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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3월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을 발표하면서 불거진 부동산 투기 의혹은 공직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이 전수조사를 자처하면서 진화에 나섰고, 야당은 국토부 장관 사퇴와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며 공세를 펼쳤습니다. 특히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요구가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3월 23일 ‘3+3협의체’를 구성해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LH 특검·국정조사 추진을 논의했으나 조사주체, 방식 등에 이견을 보이며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 30일 야당과 합의를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가장 먼저 국민권익위원회에 소속 의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의뢰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6월 7일, 더불어민주당 12명 의원과 가족에게서 부동산 명의 신탁, 업무상 비밀이용,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사결과를 넘겨받은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는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발표 다음 날 해당 의원 12명 실명을 공개하고, 탈당을 권고했습니다. 그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 부동산 명의 신탁 의혹: 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윤미향 의원 (4명)
  •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 김한정, 서영석, 임종성 의원 (3명)
  • 농지법 위반 의혹: 양이원영, 오영훈, 윤재갑, 김수흥, 우상호 의원 (5명)
민주당의 탈당 조치 등을 보도한 보도한 KBS (출처: 민주당,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들에 '탈당' 권유…12명 누구? , KBS 2021.06.08.) https://www.youtube.com/watch?v=jjFtVcjjFxc
민주당의 탈당 조치 등을 보도한 보도한 KBS (출처: 민주당,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들에 ‘탈당’ 권유…12명 누구?, KBS, 2021.06.08.)

이를 계기로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는데요. 전현희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를 불신했던 국민의힘은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24조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는 조항을 이유로 “전수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고 회신했고, 결국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진행 상황, 여야가 내놓은 방안을 언론이 면밀하게 검증하고 감시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관련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전수조사, ‘여야’ 상반된 보도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에 대한 여야 합의는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이뤄졌습니다. 선거 이후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만큼 언론의 지속적인 감시 역할이 중요합니다. 국회의원 역시 비공개 정보 접근 가능성이 매우 큰 직군이므로 이들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는 제2의 LH 사태를 막기 위한 주요한 조치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알려졌을 당시 모든 언론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를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보도를 연일 쏟아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와 관련해 실명 공개·탈당 권유 등을 발표했을 때도 언론은 다양한 평가와 지적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내놓은 ‘감사원 카드’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검증도 하지 않거나 정쟁거리로만 바라보는 등 균형 잃은 보도태도를 보였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대신 법적 근거도 없는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한 국민의힘 발표에 관해선 소극적 보도로 일관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 언론사도 나타났습니다.

감사원은 법률상 국회의원을 감사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를 알면서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의뢰했다면, 이는 기만적인 꼼수에 불과하다.
감사원은 법률상 국회의원을 감사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를 알면서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의뢰했다면, 이는 꼼수에 불과하다.

‘국힘’ 감사원 조사 ‘꼼수’, 채널 A 무보도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을 받은 의원들의 실명을 공개한 6월 8일 이튿날 경향신문은 관련 소식을 6건을 보도해 가장 많이 전했고, 다른 언론사도 최소 2건 이상 보도했습니다. MBC와 한국일보를 제외하고 모두 톱뉴스 및 1면에 배치했고, 이후 보도량은 줄었지만, 1건 이상 후속보도를 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 발표’ 관련 방송(6/8~9), 신문(6/9~10)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더불어민주당 발표 직후 국민의힘이 “감사원 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내용도 주요 관심사였는데요. 중앙일보와 채널A를 제외한 모든 언론사가 해당 소식을 이틀 연달아 전했습니다.

채널A는 국민의힘이 ‘감사원 조사’ 카드를 꺼낸 당일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민주당 탈당 권유 후폭풍…내로남불 첫 시험대] (6월 9일 이현수 기자)에서 “민주당의 모습을 마음 편히 볼 수만은 없는 게 국민의힘 상황”, “왜 국민의힘은 조사 안 하냐 바로 반격이 나오죠” 등 언급했지만, 주된 내용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한국경제 역시 [윤미향·우상호 부동산 투기 의혹] (6월 9일 조미현?전범진 기자) 마지막에 “야, ‘셀프조사 어떻게 믿나’”라는 작은 제목으로 간략하게 전했습니다. 채널A와 한국경제 보도는 한 꼭지 전체를 할애한 다른 언론사 보도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조사 감사원 의뢰’ 방송(6/8~9), 신문(6/9~10)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국힘, 감사원 카드’ 소극적 검증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감사원 조사 의뢰를 고수했고,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국민의힘 주장은 법과 배치될 뿐 아니라,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국민 뜻에도 반합니다. 국민의힘이 법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추진했다면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부 구성원이자 개인 자체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심각한 직무유기입니다. 정당으로서 알고도 그랬다면 국민을 기만한 행태로써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중앙일보·채널A, ‘감사원법’ 언급조차 안해

