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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애플세’ 낼 준비해라”…스마트폰 비싸진다

관련 기사의 주장 요약 :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애플-삼성 소송에서 애플이 완승함에 따라, 스마트폰 값은 더 비싸질 것이다.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형태의 스마트폰은 모두 애플에 막대한 로열티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IDC의 애널리스트 알 힐와(Al Hilwa)도 ‘비싼 애플세가 생겼다’ ‘앞으로 스마트폰은 더 비싸질 것’ 이라 말했다.

슬로우뉴스의 평가 :

애플세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는 있지만, 그게 그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때문은 아니다.

분석 :

1. 알 힐와의 ‘애플세’ 주장,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알 힐와의 ‘애플세’ 발언은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After Verdict, Prepare for the ‘Apple Tax'(평결 이후, ‘애플세’를 준비하라)’에서도 보도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머니투데이와는 다르다. 애플세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 자체는 같지만, 그 이유가 같지 않다. 머니투데이의 기사가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형태의 스마트폰은 모두 애플에 막대한 로열티를 줘야 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과 달리,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에 삼성전자의 침해가 인정된 애플의 몇 가지 특허가 현재 스마트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에 따르면 아이콘의 형태, 터치스크린에서 손가락 움직임의 탐지, 스크린을 두드려 문서를 확대하는 방식 등이 바로 그것이다.

BGR의 글은 애플의 어떤 특허를 삼성이 침해했다고 평결이 내려졌는지에 대해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공방에서 특허를 인정받았던 화면을 끝까지 스크롤했을 때 화면이 튕겨지는 기술(특허권 ‘381) 뿐 아니라, 두 번 탭하여 화면을 확대/정렬하는 기술(특허권 ‘163),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축소하고 한 손가락으로 스크롤하는 기술(특허권 ‘915) 등이다. 모두 현재 스마트폰 인터페이스에서 너나할 것 없이 채택하고 있는 기술이다. 따라서 애플이 특허를 앞세워 로열티를 요구할 경우 제조사는 막대한 로열티를 지출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2.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형태의 스마트폰도 애플세를 내야 할까.

애널리스트의 분석대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애플세’를 내게 된다고 해도, 그것이 둥근 사각형 형태의 모서리 때문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공방에서 애플이 둥근 사각형 형태의 모서리를 가진 휴대전화는 모두 아이폰을 베낀 것이란 주장을 했다며, 애플의 비합리적인 주장을 지탄했다. 이는 자연히 이번 평결이 부당하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심어주었으며, 머니투데이의 이번 기사 역시 그런 여론에 부채질을 한 셈이다.

그러나 해당 공방에 대한 변리사 5인의 의견을 들은 ZDNet의 기사에 따르면, 이런 주장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이 기사에서 ‘특허전쟁’의 저자이기도 한 변리사 정우성 씨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는 단순한 사각형 전자기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각형 틀 안에 홈버튼의 위치와 화면 배치 등 전체적인 구성을 디자인 특허로 본다”고 말하고 있다. 단순히 ‘네모나다’는 점만으로 디자인 특허가 성립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혹여 갤럭시 S 시리즈처럼 아이폰 3G와 상당히 유사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이 또 나온다면 문제가 될 여지가 있지만, 단순히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인 휴대전화 전체가 애플에게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실제 삼성의 갤럭시S3 역시 둥근 사각형 형태의 모서리를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특허 침해 소송을 피하기 위해 아이폰과 전혀 다른 디자인을 채택했다는 소문이 돌고 이에 대해 삼성전자가 해명하는 촌극이 있기도 했다. 둥근 사각형 형태의 모서리란 보호받는 아이폰 디자인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다.

아이폰 3G와 갤럭시 S
‘둥근 사각형 형태의 모서리’만 닮아서는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애플은 이 공방에서 아이폰과 갤럭시 S의 디자인이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힘썼다.

3. 애국주의는 어디에 있었나.

이번 평결에 대해 아시아경제는 “삼성, 애플이 아닌 애국심에 졌다” 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배심원 제도의 한계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또한 이번 평결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국내의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이 특허 공방과 관련, 삼성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삼성은 특허 공룡이니 삼성이 마음만 먹으면 애플은 폰을 만들지도 못할 것”이라거나 “애플의 변호사들은 바보” 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여론에는 언론 보도도 한 몫 했다. 이번 머니투데이의 기사를 비롯해, 애플의 주장은 비합리적인 것처럼, 삼성의 주장은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기사가 범람했다. 그러나 그러나 ZDNet의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작 전문가들은 오히려 애플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고, 상당히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세기의 특허 공방으로까지 불렸던 이 공방은 그 주인공 중 하나가 바로 한국 기업이라는 특징 때문에 한국에서 특히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 관심은 때로 과열되어 지나치게 삼성에 우호적이고 애플에 비판적인, 신뢰도 낮은 글들이 쏟아지기도 했고, 날카롭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야 할 언론은 그런 흐름 속에 섞여들고 그런 흐름을 더욱 부채질했다. 머니투데이의 기사가 지금 그러하듯이 말이다. 평결이 나오고 뒤늦게 한 언론은 미국 법정 한가운데 있던 애국주의를 질타했지만, 그 질타는 미국 법원보다 언론 스스로에게 먼저 던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box type=”info” head=”‘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인 스마트폰, 모두 애플세를 준비하라’
위 주장에 대한 평가 결과”]

[   ] 아주 믿을만함

[   ] 믿을만함

[   ] 과연 그럴까

[✔] 믿을 수 없음

[   ] 전혀 믿을 수 없음[/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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