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슬로우뉴스 재창간 1년을 맞아 보내려던 인사가 벌써 몇 달이 지났습니다.
슬로우레터는 벌써 300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슬로우뉴스의 새로운 계획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 글은 세 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 첫째, 슬로우레터의 지난 1년을 문답으로 풀었고요.
- 둘째, 슬로우뉴스의 계획을 정리해 봤습니다.
- 셋째, 지난달 열린 독자 모임 후기를 정리했습니다.
슬로우레터의 1년, Q&A으로 풀어볼까요?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세요?
-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3시40분에 일어납니다. 보통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시간 맞춰 잠이 깨는데 궁금한 뉴스가 있는 날은 더 일찍 깨기도 하고요. 술 마시고 들어간 다음 날은 가끔 4시 지나 일어날 때도 있지만 다행히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1년을 달려왔습니다.
- 뉴스는 넘쳐나고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죠. 뉴스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해 보자, 맥락을 끌어내고 본질을 파고들자, 이게 우리의 핵심 문제의식입니다.
뉴스를 잘 읽는 방법이 있나요?
-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뉴스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가. 아니면 현실이 뉴스의 영향을 받는 것인가. 아마 둘 다일 텐데요. 그래서 뉴스의 앵글과 프레임을 읽는 게 중요합니다. 사실이 뒤바뀌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사실과 사실이 연결되는 방식에 의도가 담기죠. 주장보다 외면과 침묵에 더 많은 의미가 담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언론이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생략하는지 살펴보면 숨겨진 맥락이 드러납니다.
- 저는 날마다 슬로우레터를 만들면서 뉴스의 세 가지 고유한 요소, 워딩과 숫자, 케이스(사례)를 추출합니다. 뉴스를 분석적으로 읽는다는 건 생선에서 가시를 발라내는 것처럼 뉴스를 해체하고 본질을 다시 구성하는 작업입니다.
- 그리고 여기에 네 번째 요소가 있죠. 언론도 뉴스의 플레이어(행위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날 것의 사실이 있고 그 사실을 엮는 건 결국 사람이니까요. “A가 있었다”는 것과 “A가 있었다고 B가 말했다”는 건 전혀 다른 맥락을 전달합니다. 우리는 B의 관점을 통해 A를 이해하는 것이고 이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제해야 합니다.
- 여러분이 슬로우레터가 재밌다고 느끼신다면 하나의 이슈를 보는 여러 가지 관점을 제안하고 비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좀 더 의견이 들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비슷한 요청을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슬로우레터가 딱히 기계적인 중립을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슬로우레터의 기본적인 접근은 관점의 차이를 읽는 것입니다. 여기에 이정환의 관점이 강하게 반영되면 그게 또 다른 바이어스가 될 수도 있죠. 따로 리포트를 쓴다면 모르지만 일단 슬로우레터에서는 섣불리 예단하거나 결론을 내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 슬로우레터에도 당연히 가치 판단이 들어갑니다. 핵심 질문은 이게 왜 중요한가, 그리고 이게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 두 가지로 시작합니다. 의도적으로 다른 관점과 다른 생각에 맞닥뜨리고 계속해서 이게 전부인가 질문하고 반론을 끌어들이는 것. 여기까지가 제 역할이고 최종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 좀 다른 이야기지만 1주일 동안의 슬로우레터를 정리해서 해설과 평가, 전망을 담은 주말판 리포트(주간 슬로우뉴스?)를 내보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날마다 세 가지 정도 코멘트를 묶어서 주말에 리뷰하는 콘셉트로 말이죠. 조만간 트라이얼 버전(Trial Version: 시범 버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편향적이라고 비판하는 독자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 굳이 ‘하차합니다’ 같은 메일을 보내서 불만을 드러내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 슬로우레터가 기계적 균형에 머물지는 않으니까요. 모든 단어와 문장, 각각의 이슈에 관점과 판단이 반영됩니다. 애초에 무엇이 중요한가, 이 질문부터 주관의 영역이죠.
