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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협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임직원 비위, 방만한 성과급 잔치, 폐쇄적 내부 체계 등 총제적 부실이 드러났다. 현재 뇌물 혐의 수사를 받는 농협중앙회장 강호동의 공금 낭비 행태도 확인됐다.

농식품부 차관 김종구는 브리핑을 통해 “농협중앙회 등에 대한 추가 감사를 강도 높게 추진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범정부 합동 감사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농협 대수술’에 나선 것이다.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농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조합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식품부 차관 김종구가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협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제공.

이게 왜 중요한가.

  •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여·야 모두 농협 내부 비리와 각종 금융사고, 부실한 관리·감독 문제를 질타했다. 이를 계기로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정부의 특별감사가 실시됐다. 농식품부는 당초 12월 12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기간을 일주일 더 연장했다.
  • 공교롭게도 대통령 이재명이 12월 11일 농식품부 업무 보고에서 농협 문제를 직접 꺼냈다. 이재명은 “농협은 진짜 문제다. 선거 과정에 불법도 많고, 구속되고 수사하고 난리더라. 조합장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필요한 것은 수사를 의뢰하고 감사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 외부 전문가 6명을 포함해 감사 담당자 26명이 감사를 진행한 결과, 부적절 행태가 65건에 달했다.
  • 농협중앙회가 임직원 개인의 형사 사건에 변호사비로 공금 3억 2000만 원을 지급했다는 의혹,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 법령 위반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2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 1월 중으로 추가 감사를 통해 수사 의뢰 등 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사건은 38건에 달했다.

규정 어기고, ‘1박 200만원 5성급 스위트룸.’

  • 이번 감사에서 농협중앙회장 강호동이 해외 출장 때마다 내부 규정을 어기고 호화 숙소에 묵은 사실이 드러났다. 1박에 200만 원이 넘는 5성급 스위트룸을 이용한 기록을 확보했다.
  • 내부 규정은 1박당 250달러(약 36만 원)다. 숙박비를 지불한 최근 5차례의 해외 출장 모두 숙박비 상한을 초과했다. 초과 지출 금액은 모두 4000만 원에 이른다.
  •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신문 회장을 겸임하며 연간 3억 원이 넘는 연봉과 퇴직금까지 수령하는 게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중앙회에서 연간 3억 9000만 원의 실비·수당을 받고, 농민신문사에서는 연간 3억 원이 넘는 연봉과 퇴직금(약 4억 2000만 원)을 수령한다. 퇴직하면 농협중앙회에서 퇴직공로금(약 3억 2300만 원)까지 받는다. 4년 임기를 마치면 연봉과 퇴직금을 더해 35억 원 정도가 된다.
  • 특별감사 외부 감사위원 하승수(변호사)는 “거액 연봉을 농협중앙회와 농민신문사 양쪽에서 수령하고 있고 거액의 퇴직공로금까지 받는 것이 과연 적법·적정한 것인지 검토할 예정”이라며 “판례상 ‘하고 있는 업무’에 비해 임원 보수가 현저하게 과다할 경우 위법성이 있을 수 있다.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석에서 ‘셀프 보너스’ 안건 통과.

  • 간부들 방만함도 크게 다르지 않다. 농협중앙회 이사회는 2024년 15차 이사회 도중 이사 1명이 즉석에서 상정한 ‘특별 성과 보수’ 안건을 의결했다. 지급 사유와 금액 등에 면밀한 검토 없이 부회장(전무이사), 집행간부 등 11명에게 총 1억 5700만 원이 지급됐다. ‘셀프 보너스’다.
  • 농협중앙회는 비상임이사, 감사, 조합 감사위원에게 매월 300만~400만 원씩 정기 활동 수당을 지급한다. 이 외에도 특별한 활동을 할 경우 특별활동수당을 지급하는데, 활동 내역이나 증빙 서류 없이 매년 300만~400만 원씩 두 차례 제공하고 있었다.
  • 임직원에게는 온정적이다. 농협중앙회는 임직원 범죄 행위에 ‘고발’을 원칙으로 하되, 고발에서 제외할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에서 고발 여부를 심의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징계한 21건 가운데 범죄 혐의가 있는 6건은 고발 여부를 심의할 인사위 개최도, 고발도 없었다.

드러난 끼리끼리 지원, 폐쇄적 계약.

