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이게 정말 불법이 아니라고요?”
저작권에 관한 잘못된 상식은 뜻밖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이용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마저 움츠리게 합니다. 오픈넷 박경신 이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잘못된 저작권법 상식, 그 신화를 하나씩 깨뜨려 보시죠. (편집자)[/box]
“혹시 저작권 등록을 해보신 분 있나요? 그리고 돈은 얼마나 들었나요?”
저작권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제가 이렇게 질문하니 한 청중께서 ‘음악 저작권’을 등록한 적이 있다고 답해주셨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돈을 내고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답해주신 청중은 저작권 등록을 한 것이 아니라 음악저작권협회에서 행하는 신탁사무에 관한 비용을 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음악 저작권은 역사적으로 ‘공연권’이나 ‘복제권’ 등 여러 저작권의 하위 권리들을 나눠서 관리합니다. 가령, 공연권에 관한 위반 사항이 있으면 현장에서 이를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해야 하죠. 그래서 이런 저작권 침해 행위를 ‘대신’ 행사하는 곳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입니다. 저작권자는 이 단체에 저작권관련 업무를 신탁하는 것이고요. 제 강연에서 음악 저작권을 ‘등록’했다고 말한 청중은 사실은 음악 저작권을 협회에 등록한 것이 아니고, 협회의 ‘신탁 업무’ 서비스에 관한 비용을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습니다. 저작권 등록하지 않으면 자신의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없을까요? 혹은 덜 보호받는 걸까요?
저작권 ‘보호’는 ‘등록’과 무관합니다
저작권은 등록이 필요 없습니다. 저작권 보호는 등록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저작권은 창작하는 바로 그 순간 생깁니다. 그냥 자기가 쓰면 자기 것이 되는 게 저작권입니다. 즉, 여러분이 만든 창작물이 저작물의 3 요소(‘문화 예술’의 범주에 속한 창작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어느 정도의 ‘독창성’이 있다면)를 충족한다면 어느 누구의 판단을 받을 필요도 없고, 어떤 기성의 저작물과도 비교할 필요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소설을 썼다면, 그 소설을 ‘공표’하지 않아도, 언제 썼는지도 상관없이 그저 여러분이 그 소설을 썼다는 ‘증거’만 있으면 그 소설의 저작권은 여러분에게 귀속합니다. 물론 그 입증을 위해서는 특정한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인간의 행위 특성상 그 창작 시기와 관련한 정보들이 있을 테지만요.
저작권은 특허와는 아주 다릅니다. 특허는 등록절차가 있습니다. 특허는 세계 최초의 기능에만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등록하려는 특허가 ‘세계 최초’인지 누군가는 판단해야 합니다. 그 판단 절차를 우리는 ‘등록’이라고 부르죠. 반면, 저작권은 등록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물론 저작권을 객관적으로 등록하면, 소송 시에 이로운 점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작권의 ‘보호’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대법원의 입장: 사례
- 대법원 2006. 7. 4. 선고 2004다10756 판결
1. 편집앨범을 제작하고 싶은데 제작자(저작인접권) 외에 따로 저작권자 허락을 받아야 하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렇다)
[1] ‘편집 앨범’의 제작자는 원반 등의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물에 대한 이용허락 외에 저작권자로부터 음악저작물에 대한 이용 허락을 얻어야 하는지 여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렇다)
: 저작권법 제2조 제7호 , 제42조 제3항 , 제62조 , 제67조 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재산권 중 복제ㆍ배포권의 처분권한까지 음반제작자에게 부여하였다거나, 또는 음반제작자로 하여금 저작인접물인 음반 이외에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대하여까지 이용허락을 할 수 있는 권한 내지 저작물의 이용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음반제작자에 의하여 제작된 원반(原盤) 등 저작인접물에 수록된 내용 중 일부씩을 발췌하여 이른바‘편집앨범’을 제작하고자 하는 자는 그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물에 대한 이용허락 이외에 저작권자로부터도 음악저작물에 대한 이용 허락을 얻어야 한다.
2. 저작권법상 등록을 하지 않아도 저작권을 신탁적으로 양도받은 자가 침해자에게 손해배상할 수 있나? (등록 없이도 할 수 있다)
[2] 저작권침해자가 저작권법 제52조 의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아니다) 및 음악저작물의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을 신탁적으로 양도받은 사람이 신탁업법 및 저작권법상의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저작권침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그렇다)
: 신탁법 제3조 제1항 의 취지는 등기 또는 등록하여야 할 재산권에 관하여 신탁재산이라는 뜻을 등기 또는 등록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신탁재산임을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이고, 저작권법 제52조 에 따른 저작재산권의 양도등록은 그 양도의 유효요건이 아니라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에 불과하고, 여기서 등록하지 아니하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할 때의 ‘제3자’란 당해 저작재산권의 양도에 관하여 양수인의 지위와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지위를 취득한 경우 등 저작재산권의 양도에 관한 등록의 흠결을 주장함에 정당한 이익을 가지는 제3자에 한하고,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사람은 여기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음악저작물의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을 신탁적으로 양도받은 사람은 신탁법 및 저작권법상의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저작권침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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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저작권법 제52조 (권리변동 등의 등록·효력)
다음 각호의 사항은 이를 등록할 수 있으며, 등록하지 아니하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개정 2000.1.12] [시행일 2000.7.1]
1. 저작재산권의 양도(상속 기타 일반승계의 경우를 제외한다) 또는 처분제한
2. 저작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질권의 설정·이전·변경·소멸 또는 처분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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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신화 연재
- 신화 1: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 신화 2: 짝퉁 옷은 불법이다
- 신화 3: 다른 게임을 베끼는 것은 저작권 침해다
- 신화 4: 남이 찍은 ‘맑은 하늘’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불법이다
- 신화 5: 나는 내 삶에 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 신화 6: 저작권은 등록해야 보호받을 수 있다
- 신화 7: 저작권은 한 사람(업체)에게만 있다
- 신화 8: 남의 저작물을 많이 고칠수록 저작인격권이 심하게 침해된다
- 신화 9: [겨울왕국] 모든 저작권을 샀다면 ‘엘사’ 캐릭터로 속편을 만들수 있다
- 신화 10: 표절은 범죄다
- 신화 11: 공정이용은 상업작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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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은 이 글을 함께 기획하고, 슬로우뉴스의 재정을 지원한 시민단체로 인터넷의 자유, 개방, 공유정신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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