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훤주 칼럼] 경남도민일보에서 오랫동안 기자로 일한 필자가 부산과 창원에서 오랫동안 판사 생활한 문형배(전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눕니다. (⏳5분)


👨‍⚖️문형배 이야기
  1. 민주주의자
  2. 강강약약
  3. 법원주의자
  4. 공엄사관
  5. 지역법관
  6. 보수주의자
  7. 진심
  8. 부채의식
  9. 번외-경남도민일보

문형배의 퇴임사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4월 18일 퇴임했다. 퇴임식 영상을 찾아서 돌려보았더니 “‘저에 관하여 가장 많은 글을 쓰고 저에 대하여 저 자신보다 더 많이 기억하는 김훤주 선생’을 비롯해 보이는 곳에서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핫하고 주목도 많이 받는 인물이 그것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호명해주니 무척 고맙고 즐거우며 영광스럽기까지 하다. 덕분에 멀리 카자흐스탄과 캐나다에서까지 카톡이 날아왔고 문형배한테 돌아가야 할 고맙다는 말도 여러 군데에서 덤으로 들었다.

더불어 ‘미디어오늘’은 ‘문형배가 퇴임사에서 언급한 기자’라며 기사를 냈다. MBC에서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모두 인터뷰 요청이 왔다. ‘시사IN’에서는 아직은 말할 수 없는 모종의 취재 제안이 들어왔다. 모두 한순간에 이루어진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다.

나는 2005년 3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창원지방법원을 출입하던 1년 10개월 동안 재판 기사와 문형배 기사를 그야말로 원 없이 많이 썼다. 그때 그렇게 만들어진 기사들이 문형배의 헌법재판관 발탁과 임명에 이바지한 바가 작으나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문형배의 퇴임사 호명해 주는 바람에 누린 호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누릴 만큼 누렸다. 경남도민일보가 아닌 다른 매체였다면 나는 그렇게 기사를 쓸 수가 없었다. 만약 공치사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경남도민일보의 몫이다.

필자(김훤주)

외압 막아준 경남도민일보

그때는 유독 금권 선거와 부패 사건이 많았다. 국회의원과 시장·군수는 물론 시의회 의장과 의원까지 줄줄이 걸려 있었다. 그들이 지역의 권력자이다 보니 외압이 만만치 않았다. 협박성 전화는 예사였고 편집국에 찾아와 난동을 피우고 폭력을 행사하려 한 적도 있었다.

협박이 먹히지 않으니까 회유도 했다. 어느 날 어떤 사건 관계자 한 명이 저녁 같이 먹자고 해서 나갔더니 100만 원이라며 두툼한 봉투를 내밀었다. “제가 이 돈을 받고 어떤 분이 무슨 까닭으로 주더라고 기사를 쓸까요?” 했더니 그는 두말없이 봉투를 거두어 돌아갔다.

회사나 편집국으로 들어온 외압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정년퇴직하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일절 모르고 있다. 사장도 편집국장도 나에게 일언반구 얘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회사가 외압을 원천봉쇄 수준으로 막아준 덕분에 나는 마음껏 기사를 쓸 수 있었다.

기자들이 보도 외적인 이유로 제약당하지 않고 마음껏 기사를 쓸 수 있는 이런 신문이 지역마다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된다. 그래야 문형배의 경우처럼 훌륭한 지역법관을 알릴 수 있고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애써 줄 지역 출신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을 배출하는 단초도 열 수 있을 것이다.

문형배에게 밥을 산 사장

경영진이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지역에 대한 애정까지 갖추고 있으면 금상첨화다. 문형배는 2005년 8월 김정부 국회의원의 아내 정 모 씨가 유권자 매수를 위해 돈을 뿌린 사건을 두고 “3·15의거가 일어난 마산에서 이런 일이 터져 유감”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허정도(경남도민일보 제5대, 제6대 대표이사, 창원대 건축학과 초빙교수). 사진은 2015년 당시 모습.

이를 본 경남도민일보 허정도 사장은 ‘참 고마운 일’이라며 그를 초청해 함께 점심 먹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때 허 사장은 문 판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정선거에 맞선 마산 3·15의거에 대해 마산 국회의원이 금권선거로 대놓고 먹칠했는데, 이번에 ‘3·15의거’와 ‘민주 성지 마산’의 이름으로 단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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