신고는 종종 자신의 직무상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하거나 내부 문서를 유출하는 행위를 수반하며, 이에 대한 형사책임이나 징계, 행정처분의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는 이러한 부담을 경감하거나 면제함으로써, 공익신고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핵심적 보호장치이다. 그러나 현재 법원의 해석 및 적용 경향은 그 입법 취지를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의 취지와 구조

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1항, 2항만 발췌).

제14조(책임감면 등) ① 공익신고 등으로 인하여 공익신고자 등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② 공익신고 등으로 인하여 공익신고자 등이 징계 또는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 는 그 징계나 행정처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③ 내지 ⑧ 생략

표현상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신고 제도의 취지와 기능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할 때, 위 규정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를 위한 강력한 보호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내부정보의 제공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밀누설이나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해 형식적인 처벌로 회귀한다면, 공익신고 자체가 차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례의 경향과 문제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책임감면 규정을 일관되게 “임의적 감면” 조항으로 해석하며, 책임감면 여부의 판단을 소극적으로 운용하여 왔다. 대법원은 공익신고자의 형사책임 감면 여부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설령 감면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3도15052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도10199 판결).

법원은 행정처분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입찰 담합을 자진신고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등을 면제받은 공익신고자에 대하여 조달청장이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한 사안에서,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 제2항은 임의적 감경 규정이므로 처분청이 감경을 하지 않았더라도 재량권 불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처분을 유지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4. 11. 8. 선고 2022구합87214 판결).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공익신고를 결심한 자에게 자신의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한다는 메시지를 주어, 결과적으로 공익신고를 제약하는 위축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변화의 조짐과 관련 사례

그러나 최근 일부 하급심에서는 책임감면 규정의 입법 취지에 주목하며, 보다 적극적인 판단을 내놓고 있어 변화의 조짐도 보이는 상황이다.

형사사건에서, 법원은 입찰방해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공익신고를 통해 담합행위의 전모를 밝힌 점을 주요 양형사유로 참작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한 바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11. 21. 선고 2018노1043 판결). 해당 판결은 공익신고자 감경이 임의적 감면사유임을 전제하면서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 정한 형의 감면제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여, 제도의 실질적 운용을 강조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11. 21. 선고 2018노1043 판결).

또한, 법원은 최근 행정사건에서도 공익신고자의 책임감면 규정의 취지를 적극  고려하여 판단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서울행정법원은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공익신고자에 대하여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참여자격 취소처분을 한 사안에서, 처분청이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감면 사유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처분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5. 5. 30. 선고 2024구합56498 판결).  

특히,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적용되는 사건의 경우, 그 행정처분의 감경 또는 면제 여부를 검토하여 적절히 재량권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사실상 행정청에 공익신고자의 사정을 고려할 구체적인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5. 5. 30. 선고 2024구합56498 판결). 이는 책임감면 조항이 단순한 선언적 규정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으로, 향후 법원의 판단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 더 적극적인 공익신고자 보호에 나설 때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는 단순히 감면의 ‘가능성’만을 열어둔 조항이 아니다. 이는 공익신고자가 감수해야 할 법적 불안과 위험을 최소화하여 사회 정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제도 보장 장치이다.  

따라서 법원은 ‘재량’이라는 법적 형식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공익신고의 사회적 가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보호자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최근 하급심 판결에서 나타난 긍정적 변화처럼, 행정청과 법원이 책임감면 규정의 입법 취지를 존중하고 재량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선례를 꾸준히 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과 방심위의 청부 민원 및 민원 사주 제보 사례에서 보듯이, 공익침해행위 의심자들이 오히려 공익제보자를 보복성으로 고소하는 ‘별건 고소’가 빈번한 상황이다. 우리는 향후 이러한 사건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이 해당 제보자들의 공익적 가치를 어떻게 인정하고 공익신고자 책임감면 규정을 적용할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광장에 나온 판결: 286번째 이야기 ‘공익제보 판결비평’ 1호.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공익신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익신고자가 겪는 불이익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 또한 여전히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사법감시센터와 함께 공익신고의 증가에 따라 중요해진 법원의 판결 중, 그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는 판결을 선정해 비평으로 공유합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