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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임금피크제의 기본 개념부터 핵심 쟁점까지. 임금피크제에 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 봅니다. (편집자)

  1. 왜 임금피크제인가? 임금피크제가 청년실업과 눈맞은 사연
  2. → 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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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 창출에 과연 도움이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럴 수 있을 것이지만, 그 효과는 조족지혈일 것입니다.

1. 공공기관과 공기업엔 (아마도) 효과

가령, 정부산하 공공기관의 노조의 경우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강요(!)할 때 저항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공공기관은 대부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고, 그것은 기재부의 2015년 11월 발표로도 증명됩니다.

기재부 보도자료 중 일부(2쪽 중 1쪽)
기재부 보도자료 중 일부(2쪽 중 1쪽). ‘아래아한글’로만 내려받을 수 있음(…)

보도자료를 보면 정년연장법에 상관없이 ‘이미 정년 60세를 시행하고 있던 기관’들도 정부의 등쌀에 못 이겨 임금피크제를 도입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도입해서 절감된 인건비(이미 60세 정년인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니 인건비가 남는 것은 당연) 등으로 신규채용을 4천 개 정도 늘릴 것으로 주장합니다.

매년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1만7천 명 가량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데, 그걸 2만1천 명 수준으로 늘렸다면(정말 그럴지는 일단 2016년 가봐야 알겠지만,) 일단 그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2. 그렇다면 대기업은 어떨까? 

그런데 그건 정부 말(청와대 지령)이라면 죽는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경우고, 돈에 따라 움직이는 일반 기업들도 임금피크제 도입하면서 청년 고용을 늘리고 있을까요? 주요 기업의 임금피크제 현황은 아래 링크한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많이들 도입함).

대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많이 도입하고 있는 거로 보이는데, 이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일단 임금피크제의 가장 큰 동기가 되는 ‘정년연장법’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당장 2016년에 적용되니까요. 300인 이하 사업장에는 2017년부터 적용됩니다. 그러니 대기업의 사정이 급합니다.

대기업 빌딩

그런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면 청년고용도 늘어나야 하는데 과연 그런 걸까요? 주간조선은 대기업 청년고용 늘린다고 하더니 알고 보면 속 빈 강정?이라고 기사 제목을 뽑았습니다: 질문이 곧 답입니다. 속 빈 강정이죠. 

정부 정책에 언제나 비판적인 한겨레 기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1등(?) 신문인 조선일보 계열의 주간조선의 기사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기업 청년 고용은 어쨌든 별로 늘지 않을 것이고 그런 상황이다.’입니다. 2016년이 와봐야 알겠지만, 대기업 청년 고용은 별로 딱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조선일보마저 이익의 5%는 청년고용에 써야 한다는 기사까지 낼 정도입니다.

3.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이요? 아직 정년연장도 임금피크제도 준비하고 있지 못한데? 별로 말할 필요를 못 느끼겠습니다. 왜 이렇게 일자리가 늘지 않는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삼단 콤보’죠.

  1. 장사가 안된다.
  2. 장사가 안되니 투자를 안 한다.
  3. 투자를 안 하니까 신규채용을 꺼린다.

청년 절망 사람 남자

우리 부모 세대들은 경제성장률이 10%를 넘는 시대에 살았습니다. 덕분에 별다른 배경 없이도 좋은 회사에 들어가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대는 이제 갔습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경제성장률이 3%라도 넘으면 감지덕지해야 할 그런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장사하는 기업들에 정부가 아무리 신규채용을 늘리라고 해봐야 들을 리 만무합니다. 시늉만 낼 따름입니다. 저라도 고용주라면 이런 시대에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결국, 정부가 아무리 몰아붙여도, 임금피크제 하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실제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 중 극히 일부분이라는 겁니다. 물론,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늘 양질의 일자리고 그게 늘어나는 건 어쨌든 유의미한 일이죠. 한 명이라도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40~50만 청년 실업자를 놓고 보면 별로 의미가 없다는 거죠.

박근혜 정부엔 일거양득 

이런 시점에서 임금피크제를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건 현 정권에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습니다.

  1. 정년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을 가지는 기업들을 측면 지원
  2. 청년실업 문제의 책임을 노조에 전가

은퇴 정년퇴직 정년연장 남자 사람

그런데 조금이라도 상식적인 분이시라면 1번이고 2번이고 전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건 아실 겁니다. 그리고 한탄하시겠죠. 정권이, 그리고 정부가 이렇게 책임만 전가하면 나라의 앞날은 어찌 되겠는가.

사실 그래서 정부도 뭔가 하긴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노동개혁’이고, 누군가에게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고 누군가에게는 ‘노동개악’인 그것이 바로 정부가 최근에 이 사회의 경제성장률을 향상하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그 거대한 계획의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죠(하지만 지금 당장 써먹고 도입하기엔 그리고 선전하기엔 가장 유용한).

그런데 그 내용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르게 부르고 있는 걸까요? 그 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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