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3,000만원 초과 주식을 보유한 장차관에게 직접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 여부와 직무관련성 심사 여부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질의 대상인 장차관은 총 16명.
- 7명의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 미이행 관련 의혹은 해소되었다. 주식 관련 의혹이 해소된 7명 중 5명은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 의무를 다하여 3,000만원 이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2명은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 산입에 포함되지 않는 해외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 9명의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 직무관련성 심사를 통해 적법하게 보유 중이라고 밝혔지만, 심사내역 공개 및 부실심사 검증 없이는 제대로 된 심사를 거쳤는지 알기 어렵다.
공직자윤리법의 취지 vs. 베일 속에 가린 심사 내역
현재 공직자윤리법에서는 고위공직자가 3,000만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질 경우 그 주식을 팔거나 혹은 백지신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식백지신탁 의무를 면제받고자 하는 경우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직무관련성 심사 청구를 통해 3,000만원 초과 주식 보유가 가능하다. 그런데 인사혁신처가 직무관련성 심사 내역을 비공개함으로 인해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기 어려워 직무관련성 심사가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의 의무를 면제시키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높다.
이에 경실련은 지난 1월 26일, 경실련 강당에서 ‘윤석열 정부 자차관 주식백지신탁 실태 발표’를 한 바 있다. 분석 결과, 윤석열 정부 장차관 41명 중 직계존비속 명의로 3,000만원을 초과하여 주식을 보유한 장차관이 16명이며, 이 16명 중 7명은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을 신고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신고자 9명 중 5명은 신고하고도 여전히 3,000만원 초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천만원 초과 주식보유 장차관들이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했는지,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높음에도, 인사혁신처가 관련내용을 비공개하고 있음을 밝혔다.
3천만원 초과 주식 보유 장차관 16명에게 질문 (13명 회신)
경실련은 기자회견 이후 2023년 1월 27일 16명 장차관에게 직무관련성 심사 관련 질의서를 발송했다. 질의 문항은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 매각 혹은 신탁 여부(신고 시점)
- 미매각 혹은 미신탁 시 직무관련성 심사 청구 여부(청구날짜, 심사결정 통지날짜, 심사결과)
- 직무관련성 심사 청구자의 경우 그 결과의 타당성
- 법 취지에 따라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신탁할 의향
- 주식 매각 혹은 신탁 의무 위반시 사유
- 징계 여부 등
질의서를 보낸 16명 장차관 중 13명이 회신했고, 3명은 아직까지 회신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질의서 항목 중 매각 혹은 신탁 여부와 직무관련성 심사 청구 여부, 심사 청구 시 심사 결과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답변을 통해 주식백지신탁제에서 규정하고 있는 매각 혹은 신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이를 면제받기 위한 심사 청구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판단했다.
여가부는 장차관 각각 주식 9.9억, 18.2억 보유 중
그 결과,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을 신고하지 않은 장차관(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 의무 미이행자) 7명 중 장영진 산자부 차관을 제외한 6명의 장차관(이기순 여가부 차관, 김현숙 여가부 장관, 조용만 문체부 차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을 면제받기 위하여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해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무관련성 심사 결과가 타당하냐고 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무응답하거나, 심사위원회의 결정 사항으로 존중한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수억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장차관(이기순 여가부 차관이 주식 18.2억, 김현숙 여가부 장관 9.9억, 조용만 문체부 장관 4.5억의 주식 보유)이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아 적법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 국민적 눈높이에는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고위공직자가 수십억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헌법상 청렴성의 의무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더라도, 부실심사는 아닌지 여전히 의구심이 남은 상태이다. 한편, 장영진 산자부 차관은 보유 주식 중 대부분이 해외 주식으로 주식백지신탁 산입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주식백지신탁 대상자가 아님을 확인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보유 7.6억 심사내용 비공개
다음으로,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을 일부 신고했지만, 여전히 3,000만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장차관 5명 중 박윤규 과기정통부 차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제외한 2명의 장차관(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 역시 직무관련성 심사를 통해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은 매각 혹은 백지신탁하고, 직무관련성 없는 주식을 적법 보유하고 있다고 회신해왔다.
하지만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7.6억의 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 심사 내용을 비공개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심사가 이루어졌는지 여전히 의심스럽다. 한편, 박윤규 과기정통부 차관은 보유 주식 중 대부분이 해외주식으로 주식백지신탁 산입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주식백지신탁 대상자가 아님을 확인했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을 통해 3,000만원 미만 보유임을 확인했다.
대부분 매각 의향 밝히지 않아
회신한 장차관 중 대다수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이후 매각할 의향을 밝히지 않았다.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만큼 3천만원을 초과하여 보유하고 있어도 적법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심사위원회의 불투명한 직무관련성 심사가 수천만원에서 십수억원의 주식 보유를 허용해주는 통로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여전히 심사 내역 비공개로, 제대로 주식백지신탁 의무를 이행한 공직자 혹은 적법 심사를 받은 고위공직자 역시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경실련의 지난 기자회견 발표(1/26일) 이후,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들은 현재 장차관들은 직무관련성 심사를 통해 적법하게 주식을 보유하거나 처분하였다고 즉각 해명하였다. 하지만 인사혁신처가 직무관련성 심사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한 부실심사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이에 경실련은 인사혁신처가 조속히 고위공직자들의 직무관련성 심사 내역과 심사 기준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그 뿐만 아니라 주택백지신탁제가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 채 운용되고 있음이 재확인 된 만큼 ‘3천만원 초과시 예외없이 매각 또는 신탁하도록’ 관련법 개정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