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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월딩 칼럼] 외국인에 대한 배외주의는 일본의 정치 담론에서 어떻게 힘을 획득하였는가? (조경희/사회학∙일본학, 성공회대 평화월딩연구소 부소장) (⌚8분)

🎪 ‘헤이트 스피치’ 이후 일본 사회 (연재)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해소법은 형사처벌 규정이 없는 선언적 법률에 머물렀지만, 공적 공간에서 헤이트 스피치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혐한’ 시위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배외주의적 여론은 끊임없이 다른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은 특정 방식의 혐오에는 적용되었지만, 혐오가 갖는 지속성과 확장성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 ‘위장 약자’, ‘특권’, ‘무임승차’ 등의 논리는 재활용되며 새로운 표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재특회’와 같은 일부 극단적인 민간단체가 아니라, 오늘날 정당과 정치인들이 배외주의를 공개적으로 자극하고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내걸어 존재감을 키운 참정당, 그리고 이어 등장한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은 일본 사회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징후적으로 보여준다.

혐오발언을 둘러싼 제도적 규제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중요하다. 동시에 혐오 규제 이후에도 대중화된 극우 정치 아래에서 배외주의 정동(情動; Affect; 감정, 느낌, 기분의 기초가 되는 무의식적이고 생리적인 반응)이 어떻게 조직되고 확산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결코 일본 만의 특수한 현상으로 한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연재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헤이트 스피치 ‘이후’ 일본의 배외주의 문제를 추적한다. 첫 번째 글에서는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의 내용과 한계, 그리고 배제의 정상화(normalization)라 부를 만한 현상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정상화’되는 배외주의
2. 다카이치 정권의 배외주의와 반(反)젠더주의
3. 여성의 얼굴을 한 극우 정치

이민없는 외국인 정책

일본사회에서 배외주의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형태를 바꾸며 갱신되어 왔지만, 외국인 정책이 지금처럼 주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한 사례는 과거에 드물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외국인 수용을 둘러싼 일본정부의 모호한 입장과 정책적 혼선도 자리하고 있다.

2025년 6월 현재 일본의 재류외국인은 395만 6,619명으로, 전체 인구의 3.2%를 차지한다. OECD 국가 가운데서는 여전히 외국인 비율이 낮은 편에 속하지만, 전년 대비 18만 7,642명이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77.2%는 장기 체류나 정주가 가능한 외국인으로, 외국인 비율이 10%를 넘는 기초자치단체도 20곳에 달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원칙적으로 이민 정책을 채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즉, 단순노동자의 수용과 이들의 정주화를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침을 유지해온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외국인연수생제도나 기능실습생제도는 개발도상국과의 경제협력 및 기술 이전을 명분으로 도입되었으나, 실제로는 3D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저임금 노동력 공급체제로 기능해왔다.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이라는 지위 때문에 노동관계법은 적용되지 않았고 현장에서도 비인권적인 처우가 지속되었다.

2기 아배정부 시기인 2018년에는 산업계의 심각한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 조선 등 14개 업종에서 단순노동자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었다. 재류기간 제한 없이 가족을 포함한 이주가 가능해졌다. 사실상의 단순노동자 문호개방이었다.

그러나 “이민 정책이 아니다”라는 명분은 반복적으로 제시되었다. 외국인 노동자를 중장기적으로 일본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기보다는, 경제적 국익에 부합하는 ‘외국 인재人材’로 규정하는 기본 시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외국인의 존재는 이미 노동시장과 지역사회에 깊숙이 편입되어 가시화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수용체제와 사회적 이해, 인권 의식이 부재한 조건 속에서는 허위정보나 과장된 사건 보도가 쉽게 트리거로 작동한다. 이는 외국인데 대한 부정적 인식과 불안, 피해의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주기적으로 SNS에 등장하는 “외국인들이 생활보호 제도를 남용한다” “불법체류자가 범죄율을 올린다”는 허위정보 확산은 가장 상투적인 사례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배외주의 담론이 단순한 온라인 가짜뉴스에 그치지 않고, 정치인들에 의해 언급되면서 선거 전략의 일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25년 참의원 선거는 각 당이 외국인 정책 이슈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2025 일본 참의원 선거 공식 포스터(왼쪽), “국민·참정 약진 입헌 제자리걸음 이시바 수상, 속투[(계속 일하겠다는 의미)를 표명” 2025년 7월 21일 자 마이니치 신문 1면 갈무리.

