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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새로운 아이폰을 내놨다. 정확히는 두 개.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 한 주가 지났다. 애플은 소비자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고 자랑한다. 이 중에서도 아이폰 6 플러스는 화면이 엄청 크다. 무려 5.5인치. 갤럭시 노트랑 비슷한 크기다.

근데 왜 이렇게 늦었을까. 진작에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같은데. 팀쿡도 진작에 만들 수 있었다고 하는데 왜 안 만들었을까. 맨날 애플이 하는 ‘될 때까지 기다렸지롱’이라는 말 말고, 진짜 이유는 왤까. 왜 올해 9월이나 돼서 내놨을까. 기술력이 부족해서? 이건 아닌 것 같다. 크게 만드는 게 작게 만드는 것보단 쉽지 않을까. 아이폰은 항상 커다란 아이패드보다 가격이 비쌌으니.

아이폰 6와 6 플러스 | 출처: 애플
아이폰 6와 6 플러스 | 출처: 애플

아이폰도 아이폰이지만, 애플 워치는 왜 내놓은 걸까. 당장 파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내년 상반기라는 애매모호한 날짜만 던져준 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미키마우스 애플 워치 | 출처: 애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미키마우스 애플 워치 | 출처: 애플

가설1: 아이폰 6 플러스

애플은 외계인을 납치해서 아이폰을 만든다. 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래도 차기 아이폰 개발은 최소 수개월 전에 시작하지 않겠나. 그러니깐 아이폰 6 플러스는 아이폰 5s가 나온 이후에나 시작했겠지. 그럼 작년 9월 이후. 그리고 아이폰 5s는 자연스럽게 아이폰 5가 나온 2012년 9월 이후가 되지 않을까.

그러니깐 좀 더 논의를 압축해보자. 2012년 9월에는 왜 애플이 대화면 아이폰을 안 만들기로 결정했는지. 그리고 한해 후에는 왜 만들기로 결정한 건지.

이렇게 화면이 대빵 큰 스마트폰을 가리켜 ‘패블릿(phablet)’이라고 부른다. Phone과 tablet의 합성어인데, 이름이 좀 구리긴 해도 많이 쓰이는 용어다.

Maria Elena
다양한 패블릿 제품들 | Maria Elena

갤럭시 노트가 첫 패블릿은 아니다. 그래도 노트가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고 사람들은 평한다. 나도 그렇게 본다. 왜냐하면 엄청 많이 팔렸으니까. 그리고 아래 그래프를 보자.

구글 검색에 ‘phablet’을 검색한 총량을 상대적으로 비교한 그래프다. 뭔소리냐고. ‘phablet’을 가장 많이 검색한 달을 100으로 잡고, 나머지 달을 상대적인 수치로 비교해 그래프를 그린 거다.

2012년 9월에는 수치가 ’18’이고, 1년 후에는 ’72’다. 딱 4배 증가했다. 사람들이 1년 사이에 4배나 더 구글 검색창에 패블릿이라는 단어를 입력했다는 말이다. 물론 영어로. 그런데 애플은 글로벌 기업이니깐 영어로만 보자.

검색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궁금하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 패블릿이 뭐지? 패블릿 기종에는 뭐가 있지? 사람들은 패블릿에 관심을 더 가졌다. 1년 사이 4배나 증가할 만큼.

애플도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모르지 않았겠지. 외계인도 있는데.

하지만 애플이 사람들의 요구를 바로바로 들어주는 편은 아니다. 키보드나 위젯도 올해에서야 가능해졌고. 심지어 앱스토어도 세 번째 아이폰 모델부터 넣어줬으니. 복사 붙여넣기 기능은 말도 말자.

그러니깐 패블릿 관심도가 증가한 것만으로는 2013년 9월에 애플이 5.5인치 아이폰을 만들겠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배경화면은 2010년에서야 바꿀 수 있었으니.

