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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드리는 말씀:
한동안 모든 글에 이태원 참사를 함께 애도하는 머리말을 붙이려고 합니다. 본문과 관련 없는 글이 불편하고 낯선 독자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런 독자의 마음도 존중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의미는 완전히 별개인 것처럼 보여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평론가의 말처럼, 이 세상의 모든 의미들은 결코 사라지는 법 없이 언젠가는 귀향의 축제를 맞이할 테니까요. 누군가의 기쁨을 함께 하는 일보다 누군가의 슬픔을 함께 하는 일은 더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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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함께 애도합니다.
유족들께 위로를 전하고, 작은 마음이나마 함께 해야 할 시간입니다. 놀란 마음, 상처받은 마음, 서로 다독거려야 할 시간입니다. 부상자들의 회복을 함께 기도해야 할 시간입니다. 생명과 상처와 죽음과 눈물을 단 한순간도 고민하지 않는 저 무서운 클릭 저널리즘을 단호히 거부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이 참사는 막을 수 있는 참사였습니다. 그 골목으로 들어간 희생자의 책임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책임이고, 실패입니다. 거기엔 대통령이 있고, 행안부가 있으며, 경찰이 있습니다.
마치 SPC의 희생과 죽음이 충분히 예견된 것처럼, 하지만 이윤을 위해 그 예견된 위험을 무시한 것처럼, 이태원 참사는 경찰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찰력이 우선순위에서 그 이태원 청년들을, 그 국민들을 배제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불행과 우연이 겹쳐친 ‘사고’가 아닙니다.
그러니 참사의 책임자들에게는 혹독하게 그 ‘실패’의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로 삼아야 합니다.
유족과 함께 슬픔을 함께 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유족들과 함께 분노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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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전월세 임대차 3법, 그 중에서도 세입자의 계약갱신 청구권을 도입해 세입자 거주 보장기간을 기존 최소 2년에서 최소4년으로 늘리는 법개정이 이뤄진 후 2년이 지난 현재, 집주인이 거짓 사유로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임대료를 2억 이상 올려 다른 세입자를 받은 사례에서 쫓겨난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피해보상을 하라는 법원 확정 판결의 의의를 다루었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김대진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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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과 8월 국회에서 이른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인상율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이 통과됐다.
임차인의 ‘안심하고 살 권리’ vs. 임대인의 갱신거절권
그 중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은 주택임대차에 있어서 임차인(세입자)이 2년의 임대기간이 끝났을 때 임대인(집주인)에게 2년 더 살겠다고 먼저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법에서 보장하는 임대기간이 불과 2년이었기 때문에 임차인으로서는 그 기간이 다 되었을 때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려달라거나 집을 비워달라고 하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비록 권리를 행사할 기회가 한 번이기는 하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도 최소 4년 동안은 이사갈 걱정 없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보장하는 임대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것이 1989년이니, 그로부터 2년을 더 보장받는데 30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그런데 임대차 3법이 시행된 후 실제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바로 임대인의 갱신거절, 그 중에서도 임대인 본인이나 부모님, 자녀가 그 주택에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해도 임대인이 본인이나 가족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면 임차인은 꼼짝없이 집을 비워줘야 하는 것이다.
임대인의 ‘거짓말’로 부당하게 쫓겨난 임차인 A의 사연
인천에 살던 임차인 A도 같은 일을 겪었다. A는 2019년 3월에 B 소유 아파트를 보증금 1억원, 임대기간 2년으로 계약하고 그 무렵부터 거주하였다. 임대기간이 약 3개월 정도 남은 2020년 12월에 A는 B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하였으나, B는 2년의 임대기간이 끝나면 본인이 실제 거주하겠다며 A의 계약갱신을 거절하였고, A는 어쩔 수 없이 임대기간이 끝날 때 이사를 나왔다.
그런데 이후 B의 실거주를 의심한 A가 주민센터에서 이 아파트에 대한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발급받아 보니, A가 이사를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임차인이 보증금 3억 5천만원에 살고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결국 B는 보증금을 더 많이 올려받기 위해서(임차인이 계약갱신권을 행사했을 때는 보증금이나 월세는 전월세 인상율 상한제가 적용되어 종전 금액의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A에게 본인이 실거주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A를 내쫓은 셈이다.
다행히도 A는 B를 상대로 소송을 해 약 1,25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임대인이 2년 내에 정당한 이유 없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를 한 경우 이사를 나간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A의 청구를 그대로 인정해 B에 대하여 1,250만원의 이행권고결정을 내렸고, B가 이행권고결정에 대해 이의하지 않아 위 금액 그대로 손해배상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A와 같은 사례에서 임차인이 무조건 임대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규정상으로는 임대인이 2년 내에 정당한 이유 없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를 한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차인 입장에서는 소송을 하기 전까지는 임대인에게 본인이 실거주하지 않고 다시 임대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한편 임차인이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보통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2천만원 정도인데, 소송을 하려면 변호사 선임료 등의 비용이 발생되고, 여기에 혹시라도 소송에서 패소를 하게 되면 임대인의 소송비용까지 물어줘야 하니, 임차인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소송을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된다.
실거주 갱신거절 악용 임대인 + 부추기는 법원
실거주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규정은 임대인으로 하여금 거짓으로 갱신거절을 하지 못하도록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간접적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임대인들 중에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임차인이 실제 소송을 하기 쉽지 않다는 점과 손해배상을 하더라도 더 높은 가격에 임대를 할 경우 이익이 될 수 있는 점 때문에 실거주 갱신거절을 악용하여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더구나 임차인을 내보내고 2년 이내에 임대가 아닌 매매를 할 경우 현행 규정상 손해배상이 인정되기 어렵다.
실거주 갱신거절에 대한 법원의 판결들도 이러한 상황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 최근 하급심 판결들의 주된 경향을 살펴보면,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은 그 사유가 임대인의 주관적인 사정에 기초한 것이어서 적극적인 입증이 쉽지 않다면서, 임대인이 매매를 시도하는 등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거주 갱신거절 여부가 쟁점이 된 대다수 소송에서 임대인의 갱신거절이 인정되어 임차인에게 퇴거 및 인도를 명하는 판결을 내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임차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의 행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갱신청구권 제대로 보장하려면?
이러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제대로 보장하려면 결국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일단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을 할 경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이 임대인에게 있음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
참고로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임대인이 직접 거주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임대인 스스로 그러한 사유를 입증하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려면 절차적으로 미리 임차인에게 서면으로 구체적인 사유를 통지하도록 하여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을 줄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임대인이 실거주 의무를 위반한 경우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도 임대인에게 실질적인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여야 하겠다.
임대차 3법은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전월세 가격 급등의 원흉인 것처럼 연일 비판을 받았으나, 최근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임대차 3법에 대해 ‘현행 수준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26.2%, ‘세입자보호를 위해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1.6%에 이른다고 한다. 임차인이 2년 더 살 수 있는 권리, 더 나아가 임차인도 기간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