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비평] 집회 우편 신고 거부가 위헌이라면 경찰서 ‘오픈런’이 사라질까? (최종연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5분)

경찰은 집회 신고 시 ‘선착순 방문 접수’를 고수해 왔습니다. 우편으로 집회 신고서를 제출하자, 경찰은 문자로 접수가 되지 않는다고 통보했죠. 이에 대해 법원은 신청 방법을 ‘방문’으로만 정해 수리를 거부한 경찰의 처분은 집시법의 위임이 없고,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위헌·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최종연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선착순’ 신고 고수한 경찰이 만든 현실

최근 전광훈 목사의 소위 ‘광화문 집회’가 어떻게 매주 개최될 수 있는지에 관한 언론 보도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집회ㆍ시위 주최자는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합니다(집시법 제6조 제1항). 그런데 전광훈 목사 측 신고자는 1년 내내 경찰서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매일 자정 제일 먼저 민원실에 들어와서 접수하기 때문에, 1년 내내 광화문 일대의 집회신고를 선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2025. 2. 28. 한겨레21).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요 대기업 사옥 인근에는 소위 ‘알박기’ 집회가 신고되어 있고, 유령집회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용역 직원을 세워놓는 행태는 지난 20여 년 가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2023. 2. 4. 주간경향 등). 이 때문에 실제 집회를 개최하려는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는 불법 집회를 감수하거나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경찰서에 방문하여 ‘선착순’ 신고 접수 방식을 고수하여 온 담당 행정청, 바로 경찰 덕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 판결이 주목받았습니다. 집회 신고를 우편 접수했다는 이유로 수리 거부한 경찰 처분은 위헌이며 위법이라는 것입니다(서울행정법원 2025. 1. 23. 선고 2024구합1542 판결). 이하에서는 이 판결의 내용과 의의에 관해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집회 신고 우편 접수 불가? 집회의 자유 과도한 제한!

원고는 2024. 4. 24. 중국어 교육기관 ‘공자학원’의 완전 철수를 촉구하는 집회를 2024. 5. 5. 주한 중국대사관 정문 인근에서 개최하겠다는 내용의 옥외집회 신고서를 등기우편으로 제출하였으나, 서울남대문경찰서는 ‘신고서 접수 관련해서 신분 확인이 필요하므로 방문 접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음’을 이유로 ‘수리 안 되었습니다. 접수 안 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문자메시지로 통보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2024. 4. 28. 서울행정법원에 서울남대문경찰서(이하 ‘경찰’로만 통칭합니다)를 대상으로 옥외집회시위 신고서 수리거부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장(2024구합1542)과 집행정지(2024아270)를 각 접수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제12부 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 이하 동일)은 경찰의 수리 거부가 ‘거부처분’으로서 행정소송법상 소송의 대상에 해당하면서도 거부처분 자체에 대한 집행정지는 반대 내용의 처분의무를 부과하지 않아 실익이 없으므로 2024. 5. 1.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2025. 1. 23. 서울행정법원은 취소소송 본소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고(이 사건 대상 판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습니다.

① 경찰의 수리 거부가 ‘처분’인지

미신고 집회로 인한 여러 법적 불이익을 고려하면 우편 접수 신고서를 반려한 문자메시지는 거부처분에 해당하고, 반복될 위험성이 있으면 소의 이익이 있다.

② 집회 신고 수리 거부가 적법한지

경찰은 행정안전부가 2009. 7. 13. 개정한 [민원사무처리기준표 고시] (이하 ‘고시’)에 집회ㆍ시위 신고 신청 방법이 ‘방문’으로만 변경된 점을 들어 우편 접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현행 집시법상 신고 방법 및 절차가 전혀 정해진 바가 없는데 [민원사무처리기준표 고시]에서 신청 방법을 ‘방문’으로만 정한 것은 집시법의 위임이 없는 사항이므로 법규명령의 효력이 없고, 법률에 없는 내용으로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으로서 위헌 및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경찰은 위 판결에 불복, 항소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5누5946호 사건 계류 중).

국가와 경찰 편의만 따지는 집회신고 접수 방식?

