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의 색다른 진보 6.] 다주택자 때리기보다 공공주택 확대에만 집중해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14분)
진영 논리가 판치는 시대, ‘논쟁’이 어렵다. 말, 글로 논하여 다투기보다 SNS에 서로 조롱하고 비아냥대기 바쁘다. 이미 각 부족 입맛에 맞게 답을 정해 놓은 좌우파 지식인은 한 치 이견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토론은 물러나면 죽는 전장일 뿐이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차분한 논쟁이 필요하다. 한 사회에서 구성원들에 의해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어떤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토론 테이블에 꺼내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성역화도, 언더도그마도 타파 대상이다.
색다른 관점을 가진 철학자를 소개한다. 독립 연구자 이완(31)이다. 그의 철학과 생각이 정치·사회 논쟁에 작은 불쏘시개가 되길 바란다. 이번에 그와 나눈 인터뷰 주제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다.

이재명도 못 잡은 매매, 전월세 상승.
— 언제나처럼 부동산, 집값이 문제다. 집값이 너무 올랐다. 소수는 수십억대 자산가가 되고 다수는 집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집값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올랐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있나?
국민은행은 ‘KB부동산 데이터허브’를 통해 자체 조사한 아파트 매매 중위 가격를 공개한다.🔖⑴ 지역별로 아파트 매매 가격을 가격순으로 나열한 다음, 딱 중간에 있는 가격을 계산한 것이다.
2008년 12월 경기도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2억 7000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2026년 3월 중위 가격은 4억 9000만 원이다. 경기도에서 딱 중간에 있는 아파트 가격이 약 20년 동안 2배 가까이, 2억 원 넘게 올랐다.
그나마 경기도라서 이정도다. 2008년 12월 강남 11개구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5억 7000만 원 정도였는데, 2026년 3월에는 15억 4000만 원까지 올랐다. 약 20년 동안 3배 가까이, 10억 원 정도 올랐다.
이는 생활물가지수보다 가파르게 오른 편이다.🔖⑵ 2020년 쌀 가격을 100원이라고 했을 때, 2008년 12월 쌀 가격은 78원 정도였다. 2026년 3월 쌀 가격은 117원 정도였다. 약 20년 동안 1.5배 정도 오른 셈이다. 2008년 12월 라면 가격이 90원이었다면, 2026년 3월 라면 가격은 20여 년 전보다 1.4배 증가한 127원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택시 요금도 2배 정도만 올랐다. 생활물가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집값은 그보다 더 널뛰었다.
전반적 흐름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2008~2013년)에는 경기도에서든 강남에서든 집값이 눈에 띄게 상승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락한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집권기부터 아파트 가격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다가,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와 코로나 펜데믹 시기 급격히 상승했다.
2022년에 강남 집값이 눈에 띄게 하락한 적 있기는 하지만, 그때는 한국은행이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린 시기였다. 문재인 정부의 잡다한 대응들보다 효과가 확실한 것은 금리 인상이었다. 물론 2023년 여름부터는 금리 인하와 함께 상승세가 돌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강하게 나오고 있고, 몇몇 초고가 아파트가 전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왔다는 뉴스도 있지만, 매매가, 전세가, 월세의 전반적 상승세는 잡히지 않은 듯하다.

집값 상승 주범, ‘저금리와 기대 심리.’
— 집값이 몇 배로 오른 원인이 무엇인가?
우선 돈이 주택시장으로 몰려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국토연구원의 한 보고서는 근 몇 년동안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기준 금리를 지목했다.🔖⑶ 2019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25개월 동안, 한국은행은 꾸준히 기준 금리를 낮췄다. 특히 2021년 1월 기준 금리는 0.5%로 역대 최저치였다. 그 시기 집값은 그야말로 치솟았다. 2022년에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3%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에 맞춰 집값도 잠시 하락했다.
물론 금리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5.25%에서 2%로 끌어내린 적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집값은 폭등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중앙대 마강래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일단 경기가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부동산에 대한 기대 심리가 좋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집값이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본 것이다. (…) 경기를 띄우려 대규모 공급 정책(150만 호 보금자리주택)을 편 것도 한 몫했다.”🔖⑷
마강래, 2021.