무엇보다 감사원법 위배 여부를 살피는 건 검증보도의 기본입니다. 언론이 검증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살펴보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감사원 조사 의뢰를 발표한 6월 8일 방송 저녁종합뉴스와 다음날인 6월 9일 신문 보도의 ‘감사원법 인용’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감사원법을 직접 명시해 위배 여부를 따져본 경우 ‘직접인용’, 더불어민주당이나 감사원 관계자 등 발언을 빌려 보도한 경우 ‘간접인용’, 감사원법을 근거로 검증을 하지 않은 경우 ‘인용 없음’에 포함했습니다.

△ 국민의힘 ‘감사원 조사’ 주장에 관한 방송(6/8), 신문(6/9) 보도 감사원법 검증 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감사원법을 직접 인용한 언론은 조선일보 등 7개였습니다. 경향신문 등 6개 언론은 감사원법을 간접으로 인용했습니다.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채널A는 당연히 인용도 없었습니다. 채널A 시청자는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전달받지도, 국민의힘 ‘감사원 조사 의뢰’ 카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 감사원 감사 의뢰 추진을 다루면서도 감사원법 위배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 [사설/민주당의 12명 탈당 권유, 철저한 조사로 이어져야] (6월 9일)는 더불어민주당 발표내용을 다루며 마지막에 국민의힘 결정을 짧게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의뢰한 것에 대해 “감사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얘기가 된다”며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라고 쓴 게 전부였습니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감사원의 국회의원 감사를 ‘감사원 선택’으로 해석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감사원법을 근거로 기본 검증은 했지만 판단을 애매하게 한 경우도 있습니다. JTBC [부메랑 된 전수조사…국민의힘은 “감사원 감사 받겠다”] (6월 8일 최규진 기자)은 “감사원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감사 대상이 아니란 지적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국민의힘 측은 국민감사청구 등을 통하면 가능하다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며 명확한 판단을 하지 않았습니다. 감사원법을 찾아봤더라면 나오기 힘들었을 설명입니다. 한국경제는 6월 9일 보도 중 감사원 카드를 검증한 유일한 기사인 [윤미향·우상호 부동산 투기 의혹] (6월 9일 조미현·전범진 기자)에서 “국회의원은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는 감사원 입장만 전한 게 전부입니다.

중앙일보의 ‘국민의힘’ 받아쓰기?

아예 감사원법 위배 문제를 알리지 않거나 국민의힘 주장만 전달한 보도도 있습니다. 중앙일보 [야당 “여당의 본질 흐리기 쇼” 여야 부동산 감사원 조사 촉구] (6월 9일 손국희 기자)는 국민권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사결과에 대한 국민의힘 입장을 전하며 강민국 원내대변인 논평 중 “정말 투기문제를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다면 국민의힘과 함께 정정당당하게 감사원 조사를 받으라”, “몇몇 사례로 더 큰 진실을 축소·은폐하려는 꼼수”라는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이어 감사원 조사 실효성 및 법적 위반 여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익명의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우리 당 조사결과 의원들의 의혹이 상당수 확인된다면 쇄신 이미지를 쌓고 있는 당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어 걱정된다”, “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를 파악한 적은 없다.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실태를 알 수 있다”고 발언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말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권익위의 정치적 조사를 거부하는 방어전략”, “감사원이 조사 의뢰를 받아들이겠느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지만, 감사원 조사에 대한 타당성 검증 없이 국민의힘 입장만 ‘받아쓰기’한 셈이 됐습니다. ‘감사원 감사의 허구성’ 문제는 짚지 못한 것입니다.

