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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드리는 말씀:

한동안 모든 글에 이태원 참사를 함께 애도하는 머리말을 붙이려고 합니다. 본문과 관련 없는 글이 불편하고 낯선 독자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런 독자의 마음도 존중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의미는 완전히 별개인 것처럼 보여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평론가의 말처럼, 이 세상의 모든 의미들은 결코 사라지는 법 없이 언젠가는 귀향의 축제를 맞이할 테니까요. 누군가의 기쁨을 함께 하는 일보다 누군가의 슬픔을 함께 하는 일은 더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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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함께 애도합니다.

유족들께 위로를 전하고, 작은 마음이나마 함께 해야 할 시간입니다. 놀란 마음, 상처받은 마음, 서로 다독거려야 할 시간입니다. 부상자들의 회복을 함께 기도해야 할 시간입니다. 생명과 상처와 죽음과 눈물을 단 한순간도 고민하지 않는 저 무서운 클릭 저널리즘을 단호히 거부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이 참사는 막을 수 있는 참사였습니다. 그 골목으로 들어간 희생자의 책임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책임이고, 실패입니다. 거기엔 대통령이 있고, 행안부가 있으며, 경찰이 있습니다.

마치 SPC의 희생과 죽음이 충분히 예견된 것처럼, 하지만 이윤을 위해 그  예견된 위험을 무시한 것처럼, 이태원 참사는 경찰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찰력이 우선순위에서 그 이태원 청년들을, 그 국민들을 배제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불행과 우연이 겹쳐친 ‘사고’가 아닙니다.

그러니 참사의 책임자들에게는 혹독하게 그 ‘실패’의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로 삼아야 합니다.

유족과 함께 슬픔을 함께 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유족들과 함께 분노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편집자)

Pamela Kelly,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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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끝나고 민생법안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안인 일명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다.

2013년 말 배춘환씨가 〈시사IN〉 편집국에 크리스마스카드와 함께 보낸 4만7000원. 출처: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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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에 담긴 사연:
‘손해배상금’ 폭탄, 쌍차노조, 어느 ‘시사IN’ 독자가 보낸 4만 7천원

 

과거에는 월급을 현금으로 받았다. 그리고 그 월급은 노란색 봉투에 담기곤 했다. 그래서 노란봉투는 월급을 상징했다. 특히 ‘노란봉투’는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노조원을 돕기 위한 사회적 연대 캠페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당시 ‘쌍차 노조’는 2009년 77일간의 파업에 관해 약 47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2013년에 선고받았다(사측에 약 33억, 경찰에 약 14억).

이 보도를 본 한 ‘시사IN’ 독자는 편집국에 4만 7천원을 보내왔고, 자신과 같은 사람이 10만 명만 모이면 쌍차가 판결받은 47억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를 전했다. 이 일화가 전해지면서 쌍차 노조를 돕기 위한 시민사회와 진보정당 등을 중심으로 하는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발전했고, 이 캠페인은 ‘노란봉투법’ 추진 운동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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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비난 하는 정부여당과 보수 언론 

더불어민주당이 노조법 개정을 정기국회 7대 입법 과제로 선정하자 정부 여당은 일찌감치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예고했다. 여당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보호법’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고,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공산주의”를 운운했다.

보수 언론도 앞다투어 노조법 개정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매일경제 ‘노조에 면책특권 ‘노란봉투법’ 민주당의 법치 흔들기다’ (9월 5일), 동아일보 ‘불법파업 조장하는 노란봉투법이 어떻게 민생법안인가’ (9월 17일), 조선일보 ‘노란봉투법은 민노총 구제법…손배소 98%가 민노총 사업장’ (9월 19일)을 통해 노조법 개정은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악법인데 수혜는 일부 강성노조에게만 돌아간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의석 수에서 열세인 여당이 프레임 전쟁에 나서고, 보수 언론이 동조하는 형국이다. 반면 노조법개정운동본부는 ‘손배폭탄방지법’, ‘진짜사장책임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투쟁이 합법성을 인정받기는 대단히 어렵다. 특히 하청노동자와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아무리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노조를 결성했다고 해도 노동조건의 유지와 개선을 위해 교섭과 투쟁에 나서면 ‘어떤 식으로든 불법화’되고, 이에 따른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로 조직과 개인의 삶이 파괴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문자로 보내온 ‘해고통보’… 2009년 6월 2일 사측은 쌍용차 정비지회 조합원에게 정리해고 통보를 개별 문자메세지로 발송했다. (사진: 쌍용자동차 투쟁 타임라인)

