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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신화 3: 다른 게임을 베끼는 것은 저작권 침해다

“이게 정말 불법이 아니라고요?”

저작권에 관한 잘못된 상식은 뜻밖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이용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마저 움츠리게 합니다. 오픈넷 박경신 이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잘못된 저작권법 상식, 그 신화를 하나씩 깨뜨려 보시죠. (편집자)

다른 게임을 베끼는 것은 저작권 침해일까요? 결론을 말하면 ‘게임을 베끼는 것이 저작권 침해’라는 것도 신화입니다.

  • 주의! 이 신화는 100% 완벽한 신화는 아닙니다. 게임 베끼기도 때에 따라 저작권 침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아래 박스 판결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4년 1월 14일에 (주)선데이토즈가 발매한 모바일 게임 ‘애니팡2’가 영국 킹닷컴의 모바일 게임 ‘캔디 클러쉬 사가’를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었죠.  누가봐도 베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애니팡 2 캔디 클러쉬 사가

애니팡 2(좌측), 캔디 클러쉬 사가(우측)

사례: 폭탄 게임

아래 두 게임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A 게임: 폭탄을 두고 가면 그 폭탄이 터져서 벽이 무너져 길을 더 많이 내는 게임.
B 게임: 물풍선을 두고 가면 그 물풍선이 터져서 벽이 무너져 길을 더 많이 내는 게임.

이런 두 게임이 있다고 치죠. B게임은 A게임을 베낀 건가요? 네, 베꼈죠. 그래서 실제로 소송이 붙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이 났습니다.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와 봄버맨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디(좌측), 봄버맨(우측)

게임 표절 소송 판결문(발췌)

1. 아이디어와 창작성 있는 표현의 구별

저작권법은 문학, 학술 또는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으로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보호하는 것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사상, 기능 및 감정 자체는 그것이 독창적이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

B게임과 A 게임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할 것인 바, 추상적인 게임의 장르, 기본적인 게임의 배경, 게임의 전개방식, 규칙, 게임의 단계변화 등은 게임의 개념·방식·해법·창작도구로서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나아가 어떠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데 실질적으로 한가지 방법만 있거나, 하나 이상의 방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또는 개념적인 제약 때문에 표현 방법에 한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표현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그 제한된 표현을 그대로 모방한 경우에만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아이디어를 게임화하는데 있어 필수불가결하거나 공통적 또는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등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

2. 게임의 내재적 표현 판단 기준

게임의 전개방식, 규칙 등이 게임 저작물의 내재적 표현으로 인정되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기 위하여는 그러한 게임의 전개방식, 규칙 그 자체 또는 그러한 것들의 선택과 배열 그 자체가 무한히 많은 표현형태 중에서 저작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표현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여야 한다.

컴퓨터를 통해 조작하고 컴퓨터 모니터에 표현되어야 하는 한계, 승패를 가려야 하고 사용자의 흥미와 몰입도, 게임용량, 호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과 같이 컴퓨터 게임이 갖는 제약에 의해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특정한 게임방식이나 규칙이 게임에 내재되어 있다고 하여 아이디어의 차원을 넘어 작성자의 개성 있는 표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게임방식이나 규칙은 특정인에게 독점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여 다양한 표현으로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01.17. 선고 2005가합65093 판결 : 항소[저작권침해금지청구권등부존재확인·저작권침해금지등]

게임의 규칙은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이유는 뭘까요? 단순합니다. 게임의 규칙, 그 아이디어 자체를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겁니다. 즉, 게임의 규칙 자체는 보호하려면 ‘특허’로 보호해야 합니다.

어떤 게임의 규칙이 너무 흥미롭게 설계되어서 그 게임을 하면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정말 아드레날린이 터져 나오더라! 사람들이 정말 긴장감 넘치고, 흥미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런 것들 역시 (예술적 독창성이 아니라) 하나의 기능성으로 보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기능에 대해 보호를 받고 싶으면, 따로 특허를 내야 하는 거죠.

DDR, 게임을 보호하려면 ‘특허’를 내라 

혹시 DDR(dance dance revolution)이라는 아케이드 게임, 기억하시는 분 계신가요? 이 DDR도 미국 특허법원에서 특허받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저작권으로는 보호되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저작권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번 공개된 게임과 비슷한 규칙으로 다른 게임을 개발하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DDR

한때 오락실(아케이드)를 풍미했던 DDR

게임 베끼기, 그렇다면 옳은가?

법원이 말하는 것처럼, “게임방식이나 규칙은 특정인에게 독점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여 다양한 표현으로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행 저작권법을 악용(?)해서 잘나가는 게임을 베끼기만 한다면, 그리고 그런 게임이 시장에서 통하고, 이용자에게 수용된다면, 게임산업의 발전은 물론이고, 게임문화 자체가 망가져 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결국, 최종 판단과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저작권 신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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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경신
초대필자, 오픈넷 이사

오픈넷 이사.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진실유포죄], [호모 레지스탕스] 등 저자.

작성 기사 수 : 3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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