- 하지만 나름의 공정성 기준이 있는데요. 헛소리가 아닌 이상 최대한 다른 관점과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고 드러난 건 일부일 뿐이라는 걸 전제하고 퍼즐의 나머지 조각을 찾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뉴스 분석은 집단 지성과 협업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철저하게 저널리스트의 본분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기계적 균형을 경계해야겠지만 모든 이해관계에 객관적 거리를 두는 거죠. 실체적 진실과 본질에 다가가는 게 우리의 목표니까요.
요즘도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이 있나요?
- 제가 늘 강조하지만 종이신문은 정말 효율이 높은 콘텐츠입니다. 저처럼 날마다 10개의 신문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죠. 시간도 엄청나게 걸리고 에너지 소모도 큽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슬로우레터를 받아보시고 시간을 아끼면 됩니다. (제가 신문 읽기의 즐거움을 빼앗는 건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 제가 종이신문이라는 올드 미디어에 집착하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온라인 공론장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기 때문입니다. 포털의 알고리즘에는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 패키지와 맥락이 해체돼 있고 흘러가는 것을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죠. 읽어야 할 게 너무 많고요.
- 종이신문은 하루 단위로 뉴스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신문마다 다른 관점의 차이를 읽는 데 효과적입니다. 종이신문에서는 제목의 크기와 기사의 배열, 가로 너비, 사진의 배치, 중간 제목 등등이 기사의 밸류에이션을 드러냅니다. 같은 사안을 어떻게 다르게 다루는가 살펴보면 이들이 무엇을 숨기고 싶어 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차이에서 맥락을 읽는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에 뉴스는 어떻게 진화할까요?
- 언젠가 AI가 슬로우레터를 더 잘 만드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저는 여전히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테드 창이 말한 것처럼 텍스트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해상도의 열화가 발생하는데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한 도전 과제입니다.
- 슬로우레터는 단순히 뉴스를 압축하거나 요약하는 게 아니라 해석하고 의미를 끌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음을 가로질러 신호에 도달하는 거죠. AI는 아직 ‘확률론적 앵무새’에 가깝지만 저널리즘은 흔히 확률과 예측, 익숙한 관성을 넘어서는 아웃라이어의 영역을 다룹니다.
- 뉴스를 다루면서 우리는 이게 왜 중요한가 질문하곤 하지만 이 질문은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하면서도 현재의 시점으로 언제나 새롭게 다시 쓰여야 합니다.
- AI가 인간의 통찰을 넘어서는 날이 곧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대체할 수 없는 저널리즘의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은 AI에, 우리는 우리의 일을 더 잘하면 됩니다.
슬로우레터는 유료화 계획이 있나요?
- 계속 무료로 갑니다.
- 뉴스레터는 확실히 도달률과 열독률에서 압도적인 플랫폼입니다. 날마다 습관처럼 슬로우레터를 읽는 열성 독자들의 슬로우뉴스의 장기적인 성장 엔진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 슬로우뉴스의 오픈율은 55%에 육박합니다. 스티비 미디어 카테고리 평균은 19% 수준인데 세 배 가까이 되죠. 날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어보는 독자 비율이 30%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뉴스레터는 무료지만 자발적인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후원회원 비중은 전체 구독자 가운데 1% 수준입니다.
슬로우뉴스는 뭘로 돈을 버나요?
- 슬로우뉴스는 광고도 받습니다. 슬로우뉴스 웹사이트 오른쪽 배너에 광고가 들어갑니다.
- 후원회원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 카카오 지식 토스트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고요.
- 슬로우뉴스가 좀 더 재정적으로 안정되면 슬로우리포트를 더 늘릴 거고요.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에 좀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말씀드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더 빠르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 유료화 모델도 여러 가지 검토했지만 아직 페이월 방식의 유료화는 오히려 도달률을 떨어뜨리고 멀티 플랫폼 전략에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직은 많이 읽게 만드는 게 최선의 콘텐츠 전략이고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 지난해 슬로우뉴스 2.0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수익 모델을 구상했는데 여전히 진행 중인 게 있고 포기한 것도 있습니다.
- 기업 전용 리포트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좋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는 게 문제지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면 수익 모델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 콘텐츠가 주도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슬로우레터가 계속 갔으면 좋겠습니다.
