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의 색다른 진보 11.] 스웨덴 총선에서 좌파 연합이 단 3석 차로 신승했다. 이번 선거 쟁점은 이민보단 의료와 교육 그리고 경제와 치안이었다. 그렇다고 반이민 정서가 퇴조했다고 보긴 어렵다. (⌚7분)
진영 논리가 판치는 시대, ‘논쟁’이 어렵다. 말, 글로 논하여 다투기보다 SNS에 서로 조롱하고 비아냥대기 바쁘다. 이미 각 부족 입맛에 맞게 답을 정해 놓은 좌우파 지식인은 한 치 이견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토론은 물러나면 죽는 전장일 뿐이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차분한 논쟁이 필요하다. 한 사회에서 구성원들에 의해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어떤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토론 테이블에 꺼내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성역화도, 언더도그마도 타파 대상이다.
색다른 관점을 가진 철학자를 소개한다. 독립 연구자 이완(32)이다. 그의 철학과 생각이 정치·사회 논쟁에 작은 불쏘시개가 되길 바란다. 이번에 그와 나눈 인터뷰 주제는 ‘스웨덴 총선’이다.

스웨덴 좌파 블록, 0.6%P ‘3석 차’ 신승.
— 9월 13일 스웨덴에서 총선이 열렸다. 좌파 블록이 승리했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인가?
4년 만에 아슬아슬하게 좌파 블록이 정권을 되찾았다. 349석 가운데 176석을 차지하며 과반을 달성했다. 여기서 좌파 블록은 사회민주노동당(S), 좌파당(V), 녹색당(MP), 중앙당(C), 이 네 개 정당으로 이뤄진 선거 연합이다. 99% 개표 상황 기준으로, 네 정당 득표율을 합치면 49.5%다.
오래전부터 사회민주노동당과 좌파당, 녹색당이 적록 연합을 이루고 있었는데, 여기에 중도 우파 정당인 중앙당이 참여하며 좌파 블록을 구성하게 됐다. 다른 우파 정당들이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과 타협하자 중앙당은 여기에 반발해서 적록 연합과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가 확정된다면 아마 새 총리는 사회민주노동당 당수 마그달레나 안데르손이 맡을 듯하다.

우파 블록은 온건당(M), 스웨덴 민주당(SD), 기독교민주당(KD), 자유당(L), 이 네 개 정당으로 이뤄져 있다. 2022년 ‘티되’라는 작은 성에서 협력을 약속했다고 해서 ‘티되 협정(Tidöavtalet)’이라고도 불린다. 티되 협정 골자는 이렇다. ‘온건당을 중심으로 우파 연립 내각을 꾸리되 스웨덴 민주당은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의회에서 협력한다. 대신 스웨덴 민주당 요구를 일부 수용한다.’
이 협정에 따라 2022년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블록은 온건당, 기독교민주당, 자유당으로 이뤄진 연립 내각을 꾸렸다. 총리로는 온건당 당수 울프 크리스테르손을 지명했다. 이번 총선에도 승리했더라면, 크리스테르손 내각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우파 블록은 득표율 48.9%를 얻었다. 단 0.6%P 차이로 졌다.
선거 쟁점, 이민보단 의료·교육·경제·치안.
— 득표율 상위 4개 정당은 각각 어떤 곳인가?
우선 원내 제1당은 득표율 28%를 받은 사회민주노동당이다. 기호는 S다. 1889년 창당했다.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동시에 가장 큰 정당이다. 무려 70여 년 동안 집권하며 ‘복지국가 스웨덴’을 건설했고, 1917년 총선 이래 지금까지 줄곧 원내 제1당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에는 ‘국민의 집’과 ‘민족 중흥’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서 국민 정체성과 문화 동질성을 복지국가 확대의 원동력으로 삼았지만, 1970년대와 2000년대 사이에는 국민성보다 다양성에 중점을 뒀다. 지금은 다시 국민성을 강조하는 정당으로 돌아오고 있다.

