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 세상에 문제는 넘치지만 해법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좋은 해법은 질문에서 나옵니다. 슬로우뉴스가 문제와 함께 해법을 말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질문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기후에너지부를 만든다고 하면서 핵발전 확대를 선언한 것은 기후정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일이다.
시민사회는 이러한 퇴행적 정책에 맞서 이재명 정부를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원전 추가 건설 ‘불가피’론과 관련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원칙을 계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6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신규원전 추진발언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단순히 탄소만 줄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탄소중심주의’는 매우 위험한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핵발전은 온실가스 배출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막대한 핵폐기물을 남기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며 환경·기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16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신규원전 추진발언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이 행사는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탈핵시민행동, 종교환경회의 주최로 열렸다. 사진 : 탈핵시민행동

이게 왜 중요한가:

해법: 12차 전력계획을 조기 수립한다.

  • 12차 전기본을 앞당기는 방법이 있다. 전기본은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2년 주기로 수립되는 법정 계획으로, 12차 전기본은 원래 2025년 하반기에 수립에 착수, 2026년 확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헌석은 11차 전기본에 문제가 많다며 12차 전기본 수립시기를 앞당기자고 제안한다.
  • 전력 수요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2024년 한국의 최대 전력 수요는 하루 104.2GW(기가와트)였는데 11차 전기본은 2038년에 이것이 129.3GW로 늘 것이라고 예상하고 원전 신규 건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헌석은 한국의 전기화 속도 등을 들어 전력수요 재검토를 주장한다.
  • 늘어나는 전력 수요는 재생에너지와 유연성 자원 확대로 대처할 수 있다. 이헌석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유연성 자원으로 LNG 발전, 배터리저장장치(BESS)를 제안한다. 트럼프 정부인 미국조차 2025년에 추가로 늘리는 발전설비 1위가 태양광, 2위가 BESS, 3위가 LNG다.
  •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고 에너지산업과 기술을 진흥하는 정부 부처가 필요하다. 에너지 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다른 산업과 함께 총괄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졌고, 화석연료가 야기하고 있는 기후위기 문제는 여러 부문에 거쳐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국, 영국 등 다른 국가들도 에너지부 혹은 기후에너지부를 두고 있다. 이헌석은 에너지부를 설치해 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 진흥에 집중하고 규제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 별도 부서가 맡을 것을 제안한다.

이하 이헌석 위원 인터뷰 전문.

이헌석은 누구?
  •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겸 탈핵신문 운영위원장.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집행위원,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 녹색정의위원장을 역임했다.
  • 지은 책으로 『그린뉴딜과 신공항으로 본 대한민국 녹색시계』(공저) , 『기후위기 행동사전』(공저)등이 있다.

“김성환 후보자 발언은 윤석열 핵발전 원칙 계승한 것”

장관 청문회에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원전 추가 건설에 동의하냐는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 질문에 “국민 공감이 필요”하다는 전제로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김성환 후보자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원칙을 계승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 때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은 그만 짓는 게 맞다고 봤고 당시에는 후쿠시마(원전) 피해가 워낙 컸던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전 상황은 문재인 정부 때와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핵발전 안전성은 확보되지 못했고 신규 원전 부지도 확보된 게 없다.”

15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사진 : KNN 유튜브 중계 캡쳐.

원전 추가 건설, 정말 불가피한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원전 최강국 정책’을 기반으로 증(增)원전 전략을 짰다. 개발도 안 된 SMR(소형모듈원전)으로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했고, 신규 부지도 없는데 대형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계획했다. 설계 수명이 끝난 원전은 수명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 모든 게 전력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수요 관리는 실종된 계획이었다. 11차 전력계획은 폐기해야 한다. 새 정부는 12차 전력계획부터 수립해야 한다. 한국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15년짜리 장기계획이다. 몇 달 늦어진다고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전력수요를 과다예측했다.

정부가 전력수요를 과다예측했다는 근거는?