- 슬로우뉴스를 후원해 주세요. 정기 후원회원에 가입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 링크)
- 후원회원에 가입하시면 슬로우굿즈를 보내드립니다. (사진의 티셔츠가 가입 선물입니다. 가을에는 후드티를 맞춰볼까 합니다.)
- 슬로우이코노미를 비롯해 후원회원 대상의 프리미엄 뉴스레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후원회원 모임도 가끔 만들겠습니다.
슬로우뉴스의 계획.
1. 슬로우레터.
- 30만 구독자가 1차 목표입니다. 많이 읽으면 힘이 생기죠.
- 가열차게 달려보겠습니다.
2. 슬로우이코노미.
- 슬로우레터의 경제 섹션을 별도의 브랜드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 후원회원과 기업회원 한정으로 테스트해 보겠습니다. 뉴스레터로 먼저 풀고 시차를 두고 온라인에 릴리즈하는 방법도 가능할 거고요.
3.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
- 지난 1년의 경험을 돌아보면 인력과 비용, 시간 투자가 필요합니다.
- 슬로우레터는 장기적으로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기초 데이터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주요 쟁점을 팔로우업하고 해법의 지점을 모색하는 작업입니다.
- 슬로우뉴스의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몇 가지 소개합니다.
- 학교폭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 시리즈를 내보냈고요.
- 전북 군산시의 맥주 도시 프로젝트를 공동체적 해법의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 삼성물산이 작업 중지권을 전면 도입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분석했고요.
- 노인 돌봄과 이주 노동자, 주 4일 근무 등 노동 시장의 해법을 찾는 연속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 대구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 뉴스민과 함께 커뮤니티저널리즘스쿨을 올해도 진행합니다.
- 솔루션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고 솔루션 컨퍼런스도 만들어 보겠습니다.
4. 솔루션 저널리즘 스쿨.
- 500만 원의 예산이면 지역 대학과 지역 신문을 연계해서 한 학기 솔루션 저널리즘 실습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 300만 원을 학생들 취재비와 원고료로 지급하고 100만 원씩 지역 신문 기자 2명에게 멘토 사례비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슬로우뉴스가 기본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슬로우뉴스 편집팀이 기획에 함께 참여합니다.
- 관심 있는 대학과 지역 언론은 문의해 주시고요. 구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제안해 주셔도 좋고 프로젝트 단위의 후원도 받습니다.
- 지역의 문제를 지역 공동체가 해법을 찾는 프로젝트. 5억 원이면 100개의 프로젝트를 굴릴 수 있습니다.
5. 정책 데이터 아카이브.
- 해법의 마지막 단계는 정책 제안과 입법입니다.
- KBS 부사장 출신의 정필모 전 의원을 만났더니 이런 말을 하던데요. 국회에 2000명의 기자가 있지만 성명과 논평이나 받아쓸 뿐 정책에 관심이 없다, 정치를 드라마로 소비하고 있다고 말이죠.
- 국회에는 기자들만큼이나 많은 기업 대관(countergovernment) 담당자들이 오갑니다. 어떤 법을 통과시키거나 통과시키지 않기 위해서 비공식적인 경로로 국회 보좌진들을 만나죠.
- 저희는 이 둘 사이에 언론의 사각지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좀 더 깊게 정책 현장의 논의를 따라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임위와 소위는 시차를 두고 녹취록이 공개되지만 토론회는 기록이 남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주요 정책 현안을 따라잡으면서 기록을 남기고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합니다.
-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을 보면 ‘딥스로트’(Deep Throat;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보도에 큰 도움을 준 정보원 마크 펠트의 별명)가 이런 말을 하죠. “돈을 따라가라(follow the money).”
- 정책 데이터 아카이브는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역시 상당한 인력과 비용, 시간이 필요하지만 멀리 보고 투자하겠습니다. 사실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나옵니다. 이 프로젝트는 좀 더 강력한 사실을 수집하는 기초 작업이면서 변화를 추동하는 동력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토크쇼] 우리는 무엇을 읽는가:신호와 잡음을 구분하는 방법.