그래서 왜 애플이 진짜 결심을 한 걸까. 또 다른 힌트는 애플이 공개한 자료를 보자.

그러니까 사람들은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 받는다. 앱스토어가 출시되고 사람들이 열심히 앱을 받아서 4년이 되니깐 총 다운로드 횟수가 300억이 됐다. 그런데 2013년 12월엔 한 달 만에 300억이란다.

아이폰도 그동안 많이 팔렸고, 아이패드에서도 앱스토어를 사용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지만, 사람들은 그만큼 스마트 기기를 더 많이 쓰게 됐다는 말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 좀 그만 쳐다보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시라. 이젠 5,60대도 카카오톡을 하고, 게임을 한다.

태블릿은 당연한 거고, 스마트폰도 이젠 콘텐츠 소비를 위한 도구가 돼버렸다. 영화에서나 스마트폰으로 멋지게 이메일을 보내지, 우린 게임이나 하고 있다. 아니면 계속 카카오톡을 하거나. 페이스북을 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닐슨은 2014년 2월에 자료를 하나 발표했다. 잘 보면, 사람들은 생산성(그러니깐 일하기 위한 용도)을 위해 스마트폰을 잘 쓰지 않는다.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진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게임이든, 기사든, 카톡이든.

스마트폰으로 콘텐츠 소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큰 화면을 갈구한다. 터치는 유일한 입력방식이고, 화면이 작으면 자꾸 엉뚱한 데를 터치해 주인공이 죽는다. 다시 깨야 한다. 이걸 뚱땡이 손가락(Fat Finger)이라고 하더라. 글을 읽을 땐 당연히 화면이 커서 한눈에 많은 내용을 보는 게 좋다. 아니면 눈이 침침해서 글씨를 키우든지. 동영상 볼 땐 당연히 큰 게 좋고.

어도비도 자료를 발표했다. 4인치(딱 아이폰 5s 화면 크기다) 이하는 웹브라우징을 점점 안 하고, 이상은 더 많이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사용방식이 변해갔고, 이런 걸 애플이 알아낸 건 아닐까. 그래서 대화면 아이폰인 아이폰 6 플러스를 내놓기로 결정한 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아이폰 크기 비교. 가장 왼쪽이 아이폰 6 플러스 | 출처: 애플
아이폰 크기 비교. 가장 왼쪽이 아이폰 6 플러스 | 출처: 애플

가설2: 애플 워치

방금 전에 설명했던 스마트폰 적응도로 다시 돌아가 보자. 처음 카카오 게임 나왔을 때를 기억하는가. ‘카톡’. 자는 중에 썸남/썸녀가 보낸 문자인가 확인해보면 부장님이 보낸 하트 구걸 메시지. 하루 종일 카톡 알림이 울려서 짜증 났던 그때가 기억나는가.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 보자. 아직도 짜증 나는가? 이제 알림을 끄는 법을 알았다. 카카오도 불평불만을 듣고 끄는 법을 만들어줬다. 아니면 카카오톡을 아예 지웠던지. 이제 카카오 게임 알람 때문에 방해받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

카카오 게임뿐만 아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수많은 알림에 노출된다. 전화, 문자처럼 전화기 고유의 기능부터, 이메일, 메신져, SNS, 그 외 내가 언제 설치했는지도 모르겠는 앱들은 꾸준히 알람을 보내온다. 아오.

그래도 사람들은 여기에도 적응을 해갔다. 특히 아이폰은 iOS 5부터 알림센터라고, 모든 알림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갔다. 한방에 귀찮은 앱들 알람을 다 꺼버릴 수 있다. 필요한 앱들만 알림을 켜놓고. 중요한 사람들의 연락만 알림이 울리게도 설정할 수 있다.

