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에스더기도운동’이 가짜뉴스 공장이라는 탐사보도를 낸 데 대해, ‘에스더기도운동’이 한겨레신문에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스더기도운동 측은 한겨레신문 보도를 숫자까지 붙여가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자신들이 가짜뉴스를 유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들이 반박한 22개 주제에 대해 생방송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하나님이 이런 용기를 주셨다면 그 하나님 아무래도 내가 믿는 하나님이랑 다른 분인 것 같다. 가짜뉴스가 아니라며 내놓은 그들의 성명서가 그야말로 가짜뉴스 총결집편(!)이기 때문이다. 에스더기도운동 측의 반박이 왜 또다른 가짜뉴스인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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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메르스-에이즈 결합 슈퍼 바이러스?
에스더기도운동은 ‘메르스-에이즈 결합 슈퍼 바이러스 창궐 우려’가 가짜 뉴스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동시에 두 개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한국일보 기사를 인용하였다.
2종 이상의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는 것과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결합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한 바이러스에서 변종이 발생하는 것도 전혀 다르다. 이건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다들 아는 상식이다. 대학 수준의 지식까진 원치 않으니 상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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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동성애 합법화 → 수간 합법화?
에스더기도운동은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수간도 합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 기사(번역본)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에스더기도운동이 인용한 외국 언론은 ‘Absolute Rights’라는 사이트명에서 볼 수 있듯, 최대한 좋게 말해서 ‘보수주의에 아주 많이 경도된’ 사이트다. 그나마 인용한 기사도 에스더기도운동이 소개한 것과는 많이 달라서, ‘삽입이 없었다면 수간을 처벌할 수 없다’는 2016년 법원 판결에 대한 기사다.
이는 캐나다 현행법상 ‘수간’은 ‘삽입’이 있어야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법원은 법의 적용 대상을 넓히는 것은 사법부가 아니라 입법부의 영역이라고도 말했다. 입법 미비를 지적하고 개정을 요구할 만한 문제이긴 하나, 이걸 2016년에 갑자기 수간이 합법화되었다고 이해하면 문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게 동성애 합법화랑 연관이 있다고 이해하는 건 더 그렇고.
그리고 은근슬쩍 끼워넣은 1969년 독일 사례는 왜 꺼내온 건지도 모르겠다. 숫자 읽을 줄 모르나. 1천, 9백, 6십, 9년. 동성애 합법화는 무슨, 한국은 심지어 박정희 군부 독재가 한창일 때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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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성애 교육에 항의한 아버지 감옥행?
에스더기도운동은 ‘동성애 교육에 항의하던 아버지가 감옥에 갔다’는 게 사실이라 주장하며 ABC뉴스 기사를 인용했다.
굳이 교차 검증할 것도 없이, 그들이 직접 인용한 ABC뉴스만 봐도 내용이 다르다. 학교에서 교육한 것은 ‘동성애 교육’이 아니라 ‘다민족, 독신 부모, 동성애자, 동성애자 부모 등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관용’을 가르친 것이다.
또 아버지가 감옥에 간 이유도 동성애 교육에 항의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양성 교육에 항의하며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학교에서 떠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 사유지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체포했으며, 보석금을 내는 것도 거부하여 수감되었다.
완전히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것도 당연히 가짜뉴스지만, 사실을 이렇게 왜곡하여 입맛에 맞게 선동하는 것도 보통 가짜뉴스라고 부른다. 잘 알아두시어 ‘조금씩만 왜곡했으니 가짜뉴스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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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성애 커플 주례 거부 목사 징역형?
에스더기도운동은 ‘동성애 커플 주례 거부 목사 징역형’이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고소장에 의하면, 징역 180일과 벌금 1,000달러가 부과되었지만, 냅 목사 부부가 재판에서 승소하여 무죄가 되었다. 앞으로는 정정된 내용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사실관계가 다소 틀렸음은 인정했다.
여기에서도 몇 가지 주요 사실관계가 왜곡되어 있다. 우선 이게 문제가 된 건 그들이 사실 영리 목적의 결혼식 채플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교회’와 ‘기업’은 다르다. 목사는 동성애 커플의 주례를 서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업은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적인 이유로 서비스를 거부해선 안 된다.
또 정작 정부 당국은 그들에게 징역이나 벌금 등 법적 조치를 위협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이 기소는 커녕 위협조차 한 적이 없다는데, 고소장은 어디서 나온 얘기고 재판에서 승소했다는 얘기는 어디서 나온 얘긴지 모르겠다. 에스더기도운동이 제시한 출처에서도 고소장이나 기소, 재판 얘기는 없다. 에스더기도운동은 제발 명확한 근거 출처를 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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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웨딩 케이크 사건
제과점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 커플에게 웨딩 케이크를 만들어주지 않은 사건(?)은 양상이 좀 복잡하다. 제빵사의 종교적 신념과 동성 커플의 성 정체성이라는 두 인권이 충돌하기 때문.
다만 최근에는 주 법원, 대법원 등이 동성결혼 케이크 제작을 거부하는 것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표현의 자유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문제의 사건도 결국 대법원에서 제빵사 쪽이 승소했다. 제빵사가 결국 이겼다는 얘길 쏙 빼놓으면 이것도 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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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동성애하면 에이즈 걸린다?
에스더기도운동은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것이 가짜뉴스가 아니라 사실보도라고 주장한다.
남성 동성애자가 에이즈의 위험군인 것은 통계에 따르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 출혈이 수반되기 쉬운 항문 성교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위험군을 원인과 혼동하면 좀 많이 곤란하다. ‘동성애’ 자체는 에이즈의 원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여성 동성애자는 에이즈 발병 확률이 0이나 다름없어, 이런 논리대로라면 이성애보다도 훨씬 안전하다(!)
누구도 “키가 큰 것은 기흉의 원인”이라거나 “비혼은 난소암의 원인”이라고는 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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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웨덴 성폭력 92%가 이슬람 난민 짓?
에스더기도운동은 “스웨덴에서 발생한 성폭력의 92%가 이슬람 난민에 의한 것”이란 주장이 실제뉴스라고 주장하며 CBN을 인용했다(CBN은 기독교계열 언론이다).
사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런 식으로 범죄를 카운트하지 않는다. 또 이 뉴스는 Jonasson이란 사람의 독자적인 연구에 기반하고 있는데, 사실 그는 통계학 등 관련 학문에 조예가 있는 인물이 아니다. 이 연구 역시 제대로 인정받은 연구가 아니며, 학계 관계자들은 이 연구가 ‘아마추어적’이라고 지적한다.
적어도 이런 위험한 주장을 ‘실제 뉴스’라고 주장하려면, 믿을만한 언론이나 학술적 성과를 인용하거나, 교차 검증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두 개의 출처를 인용한 척 하지만 두 출처 다 똑같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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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매사추세츠에서 항문성교 교육?
에스더기도운동은 매사추세츠에서 항문성교를 가르쳤다는 게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극동방송 대담프로그램에서 매사추세츠에 살던 재미교포가 실제로 이런 얘길 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건 아무도 출처로 인정하지 않는다. 저런 게 출처면 옆집 신혼부부 김개똥 씨와 박말례 씨가 부부싸움하면서 한 막말도 출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