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컴 매클레인(Malcom McLean; 1913년 11월 14일 ~ 2001년 5월 25일), ‘규격화된 컨테이너(ISO-Container)’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매클레인은 21세 때인 1934년부터 중고 트럭을 구매해 운송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의 운송 사업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했습니다.
1955년 컨테이너 혁명
그러나 그의 불만은 뉴저지 선착장에 트럭이 끝없이 늘어져서 ‘하역’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긴 점이었습니다. 당시 트럭의 화물이 선박에 실리는 과정은 미국 물류 산업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지점이었습니다. 트럭에서 박스 하나 하나를 하역해서 다시 선박에 하나 하나 싣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1955년 매클레인은 “트럭과 쉽게 분리될 수 있는 독립 컨테이너” 그리고 “쌓아 올릴 수 있는 컨테이너”를 제작하여 미국 물류 산업의 일대 혁신을 이뤄냅니다. 병목이 해결된 겁니다. 그뿐 아니라 트럭과 선박으로 이어지는 컨테이너로 인해 세계 무역은 일대 혁명을 맞게 됩니다.
전자상거래에도 요구되는 컨테이너 혁명
전자상거래 물류량이 폭증하면서 세계 다수 국가의 도시는 전자상거래가 유발한 병목현상과 다양한 부정 효과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이하게도 ‘아파트 경비원’이 배송된 박스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라스트 마일(Last mile; 물류·유통에서 마지막 1마일 이내의 최종 구간, 즉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최종 단계를 의미)‘ 기능의 큰 부분을 맡고 있어, 전자상거래 배송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편입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 데이 때면 이들 지역의 소비자와 배송업체 그리고 전자상거래 업체는 소비자 집 앞에 쌓여 가는 배송된 박스로 한바탕 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1955년 컨테이너 도입으로 물류 혁신이 가능했던 것처럼, 북미와 유럽 사회는 그와 유사한 물류 혁신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물류 혁신을 둘러싼 사업자들의 혁신 실험과 도시 설계자의 고민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DHL의 오판: 잠자는 아마존을 깨우다
DHL의 2018년 2/4분기 자료를 살펴보죠. 전통 우편물 시장은 축소(전년 동일기간 대비 -2.8%)되고 있고, 소포 및 전자상거래 배송 물량은 10% 내외로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DHL은 이 성장 속도를 빠르다고 느끼고 있는 듯 합니다. 2018년 9월 다양한 보도에 따르면, 2019년부터 DHL은 한국을 포함해서 평균 4.9%의 요금 인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DHL은 배송 능력(capapcity)을 증대시키기 위한 투자에 소극적입니다. DHL의 위 2/4분기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DHL은 프로세스 최적화와 이를 통한 비용 절감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4년 DHL은 “전략 2020, Strategy 2020”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전략 2020에 보면, DHL은 2009년과 2013년 사이 7.8%에 이르렀던 물류·유통의 연평균성장률(CAGR)이 2014년 이후 6%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측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DHL의 전략적 판단 실수였습니다. 2017년 4/4분기 DHL 경영자료(8쪽)를 보면, 실제 DHL의 물류 물량의 성장률은 예측과는 달리 2015년 8.7%, 2016년 9.3%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물류 물량은 성장하는데 투자 보다 비용 절감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제시했고 이를 유지했으니 결과는 어땠을까요? 단순하게 요약하면, DHL의 소극적 물류 투자 정책은 아마존이 배송 사업에 직접 뛰어들게 하는데 일조했습니다. 참고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DHL의 투자 흐름은 아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이 라스트 마일의 적지 않은 부분을 대신하는 한국과 달리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지마켓의 ‘스마일박스’와 같은 DHL의 팩스테이션(Packstation)이 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아래 표는 팩스테이션 수와 독일 아마존 매출을 비교한 그림입니다(참고로 자료 출처는 1. 아마존 독일 매출, 2. DHL 독일 팩스테이션 수입니다.).
아마존의 선택: 창고, 배송, 라스트 마일
요약하면 독일 아마존의 매출은 급상승하는데, DHL의 팩스테이션 수는 정체였던겁니다. 이 때 아마존 경영진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했을까요? 참고로 독일의 경우 아마존의 2017년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54%입니다.
첫 번째, 아마존은 독일 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 ‘직접 배송’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9월 5일 아마존이 공개한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아마존은 미국 지역 직접 배송을 위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프린터(Sprinter)를 2만 대 주문했습니다. 이로써 아마존은 스프린터의 최대 고객이 되었습니다(참고: 다임러 보도자료).
https://twitter.com/davehclark/status/1037431111733915648
두 번째, 아마존은 배송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인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로지스틱스가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아마존은 배송 업체를 설립할 것을 요구하며, 40대의 배송차량을 운영할 경우 연간 최대 450만 달러의 매출과 최대 30만 달러의 이윤이 가능하다는 약속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2015년 영국에서 아마존 프라임 나우(Now)를 시작하며 ‘한 시간 배송’을 약속한 아마존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영국부터 그리고 프랑스, 독일에 이르기까지 유럽 지역에서 대도시 창고, 배송 시스템을 촘촘하게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 아마존은 2015년부터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라는 배송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배송 스타트업이 아마존 플렉스에 접속해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 플렉스가 페덱스(FedEx), UPS 그리고 DHL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유는 아래 그림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플렉스의 가격/비용 경쟁력 뿐 아니라 플랫폼으로서의 파괴력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단순하게 비유하면 아마존 플렉스는 네이버 뉴스입니다. 뉴스 생산자의 다양성과 네이버 뉴스의 편리성으로 인해 네이버 뉴스 이용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정 뉴스 생산자를 신뢰하기 보다는 네이버 뉴스를 신뢰하는 것처럼 아마존 플렉스를 통해 어떤 기업이 배송을 담당하는지는 소비자에게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아마존은 아마존 로커(Amazon Locker)라 불리는 서비스로 DHL의 팩스테이션을 대체해 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 아파트 로비에 더 허브(The Hub)이라 불리는 로커(Locker)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더 허브는 한국의 ‘아파트 경비원’ 역할을 맡습니다.
다섯 번째, 2018년 4월 아마존 키(Amazon Key)를 통해 고객의 거주 공간 또는 고객의 차량 트렁크에 아마존이 직접 배송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라스트 마일 장악입니다.
전자상거래 물류 비용과 환경 문제
전자상거래를 통해 배송 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라스트 마일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관련 산업질서도 크게 꿈틀거리고 있고요. 개별 기업의 명과 암도 중요하지만, 컨테이너의 발명이 노동 생산성을 크게 높이면서 전체 물류 시스템과 세계 무역의 혁명을 가져왔던 것처럼, 전자상거래 물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혁신 방안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정 소비자를 향하는 물류 차량이 하루에도 몇 번씩 중복되고 있습니다. 그 만큼 도심 교통 정체도 증가하고, 에너지도 비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죠. 배송 차량은 사실상 모두 디젤 내연기관을 사용하고 있어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증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결책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예측 배송(Predictive/Anticipatory Shipping)의 적용 확대를 통한 중복 배송 축소이고, 둘째는 공동 배송 차량 이용입니다. 세 번째는 배송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시도입니다. 이 세 가지가 컨테이너 혁명과 유사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자상거래 규모와 함께 관련 배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는 앞으로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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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수의 디지털 경제 브리핑
강정수 박사가 바라보는 전 세계 디지털 경제의 풍경을 독자에게 전합니다. 이 연재물의 원문(초안)은 ‘디지털 이코노미’의 ‘이메일링 서비스’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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