원내 제2당은 득표율 19.9%의 온건당이다. 1908년 창당 이래 꾸준히 원내 제2당 자리를 지키며 사회민주노동당과 경쟁해 왔다. 정당 기호는 M이다. 전신은 1908년 창당한 보수 정당이었는데, 60년대에 이름을 온건당으로 바꿨다. 이름처럼 온건한 우파 정당으로 분류되지만, 복지국가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다만 저소득·중간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추고 복지 급여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복지 수급자를 줄이고 자립하는 사람을 늘리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 공약집 이름도 ‘노력이 보상받고 범죄가 처벌받는 스웨덴’이다.

원내 제3당은 17.5%를 받은 스웨덴 민주당이다. 스웨덴 민주당은 모두가 경계하던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다. 정당 기호는 SD다. 2022년 선거에서 처음으로 원내 제2당으로 올라서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총선보다 3%P나 낮은 성적표를 받고 온건당에 밀려났다. 우파 블록에서 온건당과 기독교민주당, 자유당이 모두 근소하게 득표율을 올렸지만 스웨덴 민주당만 큰 폭으로 득표율을 잃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스웨덴 민주당은 반이민과 치안 강화를 앞세웠다. 스웨덴에서 살려는 사람에게 스웨덴어를 쓸 의무를 부과하고, 외국 출신자에게 제공되던 모국어 교육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민권을 받는 조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주요 쟁점은 이민보다는 의료와 교육, 경제, 그리고 치안이었다. 이민 문제 중요성이 비교적 낮아진 탓에 반이민 정당이 다소 주춤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스웨덴 시민권 취득 요건을 계속 높인다. 스웨덴 시민이라는 지위는 태어날 때부터 스웨덴인이었던 사람과 그 밖에 높은 요건을 충족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다. 귀화한 시민은 범죄를 이유로 스웨덴 시민권을 상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웨덴 민주당 2026년 선거 강령 ‘스웨덴은 우리 집.’

💡 스웨덴 공영방송의 출구조사에서 드러난 주요 선거 쟁점
- 의료 — 53%
- 학교와 교육 — 51%
- 스웨덴 경제 — 48%
- 법과 질서(치안) — 47%
- 성평등 — 43%
- 노인 돌봄 — 40%
- 개인의 경제 사정 — 39%
- 난민/이민 — 38%
- 고용 — 35%
- 스웨덴의 외교·안보 정책 — 33%
원내 제4당은 8.4%를 받은 좌파당이다. 좌파당은 1917년 사회민주노동당 내 급진 좌파가 빠져나와 창당한 곳이다. 과거 이름은 스웨덴 공산당이었다. 현재 정당 기호는 V다. 이번 선거에서도 좌파당은 사회민주노동당보다 급진적 공약을 내세웠다. 민영화한 복지 영역을 다시 공공부문으로 되돌리는 것은 물론,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초고소득층에 높은 소득세를, 은행에 초과이윤세를 부과할 것을 공약했다. 현지 기업인들이 주로 우려한 것도 좌파당 공약이었다. [🔖관련 기사: 左연합 집권 가능성에 스웨덴 발렌베리 “깊은 우려” 왜?]

