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데이터] 오늘(4월 22일)은 55번째 지구의 날입니다. 지구의 날이 시작된 계기와 그 의미 그리고 눈여겨 보면 좋을 몇 가지 ‘데이터’를 소개합니다. (⌚6분)
4월 22일 지구의 날. 전 세계 여러 단체와 시민들이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동참을 독려하는 날이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원유 시추 작업 중 10만 배럴이 유출돼 바다를 오염시킨 것을 계기로 1970년 시작됐다.

왜 시작됐나: 원유 10만 배럴 유출 사고가 시민운동 촉발
국제연합(UN)이 정한 지구 환경의 날(6월5일)과 달리, 지구의 날은 민간운동에서 비롯됐다.
1970년 4월 22일 당시 위스콘신주의 상원의원이었던 게이로드 넬슨은 환경오염을 막자며 하버드생이었던 데니스 헤이즈와 함께 ‘지구의 날’을 선포하고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환경집회를 열었다.
첫 집회에 60만 명이 참가했다. 각 지역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캠페인에 동참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2000만 명이 동참했다. 참가자들은 원유 유출 문제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공장과 발전소, 농약과 유해물질, 쓰레기 문제, 종 다양성 위기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했다.
1972년에는 113개국 대표가 스웨덴 스톡홀름에 모여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했다.
“인간은 그 생활의 존엄과 복지를 보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유, 평등, 적절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기본적 권리를 갖는다”는 환경권이 이 선언에서 비롯됐다. 이 선언은 해양 오염 방지, 천연자원과 야생동물의 보호 등 환경보호의 의무를 명기했다. 환경에 대한 국가의 권리와 책임, 보상에 관한 국제법의 진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왜 중요한가 : 단 한 번 유출에 바닷새 25만 마리가 죽었다
20세기 해양오염의 주범은 원유였다.
한 예가 엑손 발데즈호 사고다. 1989년 3월 24일, 엑손 발데즈호가 미국 알래스카주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에서 남서쪽으로 약 43km 떨어진 블라이 리프에 좌초됐다. 최소 3만5500톤의 원유가 유출됐다.
이 사고로 25만 마리의 바닷새, 2800마리의 바다 수달, 300마리의 물범, 250마리의 흰머리 독수리, 최대 22마리의 범고래, 수십억 개의 연어와 청어 알이 죽었다.
생태계 회복은 느렸다. 2016년 조사 결과, 이 지역에 번성했던 태평양 청어(Clupea pallasi) 무리가 사라졌다다. 성체 성어 면역기능이 줄었다. 최대 43%가 바이러스성 출혈성 패혈증 바이러스와 일치하는 외부 병변을 가지고 있었다. 60%가 산란지에 가지 못했다.
연쇄 효과가 일어났다. 포식자들이 줄었다. 하레퀸 오리(Histrionicus histrionicus)는 사고 13년 후까지, 바다 수달(Enhydra lutris)은 사고 20년 후까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몇몇 종은 아예 사라졌다. 알래스카 알락쇠오리(marbled murrelet)는 프린스 윌리엄 해협에서 자취를 감췄다.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역의 포식자들은 여러 건강 문제를 겪는다. 2010년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딥워터 호라이즌 원유 유출 사고에 노출된 돌고래들은 만성 폐 질환, 심장 질환 같은 건강 문제를 겪었다.