‘슬로우 번개’라는 이름으로 지난 5월20일 북살롱 오티움에서 슬로우뉴스 후원회원 여러분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주요 발언을 정리한 것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 무엇을 읽고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맥락을 읽고 통찰을 끌어내는 글 읽기의 습관과 노하우 등을 주제로 이야기했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읽기 보다는 전략적으로 읽어야 하고요. 신뢰할 만한 소스를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휴먼 필터도 효과적이라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이날 확인한 건 우리 모두에게 좀 더 본질적인 것을 찾는 강한 열망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읽고 소통하기 위해 씁니다. 복잡한 사안을 뭉뚱그리기보다는 우리가 빠뜨린 것이 무엇인가 질문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는 제안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선명하고 단순하고 명쾌한 무엇인가를 선호하지만 쉽고 빠르게 가는 방법은 없습니다. 주요 발언 중심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잘 쓰려면 잘 읽어야 한다: 강정수(더코어 총괄에디터).
- 좋은 신문을 읽어야 한다. 나는 하루 3시간 정도 신문을 읽고 한때 6개까지 구독을 한 적도 있었다.
- 베를린로그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독일이나 미국에서 글 잘 쓰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읽고 있을까 궁금했다. 이 사람들 트위터를 뒤져서 이들이 팔로우하는 걸 살펴보고 엑셀에 기록한 다음 팔로우했다. 누군가처럼 쓰고 싶으면 그 누군가가 읽는 걸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리스트를 계속 업데이트해야 한다. 한때 RSS를 이용하다가 요즘은 뉴스레터로 많이 옮겨갔다.
- 요즘도 하루에 평균 2~3시간 정도 읽는다.
- 요즘은 딥엘의 자동 번역을 쓰면서 읽는 양이 3~5배 정도 늘었다. 많이 읽으려면 뭘 읽고 뭘 읽지 않을지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많이 읽으면 인사이트가 생긴다.
글쟁이들은 결국 뉴요커로 가더라: 박상현(오터레터 발행인).
- 뉴스에 흐름이 있다. 신문에 난 이야기는 이미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 한때 뉴욕타임스가 여론을 주도하는 신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흐름을 따라가 보니 유명한 저자들이나 여론 주도층은 NPR을 듣는다는 걸 알게 됐다. NPR을 들어보니 NPR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게 뉴요커였다. 미국 최고의 언론인들이 올라갈 때까지 올라가면 결국 뉴요커 글쟁이가 된다. 뉴요커에 실린 글이 책으로 나오고 책이 나오면 또 NPR 가서 인터뷰하고 그 인터뷰를 할 때쯤이면 벌써 모든 언론인이 다 그 이야기를 한다. 이게 패턴이다.
- 물론 뉴요커는 읽기가 쉽지 않다. 굉장히 길고 연결된 맥락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는 정도까지 오는 데 한 10년 걸린 것 같다.
- 한국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지만 엘리트층은 얇다. 미국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낮은데 일단 인구가 많으니 엘리트층도 많고 이 사람들이 듣는 읽고 매체들이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정도가 되기 때문에 기반이 탄탄하다는 차이가 있다.
과제 지향형 읽기에 필요한 질문: 조영신(SK브로드밴드 경영전략담당).
- 나는 필요한 것들만 찾아 읽는 과제 지향형 읽기를 한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다 알 수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내 일에 관련된 질문만 한다.
- 과학자들은 SF를 읽을 때 물리 법칙에 어긋나는 대목을 맞닥뜨리면 짜증이 난다고 하지 않나. 나는 미디어를 연구하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물리 법칙에 어긋나는 게 있으면 왜 그런지 찾아본다. 이게 내가 공부하는 방식이다. 뭔가 이상하고 상식적이지 않다면, 이렇게 물리 법칙이 깨져 있는 부분에 뭔가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고 본다. 들여다보면 시스템이 보이기 시작한다.
- 중요한 건 전통적인 물리 법칙과 시장에서 생각하는 물리 법칙이 어긋나는 걸 이해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질문이 있어야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내가 공부하는 방식이다.
신호의 발견? 사람이 가장 좋은 필터다: 정혜승(오티움 공동대표).
- 좋은 책을 딱 보자마자 알아보고 쏙쏙 뽑아먹는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결국 좋은 정보는 사람에게 나온다. 주변 사람의 추천과 내가 믿는 믿고 보는 사람의 안목을 빌리는 게 1번이다.