“11차 전력계획은 전력소비량과 최대전력 모두 연 2%대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10차 전력계획이 목표 수요를 2036년 118GW(기가와트)로 잡은 데에 비해 11차 전력계획은 2038년 129.3GW로 잡았다. 급격하게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인공지능 혹은 데이터센터가 전력수요 급증 요인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기화 경향이 전력소비량과 최대 전력 상승에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다. 즉, 전기차 보급 등 전기화 속도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전기차 300만 대 보급 계획조차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문제점. 자료 : 이헌석, 새정부 에너지정책 제안 긴급토론회 자료집 중

김 후보자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으로, 이 법안에서 분산에너지의 범위에 SMR을 포함시키는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원자력발전위원회 허가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사실상 SMR 도입의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SMR은 전력수요지에 설치해 송전망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고 분산에너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는데.

“SMR은 경제성, 폐기물 문제까지 미해결 상태이고, 전 세계 50여 종 SMR 대부분이 아직 실증도 되지 않은 설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셨다 인터넷에서 SMR 관련 정보를 보면 증권가에서 나오는 정보가 월등히 많다. 특히 소수 경제지들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실제로 증권이나 주식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장밋빛으로 보지 않는다. 그분들은 탈핵 운동가들이 아니다. 지금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정확하게 수치로 보는 사람들이다. 현재 문제를 바라봄에 있어서 일종의 거품을 치우고 보는 시각이 있다.”

뭐가 제일 거품인가?

“일단, 지금이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얘기다. 이 얘기가 나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원자력 증가세는 재생에너지에 미치지 못한다. 거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얼마 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글로벌 에너지 리뷰 2025’를 보면 2024년 한 해 동안 폭염이 계속되고, 전기화,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4.3%나 증가했다. 그 와중에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700GW(기가와트)나 늘었다. 그 중 3/4이 태양광이었다. 이렇게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가운데 핵발전은 단 7GW 늘었다. 재생에너지 700GW 늘어나는 동안 핵발전은 7GW, 6기가 늘었다. 20년 전인 2004년엔 1년 동안 늘어난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이 1GW였다. 하지만, 이제 태양광 1GW가 늘어나는데, 16시간이면 된다. 유럽연합 27개국 중 절반인 14개국에서 전체 전력 생산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에서 얻고 있다. 말 그대로 재생에너지 열풍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상태에서 핵산업계가 활로를 찾고 있다. 그 와중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겼다.”

SMR은 ‘계획’과 ‘포장’뿐.

한국 정부는 ‘혁신형 SMR기술개발사업단’을 설립해 2028년까지 약 4천억 원을 투자한다.

“대한민국은 아직 설계도 안 끝난 발전소를 11차 전력계획에 이미 짓는 걸로 넣었다. 국가가 들어갈 때는 제대로 된 데이터를 가지고 검토해서 가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게 없다. 정말로 SMR이 앞으로 전 세계에 수십, 수백 개가 건설될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해서는 모두가 물음표다.”

– SMR에 시장성이 없다는 건가? 이유는?

“그동안 핵산업은 점점 거대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래야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니까. 그런데 SMR은 그 규모의 경제를 포기한 거다. 국내에서도 한동안 얘기됐던 ‘스마트 원자로’가 대표적이다. 10년 이상 예비타당성 검토를 하고, 사우디 쪽으로도 팔아보려 했지만, 경제성 문제로 실패했다. 그걸 극복하려고 나온 게 모듈형인데, 이건 여러 개를 찍어내듯 생산하면 단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제로 개발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같은 경우는 파운더리라는 표현도 쓴다. 마치 반도체처럼 SMR을 계속 찍어내겠다는 거다. 하지만 많이 팔려야 단가가 떨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건설된 게 없다. 부지 문제, 경제성 문제, 안전성 문제, 규제 문제 등 모든 게 미해결 상태다.”

기술적 가능성이나 경제성은 어떤가?

“SMR은 감속재, 냉각재, 연료 구성, 고속증식 여부, 세대 구분 등에서 여전히 복잡한 공학적 구조를 갖고 있다. 안전성과 경제성, 폐기물 문제까지 미해결 상태다. 물론 그 중에는 미국 뉴스케일(NuScale)처럼 주식시장 상장까지 간 곳도 있다. 이들이 여러 가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그걸 보완하기 위해 유명 인사들을 자꾸 끼워넣는다. 예를 들면 빌 게이츠, SK 같은 곳에서 투자를 받았다고 홍보하는 식이다. 하지만 국내 SMR 중 대표작인 ‘SMART’는 1997년 개발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실증이나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뉴스케일도 경제성 부족과 투자 철회로 유타주 프로젝트가 무산된 바 있다. SMR의 현실은 계획과 포장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LNG, BESS로 전력수요 맞출 수 있다.