눈에 띄는 연구: 100만 자원봉사자가 기름 닦아낸 태안의 ‘독특’한 회복
엑손 발데즈호 기름 유출과 함께 딥워터 호라이즌호(2010년)와 허베이 스피릿호(2007년)을 비교 연구한 학자들은 눈에 띄는 차이를 발견했다.
2007년 12월 7일, 삼성중공업의 예인선이 태안 앞바다에 정박하고 있던 홍콩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약 1만773톤이 유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진은 이 사고로 인한 생태계 피해는 “2013년 이후 회복이 완료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분석했다. 2016년까지도 장기적인 생태계 교란을 겪고 있는 엑손 발데즈호 사고, 딥워터 호라이즌호 사고 지역과는 달랐다.
연구진은 태안으로 몰려들었던 ‘100만 명의 자원봉사자’ 효과에 주목했다. 이 논문은 “대규모 비상 정화 대응으로 장기적인 생태적 영향이 제한되었고 다른 전 세계 유출 사건보다 더 빠른 생태계 회복이 촉진되었기 때문에 전 세계의 재앙적 오일 유출 중에서 덜 알려지고 독특하다”고 분석했다.
빠른 대응이 빠른 회복을 불렀다. 연구진은 “자원봉사자가 수행한 대규모 대응은 장기적인 생태적 영향을 제한하고 생태계 회복을 촉진하는 데 있어 유출된 오일을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ITOPF 데이터: 석유 운송은 늘었지만 유출 사고는 급감
21세기 들어 원유 유출 사고는 빈도도, 유출량도 크게 줄었다.
2024년에는 유조선 사고로 유출된 원유 총량은 약 1만 톤이었다. 대규모 유출(700톤 이상)이 6건, 중규모 유출(7~700톤)이 4건이었다.
사고 건수가 크게 줄었다. 특히 7톤이 넘는 유출 사고 빈도는 1970년대 이후 90% 이상 감소했다. 국제유조선선주오염연맹(ITOPF)의 2025년 발표 자료다.
유출량도 감소했다. 2010년대에는 7톤 이상의 유조선 유출로 약 16만 4천 톤의 원유가 유실되었는데, 이는 1970년대 대비 95% 감소한 수치다.
석유 거래가 전반적으로 늘어났는데도 석유 유출이 감소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국제유조선선주오염연맹은 논평했다.

해법: 국제규제 강화와 업계의 투자, 플라스틱 유출도 줄일까?
원유 유출 감소에는 국제규제 강화와 해운업계의 혁신이 크게 작용했다. 국제유조선선주오염연맹은 “해운업계가 정부와 국제해사기구(IMO) 지원을 받아 혁신을 모색하는 한편 해상 안전과 환경 보호 개선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높여 이러한 감소 추세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최근 해양오염의 주범은 원유 유출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 2015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연구는 연간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으로 추정했는데, 실제로 해양에 흘러든 양을 분석한 2023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게재 논문은 연간 50만 톤의 플라스틱이 해양 오염을 일으킨다고 봤다.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매년 4%씩 늘어났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해양대기연구소(IMAU) 연구진은 증가세를 고려하면 “20년 이내 해양 내 플라스틱 양이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진은 현재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 총량을 2500만 톤으로 추정한다.
이중 8만 톤은 북태평양에 거대한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을 만들었다. 한국 16배 면적이다.
쓰레기는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 바닷물에 버린 낚시 도구는 고래나 물개의 몸에 엉켜 숨 쉬기 어렵게 한다. 거북이는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노끈이나 낚싯줄을 미역으로 착각하고 삼킨다. 이로 인해 거북이, 고래, 물개의 개체 수가 10년 사이 30% 넘게 줄었다는 기사도 있다.
인간도 피해를 입는다. 2023년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에서 우려되는 것으로 밝혀진 화학물질이 3200개 이상이다. 여성과 어린이가 특히 독성에 취약하다.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72년 동안 연평균 8.4%씩 늘었다. 1950년 200만톤이었던 것이 2022년 4억톤으로 증가했다. 재활용율은 9.5%에 머물렀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이 2025년 4월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발표한 논문이다.
플라스틱 오염의 해법은 원유 유출 문제와 같다. ‘국제규제 강화, 업계의 혁신.’
2022년 3월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유엔 환경 총회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 폐기물 처리까지 전 주기에 걸쳐 오염 예방·감소를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을 제정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제정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170여 개국이 모여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를 열었으나 플라스틱의 원료(1차 폴리머) 생산 감축과 재원 마련을 합의하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연장된 협상위원회(INC-5.2)는 2025년 8월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