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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실련은 “국회 법사위에 2년 동안 잠자고 있던 ‘중대범죄 의사면허제한법(‘의료법’ 일부법률개정안)’이 본회의로 향한다”면서 국회 보건위의 책임 있는 결정을 환영한다는 논평(‘중대범죄 의사면허제한법 본회의 직행 환영한다’)을 내보냈다.

그렇다면 “중대범죄 의사면허제한법”이라고 경실련이 명명한 ‘의료법 일부법률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뭘까.  아쉽게도 경실련 논평을 읽어봐도 주요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죄 지으면 벌을 받고 자격이 없으면 물러나야 한다”는 추상적인 일반론에 머무고 있어 그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했다.

이 소식을 전한 다른 언론 기사들은 어떨까. 역시 경실련 논평 일부 인용하고 있을 뿐 해당 법안의 핵심 내용이나 제안 이유를 직접 정리한 기사는 발견하기 어렵다. 최후(?) 수단으로 직접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올라온 의안을 중심으로 몇몇 개정안의 내용을 일일이 훑어봤다.

내용은 대략 맞는 것 같은데, 정말 이 법안이 맞는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경실련에 직접 문의해 해당 개정안 원문을 제공받아 그 내용을 정리한다. 특히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주고, 원문을 직접 메일을 통해 보내주신 가민석 간사께 감사드린다.

이하 개정안 원문에 담긴 ‘제안 이유’와 ‘주요내용’을 중심으로 ‘중대범죄 의사면허제한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현실을 대변하는 두 개의 사건 

누가 봐도 의사 자격을 인정하기 어려운 ‘범죄자’가 의사 면허를 유지한 채 감옥에서 나와 다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현실’을 비판한 두 개의 대표적인 기사를 살펴보자.

우선 YTN은 2020년 다음과 같은 방송 리포트를 내보낸다. 내용은 성추행 의사가 징역 2년 선고받고도 의사면허를 유지한 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 그 일부를 인용해보자.

[앵커]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있던 여성을 성폭행한 현직 의사가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현행법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중략…)

[기자]
네, 현행 의료법 8조 때문입니다. (…중략…) 법상 횡령이나 배임, 절도, 마약흡입이나, 강도, 강간, 살인을 저질러도 의사 면허를 취소할 법률적 근거는 없다는 겁니다. 통계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살인과 강도, 절도, 폭력 4대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2,867명으로 집계됐고요. 특히, 성범죄자는 613명에 달했습니다.

– YTN, [뉴있저] ‘성폭행 의사’ 징역 2년 실형…그래도 의사 면허는 유지? (2020년 09월 25일)중에서

전문직의 성범죄 현황을 보면 타 전문직 직종보다 유독 의사가 자치하는 비중이 높다.

심지어는 진료 현장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의사면허를 유지한 채 여성 환자를 다시 진료할 수 있는 현실을 비판한 기사도 있다. 서울신문의 2021년 기사 중 일부를 살펴보자:

“좀 더 만지고 싶으니 수술실에 있겠다” “자궁을 먹나요?” “Hymen(처녀막)을 볼 수 있나”

2019년 대형병원 산부인과에서 인턴으로 있던 A씨는 마취된 상태로 수술대기 중인 환자의 신체 부위를 지속적으로 만지면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한 혐의(준강제추행)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법원의 출석 요구를 무시했고, 이후 열린 공판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하며 이름과 주소지를 말하지 않기도 했다.

성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A씨는 올해 초 서울 시내 다른 대형병원에 재취업해 의사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 채용이 진행됐고, 이후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의사면허는 유지되기 때문에 병원 복귀를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의료법을 위반해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 10명 중 9명은 면허를 재교부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신문, 만지고 싶다” 마취환자 성추행 후 재취업… ‘철옹성’ 의사면허 [김유민의돋보기] (2021년 11월 12일) 중에서

제안 이유

개정법의 제안 이유를 각 내용 별로 살펴보자.

범죄 저지른 의료인의 의료면허 취소 

  •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지위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행법은 의료관계법령 위반 범죄행위만을 의료인 결격 및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도 취소되지 않는 실정으로, 환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
  • 이에 의료인에 대하여도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의 예와 같이, 범죄에 구분 없이 금고의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선고유예 포함) 면허를 취소하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하여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 다만,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하고자 한다.
의사의 과도한 권리와 권위는 환자의 권리를 위해 제한되어야 한다. (출처: Truthout.org, CC BY)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 요건 받은 자의 면허 취소 

  • 또한, 현행법에서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발급 요건(대학ㆍ전문대학원 졸업 등)을 취득하거나 국가시험에 합격한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교육전담간호사 의무화 및 국가 지원 제도 

  • 최근 간호인력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 간호사의 상당수가 과도한 업무, 업무부적응, 복잡한 대인관계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신규 간호사들이 임상 현장에서 이탈하지 않고 잘 적응하여 우수한 간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음.
  • 이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신규간호사등 교육의 기획·운영·평가 등 업무를 수행하는 교육전담간호사를 두도록 의무화하되, 국가가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도록함으로써, 간호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주요 내용

1.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해당하면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다음에 해당하면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다.

  •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경우
  •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다만, 의료인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등의 경우에는 그 면허를 취소하지 아니하도록 한다(안 제8조제4호부터 제6호까지, 안 제65조제 1항제1호 단서).

2. 면허 취소 후 재교부받은 의료인이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안 제65조제1항제2호의2 신설).

3.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인 면허발급 요건(대학·전문대학원 졸업 등)을 취득하거나 제9조에 따른 국가시험에 합격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할 수 없도록 한다(안 제65조제1항제7호 신설 등).

4.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에 대한 면허 재교부 요건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 이수를 추가한다(안 제65조제2항 본문).

5.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 면허를 재교부 받은 후, 다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를 취소하는 경우에는 10년 간 재교부를 금지한다(안 제65조제2항 단서).

6.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교육전담간호사를 배치하도록 의무화하고, 국가는 교육전담간호사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안 제41조의2 신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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