△ ‘감사원 조사를 여야가 함께 받아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보도한 중앙일보(6/9)
△ ‘감사원 조사를 여야가 함께 받아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보도한 중앙일보(6/9)

민주당 비판에 열올린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더불어민주당 비판에 힘을 쏟았습니다. [여 지도부 “탈당 안하면 제명”…불복 5인 “협박하나” 반발] (6월 10일 전범진 기자)에서 “송영길 지도부의 결정이 오히려 당내 분열을 가속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일부 의원이 탈당 권고를 따르지 않는 상황을 전한 뒤 “지도부는 탈당 대상자들에게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며 달래기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야당으로 포화 돌리려는 여’라는 작은 제목을 붙인 기사 후반에선 “민주당은 국민의힘도 소속 의원 전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조사하라며 야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소속 의원이 102명인 국민의힘은 2명 이상의 의원이 이탈하면 개헌저지선(100명) 아래로 의원수가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석수를 줄이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는 주장입니다.

한국경제는 사설을 통해서도 더불어민주당 비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6월 9일자 사설 [사설/여, 투기연루 의원 ‘탈당 권유’로 어물쩍 넘길 건가]는 “LH 사태에 대한 공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온 집권 여당 의원들까지 투기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국민의 충격과 허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태는 탈당 권유 등으로 어물쩍 넘길 사안이 결코 아니다”며 더불어민주당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야당인 국민의힘도 재빨리 소속 의원 102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키로 했다”“앞으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여야 정치인의 투기 의혹을 한 점 남김없이 낱낱이 파헤쳐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국민의힘의 감사원 감사 요구에 대한 검증이나 국회의원 전수조사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MBC·SBS·한겨레, 국힘 ‘감사원 조사’ 검증 충실

중앙일보, 한국경제와 달리 다수 언론은 국민의힘 감사원 감사 주장을 검증했습니다. 몇몇 언론은 국민의힘 주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검증했는데요.

SBS [“국민의힘도 전수조사”…‘감사원 조사’ 꼼수 논란] (6월 8일 백운 기자)은 감사원이 국회의원을 조사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이라 삼권분립 차원에서 만들어진 조항”이라고 짚었습니다. MBC [“감사원에 조사 맡긴다”는 국민의힘…안 될 거 알면서?] (6월 8일 신수아 기자)는 “권익위는 공정하지 않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관련해 “국민의힘 스스로 최재형 감사원장을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성을 근거로 ‘감사원 조사’만을 고수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 감사원법 해당 조항을 자료화면으로 직접 보여준 SBS [8뉴스] (6/8)
△ 감사원법 해당 조항을 자료화면으로 직접 보여준 SBS [8뉴스] (6/8)
한겨레 [안될 줄 뻔히 알면서…국민의힘, 끝내 감사원에 조사 의뢰] (6월 10일 장나래 기자)는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방송 인터뷰 발언을 짚었습니다. 주 의원은 3월 1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감사원은 삼권분립의 원칙 때문에 국회의원을 감사할 수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겨레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원포인트로 감사원법 24조를 빨리 개정하자는 게 저희 입장”, “여당이 동의해주신다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 바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의 이런 태도는 삼권분립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면서까지 민주당이 감사원법 개정에 반대해 조사가 어렵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 “검찰·감사원 배제된 특수본 수사 의심”

반면 조선일보는 국민권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전수조사 결과를 두고 정부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신뢰성을 의심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6월 9일 사설 [사설/윤미향도 포함된 여 투기 혐의 의원 12명, 그래도 봐주려 하다니]는 특수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제대로 할 거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국민 우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수본이 “말단 공무원과 일반 투기꾼 등 34명을 구속하는 데 그쳤다”, “야당 의원 한 명만 수사를 받고 있다”, “부동산 투기 단속 기관인 검찰과 감사원이 애초부터 배제돼 있다”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비례대표인 윤미향, 양이원영 의원의 경우”라며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탈원전 환경 운동을 했다고 여당 국회의원이 됐는데 투기 의원 명단에 포함됐다”고 두 의원을 특정해 비판 수위를 높였습니다. “비례대표는 출당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을 근거로 “민주당은 이들에게 출당 조치를 했지만, 의원직을 유지시켜 주려는 ‘봐주기 징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특수본 수사를 불신한 조선일보(6/9)
△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특수본 수사를 불신한 조선일보(6/9)