다카이치 정권의 외국인 정책 — ‘질서’와 ‘적정화’

자민당 내에서도 강경 우파에 속하는 다카이치가 총리에 오른 것은 자민당에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영국의 대처를 롤모델로 삼아온 그의 강한 리더십 이미지는 기타 보수정당으로 이탈한 우파 성향 유권자나 부동층에게 어필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은 남성중심의 고령화된 자민당에 신선함과 활력을 부여했다.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하자, 타카이치는 외국인 정책의 엄격화를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외국인 정책 담당 장관으로 오노다 기미(小野田紀美)를 임명했다. 40대 초반의 여성이자, 강경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오노다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일부 외국인의 범죄 및 민폐 행위, 제도의 부적절한 이용으로 인해 국민이 불안과 불공정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제도와 정책 전반의 재검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오노다 체제하에서 외국인 문제에 대한 온도는 급속히 높아졌다. 출입국과 재류관리(비자·귀화·영주 요건), 경제활동(부동산 취득), 복지(보험료, 의료비 미납), 노동, 교육 등 전반에 있어서 “질서 있는” 대책 강화 방침이 연이어 나왔다. 2026년 1월 24일에는 약 3개월간의 정책 동향을 정리한 외국인 정책 종합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민 정책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일본 정부는 ‘다문화공생’이라는 말을 늘 답습해왔지만, 다카이치 정부의 외국인 정책에서는 ‘다문화’가 삭제되어, ‘다문화공생’은 ‘질서 있는 공생’으로 전환되었다.

‘질서’와 ‘적정화’를 강조하는 기조는 2기 아베 정부가 경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재류자격 완화와 관광객 유치 확대책을 수정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아베 정부가 사용해 온 ‘외국 인재’라는 표현 대신 ‘외국인’이라는 용어로 다시 전환한 것도 외국인을 경제적 자원으로 호명하던 이전의 어법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 다카이치는 “배외주의와는 선을 긋는다”고 밝혔지만, 정책의 방향은 관리·통제·선별·분단을 강화하는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

외국인 정책은 더 이상 출입국과 재류자격, 행정의 문제에 머물지 않고, 국방·안보 담론과도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오랫동안 이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다카이치는 ‘스파이 방지법’ 제정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카이치의 반 젠더주의 정치 과잉 동일화

북유럽 국가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다카이치는 이와 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타카이치 내각이 출범하자 여성 각료는 본인을 포함해서 세 명에 불과했고, 부대신 및 정무관에 여성 8명이 기용되는데 그쳤다. 물론 일본 정치 영역에서의 워낙 낮았던 여성 비율이 일정 부분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여성·외국인·소수자에게 우호적인 정책의 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다카이치는 헌법 개정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적극 지지해왔으며, 외국인 지방참정권, 선택적 부부별성제와 동성혼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2009년 민주당이 추진한 외국인 지방참정권 도입 논의에 대해 가장 선명한 반대 논리를 제시하며 공세를 펼쳤다. 그는 한국과 중국에 대한 일관된 우려를 표명하면서, 외국인 참정권 부여는 국가 방위와 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2011년 고교무상화 제도에 조선학교를 포함하는 방안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배외주의는 일시적 전략이 아니라 그의 정치적 신념의 일부이다.

외국인 정책만 만이 아니다. 소위 ‘워라벨’(일과 삶의 조화)을 버리고 “일하고 또 일하고, 계속 열심히 일하겠다”고 외치던 그는 과거 생활보호 제도와 관련해서도 “약자인 척을 하며 이득을 얻으려는 국민이 늘어나면 일본은 멸망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즉 타카이치는 국방, 외교, 역사, 노동, 복지, 젠더 등 정책 전반에 걸쳐 누구보다도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대표적인 우파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는 “보수 진영에서 먼저 유리천장을 깼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과거 다카이치가 ‘아동포르노금지법’ 개정을 주도했다거나, 건강과 돌봄 문제를 공론화한 점을 높이 사는 평가도 있다. 남성 정치인들에게 성차별을 받으면서 살아남은 그를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배외주의와 반 젠더주의 가치를 가진 정치인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환영해야한다는 압박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젠더 본질주의에 가깝다. 그의 총리 취임은 상징적 의미만큼이나 사회적 논란과 분열을 낳았다.

한편,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극우 정치의 전면에 섰다는 비난도 역시 설득적이지 않다. 세습 정치가 구조화된 일본의 정치 환경에서, 지역 기반의 후원 네트워크가 없었던 다카이치가 어떻게 보수 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었는가. 그 배경에는 아베 신조와의 정치적 관계가 있으며, 아베 노선의 충실한 계승자로서 안보와 헌법개정 문제에서 누구보다도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야 하는 정치적 조건이 있었다.