  • 농협중앙회 규정을 보면, 물품 구매, 용역, 공사 등 계약은 일반 경쟁입찰이 원칙이다. 하지만 감사 결과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특정 용역업체와 경비, 운전 등에 필요한 인력을 관행적으로 수의계약하고 있었다. 농협 자회사는 해당 업체에 건물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 농협중앙회가 회원 조합에 지원하는 ‘무이자 자금 지원’에도 문제가 있었다. 2023년 대비 2024년 무이자 자금 지원액이 약 12조에서 13조 원으로 1조 증가했는데, 이사 조합 등 특정 조합에 집중 지원되고 있었다. 이사 조합은 조합장이 농협중앙회 이사로 재임 중인 회원 조합을 말한다.
  • 농협재단의 경우 채용 문제가 불거졌다. 사무총장(전문계약직)을 채용할 때 필요한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이사장이 단독으로 지명한 뒤 임명했다. 경력증명서 등 각종 증빙 서류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특별감사 외부 감사위원 하승수(변호사)가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협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제공.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 “과거엔 뭐하다가 왜 이제서야…”

  • 이날 브리핑에 날카로운 기자 질문이 있었다. 한 기자는 “왜 이제서야 이런 감사가 진행됐는지 의문이 든다. 대통령 발언이 있어야만 이런 감사가 진행되는 건가. 그동안의 감사 기능은 작동되지 않았던 건지 묻고 싶다”고 했다.
  • 농식품부 과장은 “그동안 농협에 대해 3년 1주기로 감사를 해왔다”며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감사했는데, 작년부터, 물론 이전에도 있었지만, 농협 비리 제보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대대적 감사에 나서게 됐다”고 해명했다.
  • 과거에는 이런 문제를 왜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다른 기자는 “농협중앙회장이 연봉으로 얼마를 받았고, 여러 형태로 돈 잔치를 벌였다는 등 방만한 무책임 경영에 관해서는 3년 1주기 검사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지 않았느냐”며 “왜 지금까지는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라며 “이번 농협 감사에 언론, 국회, 국민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감사를 불가피하게 진행하다 보니 그에 대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중간 결과 브리핑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뒤 “앞으로 감사 운영 주기를 매년하는 걸로 단축해 농협 감사를 강도 높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 농식품부 차관 김종구는 ‘농식품부가 과거 소극적으로 감사했던 것 아니냐’는 거듭되는 지적에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다만, 농식품부가 농협의 모든 문제를 다 감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농협의 자체적 감사 체계도 수정·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나치게 개인 비위 초점” 지적도.

  • 농식품부에 따르면, 과거에는 5명 정도가 2~3주 감사를 진행했다. 이번 감사는 내·외부 감사 담당자 26명이 참여, 4주 동안 계속됐다.
  • 농협에 추가 감사를 예고한 만큼, 주관부처인 농식품부를 넘어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감사로 확전할 태세다. 농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본래 감사 기간에 더해 이례적으로 감사 기간을 연장했는데, 감사 결과는 농협의 구조·제도적 문제보다 개인 비위에 초점을 맞췄다. 감사 취지와 의미가 퇴색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이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의 지나친 개입은 협동조합 자율성과 책임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범정부 합동 감사가 본격화하면 사실상 농협 업무는 마비될 것이다. 농협이 해온 다양한 농업·농촌 지원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농협중앙회 회장 강호동. 사진=NHTV 갈무리.

외부 감사위원들 “선거 제도 개선해야.”

  • 외부 감사위원 하승수는 “농협중앙회와 단위 조합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선거 제도에 있다는 것이 외부감사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현재 농협 선거는 돈을 불법적으로 써도 ‘공소시효 6개월만 지나면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선거로 전락했다. 금권 선거를 근절하지 않으면 농업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하승수에 따르면, 외부감사 위원들은 ‘공소시효 6개월’ 특례 조항을 폐지하고 돈 선거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하승수는 “정책 중심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선거 제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 경인일보는 9일 사설에서 “농협중앙회나 지역농협이나 폐쇄적인 조합 내부의 선출로 대표를 뽑는 구조”라며 “중앙회장과 조합장이 전권을 행사하는 조직의 특성 때문에 합리적인 경영을 위한 현대적인 조직 구성이 지체된 지 오래됐다”고 꼬집었다.
  • 김종구는 “농협 선거제 개선에 관해서는 1월 중 농협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논의할 것”이라며 “농업계, 외부 전문가 등이 추진단에 참여하여 선거 제도 및 지배구조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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