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내란재판 18호] 이진우와 조성현의 엇갈린 명령, 그리고 서강대교 회군. (⌚6분)
2025년 9월 1주차(9.1~9.5)
8월 마지막 주 윤석열 재판에서는 국회에 출동했던 수방사 소속 군인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증인들은 이진우 등이 의사당 진입을 지시했으나 시민들의 저지와 조성현 단장의 지시로 물러났던 상황을 진술했습니다. 김용현 재판에서는 선관위 서버 확보 명령을 받고 출동했으나 명령이 부당하다고 느껴 이행할 수 없다고 보고했던 방첩사 간부들이 출석했고, 변호인들은 증인들이 상부의 정당한 명령을 거역한 것처럼 몰고 갔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된 노상원의 첫 공판에서는 노상원이 문상호와 김용현을 등에 업고 현역 군인들을 시켜 계엄에 동원할 요원들을 추리는 과정이 검증되었습니다.
무더운 8월이 지나고 9월 첫 주에는 윤석열과 노상원 · 김용현의 공판 기일이 진행되었는데요. 중요한 장면 중심으로 돌아봅니다.
‘도보로라도 들어가라’ vs ‘시민들 다친다, 넘어오지 마라’
-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월요일(9/1)에 열린 윤석열의 16차 공판 기일에서는 수도방위사령부 조성현 제1경비단장의 직속 부하들인 김석진 2특임대대 1중대장(대위), 윤덕규 제2지역대장(소령)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김석진은 계엄 당일 이진우 수방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성현 단장의 명령에 따라 여의도로 출동했지만, 국회를 둘러싼 시민들의 저항으로 국회 울타리를 넘지 못했습니다. 특히 김석진 대위는 초동 부대 팀을 이끌고 소총과 실탄, 공포탄 등으로 무장한 채 버스로 국회 정문에 도착했지만, 국회를 지키러 나온 시민들이 버스를 에워싸고 못 나오게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진우에게 보고하자, 이진우는 김석진 대위에게 차를 내버려두고 도보로라도 국회 안으로 진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김석진 대위는 버스가 시민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밖으로 나가면 시민들과 충돌할 수 있다고 판단해 부대원들에게 차에서 계속 대기하라고 지시했고, 버스 문을 잠근 채 시동을 끄고 모든 창을 커튼으로 가리게 했습니다. 그렇게 대기하는 동안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었고, 조성현 단장은 김석진 대위에게 서강대교 북단으로 이동해 철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윤덕근 소령은 후발대로, 여의도로 출발했으나, 서강대교를 지날 때쯤 조성현에게 “지금 상황 이상하다. 넘어오면 시민들이 다친다. 서강대교 넘지 마라. 국회 오지 말고 주변 어디든 차량 세우고 대기하라”라는 지시를 받았던 당사자입니다. 이에 윤덕근은 차를 유턴해서 돌아온 김석진의 부대와 같이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윤덕근은 수사 초기 당시에는 조사에서 조성현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성현은 탄핵 심판이나 내란재판 등에서 자신은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라고 말했던 것이지 직접적으로 지시한 것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만약 윤덕근 소령이 그렇게 이해했다면 그 또한 자신의 지휘 책임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연히 조성현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피고인 변호인들은 윤덕근의 초기 진술을 다시 법정에서 끌어내려고 노력했는데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윤덕근은 법정에서 자신의 초기 진술을 사실상 철회했습니다. 자신이 국회로 가서 해야 할 임무를 물어봤을 때 조성현 단장이 그렇게 말했기에 지시로 받아들였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오해했고, 조성현의 발언은 직접적인 지시가 아니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조성현 단장은 윤석열이 ‘국회로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명령한 것을 직접 들었다고 증언한 핵심 증인입니다. 그렇기에 변호인들은 조성현의 신빙성을 끈질기게 흔들려고 하는 것인데요. 그러나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조성현의 발언을 탄핵하려는 변호인 측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 외에도 변호인들은 국회에 도착했을 때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위협받지 않았냐, 총기를 빼앗기지 않았냐며 시민들을 폭도로 몰려고 했지만, 군인들은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지 않았고, 시민들이 화장실에서 줄을 양보해 주는 등 오히려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증언했습니다.