그럼 이번엔 아이폰 6 플러스로 돌아가 보자. 대왕화면 아이폰. 얘는 주머니에 잘 안 들어간다. 청바지를 입으면 진짜 안 들어갈 테고, 면바지면 겨우 들어가려나. 여자는 더 답이 없다. 여자옷은 주머니가 없거나 정말 작으니까. 그럼 큰 주머니가 달린 재킷에 넣거나 가방 속에 넣어야 한다. 진동 알림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소리는 더더욱 안 들리지. 그럼 여자친구가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화를 낸다. 이미 우린 엄마한테 전화할 때면 안 받겠거니 포기부터 하면서 전화를 하지 않는가.

이 틈새에 애플 워치. 더 크게 보면 스마트 워치가 들어올 수 있다. 시계는 항상 손목에 차고 다니니 진동이 울리면 바로 알아챈다. 그리고 화면에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확인한다. 동네 친구다. 무시한다. 다시 진동이 울린다. 여자친구다. 0.1초 만에 스마트폰을 꺼내서 0.5초 내로 답문을 보낸다.

이렇게 문자가 오면 알려줌 | 출처: 애플
이렇게 문자가 오면 알려준다 | 출처: 애플

그리고 우린 이미 알림을 조절하는 법을 스마트폰을 통해 터득했다. 어떤 걸 꺼야 할지. 어떤 건 켜놔야 할지. 애플 워치도 그럼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애플이 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겠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애플 페이다. 교통카드 찍는 법은 한국인에겐 익숙하다. 그런 식으로 아이폰을 단말기에 가져가면 지문을 넣으라고 나온다. 지문인식을 한다. ‘돈 퍼가요~♡’ 지문인식을 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교통카드랑 사용방법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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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문제는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에서만 된다. 얘네가 아무리 잘 팔려도 최소 1, 2년간은 구형 아이폰의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애플이 많이 팔아놨으니까. 구형 아이폰은 애플 페이가 안된다.

결제 시스템은 다양한 이해집단이 얽혀 있다. 일단 기술을 제공하는 애플. 그리고 카드회사들. 물건을 파는 점포들. 그리고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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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페이가 가능한 점포들 | 출처: 애플

카드회사는 애플 페이가 되는 점포들이 많길 바란다. 사람들도 마찬가지. 근데 점포는 애플 페이가 되는 아이폰이 더 많았으면 한다. 안 많으면, 우리가 왜 비싼 단말기를 달아야 하는데? 그래서 애플이 답을 한다. 애플 워치도 되요. 애플 워치는 아이폰 5 까지 호환돼요. 그러니깐 아이폰 5 사용자부터 애플 페이가 되는 거거든요. 이렇게 다양한 업체들을 설득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약속을 지켜야 하니깐 애플 워치도 내놓고.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 내놓는 건 페이크지. 내년 6월 30일에 내놓으면……)

그래서 애플 페이 소개에는 아이폰과 애플 워치를 같이 소개하는 그림이 들어가 있다
애플 페이 소개 페이지에는 아이폰과 애플 워치를 같이 소개하는 그림이 들어가 있다 | 출처: 애플

그리고 결론

이유야 어찌 됐든, 애플은 5.5인치 대화면 아이폰을 내놨다. 그리고 대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4시간 만에 아이폰 6와 6 플러스는 400만대 예약판매를 기록했다.

애플 워치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얘도 엄청 팔릴 것 같다. 이미 주변 사람들은 살까 말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까부터 고민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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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애플 워치 안삽니다. 신용카드 들어간 지갑 가져다 데는게 익숙합니다. 그 기능때문에 사라면 소비자 부담이 아니라 판매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향후 애플워치같은 손목형 기기가 지갑을 꺼내서 교통카드로 가져가서나 아이폰6와 같이 폰을 꺼내고 홈버튼을 누르거나 안드로이드폰을 꺼내고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결제하는 더 귀찮은 방식의 결제방법을 바꿀 것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애플이 애플워치에서 어떻게 지문이 아닌 다른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보안 인증을 할지 자못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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