즉, 대대적 공급과 낮은 기대 심리가 기준 금리 인하의 영향을 상쇄한 것이다. 둘 중에서 마강래 교수는 ‘기대 심리’의 영향을 더 강조했다.
현대의 집은 단순히 생활하는 곳이 아니라 돈을 버는 수단이 됐다. 2000년대 초반, 미국과 유럽에서는 진보 정부도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해 왔다.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임금 상승이 정체된 상황에서, 자산으로 돈을 벌 기회를 확산시키려 한 것이다. 그래서 대출 규제도 완화하고 세금 혜택도 줬지만, 그 결과는 집값 상승과 그에 따른 격차 확대였다. 여러 학자들은 자산 격차의 주범으로 집을 지목한다.🔖⑸
우리나라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뚜렷하게 분열됐다. 소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하면, 대다수 노동자는 열심히 일해서 잘사는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 그래서 임금 노동자가 2200만 명인데 주식 투자자도 1500만 명에 달하는 시대가 됐다.🔖⑹ 이제 ‘소액 투자자’는 금융투자소득세 등 주가 하락을 일으킬 것이라고 간주되는 제도를 무너뜨릴 정도로 정치 발언권을 가진 집단이 됐다.
이 ‘소액 투자자’ 집단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신참 세력에 가깝다. 그보다 먼저, 지역과 중앙 정치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것은 다름 아닌 ‘집주인’이었다. 지방에서 경제성 없는 토목공사가 반복되는 것도, 특수학교가 혐오 시설로 전락해 버린 것도, 종합부동산세가 선거 필패로 통하게 된 것도 집주인들의 정치적 영향력 탓이다. 그만큼 집값 상승은 집주인에게나 정치인에게나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마강래 교수에 따르면, 대다수 학자들은 시장에 돈이 늘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데 동의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한 보고서는 정부의 규제 방관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속에서 시중은행이 많은 대출을 풀었고, 그 탓에 가계 부채가 꾸준히 늘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전세 대출의 지분이 컸다.🔖⑺ 동시에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수많은 사람이 자산 가치와 함께 지위 상승을 꿈꾸는 지대추구자가 됐다. 다주택자 영향이 크겠지만, 실거주 1주택자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공급 부족도 공범 중 하나지만 ‘저금리와 기대 심리’가 집값을 끌어올린 주범인 것으로 보인다.

‘1가구 1주택’만 옳다? “노동시장 경직시킬 것.”
—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에 대해 계속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 자신의 집을 내놨을 뿐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주택자를 배제하겠다고도 선언했다. 대통령 의지를 보며 많은 사람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이재명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솔직히 뭘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메시지는 강한데, 목표가 모호하다. 핵심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⑻, 그렇다면 누구도 부동산으로 양도 차익을 벌지 못하게 틀어막고 ‘1가구 1주택’ 원칙을 실현하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단순히 지금보다 자가 보유율을 다소 높이겠다는 뜻인가? 높인다면 어디까지 높이겠다는 것인가? 구체적 수치 목표가 없으니 ‘경제를 살리겠다’ 수준의 정치적 구호처럼 보인다.
— 결국 실소유자가 집을 쉽게 구하게 돕겠다는 것 같은데, 이런 목표 자체는 좋은 것 아닌가?
‘1가구 1주택’ 원칙이든 자가 보유율 높이기든, 결국 집값을 크게 낮춰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만약 집값이 지금의 절반으로 폭락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1월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5년 모든 금융권의 가계 대출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52조 원 늘었지만 그 외 대출은 15조 원 줄었다🔖⑼.
앞서 이야기한 한국은행 보고서가 지적한 것처럼, 90년대부터 우리나라 가계 대출 상당 부분은 항상 주택담보대출 몫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집값이 지나치게 폭락한다면, 그 빚은 누구도 갚을 수 없게 된다. 집값 폭락은 곧 금융위기다. 그러니 누구나 부담 없이 집을 살 수 있을 때까지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지 않을까.
