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 열망은 뜨거웠지만 성과는 글쎄…? (남우근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8분)
이재명 정부가 게엄 사태에 이은 조기 대선을 통해 들어선 지 1년이 지났다. 탄핵광장에서 분출된 사회대개혁의 과제를 안고 출범한 정부다. 현 정부는 사회대개혁에 대한 시민의 열망을 잘 이행하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차별과 배제가 없는 일터’, ‘보편적 노동권 보장’이라는 시민의 간절한 요구가 정부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지, 특히 비정규직 정책과 관련하여 어떤 성과와 과제를 안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년이라는 시간은 노동정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짧은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시된 정책 방향과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된 내용들을 평가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취임 1년은 정책 추진의 동력이 큰 시기이기에 사업에 대한 점검과 평가가 냉정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관련 국정 과제와 의미
이재명 정부는 후보 시절 공약집을 토대로 국정기획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국정과제를 선정했다. ‘이재명정부 123대 국정과제’(2025. 9.)가 그것이다. 해당 발표자료에 담겨 있는 비정규직과 관련된 대표적인 국정과제는 다음과 같다.
- (일하는 모두의 안전보건체계 구축) 업종·규모·종사자(특고, 플랫폼, 프리랜서)별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도입
- 노동자 안전을 위한 작업중지권(위험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 스스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리) 강화(작업중지권 요건 완화, 작업중지·시정조치 요구권 신설)
- (새로운 위험 예방) 감정노동 보호 대상 확대·조치 강화, 야간노동 규율 신설
-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보장) 일하는사람기본법 제정
- (비정규직 권리보장 확대)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 ‘근로자 추정’ 제도 도입
-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 공공부문 상시 지속 · 생명안전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 확립
- 도급제 최저임금 심의·지원, 특고·플랫폼·프리랜서 최저보수제 마련 및 시행
- (취약노동자 권리구제 강화) 민간 노동센터 활성화 근거 마련
- (갑질 없는 행복한 일터 조성) 국제노동기구(ILO) 제190호 괴롭힘 금지협약 비준 추진

비전형 노동자에게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려면
국정과제를 토대로 몇몇 비정규직 국정과제의 의미를 간단히 짚어보자.
첫째, 종사자별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 과제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 14개 직종(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은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법에서는 노무수령자(노동력을 제공받는 사업주)에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 사업장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정보 제공 의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및 보건 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특례적용 직종이 시행령을 통해 14개로 제한되어 있고, 의무사항이 명시적이거나 구체적이지 않아서 노무수령자의 의무 준수 여부를 정확히 평가 · 감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고객응대근로자(감정노동자) 보호 조항 역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특수고용 등 비전형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적용 대상의 확대를 넘어 적용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ILO(국제노동기구) 제190호 괴롭힘 금지협약 비준 추진과 관련한 과제다.
근로기준법 상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근로계약 관계를 전제로 적용된다. 따라서 하청·용역업체 등에 소속되어 일하는 간접고용, 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익히 알려진 사례인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씨 사건에서도 이 한계가 드러났다. 당시 특별조사를 실시한 노동부는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아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괴롭힘 금지 조항은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ILO 제190호 괴롭힘 금지 협약(2019년)은 고용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일터에서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과 괴롭힘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시급히 협약이 비준되어야 하고 관련 법률도 정비되어야 한다.

권리 밖 노동자 보호 위한 실효성 있는 장치 필요
셋째, 일하는사람기본법 제정, ‘근로자 추정’ 제도 도입과 관련된 과제다. ‘노동부 1호 법안’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정규직 과제 중에서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다. 기본법을 제정해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등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에 대해서는 현재 ‘노무제공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명칭으로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을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적용 직종도 제한되어 있고 보호 효과도 낮다. 일하는사람기본법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야 한다.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실효성을 확보할 장치를 갖춰야 의미가 있다.
현재 발의된 6개의 ‘일하는사람기본법안’은 대부분 벌칙 조항이 없는 선언적 내용에 그치고 있다. 권리 밖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구체적인데, 기본법이 원칙적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곤란하다. ‘기본법’이라는 법 형식 때문에 벌칙 조항을 두기가 어렵다면 후속 입법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패키지로 추진되고 있는 ‘근로자 추정제’ 역시 근로자성 입증 책임의 전환이라는 절차적 개선을 넘어서 고용 지위 오분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입법되어야 의미가 있다. 최근 ILO 총회에서 채택된 ‘플랫폼경제에서의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협약’(2026. 6)이나 유럽연합의 ‘플랫폼노동 입법지침’(2024. 4)과 같은 국제적인 흐름도 적극적으로 참조해야 한다.