원전, SMR 신규 건설 없이 전력수요 증가에 대처할 수 있을까?

“핵발전은 건설기간에 10년에 이른다.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힘들다. 핵발전 신규 건설과 SMR 개발로는 전력이 필요한 시기를 맞출 수 없다. 전력수요 증가는 재생에너지를 늘려서 감당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 문제는 LNG 발전과 배터리저장장치(BESS)로 해소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25년 추가될 예정인 발전설비 1위가 태양광(32.5GW), 2위가 배터리(18.2GW), 3위가 천연가스(4.4GW), 4위가 풍력(7.7GW)이다.”

15년짜리 전력계획은 급변하는 상황에서 유연성 떨어진다.

– 한국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전력공급을 계획한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사실 우리나라처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는 나라가 없다. 다른 나라는 대략적인 전망만 세우고, 발전사업자들이 허가 신청을 하면 심사하는 방식을 쓴다. 한국은 15년 치 계획을 다 세우고, 2년마다 15년짜리 인허가 계획을 계속 짠다. 이런 나라는 없다. 이건 1970~1980년대 한전 독점 시절의 관행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거다.”

–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 에너지 분야는 안보나 환경적 지속가능성이 한국보다 높다. 이들 국가에도 장기 계획이 없는가?

“이런 나라들은 개별 발전소 허가를 그때그때 평가한다. 물론 큰 틀의 국가 전망은 있지만, 허가 신청이 들어와야 심사가 시작된다. 그런데 SMR의 경우엔 설계도, 부지도 없으니 허가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은 한국전력이 전력시장을 주도한다. 유럽에선 덴마크 오스테드 같은 해상풍력 공기업이 발전해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을 이끌고 있다. 공기업으로 전력수급과 산업을 키우는 전략은 어떤가.

“덴마크 오스테드뿐 아니라 프랑스의 EDF도 그런 케이스다. 유럽에는 그런 기업들이 많다. 한전이나 한수원도 원래 그런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신규 사업은 대부분 민간 사업자가 하게 됐다. 유럽 국가들은 정부가 공기업을 통해 방향을 잡고, 민간과도 협력한다. 한국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전력 정책 전반을 보면, 정부가 15년 치 건설계획 의향서를 다 받아 심사해서 계획을 짜는 게 소위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시장이나 상황 변화에 대응을 적절히 할 수 있는 유연성이 떨어진다.

올해 1월 한국에선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 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전 세계적 탈석탄 기조 속에 석탄발전 종주국인 영국조차 석탄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했을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15년 전에 세운 계획 때문에 한국에선 신규 석탄발전소가 가동된 것인가?

“맞다. 전력 수요에 대해 정부는 전망치만 세우고 있다가, 그때그때 상황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에너지부로 진흥하고 탄녹위로 규제하자.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해결될까?

“있으면 도움이 될 순 있지만, 그걸로 모든 게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우선, 기후에너지부 설치에 대한 인식이 천차만별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기후에너지 콘트롤 타워로 환경 문제 규제도 할 거라고 기대한다. 반대하는 사람은 규제와 진흥이 한 부처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기후에너지부 설치가 반대에 부딪힌다면 저는 에너지부 설치도 좋다고 본다. 에너지부는 재생에너지나 녹색산업 진흥에 집중하고, 규제는 별도 부서가 맡으면 된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개발이 환경파괴로 이어질 수 있으니, 규제와 진흥은 분리해야 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제안한 ‘산업정책 정부조직 제안’. 자료 : 국회미래연구원

규제는 환경부가 하면 되지 않을까?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짤 때 전략환경영향평가, 기후변화영향평가를 하게 돼 있지만, 환경부가 힘이 약해 실질적 반영이 안 되고 있다. 신규 석탄발전소 운영, 폐쇄 시기 등도 환경부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저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위상으로는 부족하니, 실질적 권한이 필요하다. ”

그러나 탄녹위도 2023년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근거자료,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 문제가 불거진 적 있다.

“맞다. 전력수급기본계획도 그러하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10배 늘어난다고 잡혀 있는데,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2030년 이후 수요 예측도 불투명하다. 이런 불투명한 수요 예측이 SMR, 핵발전소 추가 건설의 근거로 쓰이고 있다.”