- 내가 좋아하는 책이 뭔가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알게 됐는데 나는 이코노미스트나 파이낸셜타임스, 추천 옵서버 추천 이런 것에 약하다. 좀 유명한 해외 언론에서 올해의 책 정도를 꼽았다, 이를테면 ‘물질의 세계’ 같은 책, 뭔가 있어 보이고, 그래,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추천했겠지, 이런 게 2번이다.
- 정보를 수용할 때 항상 필터를 거친다. 그게 한때는 트위터였지만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 한동안은 MBC 앱 깔고 뉴스데스크만 봤다. (참고로 정혜승의 배우자가 박성제, 전 MBC 사장이다. 지금은 오티움 공동대표) 더 이상 뉴스가 저한테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아서 한동안 MBC만 봤다.
- 지금은 슬로우뉴스만 본다. 받아보는 뉴스레터가 20개 정도 되는데 요즘 열어보는 건 슬로우뉴스밖에 없다. 이 정도면 뭔가 현안에 대해서 놓치지 않는다는 감각 정도는 가질 수 있지만 한 뎁스 들어가려면 이걸로 부족하다.
- 한 뎁스는 어떻게 들어가느냐, 역시 사람에게서 얻는다.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같은 현안을 두고 정말 다른 관점이 있구나, 이런 깨달음이 정말 도움이 된다.
- 트레바리 북클럽을 10년째 하는데 같은 책을 읽어도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한정돼 있지만 그걸 다르게 보는 다른 백그라운드 사람들의 필터를 거치면 이야기가 훨씬 더 풍성해진다.
- 요즘은 인제 그만 넣어도 되겠다 이런 생각도 한다. 이런 이야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많이 집어넣었고 이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법, 사람들과 대화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다시 굴리고 굴리고 굴리는 나만의 시간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지금까지 집어넣은 정보를 뒤져서 더 많은 단서를 끌어내고 그 점들을 연결해서 선을 만들고 선을 연결해서 면으로 만들면서 숙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미디어 모자이크라는 재미있는 모임을 하나 하고 있다. 링크를 일주일에 하나씩 추천하는 모임이다. 여러 개 말고 단 하나를 고를 때는 각각의 사연이 구만리다. 결국 사람들과 대화에서 답이 보이더라 이 말이다.
페이스북에서 뉴스레터로: 최진주(한국일보 기자.)
- 지난 3년 일본에서 도쿄 특파원으로 있다가 이제 막 복귀했다. 일본에 있을 때 슬로우레터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작업을 했는데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서 일본 신문을 열심히 읽었다. 날마다 하다 보면 일본 사람보다 일본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다.
- 일본 신문은 아무래도 가십을 잘 안 다루니까 트위터 트렌드 순위가 있는데 이걸 보고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을 두나 살펴봤다. 하테나라는 소셜 북마크도 클리핑 용도로 많이 썼다. 남들은 뭐에 관심이 있나 하는, 약간 미국의 레딧 같은 느낌도 있다. 일본은 또 주간지가 특종과 폭로 기사를 많이 쓰니까 주간지도 구독했다.
- 일본에 슬로우레터 같은 게 있었으면 그걸 구독했지 날마나 이런 짓을 왜 했겠나 싶다. 그래서 슬로우레터를 만드는 데 얼마나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어가는지 잘 안다. 돈을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뉴스레터라고 생각한다.
- 금융 출입을 오래 했는데 금융연구원 뉴스레터가 좋다. 해외 언론 동향을 큐레이션 해주는데 세계은행이나 IMF 같은 데서 나온 자료를 정리해서 보여준다.
- 한때는 페이스북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는데 언젠가부터 뉴스레터 의존도가 높아졌다. 좋은 뉴스레터가 많이 늘었다. 오터레터나 커피팟, 더코어 같은 것들 모두 유료다. 그래서 좀 힘들다. 넷플릭스에 왓차에 돈 나가는 게 너무 많다. 리디 셀렉트도 구독하는데 요즘은 책도 노안 때문에 전자책을 TTS로 읽는다.
나는 누구고 누가 되고 싶은가: 이효석(뉴스페퍼민트 대표).
