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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법원은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조류 충돌의 위험과 인근 갯벌·법정보호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적정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전북 지역 경제의 활력 제고라는 사업의 목적이 중요함을 인정하면서도, 항공안전성 확보나 생태계 보존 등 중대한 공익이 침해되는 상황을 고려한 판결입니다.

이번 판결의 선고기일은 새만금과 가까운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이후 변경됐습니다. 사건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참사로 인한 수많은 희생이 시민들의 안전과 갯벌을 지키는 결정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닐까요?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향한 한걸음이 된 이번 판결, 박태현 교수(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비평했습니다.

새만금 공항 사업의 모태 간척사업

2025년 9월 서울행정법원은 시민 1,300여 명이 청구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이하 ‘공항계획’이라 한다) 취소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공항계획을 취소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2구합80664 판결). 재판부는 취소 이유로 국토교통부장관이 공항 운영에 따른 조류충돌의 위험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였고, 또 사업부지 인근의 갯벌이나 법정보호종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음으로써 항공안전성과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적정하게 고려하지 아니하였음을 들었다.

아는 것처럼 공항계획은 새만금간척사업과 관련돼 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약 23조를 투입해 새만금 하구 갯벌을 매립하여 토지(약 409㎢)와 담수호를 조성하는 개발사업이다. 2003년, 이 개발사업으로부터 새만금 갯벌과 지역어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하여 네 명의 성직자는 65일간 목숨을 건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했다. 법정소송도 제기되었다. 1심에서 어민들이 승소하였지만, 대법원에서 그 청구가 기각되면서 법정 다툼은 일단 종결됐다(대법원 2006. 3. 16. 선고 2006두330 전원합의체 판결).

법정다툼이 일단락되면서 새만금간척사업에 추진력이 붙으면서 2010년 새만금 방조제가 준공되었다. 2013년에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새만금개발청이 설치되었다. 새만금개발청이 수립한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르면 향후 새만금사업은 2050년까지 총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이 중 ‘공항경제특구 사업’은 새만금국제공항을 건설한 뒤 그에 인접한 산업단지에 공항·항공 관련 산업 및 수출 제조업을 유치하여 새만금지역을 공항기반도시로 발전시키려는 목적을 가진다. 이처럼 새만금공항계획은 지역의 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하여 수립된 것이다.

공익과 또 다른 공익이 충돌할 때

수도권 중심의 발전에 따른 지역 간의 지나친 격차라는 현실에서 지역 간 균형발전과 지역경제의 활력 제고는 국가정책 우선순위에서 상위의 지위를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지위가 또 다른 중요한 공익을 존중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그 우위성이 앞세워진다면, 오히려 국가정책들 사이에 비합리성이나 비효율성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

재판부도 공항경제특구 사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이익(낙후된 편에 속한 전북 지역 경제의 활력 제고)의 중요성을 일단 인정하면서도, 사업으로 인하여 또 다른 중대한 공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빚어지게 된다면, 여기에는 균형 잡힌 이익형량(저울질)이 필요하다며, 이 사업이 “항공운항의 안전성 확보나 사업부지 인근의 생태계 보존을 상쇄할 만큼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안전성 확보∙조류 서식지 보호, 가능한가?

새만금국제공항의 경우 조류충돌의 총 위험도 평가에서 연간 예상되는 조류충돌횟수가 다른 국내공항들의 수치와 견줘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인천공항의 경우와 대비하면, 반경 13㎞의 경우 3.49~15.35배, 반경 5㎞의 경우 3.16배~14.38배 높음). 그런데 조류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이 제시한 여러 대책(서식지 관리와 지속적인 조류 모니터링 따위)만으로 조류충돌을 예방할 수 있을지 재판부는 “불분명하다”며, 결국 항공운항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평가하였다.

한국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에서 중요한 기착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항예정지 인근에는 철새들의 주요 월동지·중간기착지 등으로 이용되는 야생생물 보호구역과 습지보호지역 및 람사르습지로 지정·등록되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서천갯벌이 있다. 그리고 판결문에서 따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영화 「수라」(2023)로 유명해진 수라갯벌도 있다.

재판부는 이 사업이 갯벌 등에 영향을 미쳐 조류나 그 밖의 법정보호종의 서식환경에 회복하기 어려운 악영향을 미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장관이 보호대책으로 제시한 대체서식지 조성 방안이나 훼손된 서식지를 다른 지역에 추가하여 서식공간을 확보하는 방안, 그리고 조류 이동 · 법정보호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법정보호종을 포획·이주하여 관리하는 방안 등은 그 어느 것도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하였다.

개발 가치와 환경 가치의 충돌, 그 합리적 해법은?

새만금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06. 3. 16. 선고 2006두330 판결)에서 다수의견(보충의견)은 개발도 환경과 마찬가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헌법상의 가치로, 국가 정책적인 필요에 따라 대규모의 공공사업이 시행되는 경우 개발과 환경보호 사이의 가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견지하여야 할 태도는 균형감 있는 합리적·이성적 접근방식이지, 결코 이상에 치우친 감성적인 접근방식이어서는 아니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반대의견(대법관 김영란·박시환)은 인류를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지구라는 환경에 기초하여 생존한다는 점에서 자연환경은 경제적 이익이나 금전적 가치와 동일한 평면에서 비교되고 대체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자연환경을 무분별한 개발과 이용으로부터 보호하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재판에 반영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환경가치를 훼손하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개발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환경 보전 가치가 우선 보호되어야 할 가치라는 주장은 이제 이상에 치우친 감성적인 접근방식이 아닌 합리적·이성적 접근방식이라고 인정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현실에 비춰보면 과연 그러한 접근방식에 따라 환경적 의사결정을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적어도 원칙의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고 본다).

이 판결은 개발과 환경가치 충돌에서 합리적·이성적 접근방식을 따른다면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판결과 관련하여 무안공항에서 일어났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본다.

자연과의 조화, 우리 삶을 가꾸고 돌보는 지혜 길

2024년 12월 전남 무안공항에 착륙하려던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하면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이탈하여 둔덕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여객기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였는데 사고 발생의 전 과정이 영상 송출되면서 우리는 또 한 번 침몰하는 세월호를 보면서 겪었던 충격에 전율하였다.

참사 이후 재판부는 종전의 판결선고기일을 취소하고, 사건의 추가 검토를 위해 선고기일을 다시 잡았다. 여기서 묻게 된다. 무안공항에서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원고들이 승소할 수 있었을까?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무안공항에서의 참사가 서천갯벌과 수라갯벌을 보존하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하였다는 언술은 진실하다고 본다.

이 판결이 앞으로 상급법원에서 어떻게 결말이 날지, 더 나아가 예정된 가덕도 신공항이나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논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희생에 의지해 종전과 다른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이 발걸음에 또 다른 발걸음이 보태져, 우리 사회에 자연의 가치와 권리를 존중하고 자연과 조화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가꾸고 돌보는 지혜의 길을 찾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94번째 이야기

⚖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 1심 승소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사 이주영(재판장), 문지용, 고철만 2025.9.11. 선고 2022구합80664 [판결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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