사설 마지막에는 문재인 대통령 사저 농지 구입,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소유 농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전셋값 인상 등을 거론하며 “이번에도 조사하는 척, 수사하는 척하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논리적 근거보다는 진영논리에 입각해 ‘내로남불 정부니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은 셈입니다. 이번 사안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와 공공부문 부정부패 척결을 넘어 서민주거 안정과 공공주택 확충이란 정책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조선일보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민주당 투기 의혹 현장 달려간 JTBC·SBS

이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을 검증한 언론도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결백을 입증한 뒤 복당하겠다’며 탈당 권유를 수용했습니다. 반면 김한정(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 김회재(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오영훈(농지법 위반 의혹), 우상호(농지법 위반 의혹) 의원은 탈당을 거부하며 해명을 내놨는데요. JTBC·SBS 등은 해당 의원의 해명이 사실인지 확인했습니다.

JTBC [우상호·서영석 의원 의혹 해명, 실제 ‘땅’ 찾아가보니…] (6월 8일 이자연 기자)는 탈당 권유를 수용한 서영석 의원과 반발한 우상호 의원이 소지한 땅을 찾아갔습니다. JTBC는 서영석 의원의 “신도시 지구와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 가격 변동도 없다”는 해명을 확인하기 위해 인근 주민을 취재했는데요. 인근 주민은 “올 2월에 110만원씩 했는데 지금 150만원에 내놓으니까”, “위치가 좋으면 팔리고 위치가 안 좋으면 안 팔리고”라며 가격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우상호 의원의 “어머니 사망으로 급하게 묘지를 구입했고, 가매장 제도를 이용해 포천시청의 안내를 받아 가매장해 묘지를 썼기 때문에 법 위반은 없다”는 발언도 검증대상이 됐습니다. JTBC는 포천시청 관계자에게 “지금 기준으로 그런 안내가 나갈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도, (당시 안내가 됐다는 게)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우의원이 혐의를 벗으려면 포천시청에서 어떤 안내를 받았는지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SBS [“3년 새 10배 올랐다”…투기 의혹 현장 가보니] (6월 9일 유수환 기자)도 임종성·서영석 의원 등이 소유한 토지를 찾아 구입 당시와 현재 시세 등을 따졌습니다. 인근지역 공인중개사 발언을 통해 “(지금) 웬만한 땅은 없어서 못팔 정도”, “(평당 90만 원 선이었는데 현 시세는) 150만원, 170만원 그 정도.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장동 신도시 영향도 좀 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JTBC, SBS 보도가 해당 의원들의 주장을 100% 검증했다고 보긴 힘듭니다. 다양한 취재원을 통한 다각도 검증이 좀 더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다만, 진영논리에 입각해 미리 수사를 불신하거나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 또는 여야간 정쟁 등으로 몰아가지 않고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해 검증하고자 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갈등을 유발하는 보도가 아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역할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투기 의혹 해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더욱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파적 편견이나 예단 없이 사실 그 자체를 검증하려는 태도는 평가할만 합니다.
JTBC와 SBS가 정파적 편견이나 예단 없이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고자 한 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 ‘국민의 눈’으로 봐라

국민권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는 ‘고위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해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요구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런 국민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의원은 여야를 막론합니다. 따라서 언론은 이번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포함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300명 모두가 마땅히 조사에 참여할 것을 적극 촉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강조하거나 그 필요성을 부각한 언론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 원인엔 언론이 이번 발표를 ‘더불어민주당 사건사고’로 여기거나 ‘국민의힘 대응 사안’ 정도로 인식한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전수조사를 ‘정치 공방’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본 정보조차 검증하지 않고, 특정 정당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는 관행이 만든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5개 야당(정의당·열린민주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은 6월 9일 소속 의원과 그 직계 존·비속에 대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했습니다. 법 원칙에서 벗어난 감사원 감사를 주장했던 국민의힘도 거센 비판을 받은 뒤 6월 1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전수조사를 의뢰했습니다. 부동산 투기가 뿌리 뽑히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긋지긋한 정파성과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으로 부동산 투기 문제를 바라보는 보도가 절실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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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 2021년 6월 8~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1년 6월 9~1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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