여성 정치인과 관련된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있다. 1970년부터 2000년까지 22개 민주주의 국가의 국방비와 분쟁 행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입법부 내 여성 비율이 증가할수록 국방 지출과 분쟁 행위는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여성이 행정부의 최고 책임자나 주요 각료에 취임할 경우에는 남성보다 국방 지출과 분쟁 행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여성이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극복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오히려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으로 해석된다. 우에노 치즈코(上野千鶴子)는 이러한 현상을 ‘과잉 동일화’ 개념으로 설명한다. 자민당 여성 정치인들 가운데 방위대신을 지낸 인물이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본다면, 여성 정치인들이 약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위해 남성 이상으로 강경한 우파가 되어가는 패턴도 이해가 가능하다.

“기세가 꺾인 조직이 여성에게 막을 내리게 하는 장면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이다. 여성 총재는 자민당의 ‘끝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로 ‘끝이 난’ 순간, 그들은 다시 여자 탓을 하게 될 것이다.”

우에노 치즈코

정교유착과 정치자금 문제, 기타 여러 우책들로 신뢰를 잃어가던 자민당에게 다카이치는 비판과 불만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성 지도자의 등장은 곧바로 젠더, 평화, 소수자 친화적 정치로 이어지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특정한 정치적 맥락 속에서는 여성이라는 위치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하게 수행하도록 요구받는 장치로 작동하기도 한다.

다카이치의 반젠더주의 정치 기호화

“전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은 도널드뿐이라 생각한다.”

다카이치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국제외교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과잉 동일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여성성의 기호정치를 드러낸다. 트럼프를 이름으로 불러 ‘추앙’하는가 하면, 이란을 강한 어조로 비난하고 중국에는 적대적 태도를 표명한다.

리버럴 국가들에 과도한 친밀감을 드러내며, 과장된 표정과 말투, 몸짓, 신체접촉을 수행하는 방식은 남성 중심 권력구조 속에서 위협적이지 않은 여성성을 발휘하며 살아남아 온 그의 몸에 밴 생존 전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다카이치의 이러한 과잉된 자기연출은 외교적 품위와 진정성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낳으며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다만 2026년 중의원 선거에서의 자민당 압승과 다카이치의 높은 인기는 이러한 분석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다카이치는 ‘여성 최초 총리’라는 상징 자본을 유권자들의 감정적 호응을 끌어내는 데 적극 활용했다. 그의 인기를 떠받치는 것은 구체적인 정책 성과라기보다 기호화된 이미지와 강단 있어 보이는 인상, 그가 풍기는 ‘느낌’에 가깝다.

특히 젊은 층은 “뭔가 일본을 더 좋게 만들어줄 것 같다”, “예전에는 무서운 이미지였는데 총리 취임 이후 미소가 많아져서 좋아하게 되었다”와 같은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다카이치를 지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일본에서 젠더와 정치를 연구해온 신기영은 굳은 표정으로 길게 연설하는 남성 정치인들과 달리, 미소를 유지한 채 쉽고 짧은 언어로 정치를 말하는 스타일이 선호되는 한편, 스스로의 젠더를 내세우지 않는 모습이 엘리트 여성들의 공감을 끌어냈다고 분석한다.

다카이치의 특집을 실은 한 여성 패션 잡지는 “맹렬함과 사랑스러움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표현하며 그를 추켜세운다. 타카이치의 패션이나 애용품을 따라 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새로운 ‘오시카츠’(推し活, 팬덤 활동) 현상으로 적극 보도되는 상황은, 정치가 정책과 이념보다 ‘덕질’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동시대 정치가 이미지와 정동, 팬덤적 애착을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지형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다카이치 팬덤 굿즈.

이 과정에서 다카이치 정부는 헌법 9조를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를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재편하는 방향의 실현가능성을 검토하면서, 향후 보다 구체적인 단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맞서 현재 국회 앞에서는 10년 만에 시민들이 모여 개헌 반대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다카이치의 높은 인기를 ‘덕질 정치’의 결과로만 보는 리버럴 진영의 시각은 안이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보수/리버럴 구도가 사실상 붕괴된 지 오래된 일본 사회에서 ‘잃어버린 30년’으로 상징되는 장기침체와 세대 간 불평등, 미래 상실감에 대한 불만이 배외주의적 주장과 결합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생활감각에 개입해온 참정당의 노선은 전후 일본 정치담론의 균열과 전환을 보여주는 징후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음 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중심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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