넷째, 도급제 최저임금 심의·지원, 특고·플랫폼·프리랜서 최저보수제 마련 및 시행에 대한 과제다. 최저임금법 제5조의 도급제 최저임금액 별도 결정 규정에 따르면,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도급제(성과급제) 방식의 노동자들은 당연히 적용되고, 더 나아가 이를 확대 적용하면 특수고용 등 비전형노동자들에 대한 최저보수제를 운영하는 것 역시 가능할 것이다. 직종별, 고용형태별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번에 시행하기는 어렵더라도, 주요 직종을 중심으로 확대해가는 계획이 필요하다.
다섯째,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를 의무화하는 과제다. 간접고용 노동자에게는 오랜 숙원이자 간절한 요구로, 그동안 판례를 통해 일부 인정되어온 용역업체 변경 시의 고용승계 의무(고용승계 기대권)를 법제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불합리한 고용불안, 노조 배제 효과 등 용역업체 변경을 노무관리의 수단으로 악용해온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에는 성과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책…정규직화 노력 안 보여
비정규직 관련 국정과제는 상당 부분이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추진되고 있거나 구체적으로 발표된 정책을 토대로 그 내용과 의미를 평가해본다.
첫째,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정책을 살펴보면, 국정과제에는 “공공부문 상시지속 · 생명안전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 확립”으로 포함되어 있다.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2026. 4.)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 1년 미만 기간제에게 공정수당(정규직과의 처우 격차를 보전하기 위해 지급하는 수당) 지급,
- 공공부문 적정임금(최저임금의 118%)에 대한 예산 반영,
-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내실화 등.
‘공공부문 도급 운영 개선방안’(2026. 4.)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 적정 낙찰률 보장으로 근로조건 개선,
- 도급계약기간 2년 이상 보장 등 도급노동자 고용안정 강화,
- 공공부문 하도급 제한 및 사전심사제 도입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은 역대 민주진보계열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지 않고,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관련해 여러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는 주로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규직화 정책은 빠져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상시 지속업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 원칙’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이다. 정책(가이드라인) 수준을 넘어서는 규정력을 갖는 방식으로 고용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바뀔 때마다 유사한 정책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가짜 3.3계약 근절을 위한 기획 감독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는 노동자인데도 프리랜서인 것처럼 위장해 4대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 등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회피하며 3.3%의 사업소득세만 원천징수하는 이른바 가짜 3.3계약의 근절이 시급하다. 노동부가 발표한 ‘가짜 3.3 위장고용 의심 사업장 대상 기획 감독 착수 보도자료’(2025. 12. 4.)와 ‘가짜 3.3 의심사업장 수시감독 결과 2차 보도자료’(2026. 3. 19.)를 살펴보면, 108개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통해 72개소 사업장에서 법 위반을 확인했다.
노동법상의 사용자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가짜 3.3 계약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노동부의 기획감독은 늦었지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근로자성이 모호한 경우가 아니라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막무가내 3.3% 계약, 5인 미만 사업장 위장 등)은 관련 업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왜곡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셋째,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 관련 사업이다. 입법 추진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정부추진안(‘일하는사람기본법안’은 김태선 의원 대표발의안, ‘근로자 추정제’는 김주영 의원 대표발의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일하는사람기본법은 사회보험 가입 확대, 산업안전보건법 확대 적용 등 실질적인 보호 효과가 반영되도록 해야 하고, 근로자 추정제 역시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고용지위 판단기준을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만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차별과 배제를 걷어내는 힘있는 실천 절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 국정과제는 탄핵광장에서 제기된 사회대개혁 과제인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 ‘보편적 노동권 보장’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국정과제의 충분성을 논하기보다는 정리된 국정과제가 충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국정과제 평가에서도 언급했지만 노동기본권 입법과제는 내용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ILO, EU 등에서 진행되어온 국제적 흐름에 맞춰 노동권이 실효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문재인 정부에 견줘 ‘정규직 전환’보다는 ‘처우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여전히 남용되는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 방향이다. 처우개선 역시 미룰 수 없는 과제이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 등 비정규직 남용이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할 정책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 방식의 정책을 넘어서 법령을 통해 규정력 있는 고용원칙이 수립되어야 한다.
민간 영역 비정규직 문제는 직접고용 비정규직(기간제법의 사용사유제한 도입), 간접고용 비정규직(용역회사 변경시 고용 보호 법률), 특수고용 비정규직(고용지위 오분류 해결을 위한 근로자성 추정제 도입) 등 핵심 과제들이 지난 20여년 간 제기되어 왔지만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더딘 상태다. 이 중 ‘용역회사 변경 시 고용보호’는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는데, 구체적인 추진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고용지위 오분류 문제 해결’은 국정과제에 ‘근로자 추정제’로 포함되어 있고, 정부안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됐지만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 기간제법 개선과 관련해서는 2년 기간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이 일부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이미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천명한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이라는 대책을 민간부문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 1년은 노란봉투법 시행과 가짜 3.3 계약 기획감독처럼 손에 잡히는 성과도 있지만, 비정규직 정책의 핵심 과제인 일하는사람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는 여전히 실효성이 미흡하다. 탄핵 광장이 요구했던 것은 차별과 배제를 실제로 걷어낼 수 있는 힘있는 실천이었다. 남은 임기 동안 정부가 스스로 제시한 123개 과제를 ‘선언’을 넘어 ‘집행 가능한 법·제도’로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이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성과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 이 칼럼은 지난 7월 1일 참여연대가 양대 노총,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무금융 우분투재단, 보건복지 관련3대 학회와 함께 개최한 ‘이재명 정부 보건복지정책 1년 평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총괄평가와 ‘월간 복지동향’ 7월호(제333호)에 기고한 ‘복지는 어디에 있는가: 이재명 정부 1년, 성장-복지 관계 재구성의 과제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