헌법상 집회신고의 의의와 법률유보원칙의 확인

2008년 민주노총 화섬노조 한국합섬HK지회는 최대채권자인 삼성석유화학이 추가자금 지원을 하도록 삼성본관 앞에 집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서울남대문경찰서는 삼성에서 제출한 선순위 집회 신고가 있다는 이유로 반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접수한 후 금지 또는 제한통고를 받을 수 있을 뿐 법률적 근거 없는 반려행위는 위헌이라고 보았습니다(2007헌마712).

약 17년이 지나 이 사건 판결은 다시 위 헌법재판소 결정에 주목했습니다. 우리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 제한은 법률로만 가능하다는 점에 비추어, 방문 접수가 실무상 필요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방문 접수 방법을 규정한 [민원사무처리기준표 고시]가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찰이 주장한 고시의 법률상 근거는 구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인데, 법원은 ‘집회신고’는 신고의 요건만 갖추면 신고의무를 이행한 것이 되는 ‘자기완결적 신고’에 해당하므로, 행정기관에 대해 처분 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민원’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법률적으로 전혀 다른 성격의 집회신고를 민원으로 분류하여 신청방법을 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명확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집회신고 우편 접수를 전면 금지하는 위헌ㆍ위법성

실무상 집회ㆍ시위 개최 과정은 신고 접수증을 받고 내용에 따라 제한ㆍ금지통고를 받거나 현장에서도 행진경로를 협의하는 등 경찰로부터 철저히 관리되는 형태입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실제 ‘사람’이 와서 집회를 신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미 ‘실무상 아무리 어렵더라도 집회신고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데 있어서도 접수순위를 확정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고(2007헌마712), 대법원은 국가가 집회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2002두56661). 즉 국가와 경찰의 편의에 따라서만 집회신고를 접수할 수 없고, 이는 다른 집회 관리의 측면에서도 동일합니다.

이 사건 판결은 이런 점에 주목하여 경찰이 ‘방문이 아닌 다른 방법에 의한 옥외집회신고 방안을 마련하여 집회의 자유를 보다 넓게 누리도록 보장하여야 한다.’면서, 우편 신고가 ‘우선순위를 확보하고자 며칠 전부터 밤새 대기하는 국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합리적인 기준만 마련하면 등기우편으로도 집회신고를 접수하고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는데 일체 반려하는 것은 사실상 집회의 허가제이자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앞으로는 ‘선착순’ 집회 신고가 없어질까?

그럼 앞으로는 등기우편이나 민원24와 같은 전산시스템으로도 집회를 신고할 수 있을까요?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적어도 등기우편과 같이 도착일시를 확정 가능한 방법의 접수는 거부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당분간 ‘선착순’ 신고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집시법이 시간ㆍ장소가 중복되는 집회의 조율 권유가 거부되면 후순위 집회를 금지ㆍ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제8조 제3항), 여전히 선순위 집회를 접수하여 일시∙장소를 선점할 필요와 이익이 있고, 이 사건 판결에서도 접수순위 확정이 가능함을 전제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균형 있게 폭넓게 누리기 위해서는 집회 신고 방법의 개선과 더불어 경찰에게만 집회 일시∙장소를 조율할 역할을 맡겨놓지 않아야 합니다. 현재 경찰은 집회의 ‘중재인’이면서 사법처리를 할 수 있는 ‘집행자’이기도 합니다. 물리력으로 집회를 해산할 수 있는 기관의 시각에서 항상 공정하게 중재를 바랄 수 없거니와, 정권에 반대되는 입장의 집회이면 이를 더더욱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구체적 사안에서 경찰이 중복집회 조율을 ‘노력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그런 판결이 보편적 원칙으로 기능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평화적 집회를 원만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장소에서 집회의 자유가 더욱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는 한편, 선순위자가 누리는 자유가 비례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보장하여 집회의 자유의 취지에 부합할 것입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281번째 이야기

‍⚖️ 집회시위 신고서 우편 수리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 판결비평

📜 서울행정법원 제12부 재판장 강재원 판사 2025. 1. 23. 선고 2024구합1542 [판결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 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 수호 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 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층에만 국한되는 판결 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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