- 소셜 미디어에 시간제한을 둔다. 아이폰에 스크린 타임을 설정해서 감각 있게 페이스북을 15분 이상 사용하면 딱 꺼지도록 해놨다. 사용 시간을 늘 체크하는데 하루 4시간 목표가 쉽지 않다.
- 블로그에서 트위터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까지 따라가면서 하는 고민은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하는 두 가지 질문으로 수렴하는 것 같다.
- 외신 큐레이션을 하면서 한때는 뉴욕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애틀랜틱 등등 웬만한 신문을 모두 구독했는데 지금은 뉴욕타임스 딱 하나만 하고 있다.
- 구독 공유 시스템 같은 거 나오면 좋겠다. 30개 정도 매체를 묶어서 구독 종량제처럼 한 달에 기사 몇 건 또는 50센트에 몇 분 뭐 이런 식으로. 가입할 용의도 있고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을 추천한 사람 이름을 엑셀에 기록한다. 책이 재미없으면 그다음부터는 이 사람이 나랑 안 맞는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 인생 책은 정말 많다. 대학교 때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강준만 교수님의 ‘인물과 사상’, 대학원 때는 ‘100년 동안의 고독’이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무라카미 하루키, 이언 매큐언 등등. 요즘 관심 분야는 인간이다. ‘호모데우스’도 인생 책이고, ‘아름다움의 진화’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도파미네이션’ 등을 주제로 민노씨와 인터뷰도 했다.
지식으로 우리는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되었을까: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그 뒤로 담배도 끊고 수영도 한다.
-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진심으로 읽는 텍스트는 경전이다. 그래서 기독교 성경이나 숫타니파타, 법구경, 바가바드 기타, 논어와 도덕경 등을 반복해서 읽었다. 이야기로도 궁금했다. 하지만 읽다 보면 경전조차도 당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질서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다만, 불경은 좀 예외적이다. 완전히 예외적이진 않지만.
- 요즘은 꾸란을 읽는다. 철학적인 책이라기보다는 이슬람 사회의 질서를 제공하는 실용적 가이드라는 생각이 든다. 기대와는 좀 달랐다. 한 구절은 떠오른다. 영화 [쉰들러의 명단]에 나오는 말이다.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온 백성을 구하는 것이고 한 생명을 죽이는 것은 온 백성을 죽이는 것이다.”
- 아인슈타인이 이런 취지로 말했다. “바다가 지식의 총량이라면 인간의 지식은 빗방울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식이 차별과 배타성의 무기가 되어선 안 된다.
-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 더 그럴 것 같다. 하지만 그 지식이 우리를 좀 더 좋은 사람,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되게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슬로우뉴스의 이야기들이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누가 추천하는지가 중요하다: 김보라미(디케 변호사)
- 요즘 ‘권력과 진보’를 읽고 있는데 인간성이 중요한 맥락의 시대를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나는 추천하는 사람의 윤리성과 그 콘텐츠의 깊이를 중요하게 본다. 민노씨가 추천하는 링크를 신뢰한다.
악플에서 배우는 방법: 박상현(오터레터 발행인).
- 미안하지만 나는 남의 글을 잘 안 읽는다. 내가 쓴 글만 한 스무 번 다시 읽는다.
- 페이스북을 하면서 잘 안 터진다 싶으면 바로 지운다. 굉장히 많이 지운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면 사람들이 싫어하는구나, 1년에 한두 번은 약간 미친 소리를 해서 엄청나게 욕을 먹을 때가 있다.
- 페이스북에 돌아가는 공기를 어느 정도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도 나이도 있고 남자고 그러다 보니까 이거 아니구나 하는 때가 있다. 그런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라도 페이스북을 쓴다.
- 스레드(Threads)는 점점 크고 있다.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오터레터 링크를 공유한다. 인스타그램은 모르겠다. 밈을 주고받을 때나 쓴다. 텍스트 베이스 소셜은 사실 메타가 끝나면 다 끝날 거라고 본다.