만에 하나 ‘1가구 1주택’이 실현된다고 해도 문제가 남는다. 우리가 대형마트에서 무엇을 살지 고민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기업이 다양한 물건을 매대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물건이 많아야 선택권도 늘어난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학교나 직장, 이웃 간 갈등 탓에 이사해야 할 때, 어디로 갈지 고를 수 있으려면 곳곳에 많은 집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1가구 1주택이 실현되면, 대체 누가 여분의 집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까?
국가가 공급을 전부 떠안을 수 있을까? 루마니아나 싱가포르 등 1가구 1주택을 실현한 곳은 매매도 임대도 부족해서 사람들이 한 곳에서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OECD 연구자들도 자가 보유율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새 직장을 찾아 이동하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노동시장 효율성과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⑽
만약 대다수 사람이 한 동네에서 대대로 살 것이라면 1가구 1주택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 국가이고 교통 인프라가 좋아서 그게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큰 나라다. 그 속에서 주요 인프라와 직장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그 수도권 안에서도 일자리나 재개발 탓에 자주 이동해야 한다. 사람들이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갖추지 않으면, 1가구 1주택은 노동시장을 경직시키고 지역 간 격차 속에 사람들을 완전히 가둬버리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 집값을 극적으로 낮추기보다 인상만 억제하고, 무주택자에게만 대출을 더 지원하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은가?
대다수가 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안정적으로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괜찮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것이다. 이미 40대 후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해서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⑾
빚을 내서 집을 산다는 말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의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자리도 불안정한데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지면, 새집 주인의 생활 수준은 그만큼 위태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무주택자 대출 지원도 결국은 지원 대상 중에서 소득이 높고 안정된 사람에게 가장 유리한 대책이다. 게다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 집을 갖게 된다는 것은 그 곳에서 떠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OECD는 ‘내 집 마련’에 초점을 두지 말고 사회주택, 공공임대, 민간임대 등 다양한 주거 형태를 정책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한다.🔖⑿
게다가 새집 주인을 늘리는 정책과 집값을 억제하는 정책은 정치적으로 모순된다. 정부가 집값을 억제하는 동시에 무주택자 대출 혜택을 늘려서 많은 사람을 새집 주인으로 만들었다고 하자. 그러면 새집 주인들은 언제까지 집값 억제를 지지해 줄까. 그 집주인들도 빚을 갚아야 하고, 정체된 임금 대신 생활 수준을 끌어올려 줄 투자 수단을 찾아야 한다.
즉, 집주인이 늘어난다는 말은 특수학교를 밀어내고 소방서에 민원을 넣고 국회의원을 움직여서 불필요한 토목 공사를 이끌어내던 지대추구자가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도 1500만 주주들 심기를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데, 수가 더 불어난 집주인들의 기대 심리와 정치력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미국 정치학회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새로운 집주인들은 정치 성향과 상관 없이 지역 정치에 적극 참여하며 새집 건설을 막는 등 님비 현상을 주도했다.🔖⒀ 모두 집값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굳이 해외까지 가지 않더라도, 집값 지키기에 혈안이 된 집주인이 어디까지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는 다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투기를 막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시장을 만드는 정책은 스스로 정치적 반대자를 늘리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내 집 마련’은 감히 어느 정당도 부정하지 못하는 신성불가침한 목표가 돼버렸지만, 내 집 마련에 초점을 둔 정책은 너무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다. 집주인이 늘어나면 그 해악은 더 커질지 모른다.
‘내 집 마련’ 정책의 해악, 지대추구자만 늘었다.
— 다주택자가 집을 사들이면서 불로소득을 벌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나?
도시개발이나 인구 밀집 때문에 집값이 상승했고 그 덕에 큰 양도 차익을 챙겼다면, 그 양도 차익의 상당 부분은 불로소득이다. 정부가 경제에 덜 손해를 끼치며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능력주의적인 분배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그런 불로소득을 가능한 한 환수하는 대신 기업이 부담하는 4대 보험료를 낮추는 등 생산적 활동을 우대해야 한다.