그럼에도 좌파당은 8.4% 득표율을 달성했는데, 지난 선거보다 1.6%P 많은 표다. 사회민주노동당이 2.3%P나 표를 잃었어도 좌파 블록이 밀리지 않은 데는 좌파당 역할이 컸다. 자연히 좌파 블록이 연립 내각을 꾸릴 때 좌파당 발언권이 강해질 듯하다.
“최상위 극소수 부유층은 우리의 공동 복지를 위해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 현재 억만장자들은 일반 국민보다 소득 대비 훨씬 낮은 비율의 세금을 내고 있다. 좌파당은 복지를 확충하고 사회에 필요한 필수 투자를 조달하기 위해 ʻ억만장자세(miljardärsskatt)’ 도입을 추진한다.”
🔖 좌파당 2026년 총선 강령 ‘당신의 편에서.’
반이민 정서 퇴조? “NO, 원내 정당 모두 ‘이민 통제’로.”
— 스웨덴 민주당이 표를 크게 잃었다고 했는데 스웨덴의 반이민 정서가 다소 누그러진 것인가?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좌파당과 녹색당을 제외하면, 스웨덴 원내 정당이 모두 이민 통제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특히 원내 제1당 사회민주노동당이 눈에 띄게 변했다. 2010년대까지 사회민주노동당은 유럽에서 가장 관대한 이민·난민 정책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이민자 자녀가 스웨덴어 대신 모국어로 수업을 들을 권리를 보장했다. 물론 스웨덴어 수업을 적극 권장하고 유도했지만, 스웨덴어를 몰라도 스웨덴 영주권과 시민권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웃 덴마크 사회민주당은 이민자가 덴마크어와 문화를 배우지 않으면 복지 수당을 줄이거나 시민권을 주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은 덴마크 사회민주당을 맹비난했었다.(참고: 메리 힐슨, 노르딕 모델, 주은선 등 옮김, 삼천리, 2010.)
하지만 2010년대부터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도 포용적 다문화 정책을 조금 내려놓기 시작했다. 덴마크처럼은 아니더라도, 이민자에게 스웨덴어와 스웨덴 문화를 익힐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번 총선 공약에서도 부당한 차별에는 맞서되 엄격한 이민 조건을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스웨덴 민주당만큼은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이민자에게 엄격해졌다. 자연히 반이민만 앞세워서는 선택받기 어려워진 것이 아닐까. 실제로 스웨덴 공영방송(SVT)의 출구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 7%가 온건당으로, 4%가 사회민주노동당으로 돌아갔다.
“스웨덴에 사는 사람은 모두 스웨덴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 사회민주노동당 2026년 총선 강령 ‘스웨덴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
스웨덴 민주당이 내분을 겪은 탓도 있다. 스웨덴 민주당 속 강경파가 2018년 ‘스웨덴을 위한 대안 SFA’를 창당해서 지금까지 원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 공영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민주당 지지층이 원외의 ‘기타 정당’으로 많이 빠져나갔다. 아마 더 강경한 우파가 스웨덴을 위한 대안 등으로 흘러간 것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은 이민보다 의료 체계와 경제, 치안이었다.
그럼에도 스웨덴 민주당은 원내 제3당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스웨덴 공영방송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도 블루칼라 노동자(Arbetare)와 기업인 – 농민(Företagare och jordbrukare) 40% 이상이 온건당 아니면 스웨덴 민주당을 지지했다. 2025년 예테보리 대학교의 여론조사에서도 난민을 더 적게 받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과반 이상이었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노동력을 위해 이민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자는 33% 정도였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스웨덴 민주당 득표율이 떨어진 것만 두고 반이민 정서가 누그러졌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년 남성, 우파 정당 지지하지만… 한국보단 양극화 덜해.
— 스웨덴에서도 청년 남성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나?
주로 청년 남성이 스웨덴 민주당을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통계청이 2026년 5월 조사한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25~34세 남성 24.5%가 스웨덴 민주당을, 22.7%가 사회민주노동당을 지지했다. 반면 같은 나이대 여성 중에서 스웨덴 민주당 지지자는 8.7%에 불과했다. 대신 사회민주노동당 지지자가 36.5%였다.
다만 우리나라만큼 정치적으로 선명하게 양극화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 좌파 블록과 우파 블록이라는 큰 틀로 보면, 청년 남성 사이에서도 두 블록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남녀가 완전히 분리돼 버린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 이완의 색다른 진보
1. 위험하니까 새벽배송 없애자? 진보는 위험을 통제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2. ‘이대남 극우화’보다 먼저 걱정해야 할 것, 정치적 배제.
3. 이준석식 능력주의? 그것보다 더 강한 능력주의가 필요하다.
4-1. 왜 한국의 보수는 ‘윤어게인’을 껴안고 죽는가.
4-2. ‘마거릿 재명’ 막을 수 없는 보수, ‘작은 정부’부터 버려라.
5. 세계시민주의적 평등사회? 그것은 무모한 이념이다.
6. ‘다주택자 때리기’보다 ‘공공주택 확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7. ‘군국주의’라는 편리하고 과장된 수사에 대하여.
8. 일베는 NO, 워마드는 YES? ‘혐오 표현’ 규제가 공정할 수 있을까.
9. 이재명 정부가 ‘기본소득’ 환상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10. 민생쿠폰 흩뿌린 14조, 그 돈을 ‘고용보조금’에 썼더라면….
11. 스웨덴 총선 좌파 블록 신승, 우파 포퓰리즘이 주춤한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