- 뉴스레터는 세마포 많이 보고 슬로우레터도 꼭 열어본다. 슬로우레터가 좋은 건 다른 매체 열어볼 필요가 없거든. 그리고 글 쓸 주제를 찾으려고 보는 몇 가지 가운데 하나라 롱리즈(Long Reads)다. 일주일에 한 번 읽을거리를 모아서 보내주는데 정말 좋은 글이 많다. 디에디트가 만드는 카탈로그도 추천한다. 감각 있게 글을 쓰고 감각 있게 편집한다는 게 뭔지 알기 위해서라도 열어보는데 일단 읽기 시작하면 다 읽게 된다.
만나서 좋은 사람들을 만납시다: 정혜승(오티움 공동대표).
- 어떤 사람은 정말 재밌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고 각자의 기준이 다를 텐데 내 기준은 이렇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잘 안 만난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을 주로 만난다. 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무용담을 늘어놓는 그런 아재들은 멀리하고 이제 어떻게 될까, 무엇이 바뀔까, 우리가 무엇을 연재하고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조금 더 대화가 즐겁다.
- 질문을 잘하려면 잘 들어야 하고 잘 듣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변에 저 사람 만나면 너무 좋다더라 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쫓아다니는 편이다. 그런 사람들 만나면 배우는 게 엄청 많아서 만족도도 높고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건배사 돌리는 그런 자리는 잘 안 가게 된다. 이렇게 공부하는 자리나 인사이트를 주는 자리, 사람에 대한 편식과 편애가 나이가 들면서 더 심해지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 젊은 친구들이나 완전히 다른 백그라운드의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을 굉장히 귀하고 소중하게 여긴다. 인위적으로 그렇게 주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있고 그게 훨씬 더 즐겁기 때문이기도 하다.
분노가 나의 힘: (홍윤희 무의 이사장).
- 요즘 한국 매체는 슬로우뉴스 말고는 보는 게 많지 않다.
- 외국 매체를 많이 보는데 주로 이동하면서 팟캐스트로 듣는다. 구독하는 팟캐스트가 8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커피팟에 ‘키키의 빅 테크 읽기’라는 주제로 연재를 하는데 팟캐스트가 좋은 소스가 된다.
- 열심히 글을 읽고 쓰고 하려면 분노가 있어야 한다. 뭔가를 해결하고 싶은 어떤 욕구 같은 것들이 있어야 열심히 읽게 되는 것 같다.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때는 재미도 없고 공유하기도 싫고 열정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세상은 느리게 움직이니까 절망하지 않으려고 한다.
‘넘사벽’ 매체들이 주는 통찰: 오세훈(커피팟 대표).
- 커피팟은 구독자가 2만7000명, 오픈율은 30%가 넘는다. 뉴스레터가 확장하던 시기에 운이 좋게 흐름을 탔다.
- 커피팟 초기에는 해외 비즈니스 뉴스를 큐레이션 하는 글을 많이 썼는데 악시오스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디인포메이션 등등 주류 매체는 다 읽었다. 1년 전에 창간한 세마포도 챙겨 읽는다.
- 신호를 포착한다고 하면 좀 거창한 것 같지만 매체마다 맥락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영미권 주류 매체들은 분석과 맥락이 ‘넘사벽’으로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어서 꼭 놓치지 않고 본다.
잃지 않기 위해 읽고 쓴다: 강정수(더코어 에디터).
- 글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을 쓰는 것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한 일주일만 글을 안 쓰면 다시 쓰는 것이 정말 어렵다. 영어권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글 쓰는 사람들이 많다.
- 한국은 인문 사회학 교수들 가운데 글 쓰는 사람이 너무 적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야 이걸 정리하고 메모하고 할 텐데. 글 쓰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 평소에는 겟포켓을 많이 쓰고 글을 쓸 때는 언제나 구글 문서를 열어두고 관련 링크를 모은다. 글을 쓰기 위한 목적으로 메모한다.
책만으로 안 되더라: 성현석(서울교육청 교육감 보좌관).
-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 가운데 상당수는 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전문적인 영역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영역에서는 책보다는 이 분야를 오랫동안 고민하셨던 분들의 말씀을 듣거나 그분들과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해법이라고 본다.
