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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유튜브 사업”(이하 K튜브)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실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받은 ‘한국형 유튜브(K-Broadcast Platform)’ 사업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추진할 것이고, 6개월 동안 총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구축할 것이라고 한다. 전체 예산은 시스템 구축 및 서비스 개발에 7.3억 원, 하드웨어 구축에 2.7억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형방송플랫폼 계획

6개월 동안 ‘유튜브 같은 것’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어떤 개발자를 갈아 넣을지, 네트워크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어떻게 유지관리를 할 것인지 등등 매우 심하게 우려가 되나 우리 민족은 또 한다면 하는 사람들 아닌가. 혹시라도 잘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만약 잘 완성되고 운영된다는 가정하에 이 K튜브 서비스에 어떤 기술들이 들어갈지 예상해 봤다.

1. 회원가입/로그인/업로드 시 전자서명(공인인증서) 이용

인터넷은 특별한 장치를 하기 전에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익명 기반의 시스템이다. 정부가 만드는 동영상 사이트에 간첩들이 대통령 비방 및 북한 찬양 동영상을 올리면 큰일이다. 따라서 로그인 및 업로드 시에는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전자서명이 도입될 것으로 추측한다.

공인인증서 로그인 화면 예시
열불은 터질지언정 익숙하지 않은가.

한국의 관공서 사이트나 금융 사이트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자서명이라는 개념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전자서명이란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한 쌍의 서명키를 이용하여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자서명을 위해서는 액티브엑스 또는 각종 플러그인은 필수라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겠지. 엔프로텍트나 안랩 V3와 같은 토종 보안 3종 세트도 자연스럽게 필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소수가 이용하는 이용 환경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부의 관행인 것은 이제 모두 다 알 것이다. (성범죄자 알림e 같은 서비스조차 “윈도우 + 인터넷 익스플로러 + 액티브엑스 환경에서만 돌아가는 걸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이 걱정돼서 성범죄자 알림e 검색하려는데 액티브엑스를 설치하래. 왜?

따라서 데스크탑 기준으로 보자면 “윈도우 +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최적화되어 작동하고, 다른 운영체제나 브라우저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모바일 환경 역시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을 90%가량 차지하는 안드로이드에 최적화되어 작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2. 경찰, 검찰, 국정원과 핫라인 연결

단순히 공인인증서 사용만으로는 간첩의 회원가입 및 업로드를 막기 역부족이다. 게다가 이건 전 세계를 향한 한국 정부의 사업 아닌가. 한 번의 실수라도 있으면 곤란하다. 따라서 사이버 경찰, 검찰, 국정원에서 소셜 미디어를 담당하는 정규직, 비정규직이 모니터링에 대거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포털 핫라인 연결 방침
포털 서비스와 검찰의 핫라인 연결 방침은 이미 공공연하게 진행되는 사안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휴전 중일 뿐이지 종전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감청은 국가를 위한 가장 쉬운 애국의 길이니 토를 달아도 안 된다.

3. 회원가입시 확인 메일은 샵메일로

전 세계에 떠돌고 있는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다면 아무나 K튜브에 가입할 수가 있다. 누구나 쉽게 가입해서 다양한 동영상이 모이면 더 좋은 것이라 말하는 보안불감증 환자가 있을 수 있으나 K튜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회원가입시 확인용으로 샵메일을 이용할 것이라는 건 너무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샵메일은 ‘공인전자우편’이며 이는 한국의 IT 정책이 만들어진 쾌거 중의 하나이다. 이메일은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나 이 샵메일은 놀라운 기능이 기본 제공되기 때문에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보안이 중요한 시대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개인정보를 깐 개인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놀라운 팁은 잊지 말자.

사용자가 샵메일을 사용하려면 이들 중 한 회사를 통해 계정을 받아야 한다. 계정을 받으려면 자신의 개인정보를 공개한다는 조건으로 무료로 사용하거나, 매년 1만 원을 내야 한다. 개인 사용자는 1만 원, 개인 사업자는 2만 원이지만, 법인이나 기관은 연간 15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샵메일 발송 비용은 별도다. 수신은 무료지만 발송 시 매 건당 100원씩 내야 한다.

출처: 블로터 – [e말뚝] 공인인증서·샵메일, 그분들의 인증 강박

참고로 정부는 오래전부터 샵메일을 예비군 훈련장에서 등록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걸그룹을 가장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건 자고로 군인들이다. 그리고 군인은 제대해도 군인이다. 따라서 K튜브에 샵메일이 도입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절차라 할 수 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의 샵메일
예비군 중대장이 샵메일을 홍보한다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사진 출처: 블로터 – (-.-)a “샵메일은 내가 e메일 받은 걸 어떻게 알까요?”)

