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샤오미가 지난 3월 28일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아동용 필터 마스크를 판매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하루 만에 펀딩 목표액의 190%를 달성했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마케팅과 고객 수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입니다.

ⓒ 샤오미
ⓒ 샤오미

“군인들이 사용하는 방독면과 동일하게 한쪽에 커다란 필터가 있습니다. PM 2.5 등급의 헤파 필터로 2.5㎛ 크기의 초미세먼지를 95%까지 걸러주죠. 착용 방법은 고무밴드를 머리 뒤로 돌리는 형태로 아이들도 쉽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길이 조절도 가능하죠. 마스크를 쓴 채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 왠지 씁쓸하기도 합니다.”

– 얼리어답터, 샤오미, 이번에는 아동용 마스크, 2017. 3. 28. 중에서

이와 관련해 ‘샤오미는 굳이 마스크를 쓴 아동의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박았어야 했느냐’는 혹평들도 보입니다. 아이들이야말로 빠른 산업 발전의 대가로 주어진 더러워진 공기의 피해자인 셈인데, 대놓고 미소를 띤 광고 모델로 삼는 것은 잔인하다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욕하고 끝낼 해프닝은 아닙니다. 이 광고에 중국의 트렌드가 반영돼 있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샤오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왜 이러한 광고를 했을까요. 이는 현재 부모 세대가 된 1980년 이후 세대의 소비 습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빠링허우 세대, ‘자녀’에 투자 

시장조사기관 닐슨차이나에서 발표한 세대별 특성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50대 소비자는 ‘건강’을, 40대는 노인 부양, 30대는 자녀, 20대는 스스로에 투자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 세대의 향후 10년간 투자 방향. (출처: 닐슨차이나) http://www.linkshop.com.cn/web/archives/2015/333673.shtml
각 세대의 향후 10년간 투자 방향. (출처: 닐슨차이나)

현재 중국 사회를 주도하는 30대, ‘빠링허우’(八零后: 1980년 이후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출생한 외동아들과 외동딸들, 약 2억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5%)의 특징은 주로 맞벌이 부부이며,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각 산업의 초점이 육아 분야로 모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메이왕(艾媒网)에 따르면 2016년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주로 구매하는 하이타오족(海淘族: 인터넷 해외 직구를 즐기는 중국 소비자)의 41.5%가 육아용품을 구매해 미용제품(43.2%)에 이은 2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육아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인 뻬이뻬이(贝贝)는 월 활성 이용자수(MAU)가 635만 명에 달합니다.

2016년 2월 기준 육아 관련 페이지에 방문하는 사람 숫자는 1317만 명으로 전년 대비 38% 성장했다. (출처: 아이리서치)
2016년 2월 기준 육아 관련 페이지에 방문하는 사람 숫자는 1317만 명으로 전년 대비 38% 성장했다. (출처: 아이리서치)

중국 최대 교육 그룹 신동방에서도 아동 교육 분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 블럭을 만드는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해 화제가 됐습니다.

“신동방에 따르면 이 회사는 모블로로 알려진 모션블루에 지분 투자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아직 협의중이지만 30~50억원 사이가 될 전망이다. 모션블루는 보드판에 블록을 쌓아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유아용 코딩교육 콘텐츠 ‘모블로’를 지난해부터 개발해 올해 매출액 80억원이 예상되는 에듀테크 회사다.”

– 서울경제, 중국 1위 교육업체 신동방, 국내 교육기업 투자 나섰다, 2017. 1. 12. 중에서

중국 교육 시장이 매년 16%씩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를 충족해줄 만한 콘텐츠를 대륙 내에서만 찾는 것에 한계를 체감했다는 게 투자의 주요 이유입니다.

신동방이 투자한 모블로. 스마트 블럭을 활용한 유아 교육을 주된 사업으로 한다. (출처: 모블로)
신동방이 투자한 모블로. 스마트 블럭을 활용한 유아 교육을 주된 사업으로 한다. (출처: 모블로)

심지어 중국 인공지능 기업들은 2016년부터 교육용 로봇과 인공지능 서비스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언급했듯 맞벌이 형태의 가정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반면, 이들의 자녀 교육열은 높은데 인공지능 로봇들이 이 간극을 채워주고 있는 셈이죠.

인공지능 로봇 전문 스타트업 깐웨이러보(甘为乐博)는 지난 2016년 ‘베이비톡’이란 아동 전용 로봇을 발표했습니다. 이 로봇은 아이들의 목소리에 반응해 대화를 나누는 기능이 있죠.

깐웨이러보의 베이비톡 구조. 꼬리로 제품을 켜고 끄며, 귀에서 음량을, 코와 배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인지한다. (출처: 깐웨이러보) 
깐웨이러보의 베이비톡 구조. 꼬리로 제품을 켜고 끄며, 귀에서 음량을, 코와 배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인지한다. (출처: 깐웨이러보)

이들의 핵심 기술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딥러닝 기술에 있습니다. 이들은 아이들의 목소리 데이터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모아서, 로봇이 상황에 맞는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학습합니다.

육아에 관한 관심 높아져만 가는 중국 

이에 더해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두 자녀 정책을 펼치는 등 육아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国家卫生和计划生育委员会)는 지난해 출생한 1,700만 명의 신생아 가운데 약 800만 명이 두 번째 자녀였으며, 지난 2015년 태어난 신생아 총 인구 수 대비 약 195만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 서울신문, 지난해 신생아 중 45%가 둘째 아이… 두 자녀 정책 효과, 2017. 3. 7 중에서

중국 정부의 두 자녀 정책에 대한 반응. 아직 결정을 못했다 53%, 둘째 아이를 준비하고 있다 37%, 낳지 않겠다 10%. (출처: 아이리서치)
중국 정부의 두 자녀 정책에 대한 반응. 아직 결정을 못했다 53%, 둘째 아이를 준비하고 있다 37%, 낳지 않겠다 10%. (출처: 아이리서치)

향후 5년 중국 시장은 육아 관련 상품에 집중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마케팅과 제품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선택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30대 고객을 잡는 것이 이커머스의 핵심지표인 건 모두가 아는 얘기죠. 샤오미 마스크 광고에 등장한 아이들의 모습은 중국의 부모 세대이자 이커머스의 핵심 고객층인 빠링허우의 수요가 무엇인지를 잘 반영한 결과물입니다. 비록 잔인해 보이더라도 말이죠.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