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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칼럼] 언론개혁을 위한 이중구조, 법제와 자율규범. (고승우/80년5월민주화투쟁언론인회 공동대표)

최근 방송법 개정안에 이어 방송문화진흥회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방송 개혁, 언론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방송 관련법 개정이 시도하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는 언론 내부 자율 개혁과 물리적, 화학적 결합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법 개정은 만능이 아니고 자칫 언론에 대한 외부 통제, 독립성 약화를 초래할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의 이상적인 이중 구조

언론의 자율 개혁은 법적 제약이나 정치적 압력과 무관하게 언론의 공정성·신뢰성·전문성을 지키고 강화하는 핵심적 장치를 언론인의 힘으로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개혁은 ‘법적 장치+내부 자율 규범’의 이중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이상적 공영방송 개혁 모델이다.

오늘날 한국의 대중매체는 경영난과 디지털 전환의 압박 속에서 가짜 뉴스·허위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민주주의를 수호할 핵심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21세기 대중매체의 당연한 책무라 하겠다. 대중매체는 단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민주주의 파수꾼으로서 ‘허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에 직면해 있고, 정부의 언론 정책도 이런 취지에 부합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가짜 뉴스 처벌 강화는 민주주의 핵심인 언론자유와 직결되어 위헌적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며,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따라서 처벌보다는 투명한 팩트 체킹 제도, 언론 자율규제, 플랫폼의 책임 강화, 시민 미디어 교육 같은 다원적 해법이 더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주시하면서 한국 언론의 당면 과제 몇 가지를 지적고자 한다.

거대 양당의 공통점, 아빠 찬스∙엄마 찬스∙자기 찬스에 혈안

민주주의는 언론이 정상화되어야 제대로 가동된다. 그런 점에서 12.3 비상계엄 전후로 목격된 총체적인 반민주적 적폐의 청산을 위해 전체 대중매체가 진정한 사회적 소금, 파수꾼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권 시절 정치권력의 언론탄압이 극심했고 결국 현직 대통령이 내란수괴가 되어 헌법과 법률을 파괴하려 했던 작태를 되돌아볼 때, 언론이 제4부 권력의 역할을 담당해 전체적인 사회개혁을 선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의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법 제정에 대해 박수를 보내면서도 전체 언론계가 능동적, 자율적으로 언론개혁과 언론의 국민 알권리 충족을 위한 서비스를 극대화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당위성에 주목하게 된다.

언론개혁의 목적은 정치권력 등에 관한 전방위적 환경 감시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다. 이는 제도만으로 충분치 않다. 언론 자체의 적극적 자율 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윤석열의 내란 책동은 이른바 한국적 정치, 지배구조의 모순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것이 주요 원인의 하나인데, 이는 언론이 활발한 탐사, 심층보도를 통해 그 실체를 낱낱이 드러낼 때 그 정상화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치 역사를 반추해 보면 4·19 혁명, 6월 혁명, 촛불혁명, 빛의 혁명이 시민사회에 의해 주도되어 민주주의를 회복시켰다. 하지만 번번이 시민사회가 정치 주역이 되지 못하고 제도 정치권의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문제는 다음과 같다.

  • 시민사회의 정치 진입이나 신생 정당의 성장을 저지하는 부적절한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 정치 시스템
  •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국가보안법
  • 군사주권이 외세에 장악된 형태의 한미동맹 등

한국의 지배적 정치권력인 거대 양당은 여의도에서 일상적으로 대립하는 관계로 보이지만 아빠 찬스, 엄마 찬스, 자기 찬스에 혈안이 된 공통점이 있다. 언론 권력도 그에 편승하거나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8년 동안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지만, 한국 정치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토양 위에 지어진 집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

최근 선출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탄핵 반대, 윤 어게인’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앞세우는 세력을 대변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박근혜 탄핵 이후 거대 여야 정당이 회전문식 정권교체를 해왔고,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점이 존재하는 한 차기 정권 장악이 누구일 것인가를 계산한 결과로 추정된다.

언론이 체질을 개선해야

전 세계가 경악한 현직 대통령의 내란 범죄가 현재진행형인 듯한 분위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언론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당한 한국의 정치적 모순은 언론의 미흡한 역할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를 이루고 있다.

한국 권력구조의 문제점과 언론이 분발해야 할 지점 등을 살펴봤는데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방송제도 개혁만으로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언론이 자율적으로 앞장서서 국민의 알 권리를 최대한 충족시키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총체적 민주화, 자주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구태의연한 자세로 21세기 정보 환경에서 손 놓고 있다가는 게도 구럭도 놓치는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 민언련 칼럼

민언련 칼럼은 시민사회·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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