수요 예측이 공개되지 않으면 검증이 불가능한데?

“그래서 견제 기능을 강화한 위원회가 필요하다. 숙의 민주주의도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가능하다. 진짜 맞는 예측인지, 줄일 수 있는 최대치는 얼마인지, 발전소를 어디에 어떻게 지어야 할지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

– 2023년 열린 유엔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 정부는 다른 130여개국과 함께 재생에너지를 3배로, 에너지 효율 개선율은 2배로 확대하겠다고 서약했다. 그런데 에너지 효율화 정책은 미약해보인다. 예를 들어 LG, 삼성의 주요 수출품목으로 히트펌프가 꼽힐 만큼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높은데 정작 국내 정책에는 히트펌프 확대 전략이 빠져 있다.

“맞다. 산업부 보도자료에도 효율 얘기는 없다. 2년 전 언론에서 그 문제를 지적했을 때 환경부는 아직 검증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산업용의 경우 기업이 알아서 히트펌프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는 무게 때문에 어렵고, 농장이나 기업에 지원해주면 되는데도 정책이 없다. 석탄발전도 못 없애고 있으니, 다음 단계로 못 나가는 거다.

정책 수용성 높이려면 주민 참여, 정보 공개부터

전기차 보급 등 연료의 전기화를 추진하려면 전력망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는 여러 지역에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정부가 계획한 일정대로 송전망이나 변전소를 확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등 대형 프로젝트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송전선로를 더 깔아야 하는데, 주민들은 왜 우리 지역이 그걸 감내해야 하냐고 반발한다. 해저케이블로 일부 해결할 수 있지만, 육지로 올라오는 순간 갈등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는 대화와 설득이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사업자 마인드로 접근해 실패했다.”

– 주민 공청회를 생략할 수 있게 한 법 조항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사업법에 독소 조항이 있다. 제25조는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청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공청회를 개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공청회 개최 예외 조항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법 등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건 에너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조항이다. 각종 법률에서 독소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주민의 정책 수용성을 높여야 발전시설을 더 빨리 확충할 수 있다.

정보공개나 대화 기술도 부족하다고 하셨다.

“그렇다. 환경영향평가서 등도 열람만 가능하다. 그조차 복사나 촬영은 금지한다. 핵발전소 부지 선정 자료는 시민단체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요구에도 열람만 허용하는 식이다. 이런 핵심 정보가 비공개라면, 제대로 된 논의가 불가능하다.”

해외는 어떤가?

일본,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은 회의 자료까지 인터넷에 다 공개한다.”

자료가 방대할텐데.

“그래서 3자 검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30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받아도, 전문가에게 검토를 맡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전력사업자가 비용을 내고, 독립적 전문가가 검증하는 구조로 하면 된다. 한국에도 몇 번 사례가 있었지만, 제도화되진 못했다.”

정보공개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일본도 중요한 자료는 은폐하는 경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개해야 신뢰가 높아진다는 마인드는 있다. 한국 공무원들은 공개하면 언론 문제 제기, 책임 추궁이 이어질까봐 두려워 공개를 꺼린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 관료문화가 있다.”

관료들이 그렇게 된 배경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바뀌었던 역사가 있다. 이 상황에서 관료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책임을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월성 1호기 폐쇄 때 장관, 실장까지 재판에 끌려가면서 공직사회가 위축됐다. 공무원들이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와 문화가 필요하다. 자기 전문성을 내놓아도 안전하다는 신뢰가 있어야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이 가능하려면?

“그게 핵심이다. 한 번에 모든 게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밑바닥부터 기초를 단단히 쌓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이 바뀌면 다 바뀔 거라는 어설픈 기대가 있었지만, 다음 정부가 들어와 다 뒤집었다. 단기 성과보다 거버넌스, 그리고 행정체계, 법률, 시장 시스템, 산업 생태계 등 기초를 잘 만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 기초를 안 만들어두면, 다음 정부에서 또 확 바뀌어버릴 것이다.

– 한국에 가장 필요한 에너지 정의는?

지금은 절차적 정의, 참여적 정의의 첫 단계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환경정책기본법, 탄소중립법에도 환경정의, 기후정의가 나와 있지만,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거버넌스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회 정보공개와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