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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논의에 사용되는 용어와 그 기본 개념을 짚고 넘어가자. (이하 ‘편집자’)

인터넷 접속료 ≠ 망사용료

망사용료 논의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망사용료를 당연히 내야지?’라고 착각할 수 있는데, 망사용료 논의의 출발점은 망사업자(SKT 등)가 자신의 고객인 콘텐츠 제공자(네이버 등)가 이미 내고 있는 ‘인터넷 접속료’라는 망사용료 외의 별도 대가를 종량제와 같은 별도 형태로 받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망사용료’는 인터넷 접속료 외의 별도 비용을 의미한다.

2020년 당시에는 서비스안정화법(일명 ‘넷플릭스법’)으로 논의된 바 있는 망사용료법은 인터넷의 철학과 원리를 무시하고, 통신사가 ‘이중과료’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결국 콘텐츠제공자(CP)의 부담은 소비자에게 최종 귀결될 수밖에 없다.

ISP(망사업자)와 CP(콘텐츠 제공자)

참고로 망사업자는 영문 약자로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로 자주 표기되고,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를 의미하며, 가령 우리나라로 치면 SKT, KT, LG유플러스 등이 망사업자에 해당한다. 이들의 고객 중에서 콘텐츠 제공자는 영문 약자 ‘CP'(Contents Provider)로 자주 표기되며, 이는 (대형) 콘텐츠 제공업체를 의미한다. 가령 구글,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일반 유저인 인터넷 이용자도 본질에서는 콘텐츠 제공자에 해당하지만, 망사용료 논의에서 CP는 특히 ‘대형업체’를 가리킨다.

망사용료의 규모 (네이버 연간 1천억 규모)

앞서 살핀 것과 같이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콘텐츠 제공자(CP)는 당연히 ‘인터넷 접속료’를 내고 있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 등과 같은 국내 대형 인터넷 기업은 이와 별도의 ‘망사용료’를 이중으로 내고 있다는 점이 외국 업체인 구글이나 넷플릭스와 다른 점이다. 참고로 네이버가 통신3사에 내는 망사용료는 2016년 약 734억원, 2017년 약 1,141억원에 이른다(출처: 2019년 국회 국정감사).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망사용료법’은 쉽게 말하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내고 있는 망사용료를 구글이나 넷플릭스에도 물리겠다는 법이다. 물론 구글이나 넷플릭스는 인터넷 접속료 외에 별도의 ‘망사용료’를 전 세계 어디에서도 따로 지급하고 있지 않다.

망사용료와 망중립성

망사용료 논의는 데이터(유형, 내용, 전송 방식)을 사용자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되며, 동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에 반한다. (이상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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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2022년 10월 보고서 ‘망사용료는 망중립성 위반인가'(저자: 라성현)에서 망사업자들의 요구가 망중립성 규범과 충돌함을 인정한 것, 그리고 ‘망사용료’법에 대해 소극적이나마 반대를 표명했다. 우리 오픈넷은 이를 환영한다.

KISDI 보고서 ‘망 사용료는 망 중립성 위반인가?’ 요약문 (출처: KISDI)

보고서의 의의: 망중립성 원칙의 ‘별도 요금’ 수령 금지 인정 

위 보고서는 4쪽에서 미국 연방위원회의 2015년 오픈인터넷규칙의 113문 및 2018년 캘리포니아주의 망중립성법 제3101(a)조를 인용하면서, 이들 망중립성 규제가 망사업자가 인터넷접속료와 별도로 망사업자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비용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는 오픈넷의 주장과 일치한다. 또한, EU 망중립성 규제도 착신료를 금지한다. ISP들이 CP에게 착신료를 받으면 돈을 낸 CP의 콘텐츠에만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소비자 접근권이 침해되기 때문이다.

2020년 당시에는 서비스안정화법(일명 ‘넷플릭스법’)으로 논의된 바 있는 망사용법은 인터넷의 철학과 원리를 깡그리 무시하고, 통신사가 ‘이중과료’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결국 콘텐츠제공자(CP)의 부담은 소비자에게 최종 귀결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의 한계: SKB의 망사용료 요구가 망중립성과 무관하다? 

KISDI 보고서는 SKB가 넷플릭스에 “직접 접속”하고 있으므로 망중립성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데 망사업자가 인터넷접속료와 별도로 자신의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비용(즉 “착신료”)을 발신자로부터 받는다면 망중립성에 반하기는 매한가지다.

이통3사가 자주 인용하는 팀 우(Tim Wu) 교수 논문에서 망중립성을 제로 프라이스 룰(zero price rule)로 지칭하는데 이것은 바로 “착신료 제로”를 의미한다. 실제로 2011, 12년으로 돌아가보면 한국의 통신3사들은 자신들과 직접 접속하는 포털 및 스마트TV 제조사들에도 ‘돈 버는 만큼’ 망이용료를 부담하겠다는 주장을 하면서 ‘망중립성은. . .아시아, 유럽에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었다. 양자 사이의 직접 접속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망사업자가 자신들의 고객들에 대해 갖는 문지기(gatekeeper)로서의 지위 즉, 착신 독점을 근거로 일종의 통행세를 받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망중립성’을 최초로 제안한 팀 우 (2017년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넷플릭스가 과거에 예외적으로 컴캐스트와 유료 직접 접속(paid peering)을 할 때는 접속 용량에 비례하는 요금 즉 접속료를 냈었다. 하지만 한국은 2016년부터 시행된 발신자 종량제가 대형 망사업자 3사의 담합 및 착신독점을 보장해주고 있어 이들이 넷플릭스로부터 직접 접속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면 종량제요금 또는 이에 버금가는 고율의 접속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즉,  망중립성이 금지하는 ‘착신료’가 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발신제 종량제’ 

그럼에도 SKB와 넷플릭스가 실제 어떤 합의를 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픈넷은 ‘망사용료’법에 반대를 하는 것이지, SKB의 요구를 ‘망중립성 위반’이라고 공격하지 않는다. KISDI 보고서도 인정하듯이 그것은 “ISP와 CP간 협상의 결과물이며 어느 한 가지 형태를 정답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망사용료’의 처리 방식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어 왔으며 결과적으로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므로 현재와 같이 CP의 대가 지급을 전제로 하는 법률로 규율하는 방안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KISDI 보고서의 결론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이미 영국의 오프콤(Ofcom; 커뮤니케이션청), EU의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 인터넷 소사이어티(ISOC) 등은 문제의 핵심이 발신자 종량제임을 알고 여기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를 각각 발표한 바 있다.

오프콤은 우리나라의 방통위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오프콤은 2022년 10월 망사용료 주장에 관해 망중립성의 관점에서 9가지 논리적 취약점을 정리한 바 있다.

KISDI도 국책연구기관 답게 논점을 회피하지 말기를 바란다. 특히 “망사용료”라는 단어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국내 대형 망사업자들은 인터넷 접속에 대한 대가와 상호간에만 연결할 때의 대가(즉 페이드 피어링; paid peering. 전 세계의 99% 상호연결은 프리 피어링; free peering임)를 구분 없이 ‘망사용료’로 부르며 ‘역차별’이라는 궤변을 퍼뜨려왔다. 보고서의 의의에도 불구하고,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논의의 출발점이 되는 용어에 관한 정의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고 “망사용료”라는 단어를 계속 이용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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