- 내 인생에 가장 영향을 미쳤던 책이라면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서점에서 발견한 정운영 선생님 칼럼집이었다. 나는 이과 경제학도 알면 좋지 않겠어, 이런 생각으로 집어 들었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많이 했다. 책을 하나 읽으면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을 찾아보고 또 참고 도서를 따라 읽고 그러다가 흐름이 끊기면 쉬었다가 다른 꼬리 물기가 시작된다.
- 슬로우뉴스를 아끼는 마음으로 비즈니스 제안을 한다면 기업과 정부 부처 대상으로 보고서 서비스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글이 쓰고 싶어질 때는 슬로우뉴스: 이미영(어슬렁, 갈다 매니저).
- 아침마다 슬로우뉴스를 보고 또 후원도 하는 1%다.
- 과학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데 정부 R&D 사업 예산도 날아가고 서점 지원 예산도 줄고 해서 여유가 생기니까 글이 쓰고 싶어지더라. 슬로우뉴스는 인터넷 주인 찾기 때부터 함께 하고 있다.
슬로우뉴스에 글을 씁시다: 이주석(슬로우뉴스 전속 히키코모리).
- 슬로우뉴스의 유일한 일반인(덕후 아님)이면서 히키코모리 역할을 하는 노모뎀이라고 한다.
-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정보를 주고 싶은데 ‘던전 밥’이라는 만화를 추천하고 싶다. 10년 가까이 연재하다가 갑자기 완결됐다. 만화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굉장한 작품이라 강력 추천하고 싶다. 던전에서 밥 먹는 이야기다.
- 요즘 슬로우뉴스에 엔비디아 연재를 시작했다. 연재 주기가 늘어져서 문제지만 열심히 봐주시면 고맙겠다. (한 달 전에 1편을 쓰고 2편은 아직 기약이 없는 상태다. 편집자 주.)
마지막은 슬로우뉴스의 준독립편집자(Editor-at-Large)로 참여하고 계신 김낙호 교수님(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의 키노트 스피치를 정리한 것입니다. 이 긴 글의 결론으로 갈음합니다.
모나게 보려면 둥글게 생각하자: 김낙호(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 미디어 리터러시는 속지 않는 방법에 편중돼 있다. 신호와 잡음 가운데 잡음을 강조하는 셈인데 잘 하면 비판적 읽기가 되지만 자칫하면 냉소를 부추기는 접근이 될 수 있다.
- 대부분의 문제는 선명하지 않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 우리가 찾는 신호는 간명한 분포나 선명한 범주나 직선적인 변화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불평등한 분포와 중첩된 스펙트럼과 S자 같은 곡선적인 변화의 양상을 보인다.
- 곡선적 인식의 세 가지 효과가 있다.
- 첫째, 복잡한 사안을 복잡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 둘째, 단편적인 정보를 엮어서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된다.
- 셋째, 좀 더 깊이 있는 정보를 탐색할 수 있게 된다.
- 1000피스짜리 퍼즐을 맞출 때 밑그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말 차이가 크다. 우리는 항상 부족한 상태로 상황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데 어디에 무엇이 비어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 우리는 선명하고 단순하고 명쾌한 무엇인가를 선호하지만 시간이든 비용이든 뭐든 변화의 속도는 균질하지 않다. 그래서 결론은 이것이다.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면 오히려 굉장히 둥글게 생각해야 한다.
- 그래서 진짜 결론은? 슬로우뉴스를 열심히 읽자.
고맙습니다.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가끔은 다뤄주시면 좋을법한 주제가 생각나는데 소박한 참여의 의미로 제안을 드려볼까 합니다.
1. 교육망국? 우리가 처한 교육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출산, 양육, 생계, 노후까지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근본에서 바뀌지 않으면 해법이 없다고 보고요. 일례로 여야가 공히 진지하게 검토하던 취학연령 단축 문제는 어느 바보의 한마디때문에 금기어가 되어버렸지만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생애주기와 국가경쟁력까지 연관된다 봅니다. 극단적으로는 사교육 금지와 같은 도발적인 주제도 공론화가 거듭되면 작은 해법이 도출될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자녀를 가진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마디 거들수 있는, 그만큼 절실한 주제가 아닐까요?
2. 방송에서 남발되는 각종 표현에 대한 점검 내지 문제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