“모든 지대가 공동체의 필요를 위해 세금으로 징수될 때, 그때 자연이 명령한 평등이 달성될 것이다. 어떤 시민도 그의 근면, 기술, 지능에 의해 주어지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시민보다 우위를 갖지 않을 것이며, 각자는 자신이 공정하게 벌어들인 것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야 비로소, 노동은 완전한 보상을 받고, 자본은 자연스러운 수익을 얻을 것이다.”🔖⒁
헨리 조지. 1879.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지대를 누릴 자격이 없으며, 정의는 지대를 몰수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⒂
토마스 멀리건, 미국 능력주의 철학자
하지만 누군가가 집을 수백 채, 수천 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모든 다주택자가 집값 상승만을 위해 그저 집을 비워두지는 않는다. 민간 다주택자는 임대 시장의 큰 손이다. 금리 상승과 자산 가치 하락의 위험을 대신 떠안으면서 사람들에게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어떤 면에서, 소수가 많은 집을 소유하는 편이 정부나 세입자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만큼 정부가 감시해야 할 대상이 줄어들어서 규제 효율성이 좋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우리나라가 전세 사기를 막지 못한 것은 집이 소수에게 집중돼서가 아니라 오히려 분산돼 있어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자산 집중 자체는 진보주의자에게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된 지 오래다. 스웨덴은 준사회주의 국가라고 불릴 정도로 소득을 균등하게 나누는 편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소수가 자산 대부분을 소유하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불평등연구소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4년 스웨덴에서는 자산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68.2%를 소유했다🔖⒃. 같은 시기 우리나라 상위 10%는 66.4%, 인도 상위 10%는 65%, 영국 상위 10%는 57.1%를 소유했다. 스웨덴은 아프리카나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선진국보다 자산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스웨덴에서는 사회민주노동당이 오랫동안 집권해 왔다. 지금도 사회민주노동당은 정권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원내 제1당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사회민주주의 국가 스웨덴은 왜 자산 격차를 좁히지 못했을까?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1920년대 스웨덴에는 사회민주주의 방향성을 정립한 젊은 사상가가 있었다. 바로 ‘닐스 칼레비’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칼레비에 따르면, 사회주의란 모든 소유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 이익만을 위해 자기 마음대로 재산을 사용하는 ‘부르주아적 소유’를 폐지하는 것이다🔖⒄. 이를 위해 소련처럼 모든 기업과 토지를 국유화할 필요는 없다. 기업인이 노동법에 따라 노동자를 채용하게 하고, 집주인이 세입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따라 집을 빌려준다면, 그만큼 소유자가 자기 이익만을 위해 자기 마음대로 재산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즉, 부르주아적 소유가 폐지된 것이다.
법적인 소유권이 소수에게 집중돼 있더라도, 그 소수가 사회적 이익에 부합하게 재산권을 행사하도록 규제한다면, 그만큼 사회주의는 달성된 것이다(당시는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던 시대였다).
칼레비는 계획경제 역시 불필요하다고 여겼다. 시장경제에서 소득이란 누가 무엇을 생산할지 결정하는 투표권과 같다. 만약 그 투표권을 가능한 한 균등하게 분배한다면, 시장경제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가 바라는 대로 움직일 것이다. 즉, 적절한 소득 재분배는 소련식 계획경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시장경제를 ‘사회적 필요에 의한 생산’이라는 사회주의적 경제로 만들어 준다.
이런 이념 전환 덕에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자들은 무리하게 국유화를 추진하거나 시장경제를 없앨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도 적극 채택할 수 있었다. 정부가 재산권 행사에 질서를 부여할 수만 있다면, 다시 말해 사회적 이익을 위해 재산권을 규제할 수만 있다면, 법적으로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소득을 적절히 재분배하기만 하면,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사회적 이익에 맞게 활용할 수 있었다.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자들은 무리한 국유화를 통한 계획 경제가 아니라, ‘규제와 재분배가 이뤄지는 시장경제’, 그들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화된 시장경제’를 만들었다. 단순히 현실과 타협한 것이 아니라, 더 실용적인 방법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한 것이다🔖⒅. 그래서 스웨덴의 자산 격차를 다른 나라와 같은 선상에 두고 봐서는 안 된다.