불법파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노조법 개정 논의를 촉발시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과정을 통해 불법파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살펴보자. 법원은 파업이 주체, 목적, 절차, 방법 ‘모두’ 정당해야 하며, 어느 것이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불법으로 규정한다. 노조(주체)가 임금 인상(목적)을 위해 사측과 교섭하고 결렬 시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절차) 집단적 노무거부(방법)로 파업에 돌입할 때 합법파업이 된다는 것인데 임금 인상 투쟁을 한 하청노조는 왜 불법파업의 굴레를 쓴 것인가?

하청노조는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을 원상 회복하라는 요구로 교섭을 시작했으나 하청업체 지불 능력이 원청 결정에 따라 정해지는 구조 속에서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요구와 투쟁을 병행했고, 원청은 자신과 무관하다며 ‘구사대’를 동원하여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등 상황은 악화됐다.

원청은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슈퍼 갑’ 지위에 있지만, 노조법상 하청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의무를 면제받는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조선산업을 비롯한 산업현장에 존재하는 원청 사용자에 대한 면책특권이며, 교섭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주범이다.

매일노동뉴스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의 목적과 절차를 검토하면서 해당 파업이 합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점거농성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이익은 원청이 사유화, 책임은 하청에 외주화

한편 사용자 불법파견의 경우 검찰과 법원은 노동자 투쟁과는 정반대 기준으로 판단한다. 2015년 대법원파견과 도급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을 경우 합법 도급으로 본다는 판결하급심에서 승소한 KTX 여성승무원 노동자들에게 비수를 안겼다(참고로 해고당한 KTX 여성승무원 180명은 2018년 사법농단 의혹으로 환기된 여론으로 열린 복직협상 결과로 2018년 11월 28명, 2019년7월 60명, 2019년 12월 31일 복직 희망자 중 마지막 남은 해고노동자 50명이 코레일로 돌아가고,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는 자연 해체되며, 13년에 걸친 복직 투쟁은, 기나긴 고난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 편집자). 노동자 투쟁은 대부분이 합법이라도 하나만 불법이면 불법화되지만, 사용자의 불법파견은 불법적 요소가 있더라도 도급의 성격이 있으면 책임을 면해주는 것이다.

민변은 2015년 대법원 판결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간접고용의 문제를 더욱 확산시키고 불법적 파견에 면죄부를 부여했다.”라며 2015년 최악의 판결 중 하나로 평가했다.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건의 경우 하청노동자들의 계속된 고소에도 검찰은 불기소처분으로 일관하다가 6년 만에 불법파견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검찰은 불법파견 사용자에게는 징역 6개월을 구형한 반면 투쟁한 노조에는 징역 10개월을 구형하는 이중잣대를 보여줬다.

최근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현대제철의 경우 원청은 직접고용의무를 피하려고 자회사를 설립하여 또 다른 간접고용을 시도하면서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결국, 하청노동자들이 사용자는 물론 노동부와 검찰(!)을 상대로 투쟁하여 천신만고 끝에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도 원청은 어떻게든 직접고용을 피하려고 꼼수를 쓰면서 노동 현장은 극심한 혼란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익은 원청이 사유화하면서 책임은 하청에 외주화하는 사용자 면책특권은 오늘날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노란봉투법의 진실은 ‘불법파업방지법’이자 ‘단체교섭촉진법’이고 ‘비정규직방지법’이다. 불법파업이 없는 나라를 원한다면 불법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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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시시비비’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입니다.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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