4. 디지털 삐라 시스템 가동

이렇게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북한을 자연스럽게 압박하는 채널로 이용하고 한국의 상대적 우월성을 자랑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경찰 보호 속에 대북 삐라를 뿌릴 때 1달러짜리 1천 장을 함께 보낸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달러 1천 장이면 약 1백만 원이다. 이 돈을 아낄 수 있다. 정부가 새로운 컨셉을 동원해 만들 것으로 예상하는 채널은 “박정희 대통령과 성공한 쿠데타”, “언론의 자유가 차고 넘치는 대한민국”, “한식 세계화 비긴즈”, “대통령의 한복 컬렉션” 등이 있다.

대북 삐라 살포 관련 뉴스 영상 캡처
이렇게 매번 돈 들여서 삐라를 살포하지 말고 앞으로는 디지털 디바이스를 이용하자. (뉴스 캡처: 채널A 뉴스TOP10)

정부뿐만 아니라 항상 북한 소식을 전하는 C일보 등 여러 매체도 채널을 열고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준비 중인 채널에 올릴 동영상으로는 “TV조선은 조선중앙TV와는 다르다”, “남한의 좋은 세습, 북한의 나쁜 세습” 등으로 추측한다.

5. 첫 광고 모델은 싸이가 유력

정통하지 못한 소식통에 의하면 K튜브 첫 광고모델은 싸이가 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한국의 정부 관계자와 신문기자들이 오래전부터 “두 유 노우 김치?”로 한국을 알려왔지만, 별반 소득이 없다는 건 누구나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 역대 조회수 1위에 빛나는 싸이는 순식간에 “두 유 노우 싸이?”마저 유행시켜 버렸다. 이보다 더 적당한 모델이 어디 있을까.

아이 노우 코리안 티셔츠
이제 이런 옷을 입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참고로 정부는 K튜브 홍보와 관련, 서경덕 교수, 김장훈, 반크의 ‘독도 알리기 캠페인’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예상한다. 이 K튜브는 철저히 케이팝 붐에 숟가락을 얹어서 뭔가 하려는 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를 건드리면 곤란하다는 냉철한 판단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6. 최첨단 자동 모자이크 기법 도입

이 K튜브는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용자가 올린 동영상에 남녀의 성기를 포함해 담배나 칼 같은 게 포함되면 자동으로 모자이크할 것이다. 원래는 동영상을 업로드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사전 심의를 하고 문제가 없는 동영상만 올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마도 예산 부족으로 이 방법은 무효화 된 것으로 본다.

예술작품에도 모자이크하는 MBC 서프라이즈
민감한 부위는 절대 보여줄 수 없다는 철통 같은 의지가 만들어 낸 MBC 서프라이즈 모자이크 장면

여기에는 한국 기업이 만든 모자이크 감지 기법이 도입될 것으로 추측되는데, 예술작품을 사칭한 성기나 담배 등이 포함된 동영상을 3회 이상 올릴 시 강제 탈퇴 당할 수 있다.

7. 게임 영상은 기본적으로 차단

아무리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한국 정부는 게임 영상 업로드는 철저하게 금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에는 자고로 홍익인간의 정신이 내려오고 있지 않은가. 4대 악 중의 하나인 게임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려는 노력은 외국인이라고 해서 소홀히 할 수 없다.

요새 최근엔 인터넷 게임 이런 것이 4대 중독이다.
하느님 말고 왜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느냐고 일갈하는 분도 계신다.

단, 일괄적으로 막으면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로그인한 이용자 중 미성년자는 부모가 허락을 받아야 게임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이때 나이를 속이는 이용자들을 막기 위해 공인인증서, 아이핀 등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로그인을 안 하면 기본적으로 미성년으로 간주하고 차단한다.

K튜브가 성공하는 길

강력하게 예상되는 포인트가 몇 가지 더 있으나 이 정도만 정리해도 가슴이 뛴다.

정부가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와 같은 시스템도 도입할 거라는 정보가 올해와 작년에 기사화된 적 있다. 지금껏 예산을 퍼들여 어느 부서에선가 조용히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걸 보면 “다행히도” 준비만 하고 시작은 하지 않은 것 같다.

결론은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와 마찬가지다. K튜브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라고 생각한다.

제발 시작하지도 마!

K튜브 예상도
K튜브 예상도 (이미지 제작: 임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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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부탁합니다.. 제발 시작도 하지맙시다…
    10억으로 그냥 단기라도 고용을 하는 게 더 큰 효과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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