2. 번외: 케이블타이, 신발주머니 그리고 안대
- 노상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재판(2025고합901)
3일(수)에는 노상원의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 2차 공판 기일이 열렸습니다. 이번에도 법정에는 차폐막이 설치되어 진행되었는데요. 오전에는 정보사 소속 현직 군인 김 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김봉규와 정성욱에 의해 선발된 선관위 투입 병력 중 1명이었습니다. 증인은 계엄 선포 당시 다른 정보사 군인 30여 명과 함께 문상호의 지시를 받은 김봉규와 정성욱 대령에게 구체적인 임무를 하달받았는데요. 이들은 당시 선관위를 장악한 이후 아침에 방송할 수 있게 당직실이나 방송실을 장악하고, 선관위 직원들 30여 명을 ‘확보’해 김 모 대령에게 이동시켜 ‘면담’ 후 B1 벙커로 ‘이동’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말이 ‘확보’, ‘면담’, ‘이동’이지, 선관위 직원들을 포박할 케이블타이, 얼굴을 덮을 신발주머니와 안대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그 실질은 ‘체포’, ‘심문’, ‘호송’이었습니다. 그리고 김봉규, 정성욱 등은 그 목적이 부정선거 조사였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선관위 직원들을 군복으로 환복시키려고 여벌의 전투복도 준비했다고 합니다. 민간인을 체포 호송한다는 사실이 외부에 들키지 않게 하려고 준비한 것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김용현 측 변호인들은 지금까지 계속 선관위 침탈 작전에서 등장한 ‘확보’라는 단어가 군사용어 상 ‘지킨다’는 의미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선관위 해킹이나 부정선거 의혹이 있는 상태에서 선관위를 외부 세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날 공판의 증인은 이 확보가 선관위 직원 ‘체포’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선관위를 정말로 지키러 갔다면, 직원들을 체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보사 군인들은 선관위 직원들의 이동을 통제했고, 핸드폰을 수거했으며, 강제로 심문한 후 케이블타이로 포박하고 눈과 얼굴을 가린 채 수방사 벙커로 호송하려 했습니다. 이런 사정이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김용현은 선관위를 지켜주러 군대를 보낸 것이라는 주장을 유지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오후에는 선관위 서버실 사진을 찍었던 고동희 전 정보사 계획 처장과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고동희는 이번에도 선관위 장악 과정에서 물리력 행사 없이 선관위 직원들의 협조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그 증언의 모순을 예리하게 지적했습니다. 계엄이 선포되면 어차피 권력기관 전체가 계엄사의 통제권을 가지는데, 대상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인식했었냐는 것입니다. 또한 오영대 인사기획관은 민간인인 노상원이 정보사 군인들에 대한 세평 등을 합법적으로 확보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9월 10일에 문상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서로 다른 재판에 기소된 내란 주범들이 법정에서 증인과 피고인으로 처음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주의 재판 동향 요약
윤석열 재판에서는 국회의사당에 출동했으나 조성현의 지시를 받고 국회 안에 진입하지 않고 철수한 군인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윤석열 변호인들은 증인들을 상대로 이진우는 국회 건물 안이 아닌 국회 울타리로 가라고 했고, 조성현이 건물 안으로 진입하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며 증인들을 다그쳤지만, 증인들은 넘어가지 않았고, 이진우가 분명히 의사당 진입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증인인 조성현의 신뢰도를 흔들려는 시도는 이번에도 실패로 끝났습니다.
노상원 재판에서는 선관위를 장악한 정보사의 후속부대가 선관위 직원들을 어떻게 하려 했는지 여부가 생생하게 드러났습니다. ‘선관위 확보’가 ‘선관위를 지키러 간 것이었다’는 주장과 달리, 직원들을 대거 불법 체포하고 심문해 수용하려는 것이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 윤석열 재판 (개요)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현직 군인 피고인들을 제외하고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공판은 3개로, 모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판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 설명이 필요없는 내란 우두머리 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12.3 내란의 세가지 큰 덩어리,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모두에 대해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입니다.
2)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2025고합51) : 내란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입니다. 내란에서 경찰은 위 세가지 덩어리에 모두 투입되었으며, 계엄군과 보조를 맞추어 국회와 선관위 주변에 배치되고, 방첩사령부 등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협조했습니다.
3)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제3야전군 사령부 헌병대장에 대한 재판(2024고합1522) :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12.3계엄을 전체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입니다.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설립하고 계엄군을 움직여 실행했으며, 특히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습니다.
⚖ 주간내란재판 (연재)
시민들의 노력 끝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8:0 만장일치로 파면했고,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내란수괴 윤석열은 여전히 구속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형사재판도 아직 초반 단계입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이 내란 재판의 근황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한주간 재판의 흐름을 핵심만 요약해 짚어주는 ‘주간 내란재판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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