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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2022년 10월 30일)

“이건 축제가 아닙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할로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죠.” (박희영 용산구청장, 2022년 10월 31일,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친 후)

  •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받았다는 취지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발언해 경찰 수뇌부가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 있는 상황에서 ‘셀프 수사’ 논란 (윤희근 경찰청장, 2022년 10월 7일)
  • 도보로 10분이면 갈 거리의 이태원 참사 현장을 굳이 차를 타고 가겠다고 해 1시간을 허비하고, 참사 현장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이태원 파출소 옥상에서 현장 지휘. 이태원 참사에 대한 부실 대응을 이유로 11월 2일 대기 발령 조치됨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출처: 행안부, 용산구청, 경찰청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지금까지 156명의 희생자와 196명의 부상자 등 총 352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경실련은 이태원 참사의 기본적 책임이 정부와 지자체, 경찰 등에 있다고 판단, 정부가 이태원 참사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참사의 책임 대상이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다양한 제보와 의견이 있었다. 인파 속 누군가 일부러 민 것이 원인이라는 의견부터 해밀턴 호텔의 불법 증축이 원인이라는 의견, 정부와 경찰 소방 당국의 책임론 등이 제기되었다. 이태원 참사의 복합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경찰 소방당국, 지자체 등의 책임여부 등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압수수색의 방향 및 특별감찰 등은 경찰과 소방 당국의 아랫선을 향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어 꼬리자르기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가 높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일차적인 책임이 국가의 대응 부족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 및 책임자 처벌 등에 나서야 한다. 철저한 조사 및 관련자 처벌 없는 대통령의 사과는 의미 없다. 정부의 무능력과 경찰과 소방 당국의 부실 대응으로 무려 15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누구의 책임인지 명명백백히 밝혀 엄중 처벌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제시하겠다는 진정 어린 사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고 이후 이태원 참사의 핵심 책임자들이 그들의 책임을 축소하고 회피하는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마치 행정안전부에 없었던 것과 같은 발언을 내놓는가 하면, 당시 경찰 인력이 배치되지 못한 것은 “서울 시내 곳곳에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해 책임을 다른 곳에 떠넘기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핼로윈은 주최 측이 없기 때문에 행사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정부와 경찰, 소방 당국의 부실 대응이 드러났다. 11월 1일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에 이미 “압사 당할 것 같다”며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있었으며, 이후 총 11건의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1월 3일 언론 보도를 통해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사고 이틀 전 ‘핼로윈 대책 회의’가 있었음에도 불참한 사실, 사고 당일 첫 신고 직후 해밀턴 호텔 뒤편 사진을 보고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본인 인터뷰 사진을 올린 사실, 사고 현장을 지나며 수많은 인파를 직접 목격하고도 했음에도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 포함된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 계속 신경 쓰고 있겠다”는 내용을 게시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 등이 추가로 밝혀지기도 했다.

11월 5일 언론보도를 통해서는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사 당일 충북 제천 캠핑장을 방문해 잠들어 사건 당시 보고를 제때 받지 못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로써 경찰과 지자체가 신고를 받거나,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인력 지원을 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졌다. 한편, 11월 2일 추가로 언론을 통해 경찰청이 지난 10월 31일, 진보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다수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 정보를 수집해 내부 문건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정부와 경찰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경찰의 관심이 시민의 안전이 아닌 정부의 안위와 정권 유지에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시민단체와 언론 동향 조사 등 정보 수집 내부 문건 작성할 시간은 있는 경찰.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태원 참사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조속히 사퇴해야 한다. 그동안의 경찰 수사와 시민 제보, 언론 조사 등을 통해 밝혀진 것들을 통해 경찰과 소방 당국의 책임이 어느 정도 뚜렷해졌다.

현재 경찰이 경찰 아랫선에 대한 징계를 통해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과 불신이 큰 상태이므로, 국정조사를 실시해 정부와 경찰 소방 당국의 부실 대응의 경위에 대한 추가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 국정조사가 미흡할 시, 특검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여야는 결코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해서는 안 되며, 국정조사를 실시해 현재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고, 명명백백히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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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과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제2의 이태원 참사와 같은 재난사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경실련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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