물론 모든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칼레비 생각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무리한 국유화와 관료들의 계획경제가 위험하다는 데는 동의하더라도, 정부와 노동자가 주요 기업을 함께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도 있었다. 정부가 규제하고 재분배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주의를 달성하는 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도 공공 부문이 더 많은 토지와 금융자본을 소유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바라고 있다. 규제와 세금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이 개입하지 않는, 자율적이고 전문적인 투자 공공기관들이 시장 안에서 경쟁하며 불로소득을 흡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칼레비 사상은 나쁜 부작용을 일으키는 다주택자 때리기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양도 차익만 노리고 집을 비워두도록 방치하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수백 채를 갖고 있는다고 해서 일반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월세로 살더라도, 집주인 변덕에 흔들리지 않고 내집처럼 오래 살 수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임대 제도가 잘 정비되면, 대다수 사람에게는 정기적으로 임대료를 내는 대상이 은행에서 집주인으로 바뀌게 될 뿐이다.
한 사람이 아파트 5000채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규제 아래에서 그 아파트를 세입자들에게 임대한다면, 그만큼 저소득, 노동자층의 주거 환경이 안정될 수 있지 않을까. OECD가 권고하는 것처럼, 우리도 내 집 마련이라는 이름으로 지대추구자를 늘리기보다 공공주택과 임대 제도를 다듬는 편이 낫지 않을까.

“‘다주택자 때리기’보다 ‘공공주택 확대’에 집중해야.”
— 최근 이재명 정부는 공공 부문이 주택 개발을 주도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정부는 공공택지 처분을 중단하고, LH가 직접 공급을 주도하는 방향을 채택했다. 심지어 역세권 근처에 질 좋은 공공주택을 지을 것이고, 그 가운데 공공임대 비중을 올리겠다고 선언했다🔖⒆. 다주택자 때리기보다 공공주택 확대에만 집중해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가운데 ‘지분적립형 공공주택’, 일명 적금 주택은 결국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공공주택을 매우 느리게 민영화하는 정책에 가깝다. 처음에 구매자는 분양가의 5분의 1, 4분의 1 정도만 마련하면 된다. 나머지 지분은 공기업 등에 속한다. 구매자는 그 공기업 지분만큼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후 구매자는 20, 30년에 걸쳐 공기업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공공의 지분이 남지 않으면, 그 집은 온전히 구매자 소유가 된다.
처음 집에 들어갈 때 드는 부담을 낮춘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지만, 공공이 지은 것을 민간에 판다는 점에서는 엄연한 민영화다. 실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정부가 기존 공공주택을 민영화할 때 도입한 정책이기도 하다. 단지 절차가 까다로워 그 속도가 느릴 뿐이다. 다행히 공공분양보다는 질 좋고 위치 좋은 공공임대를 많이 늘린다고 했으니, 그 부분에만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외 대책은 문재인 정부 때 그랬던 것처럼 월세나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풍선 효과를 일으키거나, 아니면 더 강해진 집주인 계급의 압력에 밀려 금투세처럼 퇴보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완은 누구.
-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위기 앞에 혼자 되지 않는 나라를 꿈꾼다.
- 1994년 8월 출생.
- 다이소 등 서비스업에서 5년 동안 일했다.
- 자살 예방과 기회균등, 정치철학을 연구한다.
- 한국 진보, 보수를 분석한 책 ‘좌업좌득’, ‘함께 자유로운 나라’를 썼다.
🔖 참고문헌
1. 주택가격동향조사 –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 KB부동산 데이터허브
2. 국가데이터처,소비자물가조사, 2026.03, 2026.04.13, 생활물가지수(2020=100)
3. 박진백, 주택가격에 대한 금리의 시간가변적인 영향 연구 – 금리상승기와 금리하락기 영향 비교를 중심으로, 국토연구원 WP 22-09.
4. 마강래,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메디치미디어, 2021.
5.리사 앳킨스 등,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 김현정 역, 사이, 2021.
6. 매일경제 박세현, “주주 1500만명 시대”…불붙은 증시에 ‘역대 최대’, 2026.03.18
7. 이경태 등,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 BOK 이슈노트 제2023-22호, 2023.
8. “부동산 시장 정상화, 지금 아니면 안 돼…실소유자 중심 재편 필요” – 정책뉴스 | 뉴스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9. 2025년 가계대출 동향(잠정) 및 「가계부채 점검회의」 개최
10. OECD, Brick by Brick Building Better Housing Policies, OECD Publishing,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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