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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재벌특혜·규제완화·부자감세’로 요약할 수 있다. 과거 MB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재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그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와 인플레이션의 확산으로 인해 세계적인 경제위기마저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부자 감세 위한 서민 증세? 

그런데 지난 7월 10일 기획재정부가 현행 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전반적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다수 언론이 전했다. 윤석열 정부는 2019년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36.8%에 달하는 반면,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자의 세 부담은 2013년에 비해 2019년에 68.3% 상승했고, 실효 세율도 4.5%에서 5.8%로 높아졌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근로소득세제 개편을 시사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페이스북 게시물 중에서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개세주의’(모든 국민이 적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소득세 면세자를 지금보다 더 늘리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지만, 하위 과표구간을 현행(1200만원)대로 유지하되 1) 간을 세분화하는 방안2) 지금보다 낮은 하위 과표구간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고임금 근로자 감세, 청년 등 중저임금 근로자 증세를 의미할 수 있는 것이므로 매우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즉,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근로소득세 개편은 고임금 근로자들에게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과표구간을 인상하겠다는 것으로서 결국 고소득자 감세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동시에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언급한 것은 중저임금 근로자들에 대한 과표구간을 조정하거나 적용세율을 신설하여 새로이 과세대상에 포섭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러한 개편은 결국 ‘국민개세주의’라는 미명하에 서민과 청년 등 중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증세로 볼 수밖에 없다.

청년 비정규직 주요 증세 대상 우려 

특히 2020년 기준 근로소득금액이 4000만원 이하인 중하위 소득 수준의 근로자가 약 1,500만 명(결정세액이 없는 근로자 약 700만 명 포함, 이상 국세청 통계를 참고하였음)이며 이들의 근로소득세액이 약 6,300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로 연봉 4,000만 원 전후인 중소기업 근로자이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근로자인 20~30대(즉 근로소득세 과세점 미달자) 청년 계층이 향후 주요 증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크다.

또한, 국세청과 한국은행 등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세 세수는 2008년 36조 4,000억원에서 지난해 114조 1,000억원으로 약 313% 폭등하였지만, 같은 기간 동안의 우리나라 실질 GDP는 약 44%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우리나라 근로자는 GDP 성장율보다 약 6배 정도 더 높은 조세부담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소득자에 대한 조세 부담을 경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조치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고소득자에 대한 조세 부담을 낮추고 저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는 것은 아랫돌을 빼어 윗돌에 고이는 것에 불과하다.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면 탑이든 벽이든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인세 인하의 낙수효과? 

한편 현 정부는 법인세 최고구간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면서 낙수효과를 통해 투자와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예컨대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MB정부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효과 및 귀착효과, 2014)에 따르면 MB정부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약 4년간 총 26.7조 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감면하였으나, 같은 기간 동안의 기업의 투자 규모(약 23조 원)는 직전 4년간(2005년~2008년)의 투자 총액(약 33. 5 조 원)보다 약 10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당시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09년의 72조4000억원에서 2011년 165조3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하였을 뿐 아니라, 이와 같은 부자감세의 결과로 2012년부터는 매년 세수가 감소하여 2014년에는 약 11조원 정도의 세수결손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로 인해 MB정부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은 박근혜정부에서는 부족한 세수를 보전하기 위하여, 근로소득세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담배소비세와 주민세를 인상하는 등 서민증세를 단행하여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야기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을 비판한 이준구 교수의 게시물 중에서. “한 마디로 말해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의 획기적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합니다.” (이준구 교수)

이밖에도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전성 제고를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위기상황 극복을 위해서나 기본적인 복지지출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재원 마련은 필수불가결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법인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재벌기업과 특정 부유층에 대한 감세만을 주장하는 것은 재정건전성 제고와 모순되는 행보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세수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근로소득세를 개편하고자 하는 것은 조삼모사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는 지출구조 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의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적정한 증세를 통한 세수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인바, 충분한 조세부담 능력이 있는 재벌기업과 특정 부유층의 감세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바람직한 증세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코로나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비경제적 요인과 글로벌 공급망의 단절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심화 등 경제위기로 수년 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중상공업자와 저소득 취약계층의 조세부담 완화와 소득보전을 위한 조세정책과 경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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